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말라야의 선물 - 커피향보다 더 진한 사람의 향기를 담은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이야기
히말라야 커피로드 제작진 지음 / 김영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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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많은 사람들이 즐겨 마시는 커피.  도심의 곳곳엔 언제부터인가 카페가 즐비하다.  길을 가다 한번쯤 돌아보면 어김없이 유명 브랜드의 카페가 보인다.  예전엔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 여기던 카페를 지금은 어린아이들의 손을 잡은 어른들과 노인에 이르기까지 그 사용자들도 다양하다.  이렇듯, 우리곁에 가깝게 다가온 커피.  일명, 다방커피라 불리며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왔던 믹스커피를 이런 카페에선 볼수 없다.  로스팅이니, 핸드드립이니, 블랜딩이니 하는 생경한 단어들도 마구 읊어대며 열심히 커피문화를 바꿔가고 있는 지금, 히말라야의 선물이라는 아름다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일단, 커피산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나라가 대규모 농장을 보유한 브라질이나 에티오피아같은 아프리카를 떠올린다.  하지만 이 책의 주요무대는 히말라야의 중턱에 있는 네팔, 그곳에서도 산골 깊숙한 곳에 있는 말레라는 마을이다.  이 마을엔 11가구만이 살아가고 있다.  일명 '그늘마을'이라고도 불리는 말레마을은 하루에 햇볕이 두어시간밖에 들지않아 농사도 제대로 되지 않는 그런 척박한 땅이었다.  살아 가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을것 같은 이 곳은 데브라스 판데라는 이마을의 이장이자 큰어른으로 통하는 그로인해 희망의 땅이 되었다.  커피는 강한 햇빛과 열에 약하기 때문에 태양은 커피가 피해야 할 가장 큰 천적이라고 한다.  마을 자체가 거대한 천연 그늘인 말레 마을은 별도의 인공그늘이 필요하지 않았다.   에티오피아 같은 아프리카에는 하루종일 쨍쨍한 햇볕이 비칠텐데 어떻게 거대 커피산국이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암튼 이 말레마을은 커피를 재배하기엔 천혜의 환경을 갖춘곳이라 할 수 있겠다.  유기농으로 재배한, 아니 재배할 수 밖에 없는 말레마을 사람들은 커피로 인해 생활이 바뀌었다.  꿈이 없던 그들에게 커피는 꿈과 희망이 되었다. 
 
 
"커피를 재배하는 것은 내 인생의 전부이자 의무입니다.  커피를 키울 수 있어서 정말 행복하고, 앞으로도 커피를 키울 겁니다.  커피를 키우는 것은 정말로 아름다운 일이니까요." _ 이쏘리  (259쪽)
 
그 당시 말레 마을 농부들은 커피가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커피 열매를 수확해서 내다 파는 것으로 끝이었다.  그들이 아는 것은 거기까지였다.  네팔 사람들은 늘 '찌아'라는 밀크티를 즐겨 마셨고, 커피가 그들의 차처럼 마실 수도 있다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도시에서는 너무나 흔히 볼 수 있는 커피 마시는 광경을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말레 마을 사람들.  바깥세상과 거의 접촉이 없는 그들이 커피를 모르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153쪽)
 
 
마을의 전 가구가 커피를 재배하는 농부이면서 커피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  먹는것인지도 몰랐던 사람들.  먹는거라면 이왕 동물이 아닌 사람이 먹는거였으면 좋겠다는 사람들.  커피조합원이 다녀간 후, 그들은 커피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비록 후라이팬에 볶아 돌절구에 찧어 끓는물에 우려먹는 커피이지만 그들에게는 그들의 땀과 눈물이 가져다준 최고의 맛이 아니었을까?  이 책을 통해 말레마을의 커피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커피'에 납품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들에게는 공정무역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가고 우리들 또한 그들의 정성으로 키운 유기농커피를 먹을수 있으니 서로에게 윈윈이 되는 시스템인것 같다.  최근 공정무역 커피를 가끔 마시고 있긴 하지만, 말레마을을 알고 난 후 마시는 커피는 더욱 귀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티비를 통해서도 '히말라야 커피로드'라는 프로그램을 이미 접했었지만,  책을 통해 말레마을 사람들의 순박하고 커피를 향한 열정을 한번 더 느낄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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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에 흩날리는 비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24
기리노 나쓰오 지음, 권일영 옮김 / 비채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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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확 잡아 끌었던 강렬한 표지와는 달리 조금은 무난한(?) 추리,스릴러 였던것 같다.  추리를 좋아하다 보니 날이 갈수록 더 강한거!를 찾게되는듯.  그동안 추리에 등장하는 인물중 형사, 또는 탐정이라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남자였다.   내가 애정해 마지않는 퍼트리샤 콘웰의 스카페타시리즈는 물론 여자이지만 말이다.  스카페타 시리즈를 읽을땐 왠지모를 긴장감에 잔뜩 움츠러들며 읽었던것 같은데,  이 책은 그냥 덤덤했던것 같다.  읽었던 내용을 곰곰히 생각해보니 미로라는 여자가 사건에 꽤나 깊숙히 파고들어 들춰낸것 같긴 한데, 다 읽고난 느낌은 왜 그냥저냥인가 모르겠다.  그렇다고 재미 없다 느낀건 아닌데 말이다.  아마도 미로라는 여자에 대한 제대로된 인물설명이 없어서였을까?  그녀는 유명 사립탐정인 아버지를 둔 딸이자, 이 책의 중심이 되는 사건의 피해자인 요코의 친구이자, 이 사건을 파헤치는 인물로 첫장부터 등장한다.

 

 

요코는 거금 1억엔을 들고 사라져버린다.  "그날 밤 그 전화를 받았더라면, 이 모든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라는 한문장으로 미루어 보건데 미로가 어젯밤 받지 않았던 전화는 분명 요코에게서 걸려온것이리라.  그 한통의 전화로 인해 돈을 맡긴 폭력배들은 미로가 요코의 사주를 받아 그 돈이 있는곳을 알거라 믿고 미로를 협박한다.  미로는 폭력배들에게 사생활 침해를 받으며 같이 생활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요코와 그 돈의 행방을 찾기위해 동분서주 하게된다.  명탐정이신 아버지의 딸답게 그녀의 기민한 직감력이 놀라울 정도로 들어 맞을때, 역시나 추리의 맛을 느끼곤 했다.  모든 사건이 종결될 시점, 독자들 또한 범인이 누구인지 알았을 즈음, 역시나 좀 심심한 결말일까 라는 생각을 할때 터져주는 반전.   요코와 1억엔의 행방을 애타게 찾아 다니던 요코의 정인이었던 나루세.  잠깐이긴 하지만 미로가 사랑의 감정을 느낀 그 남자에게서 범인의 냄새를 맡은 순간, 아! 역시 추리는 반전의 묘미! 라는 말을 다시 한번 되뇌어 보았다.

 

 

'요코가 죽었어.' 이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실내등도 켜지 않고 사진을 살짝 꺼내 보았다.  맞은편 차의 헤드라이트에 요코의 얼굴이 빛났다.  세 번째 사진에 찍혀 있는 요코는 슬픈 표정으로 멍한 눈을 살짝 뜬 채 입을 반쯤 벌리고 있었다.  물에 빠졌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다만 젖은 머리카락 몇 가닥이 입 안에 들어가 있어서 원한을 품은 듯 보이기도 했다.  298쪽

 

 

기리노 나쓰오는 무라노 미로 시리즈를 통해 사건의 발생, 그리고 해결이라는 기존 탐정소설의 패턴에서 과감히 벗어나 미로라는 여성을 통해 사회의 어두운 단면들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한다.  이 책속에서도 등장하는, - 일테면 익사체 사진을 모으는 취미 같은 - 일본 젊은이들의 과감한 일탈행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기리노 나쓰오의 작품은 이 책이 처음이지만, 최근 발간된 미로시리즈 <천사에게 버림 받은 밤>, <물의 잠, 재의 꿈>같은 책들이 이 책으로 인해 당당하게 나의 위시목록에 올랐다.   특히, <물의 잠, 재의 꿈>은 이 책속에서도 잠깐이지만 언급이 되었던 명탐정인 미로의 아버지 무라노 젠조의 명탐정을 하던 시절을 그린 책이라고 하니 더 관심이 간다.   좋아하는 장르이지만 최근 오랜만에 접했던 추리,스릴러물이라 조금 모자란듯한 느낌도 있긴 했지만, 재밌게 읽었던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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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 뷰티 다큐
고현정 지음, 조애경 감수 / 중앙M&B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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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고한 학처럼 보이던 그녀.  사십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큰키와 맑은 피부 때문인가, 절대 사십대로 보이지 않던 그녀.  언젠가 티비에서 그녀의 세안법이 화제가 되면서 부터일까.   그녀의 맑고 투명한 피부가 대부분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곤 하더니 이렇게 "뷰티다큐"라는 생소한 장르의 책까지 나왔나보다.   조근조근하며 너무나 여성스러울것 같은 그녀가, 보여지는 이미지와는 달리 선머슴처럼 괄괄한 성격이라니, 참으로 안어울린다 생각했건만 책으로나마 그녀를 접하고보니 또한 참으로 잘 어울리는 성격이지 않을까 싶다.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그녀의 세안법을 두고 그녀는 말한다.  자신처럼 보송보송 솜털이 많은 사람한테나 맞는 세안법이지, 얼굴생김이나 지문이 모두 다르듯이 피부결이나 피부의 성격또한 모두 다르므로 무작정 따라해서는 안된다나.  그렇기도 하겠지.  나같이 건조하고 예민한 피부를 가진 사람이 고현정씨처럼 15분씩, 20분씩 세안을 하다보면 오히려 더 메마를것 같기도 하고, 더 예민해질것 같기도 하고 말이지.  암튼, 타고난 그녀의 피부가 부럽고도 부러울 따름.  하지만 누구나 백퍼센트 자신에게 만족할 수 없다더니 그녀 또한 그녀의 피부는 솜털이 많아서 먼지도 잘 달라붙고, 세안도 그만큼 꼼꼼히 해야하고, 세안 후 로션 바르는 시간만 10분이 넘는단다.  그만큼 피부에 쏟아붓는 정성또한 각별하지 않을까.  그래도 부러운건 부러운거다! (웃음)

 

 

책속의 글들은 그녀가 독자들과 마주앉아 얘기 하는듯한 형식으로 쓰여있다.  뷰티 강좌를 듣고 있는듯 하달까?  또한, 책 중간중간 그녀를 취재했던 '옥양'이라는분과의 대화가 실려있다. 그 글들은 아마도 '옥양'이라는 분이 쓰신 글들 같은데, 그 글들이 얼마나 재치있고 훈훈한지... 감히 범접할수 없었던 고현정이라는 여배우를 그림자처럼 옆에서 취재하며 느끼는, 고현정이라는 여배우에 대한 새로운 면을, 그리고 일상생활을 얘기해주곤 한다.  그 글들을 읽다보면 고현정이라는 사람이 자기관리에 철저한 여배우이지만,  때로는 농담 한마디에 깔깔거리며 뒤로 넘어갈만큼 웃어주는 옆집 언니같은 사람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웃을때 생기는 주름이 걱정스러워 시원스럽게 웃지 못하는 사람들을 보며 웃음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고현정씨는 얘기한다.  웃음으로 인해 생긴 주름은 그냥 그 주름 자체로 아름답다고 얘기하는 고현정씨의 얼굴엔 어째서 주름이 없는걸까?? 그렇게 깔깔대며 환하게 웃는대도 말이다. 큭,

 

 

사람에게는 음식욕, 물(水)욕, 성욕, 수면욕이 있다는데 저는 정말 물욕이 강한 것 같아요.  물을 많이 마시기도 하지만 매일 질리지도 않고 물속에 들어가 있는 걸 보면.  그 아련한 물빛...향초가 아른거리는 매끄러운 물빛을 보고 있노라면 들쭉날쭉했던 내 마음의 요철이 차분하게 깎이고 채워지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그 물빛에 비치는 피붓빛은 또 어떻고요.  이런 물빛을 담는 카메라 렌즈가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하얗고 뿌연것이 참 청순하고 예뻐 보이죠. (134쪽)

 

 

얼마전 읽었던 '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라는 책속에 고현정씨를 만난 이야기가 실려있었다.  그 이야기속에서 그녀는 김제동씨에게 장가오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준비하면서 어떤 이야기가 도움이 될까 생각하며 야심한 밤에 혼자 동영상촬영을 하면서 까지 열성을 보이고, 그 동영상을 옥양과 함께 보게됐을때 옥양보다 더 심하게 깔깔깔 웃기도 하는 그런 여자다.  하지만 카메라 앞에만 서면 주변 사람들이 한마디도 꺼낼수 없을만큼 냉정해 지기도 한다.  그리고 단 한번에 오케이 할만큼 완벽하게 일처리를 하는 그런여자.  그렇지만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끝을 내지 않는 그런여자.  이 책을 통해 그녀는 자신이 여배우라는게, 고현정이라는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꼭 말해주고 싶다고 한다.  어떤 직업을 가진 사람이, 대체 어느 누가 자기 감정을 이렇게 이야기해볼 수 있겠느냐고.  비록 책을 통해서지만, 대중앞으로 한발 더 다가선 그녀의 모습이 보이는듯 하다.  언제나 화이팅입니다. ^^

 

 

제목에 들어간 '결'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말이다.  아름다운 피부에도 피부 결이 기본이자 완성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머릿결과 마음결과 삶의 결 사이사이에 담긴 작은 이야기까지, 결이 담을 수 있는 아름다운 것은 무진장 많으니까,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나에게 딱 맞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프롤로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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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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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읽을까, 책장을 뒤적거리다 그냥 뽑아든 책이었는데, 몇장을 펄럭펄럭 넘겨보다 그냥 앉아서 50여페이지를 훌훌 읽어버린 몇권 안되는 책 가운데 한권이었다.  여타의 책들은 대부분이 앞부분은 장황한 설명과 인물설명들이 곁들여져 지루하기 마련이었는데, 감옥에서 출감한 거구의 '춘희'라는 여자가 인적 하나 없고, 잡풀이 무성한, 십여년동안 버려졌던 벽돌공장으로 돌아와 주린배를 채우기 위해 누룩뱀을 산채로 잡아먹는 첫장면이 인상 깊어서였을까.  지금까지 읽어왔던 소설과는 조금 다른 상황과 내용과 등장인물들이, 잘 어우러진 한편의 대하드라마랄까, 대서사시랄까.  영화화 하고 싶은데, 이 활자들을 이겨낼때 영화화가 가능한데 도저히 활자들을 이겨낼수 없을것 같아 영화로는 가늠을 할 수 없다는 장진감독의 말씀처럼  영화로 만든다면 스케일이 엄청나게 클것 같은 그런 소설이었다.  또한   이 작품을 끝으로 작품을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그만큼 애정이 가고 대단한 작품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소설의 처음은 위와같이 춘희에 대한 짤막한 상황이 나온다.  그리고 본격적인 처음은 한노파로 시작된다.  절대박색인 한여인이 어려서부터 노파가 되기까지 겪은 고난과 설움과 한을 담아 세상을 살아오면서 모은 어마어마한 재산을 두고 죽음에 이르게 되는데, 그 죽음에 얽힌 그리고 그 재산에 얽힌 사람들을 둘러싼 일종의 복수극이라고 작가는 말한다. 하지만   곁들여진 신화와도 같고, 설화와도 같고 초현실적이기까지한 이야기들이 단순히 복수극이라 하기엔 아까울(?)정도이다.  1부와 2부에선 춘희의 엄마인 금복의 어린시절과 그녀가 수많은 남자들을 거쳐오며 사업가로 성공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그녀가 사업가로 성공하는 바탕은 그녀가 어린시절 이미 죽음을 맞았던 노파의 재산이 한몫을 하게된다.  그리고 그 재산으로 인해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지만 말이다.  금복의 일대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우리가 상상할수 없는 재미있는 설정들이 많았다.  벌꿀 두통에 팔려버린 노파의 딸은 벌을 온몸에 붙이고 나타나는가 하면, 노파가 젊은시절 만난 거대한 양물을 가진 반편이의 등장, 금복을 위기에서 건져준 거구의 순진한 청년 걱정, 금복을 너무 사랑한 칼잡이 등등. 책을 읽는 동안 이 기이한 등장인물들에 눈을 뗄수 없었고, 작가의 해학적인 표현또한 책을 놓지 못하게 하는 큰 이유였다.
 
곧 미사일론에 대한 반박이 뒤따랐다. 전쟁을 겪어보지도 않은 노파가 어떻게 미사일을 아느냐는 거였다. 귀신이기 때문에 모르는 게 없다는 해명에 대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하지 말라는 반박이 나왔으며, 뒤이어 어따 대고 선배 앞에서 그따위 개소리를 하느냐는 성명이 발표되자..(중간생략)..선배 무시하다 뒈지게 맞고 피똥 싼 놈 많다는 협박과, 누군 고스톱 쳐서 학위 딴지 아냐는 고스톱 학위론...(243쪽)
 
마침내 스크린에까지 불길이 옮겨붙었다. 한때 보잘것없던 산골의 한 소녀였던 그는 자신의 손으로 이룩한 거대한 영화가 눈앞에서 모두 사라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무모한 열정과 정념, 어리석은 미혹과 무지, 믿기지 않는 행운과 오해, 끔찍한 살인과 유랑, 비천한 욕망과 증오, 기이한 변신과 모순, 숨가쁘게 굴곡졌던 영욕과 성쇠는 스크린이 불에 타 없어지는 순간,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함과 아이러니로 가득 찬, 그 혹은 그녀의 거대한 삶과 함께 비눗방울처럼 삽시간에 사라지고 말았다 (301쪽)
 
책의 3부는 소설의 처음처럼 금복의 딸이자 정신박약아인 춘희가 감옥에서 나와 어린시절을 보냈던 벽돌공장에서 혼자 벽돌을 빚으며 외로운 생을 마감하기까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그녀의 노동이 단지 무료함을 견디기 위해서라고 하기엔 너무 필사적이었으며 단지 유희라고 하기엔 너무나 고된 일이었으며, 또 단지 그리움 때문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반복적인 일"인 벽돌굽기를 왜 그토록 열심히 했는지, 참 기구한 춘희의 삶이 안쓰럽기만 했다. 어찌보면 세여자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곁가지를 퍼뜨린 이 이야기가 왠지 멀지않은 미래에 우리 아이들의 교과서에 실리면 참 어울릴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작가는 우연한 기회에, 그것도 요즘 젊은 작가들 처럼 학력이 뒷바침 해주지도 않는 그런 사람이고 나이도 지긋한 40대에 작가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엔 영화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고 하는데, 소설로 전향을 하지 않았다면 이 귀하고 특별한 작품이 세상에 빛을 보지 못했을거라 생각하니, 다시 한번 그의 작가생활이 오래오래 계속되길 바라게된다.  그의 작품 '고령화가족'도 어서 읽어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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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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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소년들에 이어 두번째로 읽게된 이재익작가님의 책.  압구정소년들을 너무 재밌게 읽어서 이 작가님의 책을 하나하나 읽어보자 하고 집었던 책이었다.  역시나 실망시키지 않았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전개되는 내용이 한편의 드라마를 본듯한 느낌이었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한국선수들의 선전과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이라는 세계대회를 통해 친숙해진 야구이지만 그 이전에 나에게 남아있던 야구는, 찌는듯한 여름 휴일날, 켜놓은 티비에서 흘러 나오는 야구해설자의 해설을 들으며 까무룩하게 잠이 들던 기억이 잊혀지지 않는다.  왜 항상 야구는 무더운 여름날 뙤약볕 밑에서 해야만 하는지 그땐 선수들이 참 불쌍해 보였었는데...야구를 좋아하는 신랑님 덕분에 지금은 나역시 야구를 좋아하게 되었지만, 그 전엔 야구를 보는게 너무 지루하게만 느껴졌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느꼈지만, 야구는 정말 각본없는 드라마 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것 같다.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성공했다 라는 말은 어느 정도를 두고 할 수 있는 말일까?  사람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소설속의 지웅은 성공한 사람이었다.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이자, 서울대 야구부의 투수였던 지웅은 든든한 직장이 있고, 값비싼 집도 있고, 아내 또한 의사의 직함을 갖고있었다.  하지만, 사기를 당하고 이혼까지 하게되자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진 지웅은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고자 자신의 이야기 이기도 한 서울대 야구부에 대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다.  작가는 소설속의 또 다른 소설인 서울대 야구부의 스토리를 통해 승리와 패배의 진정한 의미를 얘기해 주는듯 했다.  항상 최고, 최상위에서 달려온 서울대아이들. 공부는 일등이지만 야구는 항상 꼴찌인 아이들.  하지만 그들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공식 집계에도 포함되지 않는 그들의 성적.  꿈과 열정만 있다면 패배란 없다. 라는 말은 그들을 위한 말인것 같았다. 
 
 
야구는 교체 투수가 있지만 인생은 그렇지 않다. 혼자다. 안타를 맞든 홈런을 맞든 야유를 받든, 끝까지 혼자 견뎌내야 한다. 심지어 주저앉더라도 경기는 계속된다. 인생이라는 경기에는 불펜(Bullpen)이 없다.

“얻어맞을 때 맞더라도, 한 번쯤은 던지고 싶은 공을 던져봐야 진짜 투수 아이가.”  라고 하신 감독님의 말씀에 힘을얻어 시나리오 작업을 해 나가는 지웅은 그 작업을 통해 옛부원들을 만나며 자신은 포기를 했지만, 아직도 그 끈을 놓지 못하는 아이러니 속에 살고 있다면, 지웅과 호흡을 맞추며 야구생활을 했었던 포수 장태성은 영원한 서울대 야구부원이었고, 여전히 야구를 위해 꿈과 열정을 불태우고 있는 그를 보며 뜨거운 감동을 받는다.  책의 중간중간 우리 한국야구의 30년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굵직한 사건들을 통해 나 역시 다시한번 야구에 대한 애정을 확인하곤 했다.  야구에 대한 이야기 이기도 하고, 인생의 절정기에 있는 삼십대 중.후반인 우리 가장들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애끓는 사랑이야기 이기도 한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재미와 감동까지 느낄 수 있는 이 책에 흠뻑 젖었던 주말이었던것 같다.
 
 
책을 다 쓰고 난 지금, 저는 성공과 성취는 다르다고 감히 결론내립니다. 그 차이는 '행복'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성취하더라도 행복하지 않다면 과연 그런 성취를 성공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실패의 의미도 단순히 성공의 반대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가의 말-
- 꿈과 열정을 잃지 않는다면 패배가 아니다.
- 자신이 정말 원하는 공을 던져야 진짜 좋은 투수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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