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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 ㅣ 밀리언셀러 클럽 50
스티븐 킹 지음, 한기찬 옮김 / 황금가지 / 2006년 10월
평점 :
드디어 스티븐 킹의 책을 읽었어요. 그동안 이렇게 유명한 킹쌤의 책을 왜 안 읽었을까 생각해 봤는데...음...이유는 딱히 없네요. 책도 없었거니와 일단 유명한 원작들이 영화로 많이 나왔잖아요. 그 영화로 만족했나 봅니다. 영화도 많이 본 건 아니지만. 아무튼 얼마전 출간된 킹쌤의 첫 탐정소설이라는 [미스터 메르세데스]를 읽기 전 간보기(?)로, 우연히 손에 들어온 책 <톰 고든을 사랑한 소녀>를 읽었습니다. 제목속의 "톰 고든"이란 인물은 많은 분이 아실테지만 야구선수에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보스턴 레드삭스팀의 유명한 마무리 투수였다고 해요.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작가님이 보스턴 레드삭스의 열혈 팬 이라고 하더라구요. 소설속에서는 트리샤라는 9살 소녀가 톰 고든의 열혈팬으로 나옵니다.
트리샤는 엄마,아빠가 이혼을 하셔서 엄마랑 오빠랑 셋이 살고 있는데 심각한 사춘기를 앓고 있는 오빠는 늘 엄마랑 다투어요. 아빠는 트리샤의 말을 잘 들어 주셨고 같이 야구경기도 보러가 주셨고 트리샤를 위해 톰고든에게 직접 편지를 써서 보스턴 레드삭스 야구모자에 톰 고든의 친필사인까지 받아 주었지요. 그런 아빠랑 떨어져 사는것도 힘든데 엄마랑 오빠는 늘 다투기만 하는 통에 트리샤는 가족으로 부터 소외감을 느낍니다. 사건이 일어났던 이 날도 피크닉을 가던 도중 엄마랑 오빠는 차 속에서 계속 말다툼을 하였고 용변이 마려웠던 트리샤는 홀로 산 속에서 용변을 본 후 길을 잃어버리고 맙니다.
이야기의 거의 대부분은 트리샤가 산속에서 길을 잃고 추위와 벌레와 어둠과 두려움, 그리고 보이지 않는 '그것'과의 정신적 사투로 전개가 됩니다. 등장인물 또한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게 단순한(?) 하나의 사건과 최소한의 등장인물로 책 한 권을 서술해 내기가 정말 쉽지가 않을듯 한데요. 오, 이래서 스티븐 킹, 스티븐 킹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그 단순한 사건과 최소한의 등장인물로 엮어진 이야기이지만 전혀 지루하지 않았고 오히려 어린소녀가 혼자 넘어야할 너무나 막막한 상황의 심리를 어쩌면 이렇게 절절하게 잘 표현했을까 싶었습니다.
트리샤에겐 지옥과도 같았던, 그리고 영원과도 같았을 일주일을 배낭속에 기적적으로 들어있었던 워크맨의 라디오로 그녀의 우상인 톰 고든이 등장하는 야구경기를 들으며 하루하루를 버팁니다. 발을 잘못디뎌 낭떠러지를 미끄러지며 이리저리 부딪히고 다치고(그 와중에도 워크맨은 다치지 않게 배낭을 온몸으로 움켜쥐었다) 모기떼가 쉴새없이 물어뜯고 배가 고파 뜯어먹은 산나물에 구토와 설사를 하기도 하며 급기야 숨이 멎을듯 나오는 기침속에 선혈을 보기도 한 어린소녀. 트리샤의 고통과 두려움이 고스란히 전해지는것 같아 책을 읽으면서 계속 가슴이 너무 아팠어요. 만약 내 딸아이가 이런 상황에 처했더라면 어떻게 대처했을까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생각도 하면서 말입니다. 물론 트리샤처럼 이렇게 당차게 하진 못했겠죠. 트리샤는 너무 용감합니다. 트리샤의 옆에 맴돌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던 "그것"의 정체가 어렴풋이 짐작이 가긴 했었지만 마지막까지 긴장하게 만드는 킹쌤의 필력! 저는 이 책 너무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이제 <미스터 메르세데스>도 얼른 시작해봐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