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빌스 스타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5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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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목요일마다 연재되던 데빌스스타가 드디어 내 손에! 목요일만 손꼽아 기다리며 열심히 연재라도 읽으며 요 네스뵈슨생님 작품에 대한 갈증을 풀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역시 믿고 보는 작가! 뭐라 군더더기를 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밤잠 많은 내가 눈에 불을 켜고 읽었으니 말이죠.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한번씩 이런 책이 걸려줘야 정말 책 읽는 맛이 이런거구나 싶습니다. 직장과 가사일과 아이들에게 받은 스트레스가 한방에 확 날아가는듯한 기분. 역시 요 네스뵈 작가의 책은 진리라고 감히 말하고 싶네요.

데빌스 스타는 <레드브레스트>와 <네메시스>를 잇는 일명 "오슬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입니다. 3부작을 이어오면서 해리가 끈질기게 밝히고 싶어하는 일과 그에 관련된, 심증은 가지만 물증이 없어서 "처단"하지 못했던 한 사람이 결국 데빌스스타에서 끝장이 나고 맙니다. 얼마나 후련하던지요. 십년묵은 체증이 확 내려가는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 처참한 마지막 모습에 조금 불쌍하단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요 네스뵈의 소설 하면 역시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살을 에이는 추위를 느끼는 "겨울"과 "눈"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데빌스 스타>는 그의 소설중 유일하게 한 여름의 오슬로를 배경으로 하고 있어 조금 더 특별함을 느낍니다. 요 네스뵈라는 작가를 알게 해준 소설 <스노우맨>을 읽을땐 노르웨이, 오슬로, 겨울, 눈, 요 네스뵈, 해리홀레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지만 <데빌스 스타>를 읽다보니 오슬로의 푹푹 찌는 여름날씨도 꽤나 소설과 잘 어울리는것 같습니다. 근데 북유럽의 푹푹 찌는 여름날씨는 20도이상 올라가질 않는다네요. 우리나라의 30도를 육박하는 무지막지한 여름날씨에 비하면 새발에 피. 그래도 추운나라라 그런지 그 정도만으로도 이야기속에서는 충분히 후끈한 더위가 느껴집니다.

해리 홀레. 어찌 그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수 있을까요. 190cm의 장신에 잘생기지 않은 외모(그래도 내 생각엔 잘 생겼을것 같은)의 남자, 늘 악몽에 시달리고 여자복도 없는 지지리도 불쌍한 남자. 꿈을 꾸지 않기 위해 술과 약으로 몸을 망친 바보같은 남자. 그의 안에 응어리져 있는 아픔이 언제쯤이면 말끔히 씻겨질지, 그와 만나는 작품마다 망가져가는 해리의 모습은 여성독자들의 보호본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지 않았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인사건을 대하는 그의 태도는 느긋하게 보이면서도 동물적인 감각이 늘 곤두서 있는게 느껴집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오후, 한 여성이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머리에 총을맞고 죽어있는 시체가 발견됩니다. 손가락 하나가 잘려 있고, 그녀의 눈 두덩이에서는 붉은 별 모양의 다이아몬드가 발견됩니다. 그 사건을 시작으로 이어지는 연쇄살인. 사건의 현장에는 어떤 형태로든 악마의 별, 그리고 잘려나간 손가락이 남아 있습니다. 톰 볼레르와 함께 이 사건을 맡게된 해리. 그의 상사 묄레르는 늘 그의 편이었습니다. 하지만 더이상은 그를 봐줄수 없다며 해고를 통보하지만 그래도 연쇄살인은 해리가 맡아야해 라며 이 사건을 해리에게 맡기게 되죠. 동료이자 숙적인 톰과 해리.(적어놓고 보니 톰과 제리?ㅋ) 과연 그 둘의 조합이 이 연쇄살인 사건을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펜타그램은 오랜 종교적 상징입니다. 비단 기독교에서만이 아니죠. 보다시피 이 오각형 별은 하나의 선을 계속 연장하여 몇 차례 자신과 교차하며 만들어집니다. 수천 년 전의 묘비에도 이 별이 새겨져 있었죠. 하지만 하나의 꼭짓점이 아래로 가고 두 개의 꼭짓점이 위로 가면서 별이 뒤집어지면 그건 완전히 다른 의미가 됩니다. 데모놀로지에서 가장 중요힌 상징 중의 하나죠. (222쪽)



당연히 우린 미쳤소, 해리. 미쳤지만 한편으로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제정신인 사람들이오. 사람들이 내가 한 짓을 미친 짓이다, 내 마음은 불구가 틀림없다고 한다면 난 이렇게 묻겠소. 한 순간도 사랑을 멈출 수 없는 마음과 사랑받지만 그 사랑을 돌려주지 못하는 마음, 둘 중에서 뭐가 더 불구냐고. (542쪽)

이번 작품 <데빌스 스타>는 해리의 가장 개인적인 이야기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그래서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것 같았다고. 노르웨이의 슬픈 역사를 이야기했던 레드브레스트와 인간의 복수에 대해 이야기했던 네메시스도 좋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데빌스 스타가 가장 좋았습니다. 동료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사건을 말끔히 해결함으로서 우리의 상남자 해리의 가슴속에 응어리진 아픔이 하나쯤은 사라졌을거라 안도해보며 다음 이야기에는 해리가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벌써부터 기대가됩니다. 너무 설레발일지도 모르겠으나..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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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드타이트 모중석 스릴러 클럽 29
할런 코벤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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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첫째와 둘째는 많이 다르다고들 하는데 나 역시 둘째가 중학생이 되고보니 첫째와는 정말 많이 다르다는 것을 느낍니다. 첫째는 모든것을 엄마에게 오픈하고 학교에서의 일도 조잘조잘 떠들며 다 얘기하던 아이였던 반면 둘째는 핸드폰 패턴조차 알려주지 않는다는 거죠. 이건 아니다 싶어 윽박질러 패턴을 알아내고 폰 속(?)을 한번 점검한 뒤 돌려주면 며칠있다 또 바뀌어져 있는 패턴. 이런생활의 반복이다보니 어떨땐 내가 너무 사생활을 침범하고 있는건가 싶은 생각까지 들더라는 거죠. 하지만 또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집에서와 밖에서의 아이는 정말 너무도 달라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이라는 말에 마냥 들여다 보지 않을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짜여진 틀에 끼워넣고 그 틀에만 맞추어 살아가고 있는 우리 아이들.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또 그 아이들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길을 알려주고 그 알려준 길에 대해 책임을 지어주는것도 부모의 몫이라 여기며 하나에서 열까지 챙기고 신경쓰게 됩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런 부모의 관심들이 오히려 무서운 결과를 초래 할 수도 있다는걸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그러한 결과를 번연히 알면서도 그럴 수 밖에 없는게 요즘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정말 갈수록 힘들어 지는게 육아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의사인 아빠, 변호사인 엄마.  남부러울것 없는 가정에서 행복한 생활을 하던 애덤.  어느날 애덤의 친한친구가 자살을 합니다.  그후, 자살인줄만 알았던 친구의 죽음에 애덤이 관련되어 있음을 알아낸 친구의 부모.  그런저런 이유로 인해 잘웃고 말도 많았던 애덤이 말도, 웃음도, 표정도 없는 아이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 아들이 걱정스러워 애덤의 엄마와 아빠는 아들의 컴퓨터를 훔쳐보게 됩니다.  아들의 컴퓨터를 몰래 들여다 보며 그들의 잘못된 판단과 오해로 굳이 몰랐어도 될 '비밀'을 알게된 이들은 크나큰 수렁으로 빠지게 됩니다.  

 


또한, 책의 첫장에는 어느 남자와 여자가 한여자를 꾀어내 잔인한 방법으로 살인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이 남자와 여자의 살인행각은 책의 중반이후까지 어떠한 설명도 단서도 주어지지 않습니다.  책을 읽으며 과연 이 살인 행각이 전체적인 이야기와 어떤 연관이 있는걸까 너무 궁금하여 잠시도 책을 놓지 못하게 만들었습니다.  한장면 한장면 바뀌는 영화처럼 책의 구성 또한 애덤의 이야기, 살인행각을 벌이는 남녀의 이야기, 이웃의 이야기등이 순간순간 바뀌며 숨가쁘게 돌아갑니다.  전혀 연관이 없을것 같은 이 여러 이야기들이 후반에는 모두 하나의 이야기로 줄줄이 꿰어지며 놀랍도록 정교한 퍼즐이 맞춰지는 듯한 쾌감을 느끼게도 해 주었습니다.

 

 

그럼 팜파티라는게 뭔지 알려드리죠.  간단히 말해서, 청소년들이 자기 부모의 약장을 뒤져서 약품을 쓱싹하는 겁니다.  요즘에는 가정마다 처방약 몇개씩은 가지고 있죠.  진통제 비코딘과 옥시콘틴과 퍼코셋과 데메롤, 각성제 아데랄, 주의력 결핍 과다행동장애 치료제 리탈린, 신경안정제 자낙스와 발륨, 항우울제 프로작 같은 것 말입니다.  무슨 말인지 알겠죠?  청소년들은 그걸 훔쳐와서 큰그릇에 한데 부어 잡탕을 만드는 겁니다.  그런 다음 그것들을 퍼먹고 뿅 가는 거죠. (351쪽)



부모님께 모든 걸 사실대로 다 말했어야 했다. 하지만 애덤은 그럴 수가 없었다. 자신이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어버렸고, 너무 자주 마약에 취했고, 세상에서 자신을 무조건 사랑하고 자신이 무슨 일을 저질렀든 영원히 사랑해줄 수 있는 유일한 사람들이 적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믿게 됐기 때문이었다. (437쪽)

 

 

의사인 아빠를 둔 애덤은 처방전을 훔쳐오라는 협박을 받습니다.  그리고 수사결과 아빠이름으로 된 처방전 오십여장이 발견되기도 합니다.  과연 애덤이 그 처방전을 훔쳤을까요.  그리고 애덤의 친구는 왜 자살을 한 것일까요.  살인행각을 벌인 남자와 여자는 이 사건과 어떤 연관이 있는 걸까요.  이 책을 읽어보기 전엔 상상할 수 없는 진실들. 

"네가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어떤 사람들과 어울리는지.  아니,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부 알고 싶어.  왜냐하면 우리는 가족이니까.  더 무슨 말이 필요 하겠어?"  가족이란 무엇일까요?  가족간의 '비밀과 거짓말'에 관한 이 책을 읽고나면 속속들이 알아야할 가족이지만 어느정도의 비밀과 거짓말은 필요할지도 모르겠단 생각과, 가족간에 비밀과 거짓말은 있을수 없다는 생각의 딜레마를 겪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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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관의 피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0
사사키 조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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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경찰소설 하면 다들 "사사키 조"를 얘기하는지 이 책을 읽고서야 알겠네요. 경찰소설은 얼마전 나가오카 히로키 작가의 "교장"을 읽은게 전부이긴 하지만 크게 흥미를 느끼지는 못하여 한참 오래전에 출간된 "경관의 피"라는 작품을 읽어야지 생각만 했었지요. 두 권짜리 책이 이번에 합본으로 아주 사랑스럽게 두툼한 두께의 책으로 나와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친구중에 경찰이 한놈 있는데 아들이 셋이나 되요. 이 아이는 자신의 직업에 상당한 자부심을 갖고 있어서 언젠가 한번 물었던 적이 있어요. "네 아들도 경찰 시킬거야?"라고. 돌아온 대답은, 자신은 시키고 싶지 않지만 아이들이 원한다면 말리지는 않겠다 라는 시시한 답변이긴 했지만 강하게 반대를 하진 않는다는 말이기에 셋중 한명은 그 길을 따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문득.

거의 일년전인가 유준상이 부패경찰역을 맡은 "표적"이라는 영화를 봤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영화를 보면서 유준상이 워낙 연기를 잘 해준 것도 있지만, 경찰이라는 직업을 다시 보게 되었죠. 그 영화를 보고나서 경찰인 그 친구에게 열변을 토했더니 자신도 그 영화를 봤는지, 너무 과장이 심하더라, 그런 소설같은 얘기에 속지마라, 경찰은 절대 그렇지 않다등등 한마디로 영화이지 실화가 아니라고 말하더라구요. 그렇게 이야기는 끝나긴 했지만 왠지 씁쓸함이 많이 남는 영화였습니다.

오늘 읽은 "경관의 피"는 경찰소설이라고는 하지만 단순히 경찰소설만이 아닌 삼대에 걸친 60년이라는 긴 시대를 반영한 시대소설 또는 역사소설임과 동시에 가족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가족소설이기도 했습니다. 안조 세이지와 그의 아들 안조 다미오, 그리고 아들의 아들인 안조 가즈야의 이야기가 삼부로 구성이 되어 있습니다. 1부인 안조 세이지의 이야기는 1948년 세계2차대전후 부흥기인 일본의 시대상이 잘 나타나 있어 마치 대하소설을 읽는 느낌이었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어려웠던 시절 대대적으로 경찰을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경찰에 지원한 안조 세이지는 채용이 되어 경찰의 길에 들어섭니다. 훈련소에서 만난 세명의 친구는 그 후로도 세이지의 아들과 손자에 이르기까지 끈질긴 인연을 쭉 이어가죠. 세이지는 그야말로 모범적인 가장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경찰서장과 사복형사가 되고 싶다는 친구들에 비해 소소하게 시골 주재소의 주재경관이 되고싶어했던 세이지. 덴노지 주재경관이 된 세이지는 그곳에서 두 건의 살인사건과 맞닥뜨리게 됩니다.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어느날 밤, 덴노지 오층석탑이 불타는 방화사건 현장에서 의문의 죽음을 당합니다. 세이지의 시체는 방화사건 현장에서 이탈하여 발견이 되고, 그래서 그는 순직이 아닌 자살로 처리가 되고 말았죠.

그의 뒤를 이어 아들인 다미오 역시 경찰이 됩니다. 다미오는 공안의 스파이가 되어 일을 하다 심한 정신적장애를 겪게되어 아버지가 근무한 덴노지 주재소로 돌아와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주재경관으로 일을 합니다. 주재소에서 성실하게 근무하던중 아버지의 죽음에 의문을 갖고 조사를 시작하죠. 그 조사를 하던 중 인질강도와 대치하는 상황에서 석연치 않은 죽음을 맞는 다미오. 세이지의 손자이자 다미오의 아들인 가즈야 역시 경찰이 되어 그들의 죽음의 열쇠를 풀고자 합니다.

삼대에 걸친 경관의 길. 그들에겐 정말 경관의 피가 흐르고 있었던 걸까요. 이야기의 흐름에 따라 사건의 진상을 대충 짐작을 하긴 했지만 각 인물들의 이야기마다 또다른 사건들과 얽혀있는 이야기들도 꽤나 흥미롭고 재미있어서 상당히 두툼한 분량에도 불구하고 지루하지 않게 흘러갔던것 같습니다. 미스터리의 장르를 가진 소설이라고 하지만 그다지 미스터리적인 요소가 적어 실망스러울수도 있겠지만 경찰이야기, 시대적인 상황, 그리고 삼대에 걸친 가족이야기가 대하드라마처럼 펼쳐지는 책 [경관의 피]. 오랫만에 벽돌같이 두툼한 책을 끝내니 뿌듯합니다. 이 책은 경찰인 친구에게 선물해야 겠습니다.

 "경관이 하는 일에 회색지대란 없다. 약간의 정의, 약간의 악행, 그런 일은 없어.”
“그런가요? 솔직히 저는 제가 명도 백 퍼센트의 결백한 흰색이라고는 말 못 하겠습니다. 명도 영퍼센트의 검은색도 아니지만요.”
“우리 경관은 경계에 있다. 흑과 백, 어느 쪽도 아닌 경계 위에 서 있어.”
“어느 쪽도 아니라니, 그게 가능합니까?”
“가능해. 우리가 하는 일을 시민이 지지하는 한, 우리는 그 경계 위에 서 있을 수 있어. 어리석은 짓을 하면 세상은 우리를 검은색 쪽으로 떠밀겠지.”
“모든 것은 세상의 지지에 따른다는 말씀입니까?”
“그게 경관이다.” (6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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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1970
유하 원작, 이언 각색 / 비채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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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나온 "강남 1970"을 꼭 보고 싶었는데 놓치고 말았네요. 늘 재벌2세나 로맨틱가이로 주로 출연을 했던 이민호가 액션을? 이라며 좀 의아해 했지만 딸래미가 좋아라하는 배우라 같이 보자고 했는데 불행하게도 청불ㅋ. 하지만 비채에서 나온 책 "강남 1970"을 읽어 보았습니다. 책이 원작인 영화는 책을 읽을때 인물의 느낌과, 영화로 볼때 인물의 느낌이 많이 다른 경우가 있었기에 좀 꺼려하는 편이지만 이 책은 이미 그 인물을 알고 시작했던지라 거부감없이 그 인물들을 상상하며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같은 장면들을 상상하며 읽으니 수월하게 읽히더군요.

고아로 서로 의지하며 넝마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고 있던 종대와 용기. 집이랄수도 없는 판잣집에 살고 있던 어느날 그 집마저 땅꾼들에게 빼앗기고 맙니다. 그리곤 두 사람은 서울에서 열리는 어느 전당대회를 습격하는 무리에 휩쓸리게 됩니다. 전당대회 습격장에서 서로를 놓쳐버린 종대와 용기는 그 후 각자의 삶을 살게되죠. 종대는 전당대회 습격장에서 만난 강길수라는 중간보스의 가족이 되었고 용기는 또 다른 파의 수하가되어 건달의 세계에 몸담고 있습니다. 몇년 후 두 사람은 적이 되어 재회하게 됩니다. 땅을 쫓는 종대와 돈을 쫓는 용기. 과연 두 사람의 결말은 어떻게 될지...

이 작품은 앞서 개봉한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에 이은 유하 감독의 거리삼부작중 마지막 작품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세 작품이 동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조직폭력을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점은 있지만 각 작품마다 특색이 있어 세 작품이 비슷하지만 확연히 또 다른 느낌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봤던 영화라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언젠가 다시 한 번 앞선 두 작품을 찾아보고 싶어지네요.

불과 몇십년전의 이야기인데 너무나도 급변해 버린 요즘을 보면서 그 당시의 상황들이 눈앞에 그려지는듯 합니다. 폭력이 곧 권력이 되었던 시대. 땅값을 뻥튀기하여 한탕 건져 보겠다는 시커먼 속내로 배신에 배신을 거듭하던 투기꾼들. 그 속에서 권력을 가진 누군가의 노리개가 되어 자신을 불구덩이 속에 구겨 넣었던 종대와 용기, 그리고 그들과 같이 갈 곳 잃은 수 많은 청춘들. 우리의 아픈 과거이자 역사가 되어버린 그 시대가 어쩌면 지금도 다른 모습으로 이어지고 있는건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남습니다.



지금 우리의 현실은 땅을 열심히 일궈서는 땅을 갖지 못하고, 올바르게 살아서는 손해를 보게 되는 세상입니다. <강남 1970>은 그 당시의 땅 투기 광풍과 정치권의 결탁 등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 시절을 통해 우리 현실 속의 천민자본주의적인 속성을, 그 단면을 한번 반추해보고 싶어서 이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유하 감독 인터뷰중)

끌려나온 집주인들이 군용트럭 짐칸에 강제로 태워지는 중이다. 영문 모르고 집에서 쫓겨나는 이들. 아닌 밤중에 땅을 빼앗긴 사람들. 눈 뜨고 코 베이는 세상이다. 논두렁 땅은 하룻밤 새 황금으로 바뀌고 땅문서의 명의도 눈 깜짝할 새 낮선 이름으로 바뀐다. 평화롭던 영동이 욕망 가득 이글거리는 황금으로 바뀌는 공식이 바로 이러하다. (본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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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낭만 여행 - 사진과 함께 떠나는 아름다운 산책
김미경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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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립고 생각 만으로도 행복감을 느끼는곳이 바로 제주인것 같아요. 그래서 늘, 제주여행에 목말라 있습니다. 올 봄에는 가자, 올 가을에는 꼭 가자..했던게 벌써 몇년이 훌쩍 흘러버렸어요. 다른 분들의 제주 여행기를 들어보면 삼,사일에 하루는 꼭 비가 내렸거나 날씨가 좋지 않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지금까지 딱! 두번 제주를 여행했는데 요행스럽게도 두번 다 삼일동안 날씨가 너무 좋았어요. 그래서 그런지 제주는 더욱더 제 가슴속에 아련하게 남아있습니다.

고 추웠던, 그래서 결코 끝나지 않을것 같았던 올 겨울도 흐르는 시간 앞에서는 어쩔수 없이 사그라드는가 봅니다. 아직은 쌀쌀하지만 그래도 두툼한 겨울외투를 한겹 벗은 내 몸뚱아리를 보며 이제 곧 봄이구나...하는걸 느낍니다. 나에겐 유난히 춥고 길었던 겨울이라 다가오는 봄이 이렇게 반가울수가 없답니다. 그래서 우리는 또 준비합니다. 따시고 상큼한 봄바람을 폐부 깊숙이 들이마실수 있는 곳으로 떠나자...하구요. 그러한 많은 여행지들중 단연 제주를 빼놓을 순 없겠죠. 그러던 중 만난 책. "제주 낭만여행". 제목 만으로도 연인을 만나기 전인 스무살 아가씨처럼 가슴이 콩닥콩닥.

딱히 일정을 잡지도 않았고, 복잡하게 여행 동선을 짜지도 않았다. 발길 닿는대로 무작정 떠나는 자유로운 낭만 여행.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는 없었지만 나 스스로가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때까지 여행을 해보기로 했다. -프롤로그 중-

자주 갈 수 있는곳이 아니었기에, 우리는 늘 여행동선이 빡빡했습니다. 짧은 삼,사일동안 남들 가본곳은 다 보고 싶었기에, 일테면 이곳을 갔다가 제대로 즐기지도 못했는데, "아...이곳은 이런곳이구나.."하고 곧장 다른곳으로 이동합니다. 그러고 나면 이곳은 이제 "한번 와 본 곳"이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삼.사일동안 발이 아프도록 다니고 나면 제주에서 그래도 유명한 곳은 한번쯤 스쳐 지나간 곳으로 남아있습니다. 정작 그곳을 속속들이 느낄새도 없이 말입니다. 이 책을 보다보니 작가님의 사진속에 남겨진 그곳들의 모습이 참으로 생소하기도 합니다. 분명 가 봤던 곳인데도 말이죠.

이 책은 제목 그대로 낭만 여행입니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삼,사일안에 많은 곳을 둘러보지 않아도 되는,그런. 언젠가는 저도 이런 여행을 꼭 한번 해보고 싶습니다. 오늘 못보면 내일 보면 되지, 하는 심정으로. 책은 여덟개의 파트로 나눠져있습니다. 각 파트는 작가 나름 테마별로 구분한 듯한 여행지들을 소개합니다. 제가 간 곳들은 파트별로 군데군데 나눠져 있지만 특히 파트 6의 "제주, 절경을 즐기다"부분에 많이 있네요. 주상절리, 만장굴, 용머리해안, 천지연폭포, 천제연폭포등. 그 작은 섬 제주도엔 갈 곳이 참 많습니다. 다음에 제주에 가게 되면 그동안 가보지 못했던, 오름들과 휴양림들을 한번 돌아보고 싶네요. 천천히 걸으며..

각 여행지마다 마지막장에 "포착 한 컷"이라는 코너를 구성하여 한컷의 멋진 사진이 사진의 설명과 함께 실려있습니다. 사진을 찍는 방법이나, 노출, 셔터속도등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정보가 되는 내용일것 같습니다. 저 또한 어딜가나 항상 카메라를 끼고 다니긴 하지만 아직은 수동보다 자동을 선호하다보니 좀 더 멋지고 그럴듯한 사진을 찍고 싶지만 늘상 비슷한 사진이 되곤 하는데 많이 참고하고 싶은 부분입니다. 이제 제주 여행갈땐 카메라와 함께 이 책을 끼고 가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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