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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생각외로 재미있는 책이었던것 같다. 도서관을 가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던 책이었다. 소문을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확 끌어 당기는 뭔가가 없어서 읽을까 말까를 반복 했던 책이었는데, 천사같은 동생의 선물로 읽게 되어 그동안 못읽었던게 얼마나 아쉬웠는지.. 일단 구병모 작가를 여즉 남자로 알고 있었는데, 책 날개에 있는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래도 머리가 긴 남자일까 하며 다시봐도 여자작가님이시다!! 책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던 터라 무엇을 얘기하는 내용의 책인지 전혀 모르고 접근했다. 어쩌면 황당하고, 어쩌면 그저 픽션일 수 밖에 없는 허황된 이야기라 단정해 버릴수도 있지만, 간결하지만 핵심을 콕콕 찌르는 문장들과 탄탄한 내용들이 한순간도 책에서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하는것 같았다. 엄마에게 버림받고, 가족들에게서 버려지다 시피한 한 소년의 성장을, 아무도 돌봐줄 사람없는 이 넓은 세상에 혼자 버려진 소년이 혼자 살아내고 이겨가는 과정이 담겨있는 책이었다.
어린나이에 지하철역에서 오백원짜리 동전 몇개와 빵한개를 주머니에 넣어주고 사라져버린 엄마. 그런 엄마가 집으로 돌아가 자해를 하고 세상을 등져 버렸다. 아버지는 아동 성추행범으로 징역까지 살다나온 사람이고... 어린딸과 함께 새엄마라고 들어온 사람은 초등학교 선생님이지만 -저런 사람이 우리 아이들을 맡아 가르치고 있는 선생이라면, 학교를 안보내고 말지- 전혀 선생님스럽지 않은 그런 여자. 이런 환경에서 소년은 점점 작아지고, 소외되고, 웅크리게 된다. 가족이 있지만 가족이 없는 어쩌면 엄마아빠가 없는 아이들보다 더 불쌍한 그런 소년. 밥상머리에도 같이 못앉아본 소년은 늘상 동네빵집에서 빵을 사들고 집으로 아니, 자기방으로 들어가 고독한 식사를 한다.
새엄마의 어린딸을 성추행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고, 발악하는 새엄마를 피해 도망쳐나온 소년은 위저드빵집으로 피신을 한다. 늘상 오던 단골 빵집이었지만, 그곳에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 이곳은 마법의 빵을 만드는곳. 작가는 이 빵집을 통해 세상에는 남을 미워하고, 증오하고, 죽이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걸 보여주고 있다. 또한, 어느날 밤, 잠이든 점장을 습격한 몽마를 발견하게된 소년은 몽마에게 대항하다 이틀 밤낮을 사경에서 헤매며 짧지만 행복할 시간이 없었던 불행한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다시한번 고통을 겪게되는 끔찍한 꿈과 맞닥뜨리게 된다. 이 꿈을 통해서도 작가는 독자들에게 자신의 삶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를 준것 같다.
처음에는 분명 몸을 피하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지금은 조금만 더 이들을 들여다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가 굽는 빵의 결마다 사람들의 어떤 욕망이 배어 있는지, 그 위에 얹어놓은 잼마다 어떤 악의가 끈적하게 매달려 있는지. (115쪽)
어느새 나는 따뜻한 어깨에 머리를 기대어 그가 입은 흰가운을 하염없이 적시고 있었다. 냄비 속에서 녹던 초콜릿이 타기 직전까지 졸아들었고 조리대 위에서는 쇼트닝이 굳어가고 있었지만, 그는 말없이 똑같은 자세를 유지한 채 내가 진정될 때까지 기다려주었다. (166쪽)
미스터리, 호러, 판타지를 넘나드는 이 책은 작가의 역량을 충분히 보여준 책이라 할수 있겠다. 소년이 몽마에 시달리는 장면은 판타지 그 이상을 본 것 같았다. 위저드베이커리가 경찰수사를 받게되자 점장으로부터 타임리와인드라는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빵을 건네받고 현실로 돌아온 소년. 그곳엔 아직도 지저분한 삶을 살고 있는 아버지와 악다구니를 쓰는 새엄마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소년은 그 빵을 먹고 어디쯤으로 돌아가고 싶어했을까? 엄마가 지하철역에서 소년을 버렸던 그 이전으로? 아버지가 새엄마랑 재혼하기 전으로? 나에게 만약 타임리와인드 라는 빵이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을까? 과연 그 시절로 돌아가면 지금 살아왔던 것보다 더 잘 살아 올수가 있을까? 위저드 베이커리는 소설의 재미 뿐 아니라, 나에게 커다란 질문을 던져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