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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방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29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1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새장속에 갇힌 개 한마리가 새장문을 열고 날개를 펼치고 날아가는, 어쩌면 요즘 우리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해 주는것 같은 표지의 <아들의 방>. 짜여진 틀에 끼워넣고 그 틀에만 맞추어 살아가는 우리 아이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또 그 아이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길을 알려주고 그 알려준 길에 대해 책임을 지어주는것도 부모의 몫이라 여기며 하나에서 열까지 챙기고 신경쓰는 요즘 부모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부모의 관심들이 오히려 무서운 결과를 초래 할 수도 있다는걸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다. 그러한 결과를 번연히 알면서도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요즘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정말 갈수록 힘들어 지는게 육아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의사인 아빠, 변호사인 엄마. 남부러울것 없는 가정에서 행복한 생활을 하던 애덤. 어느날 애덤의 친한친구가 자살을 한다. 그후, 자살인줄만 알았던 친구의 죽음에 애덤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아낸 친구의 부모. 그런저런 이유로 인해 잘웃고 말도 많았던 애덤이 말도, 웃음도, 표정도 없는 아이가 되어 버린다. 그런 아들이 걱정스러워 애덤의 엄마와 아빠는 아들의 컴퓨터를 훔쳐보게 된다. 아들의 컴퓨터를 몰래 들여다 보며 잘못된 판단과 오해로 이들은 크나큰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
또한, 책의 첫장에는 어느 남자와 여자가 한여자를 꾀어내 잔인한 방법으로 살인을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남자와 여자의 살인행각은 책의 중반이후까지 어떠한 설명도 단서도 주어지지 않았다. 책을 읽으며 과연 이 살인 행각이 전체적인 이야기와 어떤 연관이 있는걸까 너무 궁금하여 잠시도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다. 한장면 한장면 바뀌는 영화처럼 책의 구성 또한 애덤의 이야기, 살인행각을 벌이는 남녀의 이야기, 이웃의 이야기등이 순간순간 바뀌며 숨가쁘게 돌아간다. 전혀 연관이 없을것 같은 이 여러 이야기들이 후반에는 모두 하나의 이야기로 줄줄이 꿰어지며 놀랍도록 정교한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럼 팜파티라는게 뭔지 알려드리죠. 간단히 말해서, 청소년들이 자기 부모의 약장을 뒤져서 약품을 쓱싹하는 겁니다. 요즘에는 가정마다 처방약 몇개씩은 가지고 있죠. 진통제 비코딘과 옥시콘틴과 퍼코셋과 데메롤, 각성제 아데랄,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 치료제 리탈린, 신경안정제 자낙스와 발륨, 항우울제 프로작 같은 것 말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죠? 청소년들은 그걸 훔쳐와서 큰그릇에 한데 부어 잡탕을 만드는 겁니다. 그런 다음 그것들을 퍼먹고 뿅 가는 거죠. (351쪽)
의사인 아빠를 둔 애덤은 처방전을 훔쳐오라는 협박을 받는다. 그리고 수사결과 아빠이름으로 된 처방전 오십여장이 발견되기도 한다. 과연 애덤이 그 처방전을 훔쳤을까. 그리고 애덤의 친구는 왜 자살을 한 것일까. 살인행각을 벌인 남자와 여자는 이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 이 책을 읽어보기 전엔 상상할 수 없는 진실.
"네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는지. 아니,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부 알고 싶어. 왜냐하면 우리는 가족이니까. 더 무슨 말이 필요 하겠어?" 가족이란 무엇일까? 가족간의 '비밀과 거짓말'에 관한 이 책을 읽고나면 속속들이 알아야할 가족이지만 어느정도의 비밀과 거짓말은 필요할지도 모르겠단 생각과 가족간에 비밀과 거짓말은 있을수 없다는 생각의 딜레마를 겪게 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