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96일 - 유괴, 감금, 노예생활 그리고 8년 만에 되찾은 자유
나타샤 캄푸쉬 지음, 박민숙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책을 읽는내내 미간에는 저절로 내천자가 그려지고 입술은 씰룩거리게 되고, 가슴에선 쿵쾅거리는 심장의 박동을 느낄 수 있었다.  티비에서 보아오던 유괴의 결말은 항상 죽음이었다.   범인의 심리라고 했다.  자기가 얻고 싶은것을 얻었지만 결코 그 아이를 살려서 보내주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여기 나타샤 캄푸쉬라는 어린소녀는 성인이 되어 자신의 발로 그곳을 걸어 나왔다.   지난해 오스트리아에서 출간되어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던 유괴, 감금, 노예생활의 피해자 나타샤 캄푸쉬의 자전에세이 [3096일].  이 책 속에는 그녀가 보낸 암흑의 8년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 고통스러웠던 8년의 세월을 버텨내어 극적으로 탈출한 용기(아마도 그녀에겐 그 8년이 내내 사지였을터)도 대단하지만, 그 암울했던 세월을 다시 기억해내어 책을 썼다는 자체가 더 대단하고 엄청난 용기와 망각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싶다.

 

 

10살의 나타샤가 등교하던 어느날 아침, 항상 엄마의 차를 타고 등교하던 나타샤는 엄마와의 트러블로 인해 인사도 없이 혼자 등교하게 된다.  "무슨 일이야 있겠어?" 하며 집을 나왔지만, 막상 혼자걷는 거리는 두려운것 투성이였다.   어쩌면 그녀의 불안한 심리가 표정과 몸짓에 나타났으리라.  그길로 그녀는 범인의 하얀트럭에 태워져 범인의 집 지하에 갇히게 된다.  5평방미터 남짓한 좁고, 어둡고, 쾌쾌한 냄새가 나는 지하실에서 보낸 8년.   10살이면 너무나도 어린 나이인데,  18살 성인이 될때까지 나타샤는 청소년기를 그 지하실에서 보내게 된다.  결벽증과 자기망상, 우울증에 시달리던 범인과의 동거아닌 동거.   범인과의 생활에 맞추어지는 나타샤의 생활을 보며 책을 읽다가도 깜짝 놀란다.  그러다 그래, 아직 어린아이니까 충분히 그럴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만들었다.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갈수록 범인의 태도도 달라졌지만, 유괴되고 첫 1,2년 정도는 범인조차도 그녀에게 함부로 대하지 않는걸 볼 수 있었다.  단지, 어린아이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어둠과 굶주림이 주어졌을 뿐이었다. 

 

 

아이들은 가장 불행한 상태에서도 스스로를 맞출 수 있다.   그들은 폭력을 휘두르는 부모에게서 여전히 사랑을 보고 곰팡이가 핀 집에서 보금자리를 발견한다.  나의 새로운 보금자리는 지하방이었고 나의 연고자는 범인이었다.  나의 세상은 파괴되었고, 그는 내 세계가 되어 버린 그 악몽 속에 존재하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나는 젖먹이 갓난아기가 부모에게 의존하듯 그렇게 그에게 의존하고 있었다. (91쪽)

 

그때의 고통을 생생히 기억한다.  아랫도리를 발로 걷어차인 후 얼마나 오랫동안 아팠었는지, 성난 그가 주먹으로 내 머리를 내리쳐 목뼈가 삐끗했던 일도 기억한다. 무수히 흘린 피와 벗겨진 피부, 찢어진 상처, 어디 한군데 아프지 않은 곳이 없었던 내 몸을 기억한다. 그러나 감정적으로는 아무것도 느끼지 않는다. 죽음에 대한 공포를 경험한 후엔 육체가 기억하고 있는 공포와 유사한 어떤 위협의 아주 작은 신호에도 순식간에 밀려드는 공포감은 통제가 불가능했다.(170쪽)

 

 

범인과의 생활만을 기억하는 그녀에게 다른세상이 보일리 없었다.  범인과 함께 몇번의 외출을 했지만, 그리고 그 외출이 탈출할 수 있는 더 없는 기회였지만 그녀는 공포로 인해, 그리고 탈출이 실패했을 경우 그녀에게 주어지는 엄청난 핍박과 폭력으로 인해 탈출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그녀가 18살이 되고난 후 어느날, 범인이 통화중인 틈을 타 극적으로 탈출하게 된다.  그 후 범인이 자살을 했다는 경찰의 말을 듣고난 후에야 그녀는 말한다. "나는 자유다."  하지만 길었던 8년, 그녀의 청소년기를 앗아가 버린 그 암흑같은 시간들을 잊고 잘 살아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겼다.  실제로 그녀가 미디어에 알려지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그 관심은 그녀를 위한 관심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이기적인 관심과 그녀를 향한 편견과 선입견이 그녀를 또 다른 암흑의 세계로 빠뜨리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현재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과거를 잊기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하니, 많은 사람들이 그저 지켜봐 주기만을 바랄뿐이다.  다 그런건 아니겠지만, 요즘 청소년들의 탈선이 대부분 평탄치 못한 가정생활의 결과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나타샤 역시 엄마와 아빠의 나빴던 관계로 인해 평탄치 못한 유년시절을 보냈다.  그날 그녀가 혼자 등교하지 않았다면 이 지옥같은 8년은 그녀에게 꿀같은 8년이 될 수 있었을 지도 모르니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즈 가든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6
기리노 나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평점 :
절판


유난히 단편집은 읽히지가 않았다.  짤막짤막한 이야기들이라 쉽게 읽히긴 하지만 이야기에 조금 익숙해 질듯하면 끝나 버리는, 조금은 허무하게 느껴짐이 있기 때문일까.   몇권의 단편집이 책장에 고이 꽂혀 있지만 왠지 손이 잘 가지 않는다.   그나마 최근에 읽었던 '기치조지의 아사히나군' 이라는 단편집은 무척이나 재밌게 읽었는데 말이다.  하지만 기리노 나쓰오작가의 '로즈가든' 역시 단편집에 대한 내 편협한 고정관념을 확 깨뜨린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기리노 나쓰오 작가의 책은 '얼굴에 흩날리는 비'라는 단 한 작품만 접해봤을 뿐이다.  '무라노 미로'라는 여자 탐정이 등장하는 이야기인데 그 후에 발표 되었던 '천사에게 버림 받은 밤', '물의 잠 재의 꿈', '다크'로 이어지는 미로시리즈이다.   로즈가든은 '얼굴에 흩날리는 비'로 알게 된 개성 넘치고 매력적은 '미로'라는 여성 탐정에 대해 한 겹 벗겨 볼 수 있었던 흥미로운 책이었다.

 

 

로즈가든은 네 편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표제작인 <로즈가든>은 미로의 고등학교 시절을 그려내고 있다.   미로라는 인물은 직업윤리를 지키는 '쿨한' 이상적인 캐릭터가 아니라 '꼴사나운'실수도 저지르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그 때문에 갈등하고 고민하는 '살아있는'인물로 그려진 <천사에게 버림받는 밤>을 아직 읽지 못한 나에게 미로의 고등학교 시절을 그린 <로즈가든>은 가히 충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외에도 한 건물에 사는 주민들의 악의로 귀신소동을 벌이는 내용을 그린 <표류하는 영혼>, 술집 여종업원을 사랑한 순수한 한 남자의 의문의 살인을 조사하는 <혼자두지 말아요>,  그리고 전철 플랫폼에서 추락사한 여대생이 알고보니 클럽의 에이스접대부, 그것도 마조히스트를 상대하는 접대부 였음을 안 그녀의 아버지가 미로를 찾아온 사연을 담은 <사랑의 터널>로 구성되어 있다.

 

 

남이라고 생각하여 같이 살다보니 여러 감정이 생겨났어.  의심, 사양, 배려 그리고 무척 이상한 무언가도.  작년 가을이었더.  자는데 이상한 기척을 느꼈어.  한밤중에 아버지가 내 방으로 들어 오더라고.  아버지는 딱히 무언가를 하는 게 아니라 베갯맡의 작은 스탠드를 켜놓고 내 얼굼난 뚫어져라 바라 보았어.  하지만 알 것 같았어.  아버지가 내게서 뭔가 원한다는 걸.  (로즈가든 중 54쪽)

 

 

네 편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하나같이 정상적이지 않다.   우리가 흔히 접할 수 없었던 인물들,  일테면, 마조히스트, 레즈비언, 아동성애자 같은... 이들의 모습은 책을 읽는 내내 불편하고 거북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무언가가 분명 있었다.   처음으로 접했던 <얼굴에 흩날리는 비>역시 좀 미적지근한 추리가 아닐까 계속 생각이 들면서도, 절대로 재미 없다고는 말할 수 없는 책이었기에,  기리노나쓰오, 그녀의 책들은 왜 이렇게 독자를 끌어 들이는 걸까.   그녀에 의해 탄생한 시시각가가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역동적인 캐릭터 미로, 그녀가 등장하는 다른 책들도 얼른 읽어보고 싶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들의 방 모중석 스릴러 클럽 29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새장속에 갇힌 개 한마리가 새장문을 열고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어쩌면 요즘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것 같은 표지의 <아들의 방>.  짜여진 틀에 끼워넣고 그 틀에만 맞추어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또 그 아이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길을 알려주고 그 알려준 길에 대해 책임을 지어주는것도 부모의 몫이라 여기며 하나에서 열까지 챙기고 신경쓰는 요즘 부모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부모의 관심들이 오히려 무서운 결과를 초래 할 수도 있다는걸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다.  그러한 결과를 번연히 알면서도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요즘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정말 갈수록 힘들어 지는게 육아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의사인 아빠, 변호사인 엄마.  남부러울것 없는 가정에서 행복한 생활을 하던 애덤.  어느날 애덤의 친한친구가 자살을 한다.  그후, 자살인줄만 알았던 친구의 죽음에 애덤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아낸 친구의 부모.  그런저런 이유로 인해 잘웃고 말도 많았던 애덤이 말도, 웃음도, 표정도 없는 아이가 되어 버린다.  그런 아들이 걱정스러워 애덤의 엄마와 아빠는 아들의 컴퓨터를 훔쳐보게 된다.  아들의 컴퓨터를 몰래 들여다 보며 잘못된 판단과 오해로 이들은 크나큰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또한, 책의 첫장에는 어느 남자와 여자가 한여자를 꾀어내 잔인한 방법으로 살인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남자와 여자의 살인행각은 책의 중반이후까지 어떠한 설명도 단서도 주어지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과연 이 살인 행각이 전체적인 이야기와 어떤 연관이 있는걸까 너무 궁금하여 잠시도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한장면 한장면 바뀌는 영화처럼 책의 구성 또한 애덤의 이야기, 살인행각을 벌이는 남녀의 이야기, 이웃의 이야기등이 순간순간 바뀌며 숨가쁘게 돌아간다.  전혀 연관이 없을것 같은 이 여러 이야기들이 후반에는 모두 하나의 이야기로 줄줄이 꿰어지며 놀랍도록 정교한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럼 팜파티라는게 뭔지 알려드리죠.  간단히 말해서, 청소년들이 자기 부모의 약장을 뒤져서 약품을 쓱싹하는 겁니다.  요즘에는 가정마다 처방약 몇개씩은 가지고 있죠.  진통제 비코딘과 옥시콘틴과 퍼코셋과 데메롤, 각성제 아데랄,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 치료제 리탈린, 신경안정제 자낙스와 발륨, 항우울제 프로작 같은 것 말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죠?  청소년들은 그걸 훔쳐와서 큰그릇에 한데 부어 잡탕을 만드는 겁니다.  그런 다음 그것들을 퍼먹고 뿅 가는 거죠. (351쪽)

 

 

의사인 아빠를 둔 애덤은 처방전을 훔쳐오라는 협박을 받는다.  그리고 수사결과 아빠이름으로 된 처방전 오십여장이 발견되기도 한다.  과연 애덤이 그 처방전을 훔쳤을까.  그리고 애덤의 친구는 왜 자살을 한 것일까.  살인행각을 벌인 남자와 여자는 이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이 책을 읽어보기 전엔 상상할 수 없는 진실. 

"네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는지.  아니,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부 알고 싶어.  왜냐하면 우리는 가족이니까.  더 무슨 말이 필요 하겠어?"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족간의 '비밀과 거짓말'에 관한 이 책을 읽고나면 속속들이 알아야할 가족이지만 어느정도의 비밀과 거짓말은 필요할지도 모르겠단 생각과 가족간에 비밀과 거짓말은 있을수 없다는 생각의 딜레마를 겪게 될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658, 우연히 데이브 거니 시리즈 1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1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정말 재미 있었던 책은 읽고난 후 몇날 몇일이고 자꾸 생각이 난다.   읽을때 흥분되고 짜릿한 감정을 잊고 싶지 않기 때문일까.  또한, 그런책은 읽자마자 무언가를 끄적여 놓지 않으면 안될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얼마전 너무 재밌게 읽었던 <658, 우연히>라는 책이 그랬다.  몇일이 지난 지금도 그 내용들과 등장인물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메워 떠날줄을 모른다.   그 제목만으로는 전혀 내용을 짐작할 수 없었던 책.  중반 이후까지도 658이라는 숫자에 대한 풀리지 않는 의문과 궁금증으로 600여페이지에 달하는 두꺼운 책을 지루할 틈 없이 훅 읽어버린것 같다.
 
 
모든 질문의 양면을, 모든 확신의 허점을, 모든 열정의 무모함을 생각하는 신중한 성격의 형사였던 '거니'.   희대의 연쇄살인 사건을 해결한 유명한 형사로 기억되는 거니에게 멜러리라는 대학친구가 자신이 받고 있는 이상한 편지를 내밀며 수사를 해 달라고 요청한다.   거니가 그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사이 처참하게 살해 당하는 멜러리.  그리고 똑같은 방법으로 살해 당하는 또다른 사람들.   범인에게 접근해 갈수록 거니를 향해 조여오는 죽음의 그림자들.   자신을 겨냥한 총부리 앞에서도 대담함을 잃지 않는 우리의 형사 거니!!  역시나 스릴러물에 등장하는 형사들은 하나같이 사생활은 모범적이지 못하지만,  일처리 역시 모범적이지 못하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멋진 사람들이란 말이지.
 
 
외로운 어머니와 함께 있던  어린아이.  술에 취한 아버지.  비명과 피와 무력감.  그날 이후 평생에 걸쳐  치유되지 않았던 육체적 정신적 상처.  복수와 구원에 대한 살인적 망상.  그래서 어린소년은 다섯명을 살해하고 스무명을 살해할 계획을 가진 미치광이 더모트가 되었다.  그레고리 스핑크스의 아버지는 어머니의 목을 찔렀다.  그레고리 더모트는 그 모든 일이 시작되었던 바로 그 집에서 두개골이 부서졌다.  (584쪽)
어두운 과거를 기억하고 있는 범인의 실체가 드러나고 그가 기억하는 암울했던 어린시절의 기억은 한 인간을 끝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결국은 싸이코패스가 되어버린, 어찌보면 참 불쌍하고도 악랄한 범인 더모트.
 
 
거니 역시 첫번째 결혼에 실패하고 지금의 아내와의 사이에 있었던 아들 '대니'를 교통사고로 잃은 , 그다지 좋지않은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소설속 아내 매들린은 등장인물의 주요부분을 차지하진 못하는듯 하였으나 거니가 항상 난관에 봉착할적 마다 던지는 깨알같은 조언으로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 큰 단서를 제공하기도 한다.  작가는 이렇게 사건을 해결해주는 실마리를 매들린을 통해 간간히 제공해주며 갑자기 나타난 실마리에 독자들이 의문을 품지 못하게 지능적으로 대처했다.  소설의 클라이 막스, 범인 더모트와 거니가 대치한 상황에서는 도저히 해결될것 같지 않은 너무 꽉막힌 대치상황이 아닐까 생각하며 이 난관을 어떻게 극복할지 너무 궁금해하며 손에 땀이 찰 지경이었다.    처음 접하는 작가이지만 <658, 우연히> 이 책 한권으로 완전 팬이 되어 버렸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11-10-12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리뷰만 보고도 이 책이 읽고 싶어 죽겠는데요? ㅎㅎ
맞아요, 탐정물에 나오는 형사들은 하나 같이 멋있어요. 저는 아르센 뤼팽이 참 멋있던데... 어떤 때는 괴도로 활약하고 또 어떤 때는 탐정 노릇까지 하고, 아주 흥미로워요.

리뷰 잘 읽고 갑니다, 마리야님 :)

마리야 2012-04-16 22:49   좋아요 0 | URL
답글이 너무 늦었네요.
요책 너무 재밌어요!! ㅎ
감사합니다. 수다쟁이님^^
 
백불 - 존재에서 기억으로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츠지 히토나리 라는 작가를 알게 된건 '냉정과 열정사이' '사랑후에 오는 것들'이란 책을 통해서다.  '사랑후에 오는 것들'이란 책은 우리나라의 공지영 작가와 공동 제작한 작품이었기에 더욱 관심을 갖게 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두 작품 중에서도  난 '냉정과 열정사이'를 정말 재밌게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한남자의 심리묘사를 책에 흠뻑 빠지도록 강하면서도 부드럽게 잔잔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잘 서술 했었던 책이라고 기억하고 있다.  그 후론 츠지 히토나리 작가의 책을 읽어보진 못했다.  그 와중에 만난 책.  조금은 심오한 듯한 느낌의 <백불>이란 책을 처음 접했을땐 철학적이기도 하다고한 책소개에 혹여나 많은 생각을 해야하는 어려운 책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어줍잖은 걱정을 비웃기라도 하듯, 책은 철학적이면서도 너무나 쉽고, 잘읽혔으며 심지어 재미있기 까지, 그리고 한템포의 쉼표를 찍으며 내 삶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게 만드는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은 츠지 히토나리 작가의 온전한 상상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었다.  그의 외할아버지의 실화를 모티브로 만들어졌고 상당부분 사실적인 사건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 책을  간단하게 정리 하자면 칼을 만드는 대장장이의 집안에서 태어나 전쟁중에는 철포개발을 했으며 전후에는 이런저런 농기구 발명가였던 '미노루'라는 주인공의 탄생에서 죽음까지 일생을 잔잔하고도 속도감있게 써내려갔다.  그리고 우리에게도 쉼없이 삶과 죽음, 사랑과 이별,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질문과 숙제를 안겨주는 이야기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데자뷰 현상' 즉, '기시감'을 남들보다 자주 느끼는 미노루.  그런 기시감을 느낄때마다, 미노루는 전생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사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하게 된다.  어릴적엔 강물에 빠져죽은 형이 어디에 있는지 궁금했으며 화장을 했던 다비가마에 갇혀 있을것 같아 몰래 가마를 열어보기도 했다.   잦은 기시감 속에서 미노루는 문득문득 흰부처를 보기도 했다.  자신에게 자주 보였기 때문일까.  후에 그는 흰부처, 즉, 백불을 제작하기에 이르기도 한다.

 

 

흰부처가 다시 나타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잦아가는 의식의 틈 사이로 빛에 싸인 흰부처가 눈보라속에 서 있는 것이 보였다.   미노루는 반쯤 감은 눈꺼풀로 그 숭고한 모습을 바라 보았다.   극도로 쇠약해진 미노루는 두 번째 나타난 그 모습에 놀라지도 않았다.  부처의 눈을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따뜻한 눈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 모든것을 부처는 이미 알고 있었다. (134쪽)

 

 

아버지와 아들과 사랑하는 여인, 친구등의 죽음을 겪으며 미노루는 삶과 죽음에 대해 계속 생각한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의문은 미노루에게 주어진 하나의 화두와도 같이 그의 삶에 붙어 다녔다.   천여구의 시체 뼈로 '골불' 제작을 하기에 이른 그는 죽음을 얼마 앞두고 서야 죽음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  "죽음이란 늘 곁에 있는 거란 생각이 듭니다.  살아 있는 것들 곁에 있는 것, 그것이 평온한 죽음일 것 같습니다.  길든 짧든 자기 삶이 다하는 곳에 죽음이란 입구가 있는것 같습니다." (39쪽)  작가의 할아버지는 모든 사람은 위도 아래도 없이 똑같이 평등하다고 생각했고 모두가 함께 극락정토로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차별 받다 죽은자나 박해를 받고 쫓겨난 자도 함께 하나의 불상이 되도록 했다고 한다.   그의 할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책 속 미노루역시 그러한 생각으로 골불제작에 온힘을 쏟은 것이리라.  미노루가 코흘리개 어릴적부터 평생을 마음에 담아 두기만 했던 여인과도 골불로 인해 하나가 될 수 있었다.  아니, 그녀와 하나가 되기위해 죽음에 이른것이 아니었을까.   사후의 세계가 궁금하긴 하지만 바쁘게 흘러가는 현세에서 살아남기 위해 처절한 몸부림을 하며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  깊이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자신의 삶에 대해 한번씩은 돌아보는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다.   뭔가 콕 찝어 말할 순 없지만 책을 읽는 내내 삶에 대한 왠지모를 숭고함이 느껴지기도 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