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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미안해 그리고 사랑해 - 진실, 진영에게 띄우는 엄마의 첫 번째 편지
정옥숙.이이림 지음 / 웅진윙스 / 2011년 6월
평점 :
얼마전 우연히 티비를 통해 보게 된 휴먼다큐 <사랑>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그녀를 보았다. 너무나 많은 억측과 오해를 남기고 홀연히 세상을 등져버린 그녀.. 그녀의 자살소식에 얼마나 놀랐는지..유난히도 연예인들의 자살소식이 많았던 그해, 그렇게 아끼고 사랑했던 두 아이를 두고 먼길을 가 버릴만큼 그녀를 짓누르는 괴로움의 무게가 컷단 말인가. 감히, 상상도 하지 못할 고통을 그 작은 몸으로 혼자 감내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해왔을 3년의 시간이 그녀에겐 정말 길고도 긴 어둠의 터널이지 않았을까 싶다. 아직도 그녀가 티비속에서 환하게 웃을것만 같은데, 이제 그녀는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 일년 후 그녀의 동생 또한 그녀 곁으로 갔다. 장성한 두 아이를 먼저 보낸 어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하늘이 무너지는 기분이 그러했을까? 아직도 그녀가 세상을 등진 이유에 대해, 그 동생 또한 그녀 곁으로 간 이유에 대해 자세히 모른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오해를 하고 있을수도, 제대로 알고 있지 않을 수도 있는 진실을 이제는 그녀의 엄마가 세상에 털어 놓으려 한다.
이 책은 단지 최진실, 최진영 두 남매의 이야기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엄마인 작가의 자전에세이라고 해도 좋겠다. "나는 두 아이의 엄마였고, 지금도 두 아이의 엄마입니다." 라고 말하는 작가는 자신의 두 아이를 먼저 먼나라로 보내고 이제는 손자,손녀를 자신의 자식처럼 돌봐주고 있다. 이미 두 아이가 있는줄도 몰랐던 남자와 결혼을 하고 그렇게 가정을 돌보지도 않는 남편때문에 온갖 허드렛일을 하면서 두 아이를 키웠던 그녀. 세사람 몸누일 곳이 없어 연탄광에 스티로폼을 깔고 나란히 누워서도 행복해하던 사람들. 그래서 그랬는지 진실과 진영은 어려서 부터 엄마를 극진히도 아꼈고 남다른 우애와, 항상 구김살 없이 밝은 성격이었다고 한다. 그랬던 진실이 남편(조성민)과의 이혼후 거의 3년동안 집안에서 칩거하다 시피 지내면서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을지..책을 읽으면서 울컥울컥 하는 기분을 계속 느껴야 했다. 자신이 아버지 없는 어린시절을 보내본 진실은 환희와 준희만은 그런 삶을 살지 않게 하고싶어 이혼을 하지 않으려 무던히도 노력했건만 한번 떠난 마음은 다시 돌아 오지 않았는가 보았다. 사실, 이혼설이 나돌 땐 주변의 이야기만 주워들은 나조차 최진실의 잘못으로 이혼을 하는줄로만 알았다. 깐깐하고 앙칼질것 같았던 그녀의 인상 때문이었을까. 하지만 책속의 진실은 전혀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나도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로서 그녀의 입장에서 바라본 이야기들은 정말이지 화가 나고 기가 막힐 따름이다.
악몽 같았던 시간들이 어느덧 3개월을 지나고 있다. 12월 18일 그 남자의 일방적인 이혼기자회견을 시작으로 각종 언론사의 시달림... 걸핏하면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들에게 일러 바치듯 미주알고주알 얘기하던 그 사람에 대한 미움..정말, 생각도 하기 싫은 3개월이었다. 그 시간동안에 시간은 흘러 난 예쁜딸을 순산했고, 축복없이 아이를 낳은 고통을 맛봐야 했다. 지금도 그 사람은 뜬금없이 찾아와 이혼을 요구한다.
아빠라는 존재를 모르고, 아빠의 사랑 없이 자라야 되는 우리 환희와 수민이를 생각하면 그냥 눈물이 흐른다. 난 아이들을 위해 우리 엄마가 진영이와 나만을 위해 살았던 것처럼 나도 우리 아이들만 위해 살 것이다. 보란듯이... 나쁜 놈, 나와의 인연이 고작 이것밖에는 안 될 거면서 뭘 그렇게 결혼하자고 난리를 피웠을까? - 154-155쪽 그녀의 메모 중 -
그래, 보란듯이 아이들과 잘 살지, 왜 그렇게 서둘러 가셨을까. "최진실이 사채를 한다더라" "최진실 엄마가 재혼했는데 그 남자가 사채업자 라더라." "최진실이 바람을 피워서 이혼한다더라" 인터넷으로 아무 생각없이 떠들어 대는 말들이, 그 말을 듣는 당사자에겐 얼마나 큰 상처로 다가오는지, 그 상처가 귀중한 목숨을 버리게도 만든다는걸 사람들은 왜 모르는걸까. 알면서도 그러는 걸까. 실제로, 티비에서도 나왔듯이 최진실은 인터넷을 떠도는 악성루머로 인해 마음에 심한 상처를 받았고 진실은 밝혀 질거라 믿으며 참고 버티었는데 더 이상 버틸수 없는 한계점에 다다라 결국은 사이버수사대에 의뢰해 루머를 퍼뜨린 사람을 찾아낸다. "백씨"라는 여자는 아무 죄의식 없이 그저 미안하다고만 했다고 한다. 얼마나 힘들고 괴로웠는데, 이미 그녀의 몸은 수없는 난도질을 당해버렸는데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용서.... 섣불리 할 수 있는 말이 아니다. 일흔이 다 되어가는 나이에도 이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참 겁나는 말이다. 하지만 용서라는 말 앞에 오늘도 겸손해지자고 마음먹는다. 사람이 생각처럼 누굴 쉽게 용서하고 사랑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그 마음 먹기가 어렵고 어려워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내 딸을 향해 돌을 던진 사람들, 그 사람들을 미워하지 말자고. (172쪽) 진실의 엄마는 그렇게 미웠던 사위인데, 다시는 집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고 싶었을 텐데 그래도 두 아이의 아빠이기 때문에, 그건 자신이 어쩌지 못하는 불가항력의 사실이기 때문에 손자,손녀를 위해 용서를 하기로 한다. 자신의 육신또한 없어지면 두 아이를 돌봐줄 누군가는 있어야 겠기에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의 아빠를 받아들인 것이다. 내가 만약 이런 상황이었다면 과연 그 남자를 받아 들일수 있었을까? 부디 아이들이 상처받지 말고 밝고 착하게 커 주었음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다시한번 그녀, 최진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