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비틀 Mariabeetle - 킬러들의 광시곡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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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많이 기대를 한 작품이었다.  이사카 코타로 작가의 책은 그 유명한 '골든슬럼버'도 읽어보지 못했다.  워낙에 유명한 작품이고 영화화도 된 작품이라 못 읽어보고 이 책을 읽게 된것이 살짝 후회가 되긴 했지만, 이야기의 설정도 흥미로웠고 킬러들의 광시곡이란 타이틀도 충분히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었다.  컷던 기대만큼 실망도 살짝 든 작품이긴 했지만, 이야기속 인물들의 독특한 캐릭터가 이야기의 흐름을 지루하지 않게 끌었던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그렇지 책한권을 일주일동안 주물럭 거렸다는데 대한 보상심리가 발동해서 일까? 그다지 높은 별점을 주지 못했다.
 
 
시속 200킬로미터로 달리는 신칸센안에는 개성만점의 킬러들이 타고 있다.   돈이 든 검은트렁크와 '미네기시'라는 조직폭력의 두목쯤 되는 사람의 아들을 무사히 그의 앞까지 데려가기 위해 고용된 킬러들이다.  살인 청부업자인 '밀감'과 '레몬'.  그 킬러들의 트렁크를 다시 빼앗기 위한 또다른 킬러 '나나오'.  그럴수도 있겠다는 공감을 하게 만들면서도 코미디같이 불운을 짊어지고 다니는  나나오라는 인물은 참 재밌고 정감가는 캐릭터였다.  그리고 우연히 트렁크의 존재를 알게되고 우연히 손에 넣게 된 명석한 중학생이자 인간에 대한 악의가 끝없이 솟아나는 왕자라는 아이.  자신의 아들을 중태에 빠뜨린 왕자를 죽이려고 탑승한 기무라.  한명한명 너무 독특하고 재밌는 캐릭터를 만들어낸 이사카코타로라는 작가가 정말 놀라웠다.  이들의 트렁크를 둘러싼 뺏고 뺏기는 사건들속에 하나 둘 씩 늘어가는 시체들.. 범인은 찾아 내는게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이다.라는 말을 하는 킬러들의 무시무시한 계략들..
 
 
"당시의 그런 평탄치 못한 비합법적인 업계에서 미네기시 요시오의 힘은 막강해서, 예를 들면 누구에게 받아들인 일이든 그 원천을 거슬러 올라가면 미네기시에게 도달한다는 말이 떠돌았고, 기무라가 한 일들도 대부분 미네기시의 이차 하청 내지는 삼차 하청이었을 가능성도 높다." (332쪽)
 
 
감기가 걸렸을때 지나가는 아기에게 바짝 다가가 기침을 해주고, 장례식장에서 유골을 옮기는 유족에게 부딪혀 넘어지며 유골함을 떨어뜨리게 만드는 왕자라는 중학생의 악의는 책을 읽는내내 어떤 캐릭터보다 정말 왜곡되고 악랄한 캐릭터라고 생각되었다.  최고의 자리만을 노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 내몰린 청소년들의 비극적인 단면과 정상 궤도를 이탈한 오늘날의 교육 현장의 위기에 경종을 울리고 싶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라고 역자는 왕자의 캐릭터에 대해 말했다.  나역시 왕자의 캐릭터를 보면서, 직접 해를 가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사람을 죽음에 내몰게까지 할 수 있는 괴로움을 줄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달리는 기차라는 한정된 공간속이라 그런지 쫓고 쫓기는 킬러들의 트릭들이 눈에 보이는듯 하기도 했지만, 그 한정된 공간 속에서도 독자들이 상상할 수 있을만한 트릭들을 피해가는 작가만의 독특한 방법이 신선하기도 했다.  200킬로미터로 달리는 기차의 속도감을 느낄수 있을만큼 조금 더 스릴있는 이야기였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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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하늘 방송국
나카무라 코우 지음, 박미옥 옮김, 미야오 가즈타카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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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별들을 바라보는 한 소녀.  그 사이 별똥별이 떨어지고...표지와 제목이 너무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지금은 밤하늘에 별을 찾기가 힘들지만 내가 어릴적만 해도 밤하늘엔 초롱초롱 별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요즘이라도 시골이나 산골을 가면 볼 수 있지만 말이다.  얼마전 가족이 강원도로 캠핑을 간적이 있었는데,  그곳 밤하늘에 박힌 별들을 보고 아이들이 얼마나 놀라고 신기해 하는지.. 단지, 총총히 박힌 수많은 별들만 보고도 말이다.   이 조그맣고 얇은 책이 어떤 내용일지 굳이 생각하며 읽지 않았다.  그저 마음으로 가슴으로 느끼며 보았던것 같다.

 

 

이 책은 세편의 단편이 실려있다.  그 첫번째 이야기는 <부치지 않을 편지>로 우유를 너무 좋아하는 한 소녀가 우유를 배달해주는 소년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가져다준다는 것은, 무척 근사한 일이지요.  나도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가져다주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29쪽)  두번째 이야기는 <달로 날아간 까마귀>로 달님을 기다리는 친구, 토끼를 위해 스스로 하늘로 올라가 달이 된다는, 토끼와 까마귀의 우정을 그린 내용이다.  "내가 달님이 되는 거야.  내가 하늘로 올라가, 달님이 되는 거야. (60쪽)  세번째 이야기는 <별하늘 방송국>으로 우유를 좋아하는 소녀의 고양이가 디제이가 되어 소녀의 소망인 밤하늘에 별을 띄워주는 따뜻한 내용이 담겨있다.  "요즘들어 유성을 신청하는 분들은 많았지만, 혜성을 신청하신 분은 무척 오랜만이군요.  야아옹, 야아옹. " (73쪽)

 

 

이 세 편의 단편들은 모두 나 자신을 위한것이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거나 무언가를 전해주는 내용이다.  요즘같이 각박하고 꽉 막혀있는 사회에서 이 동화를 읽으며 많은것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는 과연 누구를 위해 무언가를 해본적이 언제였던가.  나 하나만 괜찮으면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되든, 다른사람을 괴롭히는 일이되든 서슴치 않는 요즘 사람들의 일상이 뉴스로 나올때면 혀를 끌끌 차면서도,  막상 나는 떳떳한 인생을 살고 있는가 라는 반문을 하게 된다.  아이들과 같이 읽고, 온 가족이 같이 읽어도 좋을 어른들을 위한 동화 "별하늘 방송국".   느낄수록 또다른 감상을 하게 만드는 이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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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어디까지 가봤니?
조혜선 지음 / 황소자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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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커피, 그 단어 하나 만으로도 뭔가 기분전환이 된다고 할까?  언제부터인가 내 삶속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 되어버린 커피.  그 커피에 대해 잘 알진 못한다.   요즘이야 길거리를 나서 고개만 돌리면 커피 전문점이 빼곡하게 늘어서 있고, 그 속에서 수많은 종류의 커피들을 대하며 하나하나 알아가고 있지만 얼마전 까지만 해도 내가 알고 있던 커피는 사무실에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마시고 있는 인스턴트 믹스커피,  아메리카노,  카푸치노 정도였을까?  맛과 향도 다양하고 그 이름들도 생소하고 다양한 많은 커피종류들.  그 많은 커피들 중에서도 내가 선호하는 맛을 찾게되고 골라 마시는 요즘의 나를 보면 세월과 함께 나또한 변화되고 있구나 싶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커피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얼마전 "히말라야의 선물"이라는 책을 통해 겨우 커피의 생산과 유통에 대해 조금 알게 된 정도이다.   이 책은 바리스타인 작가가 커피로 유명한 나라들을 찾아 다니며 그 나라마다의 커피생산이나 맛에 대해 써내려간 이야기이다.   단지 커피를 찾아 아메리카 대륙을 9개국이나, 그것도 2년반이라는 긴 시간동안 탐험을 했다는 얘기를 들었을때 제일 먼저 머리에 떠오른 생각은 "정말 커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하구나!" 였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은,  나에겐 '단지 커피'일지 모르나 작가에겐 '삶의 아주 중요한 한 부분'일수도 있겠구나 싶다.  

 

 

나는 바리스타가 되었다. 에스프레소 머신 안쪽에선 바텐더의 세계와 전혀 다른 일들이 일어났다. 커피에 대해 하나씩 알아갈수록, 이 까만 음료가 담긴 컵 바깥에는 어떤 이야기가 숨어 있을지 궁금해 견딜 수가 없었다. 커피가 탄생되는 모든 이야기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야 말겠다는 이상한 오기가 발동했다.  -작가의 말 중-

 

 

이렇게 작가는 커피를 알아갈수록 궁금하다는 이유로, 커피를 찾아 떠나게 된다.   앞서 언급한 책 '히말라야의 선물'에서도 '말레'라는 산골마을에서 커피가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도 모르고 그저 생산하기만 했던 원주민들과 마찬가지로 작가가 방문한 나라들의 커피농부들 역시 커피에 대해 무지한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소규모로 커피농사를 짓는 농부들은 대부분 깊은 산골마을에서 농사를 짓기 때문에 그저 농사짓고 수확하여 팔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직접 수확한 커피를 생산자가 직접 먹어보아야지만 더 좋은 커피를 생산할 수 있다는 생각에 작가는 커피에 무지한 커피농부들에게 커피를 마시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고,  이메일로 자신의 여행취지를 설명하고 대단위의 커피농장을 방문하기도 하며 커피에 대한 궁금증을 풀고, 각국마다 미묘한 차이를 보이는 커피의 맛을 찾아내기도 한다. 

 

 

"커피는 저로 하여금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만들어줘요.  결국 커피는 만남과 소통의 매개체인 것 같아요."

 

 

커피전문점은 많은 사람들의 대화,소통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삼삼오오 둘러앉아 이야기를 할때나, 회사에서 회의를 할때나 굳이 커피전문점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자판기에서 나오는 인스턴트 커피라도 꼭 한잔 앞에 놓고 대화와 소통을 하게 된다.  사회생활을 함에 있어 꼭 필요한 마실거리.  그 가운데서도 단연 커피는 어느새 우리 일상에 깊숙히 들어와 없어서는 안될 기호식품으로 자리를 잡았다.  이러한 커피에 대해 작가가 들려주는 여러나라의 커피이야기는 나에게 커피에 대해 또다른 시각을 갖게 만든 계기가 되는 책인것 같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왠지 나도 커피에 대해 한걸음 부쩍 다가선 느낌이다.  그리고 커피에 대한 작가의 열정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작가의 열정을 닮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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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사의 회전 세계문학의 숲 6
헨리 제임스 지음, 정상준 옮김 / 시공사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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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오랜만에 집어든 고전.  그동안 고전을 집어들었다 중도포기하고 놓기를 서너차례.  고전은 어렵다고만 생각 되었을 뿐만 아니라 읽히지도 않아서 고전만 집어들면 '고전'을 면치 못했건만,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온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으로 다시한번 고전에 도전해 보았다.   표지에서 뿜어져 나오는 으스스함과 몽환적인 느낌 또한 이 책을 읽어보게 만든 한 이유였다.  그동안 추리, 스릴러, 미스테리물을 자주 접해 오면서 왠만큼 단련이 되었다고 생각 되었건만 책을 펼친후 얼마 안 있어 등장하는 유령에 괜스레 걱정이 앞서면서 밤에는 책을 펼치지 못할때가 많았다.   이 작품은 1898년에 쓰여진 작품이라고 하는데 당시만 해도 수많은 영미권 작가들에게 영향을 준 대표작이라고 한다.  이 책이 그후 모든 유령 이야기의 영감이 된 작품이며 오페라, TV시리즈, 영화 등으로 끊임없이 재탄생 되었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은 작품인지 짐작할 수 있겠다.

 

 

소설의 처음은 어느집의 거실에서 여러사람이 모여 유령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중 한사람이 본격적인 이 책의 이야기를 하게 되며, 그 이야기는 어느 가정교사가 화자가 되어 자신이 겪은 일들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어느 대 저택에 부모를 잃은 두아이를 돌봐주기 위해 가정교사로 들어오게된 그녀는 어느날 이집의 하인이었던 남자와,  그녀 이전의 가정교사였던 여자의 유령을 보게 된다.  그들은 다른 하인들 사이에서도 평이 아주 나빴던 하인과 가정교사였다.  그녀는 그들이 이 착하고 순박한 아이들을 사악한 세계로 데려가기 위해 나타난 거라 생각하여 그 유령들로 부터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유령들과 벌이는 심리전, 또는 아이들과의 심리전 이라고 할까? 아무튼, 이야기의 흐름은 쉽게 읽히는데, 고전 특유의 문장 때문일까.  쉬운 부분을 괜히 어렵게 풀어 쓴듯한 부분이 많이 보여 가독성이 많이 떨어지는것 같았다. 

 

 

커튼이 젖혀진 창문으로 이른 새벽의 어둠이 물러가면서 촛불이 필요 없다는 것을 알았다.  다음순간 촛불이 없는 상태에서도 누군가 계단 위에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지금 연속적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퀸트와 세 번째로 대면하게 되자 순식간에 나는 완전히 경직되었다.  그 유령은 층계참에 올라가 창문에 가장 가까운 곳에 있었고, 나를 보자마자 그곳에 갑자기 우뚝 멈추어 서더니 예전에 탑과 정원에서 그랬던 것처럼 뚫어지게 나를 바라보았다.(119쪽)

 

 

문장도 그러한 부분이 좀 있긴 했지만, 내용역시 모호한 부분이 많았다.  이 책의 비평가들도 언급했듯이 과연 그 유령들이 정말 나타났을까? 아니면 가정교사의 환각이었을까 하는 부분이다.  유령을 본것은 이 가정교사 뿐이었으며,  그녀는 아이들 또한 유령을 보았을 것이라고 했지만, 그것역시 그녀의 생각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헨리 제임스의 소설 자체가 작품의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는것이 특징이라고 하며 책을 읽는 독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암시만 제공하고 독자의 성향에 따라 그 공백을 채우기를 바란 다고는 하지만 깔끔한 결말을 바라는 나같은 독자는 좀 답답한 부분이 없잖아 있었다. 

 

 

제임스가 사망한 후 그를 회상하는 글에서 한 비평가는 <나사의 회전>을 이렇게 평했다.  "내가 읽은 유령 이야기 가운데 가장 강력하고 섬뜩한 작품이다.  피가 어는 것 같았고, 등골이 오싹했다.  머리카락 하나하나를 곤두서게 만들었다."  나역시 공포영화나 무서운 책은 잘 못보는 편이지만 이 책은 비평가의 말처럼 그렇게 피가 얼것 같은 정도는 아니었던것 같은데 백여년 전과 21세기의 독자들은 생각도 많이 달라진 듯 하다.  아마, 현대문학에서 헨리 제임스의 책처럼 중요한 결말 부분을 독자에게 떠넘겨 버린다면 과연 어떤 평이 더해질지,  책을 다 읽었건만, 개운하지 않은 이 기분이 고전에서 또 다시 한발 멀어지는건 아닌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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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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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거리는 울림이 느껴질듯한 표지의 책.   김애란이라는 작가의 책을 처음 만났다.  그녀에게도 첫 장편소설이라 했다.  제목처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장을 펼쳤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두근거렸다.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여 두근거렸고, 아름이의 첫사랑에 두근거렸고,  그리고 아름이의 위태로운 생명줄을 두근거리며 바라 보아야 했다.   17세의 나이에 80세 몸을 가진 소년.  아름이는 조로증을 앓고 있는 소년이었다.   한아름이라는 둥글둥글한 이름에 80세 노인의 까슬한 모습을 한 소년.   이야기는 아름이가 화자가 되어 주변 상황과는 달리 너무도 차분하고 잔잔하게 전개가 된다.   때론, 그래서 그 잔잔함이 나에겐 더욱  큰 먹먹함을 던져주곤 했다.

 

 

1부에서 4부, 그리고 에필로그로 구성된 이 책은 한 소년의 힘겨운 삶과 그 소년이 태어나게 된 배경, 그리고 사지에 놓인 소년의 심정등을 잔잔하게 소년의 입장에서 그려나간다.   지금 소년의 나이와 같은 17세에 소년을 낳은 부모.  흔히 말하는 '사고'를 쳐 아이를 갖게 되고 어쩔 수 없는 주변상황에 의해 아이를 낳게 되지만 그 아이는 세살 무렵부터 보통사람의 하루를, 1년 같이 살게 된다.   몸은 비록 80세 노인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아름이는 17세.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이 하고 싶어하는 모든것을 할 수 없는 아이.  노화에 의해 몸속의 장기들 또한 하나 둘 고장이 나고, 그런 아이를 위해 가진것 없는 어린부모가 해 줄수 있는 것이 없었다.  입원을 위한 병원비 조차도...

 

부모는 부모라서 어른이지, 어른이라 부모가 되는 건 아닌 모양이라고.  그러고는 사진 속 두 사람의 모습을 오래도록 바라봤다.  눈도 어리고, 목도 어리고, 머리카락도 어린 내 부모.  그들은 어딘가 불량해 보이고 가슴이 시리도록 젊었다.  나는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를 향해 손을 뻗듯 손가락을 들어 그들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78쪽)

 

 

부모의 걱정을 덜어 주기 위해 티브이프로에 출연하기로 한 아름이.  하지만 그 출연을 계기로 모든 일상이 시들했던 아름이에게 찾아온 또 다른 두근거림.  옆집 할아버지와 말이 잘 통하는 아름이지만 사랑만큼은 17세 소년다운 풋풋함을 보여준다.  비록 편지로 주고 받는 사랑이지만 때론 입으로 내뱉는 말보다 머리로, 생각으로, 가슴으로 옮기는 말이 더 절절한 법.   아름이에게 큰 상처를 남긴 사랑이긴 했지만, 그 편지를 주고받는 동안은 정말 행복한 17세 소년 아름이로 돌아온것 같아 독자인 나조차 가슴이 두근거릴 지경이었다.

 

'보내기' 단추를 누르기 전, 모니터 속 문장을 몇번이나 확인했다.  해야 할 말은 한 건지, 안해도 될 말을 쓴건 아닌지 보고 또 봤다.  '꽃에 관한 얘기는 뺄까?' 하지만 이미 아까운 문장을 많이 지운 뒤였다.  누가 봐도 명백한 구애, 명백한 노력처럼 보이는 표현은 안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여전히 어떤 여지 같은 것은 남기고 싶었다.  들키기 위해 숨어 있는 '틀린그림'처럼.  (217쪽)

 

 

아프기 때문이었을까, 힘이 없어서 였을까.  큰소리 한번, 볼멘소리 한번 내지 않던 아름이.  그런 아름이를 보는 부모의 마음은 어땠을까.  차라리 아프다고 소리라도 질렀으면, 자신을 이렇게 낳았다고 원망이라도 했으면 부모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했을까.  너무도 소년답지 않은 아름이를 그려낸 작가가 얄밉기까지 했다.  아름이와 아빠의 대화에서 울컥울컥 터져 나오던 먹먹함이, 아름이와 장씨 할아버지와의 대화에서 결국 눈물이 흘렀다.  에필로그에는 사지에 놓인 아름이가 그동안 엄마,아빠를 위해 써왔던 글이 실려있다.  그 글 속에서 엄마,아빠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미화되어 있다.  그 글을 통해 나는 엄마,아빠가 자신 때문에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된다는, 그만큼 엄마,아빠를 사랑하고 있다는 아름이의 또 다른 표현으로 해석하고 싶었다.  한편의 슬프고 아름다운 드라마를 본 듯한 책, 두근두근 내 인생.  얼마간은 이 책으로 인한 내 마음속의 두근거림이 잔잔한 여운으로 남아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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