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라수마나라 1
하일권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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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마술을 믿습니까?


 

얼마만에 잡아보는 만화책인지...짙은 분홍의 심플한 표지가 이쁜 소설일것 같았는데 그 분홍빛 만큼이나 이쁜 사랑이야기를 담은 만화책이다.  어릴때 읽었던 명랑만화들 말고는 그다지 만화책을 즐겨 읽지 않았지만 최근엔 영화화도 되고 꽤나 인기가 있었던 강풀작가의 만화를 두세편 접했던 기억이 있다.  만화는 그냥 스토리도 없는, 웃고 넘겨버릴 가십밖엔 되지 않는다 생각했었지만 강풀작가의 "바보"를 읽고 만화도 감동을 줄 수 있고, 심금을 울릴수도 있구나 하는걸 느꼈었다.  실제로 "바보"를 읽으면서 눈물도 찔끔 찍어냈으니 말이다.  오랜만에 접하는 이쁜 만화책, 기대감을 안고 펼쳐보았다.

 

 

음...내용은 어느 마술사와 가난한 여고생과의 사랑? 그리고 삼각관계? 일까?  세권이 완결이라는데 아직은 1권만 읽어서 그 내용을 다 짐작할 순 없지만 대충 흐름으로 보아 그럴듯하다.  지지리도 가난하지만 공부는 잘하는 윤아이,  부잣집 아들에다 얼굴도 잘생기고 1등만 하는 나일등,  그리고 지금은 문을 닫아건 유원지 천막속에 산다는 의문의 마술사.  이 세사람이 주가되어 이야기는 이어진다.  마술사는 의문의 인물이기도 하지만 윤아이 에게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일이 생기면" 나타나는 진짜 마술같은 사람이다.  윤아이가 어렸을적 가족들이랑 같이 놀러왔었던 유원지에서 한번쯤은 마주친적이 있었던듯한 마술사.  과연 마술사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윤아이를 좋아하게 된 나일등.  모든걸 다 가졌지만 윤아이만은 가질 수 없는 나일등은 윤아이가 마술사와 어떤 관계가 있다는걸 알고 그녀에게 상처를 주는 말을 뱉아버리게 되는데...

 

 

"네가 진짜 마술사라면... 이 지긋지긋한 가난의 저주도 풀어줘.  그럼... 마술을 믿을게."

 

 

 어릴적 누구나 한번쯤은 마술사가 되어보고 싶어했으리라.  나 역시 마술사라든지 투명인간이 되어, 가고싶은곳을 모두 활보해봤으면, 먹고 싶은것을 갖고 싶은것을 맘껏 가져봤으면 하는 생각을 수도없이 했었다.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지는 그런 상상을...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만화가 있는데, 바로 "도깨비감투"라는 만화이지 않았을까 싶다.  그 감투만 쓰면 내 몸이 다른사람 눈에 안보이는...정말 신기했었고, 갖고 싶었던 감투였는데..(웃음)  인간에게는 이루어질 수 없는것에 대한 갈망이 옛날부터 그렇게 있었나 보다.  "안나라수마나라"는 책속의 마술사가 외우는 주문이다.  과연 마술사의 그 주문이 윤아이를 가난에서 벗어나게 해 줄까?  만화책이 전체적으로 좀 어두운감이 있긴 하지만, 작가의 의도이려니 생각하며 2권이 살짝 기다려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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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 진실, 진영에게 띄우는 엄마의 첫 번째 편지
정옥숙.이이림 지음 / 웅진윙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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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우연히 티비를 통해 보게 된 휴먼다큐 <사랑>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그녀를 보았다.  너무나 많은 억측과 오해를 남기고 홀연히 세상을 등져버린 그녀.. 그녀의 자살소식에 얼마나 놀랐는지..유난히도 연예인들의 자살소식이 많았던 그해, 그렇게 아끼고 사랑했던 두 아이를 두고 먼길을 가 버릴만큼 그녀를 짓누르는 괴로움의 무게가 컷단 말인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고통을 그 작은 몸으로 혼자 감내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해왔을 3년의 시간이 그녀에겐 정말 길고도 긴 어둠의 터널이지 않았을까 싶다.  아직도 그녀가 티비속에서 환하게 웃을것만 같은데, 이제 그녀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 일년 후 그녀의 동생 또한 그녀 곁으로 갔다.  장성한 두 아이를 먼저 보낸 어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그러했을까?  아직도 그녀가 세상을 등진 이유에 대해, 그 동생 또한 그녀 곁으로 간 이유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오해를 하고 있을수도,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을 수도 있는 진실을 이제는 그녀의 엄마가 세상에 털어 놓으려 한다. 
 
 
이 책은 단지 최진실, 최진영 두 남매의 이야기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엄마인 작가의 자전에세이라고 해도 좋겠다.  "나는 두 아이의 엄마였고, 지금도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라고 말하는 작가는 자신의 두 아이를 먼저 먼나라로 보내고 이제는 손자,손녀를 자신의 자식처럼 돌봐주고 있다.  이미 두 아이가 있는줄도 몰랐던 남자와 결혼을 하고 그렇게 가정을 돌보지도 않는 남편때문에 온갖 허드렛일을 하면서 두 아이를 키웠던 그녀.  세사람 몸누일 곳이 없어 연탄광에 스티로폼을 깔고 나란히 누워서도 행복해하던 사람들. 그래서 그랬는지 진실과 진영은 어려서 부터 엄마를 극진히도 아꼈고 남다른 우애와, 항상 구김살 없이 밝은 성격이었다고 한다.  그랬던 진실이 남편(조성민)과의 이혼후 거의 3년동안 집안에서 칩거하다 시피 지내면서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지..책을 읽으면서 울컥울컥 하는 기분을 계속 느껴야 했다.  자신이 아버지 없는 어린시절을 보내본 진실은 환희와 준희만은 그런 삶을 살지 않게 하고싶어 이혼을 하지 않으려 무던히도 노력했건만 한번 떠난 마음은 다시 돌아 오지 않았는가 보았다.  사실, 이혼설이 나돌 땐 주변의 이야기만 주워들은 나조차 최진실의 잘못으로 이혼을 하는줄로만 알았다.  깐깐하고 앙칼질것 같았던 그녀의 인상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책속의 진실은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나도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로서 그녀의 입장에서 바라본 이야기들은 정말이지 화가 나고 기가 막힐 따름이다.
 
 
악몽 같았던 시간들이 어느덧 3개월을 지나고 있다.  12월 18일 그 남자의 일방적인 이혼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각종 언론사의 시달림... 걸핏하면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에게 일러 바치듯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던 그 사람에 대한 미움..정말, 생각도 하기 싫은 3개월이었다.  그 시간동안에 시간은 흘러 난 예쁜딸을 순산했고, 축복없이 아이를 낳은 고통을 맛봐야 했다.  지금도 그 사람은 뜬금없이 찾아와 이혼을 요구한다.
 
아빠라는 존재를 모르고, 아빠의 사랑 없이 자라야 되는 우리 환희와 수민이를 생각하면 그냥 눈물이 흐른다.  난 아이들을 위해 우리 엄마가 진영이와 나만을 위해 살았던 것처럼 나도 우리 아이들만 위해 살 것이다. 보란듯이... 나쁜 놈, 나와의 인연이 고작 이것밖에는 안 될 거면서 뭘 그렇게 결혼하자고 난리를 피웠을까?  - 154-155쪽 그녀의 메모 중 -
 
 
그래, 보란듯이 아이들과 잘 살지, 왜 그렇게 서둘러 가셨을까.  "최진실이 사채를 한다더라" "최진실 엄마가 재혼했는데 그 남자가 사채업자 라더라." "최진실이 바람을 피워서 이혼한다더라" 인터넷으로 아무 생각없이 떠들어 대는 말들이, 그 말을 듣는 당사자에겐 얼마나 큰 상처로 다가오는지, 그 상처가 귀중한 목숨을 버리게도 만든다는걸 사람들은 왜 모르는걸까. 알면서도 그러는 걸까.  실제로, 티비에서도 나왔듯이 최진실은 인터넷을 떠도는 악성루머로 인해 마음에 심한 상처를 받았고 진실은 밝혀 질거라 믿으며 참고 버티었는데 더 이상 버틸수 없는 한계점에 다다라 결국은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해 루머를 퍼뜨린 사람을 찾아낸다.  "백씨"라는 여자는 아무 죄의식 없이 그저 미안하다고만 했다고 한다.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는데, 이미 그녀의 몸은  수없는 난도질을 당해버렸는데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용서.... 섣불리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일흔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이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참 겁나는 말이다.  하지만 용서라는 말 앞에 오늘도 겸손해지자고 마음먹는다.  사람이 생각처럼 누굴 쉽게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 마음 먹기가 어렵고 어려워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내 딸을 향해 돌을 던진 사람들, 그 사람들을 미워하지 말자고.  (172쪽)   진실의 엄마는 그렇게 미웠던 사위인데, 다시는 집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고 싶었을 텐데 그래도 두 아이의 아빠이기 때문에, 그건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불가항력의 사실이기 때문에 손자,손녀를 위해 용서를 하기로 한다.  자신의 육신또한 없어지면 두 아이를 돌봐줄 누군가는 있어야 겠기에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의 아빠를 받아들인 것이다.  내가 만약 이런 상황이었다면 과연 그 남자를 받아 들일수 있었을까? 부디 아이들이 상처받지 말고 밝고 착하게 커 주었음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다시한번 그녀, 최진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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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로드 - 가슴이 뛰는 방향으로
문종성 지음 / 어문학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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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과 열정만으로 성공할 순 없지만 젊음과 열정이 있기에 포기할 순 없다"는 신념으로 자전거 세계 일주를 떠난 구제불능 낙천주의자.  문종성작가를 지칭한 문장이다.  자전거를 타고 떠나는 세계여행이라니 아..얼마나 낭만스럽고 한량스러운지..라고 언뜻 생각이 들지만, 자전거를 좋아하고 자주 타는 나로서는 도대체가 상상을 할 수 없는 그런여행이다.  한시간만 열심히 라이딩을 해도 엉덩이가 뻐근하고 허벅지가 뻑뻑해지는데, 3360시간을 우리나라도 아닌, 생면부지의 나라 멕시코에서 말이다.  즐기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일반적인 여행과는 다른, 힘들고 고통스럽고 외로운 이런 여행에서 작가는 무엇을 얻어 왔을까.  그를 대신하는 저 첫문장처럼 그에게는 젊음과 열정이 있기에 가능한 여행이지 않았을까 싶고, 나 또한 젊음과 열정을 가진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고 이 책을 다 읽고난 지금은 작가 못지않은 젊음과 열정이 충만된 듯한 느낌이다.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은 채 그저 남들이 그럴 듯하게 확신 없는 동의를 얻어 짜 놓은 소셜 메뉴얼을 따라 프로세스를 밟지 않으리라. 모험 없는 삶은 삶을 버리는 모험이라 하지 않았던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인생은 도대체 무엇인가? 젊음은 저지르라고 있는 것이라는 앨빈토플러의 말은 철없는 청춘에게 용기가 되고 진리가 되어 가슴에 박혔다. 나는 결코 시니시즘cynicism주의가 아니다. -프롤로그중-

 

 

납치 공화국, 마약 카르텔, 부패한 경찰, 그리고 여행자를 대상으로 하는 사기와 강도, 도적질에 장기 매매까지...  우리가 겉으로 보아오던 그 나라의 이미지와는 달리 멕시코는 그런 나라였다.  이런 곳을 딸랑 자전거 하나로 여행할 생각을 하다니, 정말 젊음, 청춘은 그 무엇으로도 말릴수 없는 열정이 있는 그런 나이구나 싶다.  무언가 있지 않을까 싶어 들어갔던 사막에서 아무것도 없는, 그저 모래뿐인 진짜 사막을 마주 했을때, 되돌아 나오기도, 그렇다고 끝까지 가기에도 늦어버린 해질녁이 닥쳤을땐 과연 어떤 기분이었을까.  그래서 결국은 모래뿐인 사막 한가운데 텐트를 치고 휘몰아치는 모래바람과, 사람냄새를 맡고 다가온 코요테의 킁킁거리는 소리에 온몸의 말초신경을 곤두새우며 밤을 하얗게 지새울때...이보다 더한 두려움과 외로움이 또 있을까.  하지만 그래도 밤은가고 해는 떠오른다.  그리고 그의 자전거 여행은 계속 된다. 

 

가끔 산을 오르다 보면 목적도 의식도 사라지고 오로지 내가 마냥 걷고 있는데, 왜 이렇게 걷고 있는지 무엇을 위해 땀을 흘리는지 무념무상의 기분이 들때가 있다.  분명 내 몸을 위해 운동을 하고 있는 그 행위들이 어느 한순간 그저 기계적으로 움직이고만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망각상태일때가 더 좋다.  일상에서 받는 스트레스, 잡념들로 가득찬 내 머릿속이 하얗게 비워지는 느낌이 너무 좋다.  그래서 난 산이 좋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정말 가뿐해진다.  작가 또한 그런 기분이지 않을까 싶다.  주변경관만 보고자 한다면 굳이 자전거 여행이 아니어도 상관없지만, 그저 페달을 밟고 얼굴에 부딪히는 바람을 느끼며 허벅지가 터져 나갈것같은 고통이 뒤 따른다 해도 그 뒤에 주어지는 더큰 자기만족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여행은 내가 특별한 존재라는 걸 깨닫도록 뭐든지 마음먹은 대로 누릴 수 있는 축복의 통로가 되어 준다. 동시에 그것은 내가 완전하지 못한 존재라는 것도 깨닫도록 때론 함부로 허락지 않는 일도 있다. 왜냐하면 혼자서는 할 수 없되 함께라면 너끈히 해낼 수 있는 일들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소중한 가치가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시험을 던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여행이다. -204쪽-

 

절벽에서 카리브해의 눈부신 물비늘을 보자니 뜬금없이 용기가 샘솟았다.  그 까닭도 알지 못한 채 왠지 모를 행복감으로 주먹은 불끈쥐어져 있었다.  앞바퀴에 청춘을, 뒷바퀴엔 꿈을 실어 이곳까지 달려 온 사나이의 기개가 터지고 있었다. 나는 대서양 창공과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을 향해 나직이 내뱉었다.

"네 꿈이 날게 해!" -375쪽-

 

 

인생의 소중한 가치와 진정한 꿈의 의미를 발견하기 위해 현재 광야를 모토로 6년동안 85개국을 목표로 모험길에 올라 있다는 문종성 작가.  그의 끊임없고 눈부신 도전이 이 나라 젊은이들의 가슴에 불을 지펴주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젊음과 열정이 있기에 포기할 수 없다는 작가의 말이 청소년들에게는 야망과 꿈을 가지고 노력하면 꼭 이루어지리라는 주문과도 같은 말이 되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무엇이든 다 해낼것 같은 자신감이 샘솟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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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가족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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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천명관님이었다.  고래라는 책으로 인해 갑자기 천명관님의 왕팬이 되어 버린듯한!! 역시나 기대이상의 책이었던 고령화 가족.  언뜻 표지나 제목으로 봤을때 가족이야기 이긴 한데, 고령화가족이라...현대 사회에 늘고있는 노령인구를 풍자한 내용이려나 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펼쳐 들었으나, 나의 부족한 내공을 비웃기라도 하듯, 이야기는 전혀 새로운 방향으로 전개되어 나간다.  고래에서도 느낀거지만 참, 글한번 맛깔나게 잘 쓰는 작가님이다 싶다.  여타의 소설들과는 뭔가 문체나 구성들에 있어 조금은 색다른 시도를 하는듯한 작가의 글들이 내 입맛에는 왜이리도 딱딱 들어 맞는지, 앞으로 나올 작품들은 대체 어떤 이야기일까 벌써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한가족의 이야기이긴 하다.  하지만 독특한 인물들의 구성이 이 책의 흥미를 한껏 돋운다.  칠순을 넘긴 어머니, 오십을 넘긴, 한때 싸움짱이었던 그리고 큰집에도 몇번 들어갔다 온 큰아들, 사십대 후반의 영화한편 말아먹고 백수나 다름없는 화자인 작은아들, 사십대 초반의 두번 이혼하고 남자관계 복잡한 막내딸, 그리고 담배피는 고딩인 그녀의 딸.  이렇게 네 사람이 한집에서 살며 부대끼고 부딪히고 사건을 만들어가며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들의 평균연령이 49세! 그 삼남매는 각자 엄마나 아버지가 다른 이복형제들이다.   모두 장성해 가족을 꾸려도 벌써 꾸렸을 나이인 그들이 결국은 새 가정을 만드는데 실패하고 돌아온 집.   고령의 엄마는 항상 그 자리에서 그들을 따뜻하게 품어준다.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그들은 항상 부딪히고 트러블이 잦지만, 그리고 비록 이복형제이긴 하지만 가장 힘들때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결국 그들은 삼남매였다.
 
 
집을 떠난 지 이십여년 만에 우리 삼남매는 모두 후줄근한 중년이 되어 다시 엄마 곁으로 모여들었다.  일찍이 꿈을 안고 떠났지만 그 꿈은 혹독한 세상살이에 견디지 못하고 산산조각이 나고 말았다.  이혼과 파산, 전과와 무능의 불명예만을 안고 돌아온 우리 삼남매를 엄마는 아무런 조건 없이 순순히 받아주었다.  그리고 그 옛날 그랬던 것처럼 우리에게 다시 끼니를 챙겨주기 시작했다. (39쪽)
 
 
가족들의 이야기와 더불어 중간중간 등장하는 동네 할머니들의 쑥덕쑥덕 뒷담화는 독자들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함과 함께 이야기속으로 독자들을 잡아 끌기도 한다.  항상 "아 그만들 햐, 동네 챙피해 죽겠네"로 끝나는 할머니들의 뒷담화에 절로 입꼬리가 올라간다.
 
 
도대체 이놈의 집구석에 멀쩡한 사람은 아무도 없단 말인가? 그리고 평범하게 산다는 것이 우리 식구들에겐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던가? (중략) 나는 평범한 사람들이 그런 행복을 얻기 위해서 무슨 짓을 하는지 궁금했다.  그것은 그저 위선에 가득 찬 역할극에 지나지 않는 걸까?  그래서 실은 그것이 드라마에서나 가능할 뿐, 현실에선 영원히 실현될 수 없는 허망한 판타지일까? (141쪽) 이 책속의 가족을 보면 정말 평범하게 사는 우리네 가족이 드라마로 보일법도 하다.  오죽하면 항상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이 가족은 생각만으로도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 힘이 쭉 빠지게 만드는 평생 달고 사는 오래된 지병 같은 거라고 했을까. 하지만 그 중심엔 상처입고 돌아온 자식들을 품어주는, 언제나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엄마가 있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얘기하고 싶었을까? 행복하고 화목한 가정은 누구나 갖고 싶어하는 소망이다.  하지만 내가 부러워 하고 닮고 싶은 가정도 그 속에 들어가 보면 나름의 문제점이 있더라.  그러니, 나의 가정도 다른 누군가의 눈에 닮고 싶어하는 가정이지 않을까 싶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주어진 현재의 삶을 후회없이 살고, 만족하며 살면 그게 행복이지 않을까 싶다.
 
-형, 우리 외롭지 말고 우울하지 말아요.  그러면 다 되는 거에요.
라고, 박민규 작가의 말처럼, 정말 외롭지만 말고, 우울하지만 말고 살아가면 모든게 다 될듯도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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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날개, 윙스 윙스 시리즈 1
에이프릴린 파이크 지음, 김지윤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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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분홍빛 꽃잎이 눈길을 끄는 책이었다.  판타지는 별로 좋아라 하지 않지만, 가끔 책 읽기가 버거워 질때면 한번씩 읽어주는 달달한 로맨스가 땡겨서 집어든 책이었다.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는데, 트와일라잇의 스테프니 메이어 작가가 극찬한 작품이라 하니, 트와일라잇은 가고 윙스의 시대가 온다고 하니, 어찌 읽어보지 아니할수가 있겠는가 싶어서..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너무 재밌게 읽었는데, 그 작품을 능가 한다고 하니 대체 얼마나! 하는 맘이었달까?  암튼 훅 땡기는 표지와 책소개에 잔뜩 기대를 품고 읽어내려갔다.  사실, 읽으면서 판타지는 역시 내 스타일이 아니구나 하다가도 무언가가 나올듯한 그 부분때문에 멈출수가 없어 내쳐 읽었다고 해야할 듯 하다.

 

 

소설의 이야기는 로렐이라는 열너다섯살의 여자아이의 등에 뾰루지로 시작한 무언가가 골프공만 해졌다가 야구공만 해졌다가 거기서 드디어 꽃잎이 날개처럼 활짝 피기 시작한다는거다.  역시나 예사롭지 않은 인물이었다.  로렐은 사춘기가 되어도 여드름은 커녕 초경도 하지 않았고, 먹는 음식또한 과일이나 야채만 먹는다.  이 아이의 정체는 무얼까? 바로 요정인거다!!  로렐이 세살때(요정 나이로는 칠,팔세 정도란다) 요정들이 그들의 숲을 지키기 위해  로렐을 바구니에 담아 그 숲의 주인집앞에 놔둔다.  주인양반들은 로렐을 입양한다.  다른 어린아이들과는 많은 면에서 달랐던 로렐을 양부모들은 홈스쿨링을 시킨다.  이제 열너다섯살이 되고보니 사회성이 있어야 한다며 로렐을 학교에 보낸다.  로렐은 학교에 가자마자 데이빗이라는 남학생과 첫만남부터 눈빛교환으로 친해지게 되고, 후에 알게된 요정에 관한 모든 이야기를 유일하게 들려주는 친구이상의 친구 사이가 된다.  하지만 로맨스라면 적어도 삼각관계 정도는 있어야 제맛?  우연히 숲으로 들어가 타마니라는 요정을 만나면서 로렐은 자신이 요정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알수 없는 힘에 끌려 타마니를 사랑하게 된다.  자, 이쯤되니 어디서 많이 본듯한 구조가 형성된다.  바로 트와일라잇의 벨라와 에드워드와 제이콥의 삼각관계 정도?  뭐, 나의 주관적인 생각으론 트왈의 삼각관계와는 다른 차원이랄까?  로렐과 타마니와 데이빗의 관계는 사랑이라기 보다 풋풋함이지 않을까 싶다.

 

 

너를 여기 보낸 목적은 이 땅을 지키게 하기 위해서야.  여기는...요정들에게 중요한 지역이거든.  그걸 이해하는 사람이 반드시 이 땅을 소유해야 해.  그게 네가 그 집에 보내진 주된 이유야. (185쪽) 

 

내가 아주 특별한 것을 지킨다고 말한 적 있지? 그것은 내가 들어서 움직일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래서 이 땅이 그렇게 중요한 거지.  그것은 요정 세계로 들어가는 문이야.  아발론으로 들어가는 관문의 유일한 장벽이지. (263쪽)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가기 시작하자 또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이즈음에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바로 반스라는 트롤족이 느닷없이 불쑥 나타나  요정들이 지키려는 숲을 파괴하고 요정세계로 들어가는 문을 찾아내려 한다.  로렐과 데이빗이 죽을고비도 넘기고 타마니는 반스의 아지트에 숨어들어 총격전을 동반한 혈투가 벌어진다.  이 책이 네권 시리즈이기 때문인듯, 반스는 마지막에 가까스로 도망을 가고 요정숲은 잠시일듯한 평화가 찾아온다.

소재면에서 조금 색다르긴 하지만 구성면에선 여타의 로맨스 판타지와 크게 상이한 점을 찾지 못하겠다.  물론, 구성이 크게 달라질수도 없을듯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썩 나쁘지는 않은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흥미 잃지 않고 잘 읽어냈으니!  책도 책이지만 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면 좀 더 볼거리가 많을듯 하기도 하다.  요정의 세계가 잘 지켜질지, 타마니와 로렐과 데이빗의 관계는 어떻게 변화를 시도할지, 좀 더 나은 구성으로 돌아오길 기대하며  다음책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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