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이던트 모중석 스릴러 클럽 39
프레드 바르가스 지음, 양영란 옮김 / 비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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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오오! 뭔가 이번 바르가스 여사님의 책은 내 맘에 쏙 들었습니다. 사실 이 책 이전에 출간이 되었던 <죽은 자의 심판>이라는 책도 재미있게 읽긴 했지만 완독하는데 너무너무 오래 걸린 책이었거든요. 이것이 뭔가 재미가 없지는 않은데 진도가 잘 안 나갔다고 할까요? 그래도 이 책으로 프레드 바르가스라는 작가를 알게 되어 저에겐 큰 수확이었죠. 거기다 오늘 읽은 <트라이던트>로 인해 바르가스여사와 아담스베르그 형사의 왕팬이 된것 같아요. 영미쪽 여성 작가중엔 제가 너무 애정하는 퍼트리샤 콘웰 작가가 있는데 책을 읽다보면 성향이 좀 다르긴 하지만 두 사람이 묘하게 오버랩되기도 합니다.



<트라이던트>는 2008년 다른 제목으로 이미 한 번 출간이 된 작품이더라구요. 작가의 전작을 읽은 후 괜찮다 싶어서 다른작품이 있나 찾아보던중 알게 된 작품인데요. <해신의 바람 아래서>라는 책이었는데 이미 절판된 상태라 구입할 수가 없어서 안타까웠었죠. 그런데 이렇게 딱 나와주니 반갑기 그지 없었습니다. 트라이던트는 원래는 농기구에서 발전이 된 도구라고 하는데요.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갖고 있는 삼지창을 뜻하기도 합니다.  이 소설에서 트라이던트는 무시무시한 살인도구로 그 쓰임새를 다 하고 있습니다.



강력계 형사 아담스베르그의 어린시절은 자신에겐 헤어나올 수 없는 수렁같은, 절대 잊을 수 없는 악몽같은 기억이기도 합니다. 동생 라파엘이 살인누명을 쓰고 사라져버린거죠. 동생이 사랑했던 여인이 어느날 세발작살, 즉 삼지창에 찔린 채 처참한 시체로 발견이 됩니다. 그러나 시체주변엔 피묻은 송곳과 그 송곳에는 라파엘의 지문이 남아 있었죠. 그 밤의 기억이 전혀 없는 라파엘은 형의 도움으로 일단 위기는 모면했지만 모두들 라파엘이 유력한 용의자라고 하는데는 의문의 여지가 없었죠. 그 동네에는 퓔장스라는 판사가 살고 있었는데, 대외적으로는 아주 명망이 자자한 사람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그저 무섭고 험악한 한 어른이었을 뿐입니다. 아담스베르그는 그 사람이 범인이란걸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아담스베르그는 동생의 억울한 누명을 풀기위해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 사건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신문에서 비슷한 사고를 목격하게 됩니다. 한 여인이 세발작살에 찔린듯한 상처가 있었던거죠. 직감적으로 이 사건은 예전의 그 사건과 동일한 사건으로 보고 아담스베르그는 혼자 그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이 책을 읽다보니 유명한 광고의 카피가 생각이 납니다.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혼자 예라고 할 수 있는 용기!" 천재적인 직관과 따뜻한 인간미를 가진 파리의 강력계 형사 아담스베르그. 그는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소설 속 강력계 형사들은 하나같이 우락부락, 상남자 스타일이죠. 나쁜남자 스타일. 뭐, 저는 개인적으로 나쁜남자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소설 속의 상남자 형사들의 팬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와 정말 상반된 성격의 아담스베르그는 이 소설속에서 모두가 아니라고 하는 사건에 집착하여 본인의 목숨이 간당간당한 상황에서조차 "예"라고 하는 남자입니다. 그러한 그의 성격때문에 본인이 살인용의자로 몰리며 이야기는 점점 미궁속으로, 아담스베르그는 사지속으로 빠져드는데 아주 그냥 궁금해서 책을 덮을 수가 없었습니다.



호수로부터 멀어져가며 아담스베르그는 사냥꾼과 사냥감의 관계가 역전되어 사냥감이 사냥꾼인 그를 이빨로 물어뜯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가시와 발톱, 작살의 뾰족한 날. 만일 그렇다면 그에게 괜한 편집증에 사로잡혀 있다고 퉁을 주던 당글라르가 옳았을 수도 있다. (187쪽)




그리고 바르가스 작가의 이야기에는 조연급의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아담스베르그 서장의 충직한 보좌관인 당글라르, 배신자로 오해받을 상황까지 가기도 하지만 역시나 믿음직 스러운 보좌관이었습니다. 직관적으로 행동하는 상사와는 달리 늘 논리를 따지는, 걸어다니는 백과사전이라고 할까요. 암튼 티격태격하는 상사와 부하직원의 모습이 너무 보기좋습니다. 그리고 뚱뚱하지만 매력적인 여형사 르탕쿠르. 저 나름대로 깨어있는 사고력의 소유자라고 말하고 싶어요. 위기의 순간 상사를 위해 자신을 과감하게 내던지는, 그리고 상사의 잘못된 판단을 냉큼 바로 잡아줄 수 있는 냉철한 사고력을 지닌 멋진 여형사같아요. 또한 푸근한 엄마 품같은 클레망틴 할머니. 아담스베르그가 힘들고 지칠때 찾아가면 방금 헤어졌던 사람처럼 아무렇지도 않게 맞아주는 노인입니다. 늘 아담스베르그에게 엉덩이에 살이 부족하다고 많이 먹여서 통통하게 살을 올려줄 거라고 이야기하죠. 그리고 조제트 할머니! 클레망틴의 친구인데 할머니 해커로 등장합니다. 어떤 소설에 할머니 스파이가 등장을 하던데, 그 할머니 못지않게 해커로서 사건해결에 큰 도움을 주는 조연입니다. 이 멋진 캐릭터들이 어우러져 한 편의 멋진 이야기가 완성도 있게 만들어진것 같습니다. 아담스베르그형사 시리즈 계속 쭉 나와주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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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대륙기 1 블랙 로맨스 클럽
은림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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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는 영화는 즐겨보지만 책은 그다지 많이 본 적이 없는것 같아요. 워낙에 유명한 해리포터나  한때 한창 인기몰이를 했던 헝거게임 같은 책은 영화화가 되고 영화와 함께 다시 또 찾아보게되는 책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더군다나 지금까지 봐 왔던 판타지물은 영미쪽이 대부분이라 아무래도 서양판타지가 좀 더 익숙하긴 합니다. 그에 반해 오늘 읽은 <나무대륙기>라는 책은 동양물입니다. 이 책은 판타지만이 아닌 로맨스적인 요소도 포함되어 있다고 해서 무척이나 기대하고 집어든 책입니다.



그러나..그러나...ㅠ 예상외로 너무 어렵게 읽었습니다. 출간 전 사전연재 당시,저는 사전연재를  읽어보지 못했지만, 많은 독자님들이 사전연재를 읽고선 평이 너무너무 좋았다고들 하더라구요. 그래서 더 기대가 컷었던 책이었지요. 기대가 컷던만큼 실망도 컷다고 할 수 있는데요. 저의 개인적인 생각으론 조금 더 로맨스적인 요소를 많이 섞었더라면 어쩌면 정말 재미있게 이야기를 끌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부분이 있었어요.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정말 흔하지 않고 멋지거든요. 물론 작가님이 의도한 방향을 잘 이해하고 읽었더라면 재미가 없진 않았겠지만, (사실 내용이 어마어마하게 스펙타클하긴 했습니다) 중구난방으로 뻗어가는 이야기의 줄기들을 다 따라 잡기가 좀 버거웠습니다.



일단 초반 설정은 흔하긴 하지만 재미있는 설정입니다. 신비한 힘들이 인간과 공존하는 세계 "나무대륙"에서 목국이라는 조그만 나라의 공주인 녹옥은 반역죄로 남편을 잃고 유폐되어 살고 있습니다. 모두가 두려워 하는 "이름없는 산"에서 생활하던 녹옥은 그곳에서 딸을 낳게되죠. 아버지가 누구인지 모르는 아이라 하여 반(半)공주라 불리는 서미와 그의 시녀인 무화가 이야기의 중심입니다. 서미는 유폐기간이 끝나 녹옥공주를 따라 궁궐로 복귀하는 길에 홍등가로 팔려간 무화를 구하려다 궁궐에 복귀도 못하고 두 사람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되는데요. 그일을 계기로 무화는 서미를 그림자처럼 옆에서 지켜줍니다. 그런데 이 둘의 신분이 바뀐거라면..?



등장인물도 꽤나 많고 벌어지는 사건,사고도 많고 판타지적인 요소가 너무 강하다 보니 정말 이해안되는 부분도 많고 판타지는 그냥 이렇구나 하고 봐야하지만 그래도 왠만큼은 설득력이 좀 있어야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 암튼 여러모로 저에게는 조금 힘든 책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캐릭터들과 상황설정등으로만 봤을땐 정말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오겠구나 했었는데, 조금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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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연 버티고 시리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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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뭘까요. 이 기분. 참으로 색다른 기분이었습니다. 같은 여자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이 책을 읽으면서 안쓰러움과 안타까움과 분노...같은 많은 감정이 오락가락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몇일전 어느 이웃분의 리뷰에서 본 내용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비밀이어야 할 일이 더이상 비밀이 아니게 되는 순간 그 일은 시궁창에 빠진듯이 추잡한 일이 되고 만다"라는. 오늘 읽은 <심연>에서 똑같은 느낌을 받아 잠시 빌려왔습니다. 물론, 책 속에서 일어난 이러한 일들이 절대 비밀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이렇게 떠벌릴일도 아닌데...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책을 읽으면서 처음엔 여주인공인 멜리사에게 분노하고 기가막힌 여자라고 혼자 광분하다가 그 다음엔 그 남편인 빅터에게 이남자 바보아닌가 싶기도 하다가 사건이 터지고 나선, 헉! 하고 놀랬다가 이래도 되나 싶었다가 난 이남자 이해한다 싶다가, 멜리사가 원래 그런 여자가 아닌데 빅터때문에 그렇게 됐나? 싶다가... 뭔가 막 정체성을 잃고 오락가락 하고 있는 나를 발견.@@




저는 하이스미스 작가의 책을 처음으로 접하는데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계신 작가분이더라구요. 심리스릴러의 대가라는 찬사답게 인간의 심리를 어쩜 이렇게 표현을 잘 하셨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삼십대 중반의 빅터는 작지만 탄탄한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멋지고 예쁜 아내와 6살 딸아이와 함께 뉴욕의 외곽에 살고 있는 평범한 가장이죠. 그 가족에게 한가지 흠이 있다면, 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님, 그에게 한가지 흠이 있다면, 이라고 해야 할까요. 암튼 내가 봤을땐 가족에게도, 그에게도 한가지씩 흠이 있는것 같습니다. 그 흠이 있는 가족이 바로 아내인데, 멈추지 않는 바람끼를 가진 여자입니다. 그런데 남편인 빅터는 그런 아내에게 한없이 관대하다는 겁니다. 책을 읽으며, 집으로 계속 다른 남자를 끌고 들어오는 아내보다 그런 상황을 그저 묵묵하게 견디고 있는 빅터에게 더 화가났습니다. 이런 바보, 멍충이같으니라고! 하지만 좀 더 읽다보면 짠! 하고 나타나는 반전.




반전이 조금 약하다 느꼈던건 책 뒤표지의 한 줄 때문인것 같아요. 그 한 줄이 스릴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반전의 묘미를 반으로 깍아먹어버렸네요. 정말 눈치없는 내가, 작가가 뿌려놓은 덫에 백발백중 척척 걸려주는 내가 초반에 눈치를 챘으니 말이죠. 그 부분이 좀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어차피 작가는 끝까지 독자를 속일 마음은 없었던것 같습니다. 첫번째 사건 이후부터는 빅터의 심리에 촛점이 맞춰진듯 하니까요. 깊은 물속을 들여다보는듯한 알 수 없는 빅터의 심리와 그와 얽힌 주변사람들의 심리가 묘하게 맞물리며 한순간도 책장을 허투루 넘길수가 없었습니다.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과연, 빅터의 행위는 정당한가, 아닌가 하는 선과 악의 한계가 묘하다는것도 생각해볼 일입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라는 속담도 있지만 이렇게 선과 악이 공존하는 복잡미묘한 인간의 내면을 참으로 담담하게 그려내다 서서히 숨통을 조이는 듯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하이스미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찬찬히 읽어봐야 겠네요.




빅터는 잠시 상상에 빠졌다. 그가 차고 반대편에 있는 자기 방으로 가고 말콤이 멜린다의 방으로 갔을 때 치밀하게 살인 계획을 세우고서, 뉴욕으로 가서 내리닫이 창을 열고 말콤의 집에 침입해서 그를 때려죽이는 상상. (신문 보도에 따르면, 말콤이 범인을 순순히 집 안으로 들인 것으로 보아 면식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컸다.) 빅터는 실제 범인처럼 지문을 전혀 남기지 않고 조용하게 범행 현장을 나와 곧장 리틀 웨슬리로 돌아와서, 혹시 누군가 물어볼 경우에 대비해 말콤이 살해되던 당시 그랜드 센트럴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 상상을 했다. 물론 그 영화는 언젠가 보면 될 것이다. (본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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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8
도쿠나가 케이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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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막 졸업하고 파릇파릇한 사회인으로서 첫 발을 내디디던 시절.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 하나쯤은 있겠지만(있을까요? 있겠죠?)  저 또한 어리버리한 첫 직장에서 재미있는 추억이 더 많겠지만 좋지 않은 기억의 한편에 남아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로 부터 괴팍하다는 소리를 듣던 상사였는데 여직원들이 둘 이상만 모이면 그분 뒷담화에 여념이 없었죠. 지금 생각하면 당시 어린마음에나에게 조금 섭섭하게 대해서 그럴수도 있었겠지만. ㅋ 그건그렇고 이런 못된 상사들! 정말 머리숙이고 밥 먹고 있을때 뒤통수 꾹 누르고 싶고, 뜨거운 차 마실때 찻잔 한대 툭 치고 싶고, 뭐 그런 심리 있잖아요. 내가 못하지만 남이 대신 해주면 더 기분좋고!  책 내용중에 나쁜 상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저도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오늘 읽은 <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는 직접적으로 그런일(상사 괴롭히는일)을 대신 해 주지는 않지만 그런 비슷한 일도 해준다는 요상한 상점입니다.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은 가타기리의 주류점은 소매점입니다. 근처 술집으로 술궤짝을 배달하기도 하지만 동네 할아버지가 오셔도 한,두병씩 술을 파는 그런. 거기다가 "곤란할때 믿고 찾는 참마음 배달"이라는 모토아래 무엇이든 배달해준다는 부업도 겸하고 있죠. 그것이 물건이 아닐지라도 말이죠. 늘 찌푸린 얼굴로 하얀셔츠에 검은 양복을 입고 배달을 하는 주인남자 가타기리. 상점의 모토는 그럴싸한데 왠지 주인남자의 인상은 험악합니다. 저런사람이 얼마나 친절하게 무엇이든 잘 배달해 줄까 싶었지만 의외로 참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네요.



 “문득, 호되게 미운 상사에게 ‘악의’를 배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니까 조금 음침한 마음에서 비롯된 소설인 거죠(웃음).” 출판 기념 인터뷰에서 작가가 한 말이라고 하는데요,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책 속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 부분을 제일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대리만족을 느낀달까요. ㅋ 암튼 책 속에는 여러가지 배달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요. 아이돌 여배우에게 케이크를 배달해달라는 극성팬부터 위에서 말한 나쁜상사에게 "악의"를 배달해달라는 회사원, 신혼여행 기념으로 산 항아리를 구입했던 도시의 바다에 버려달라는 이혼을 앞둔 남자, 스무살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맡긴 어린소녀까지. 어찌보면 참 허무맹랑하고 황당한 의뢰들이지만 그것들을 통해 작가는 여러 인간의 군상을 보여줌과 동시에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옵니다.



도쿠나가 케이 작가는 1년여전 데뷔작인 <이중생활 소녀와 생활밀착형 스파이의 은밀한 업무일지>라는 책도 참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이번 작품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유쾌함과 가슴 따뜻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면서  내용이 무겁지 않아 책장도 잘 넘어가구요. 이야기 중간중간 나오는 주인공 가타기리의 과거 이야기는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가슴아픈 이야기지만 7년후의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 소녀의 등장으로 아픈 과거를 가진 두 사람이 서로 상처를 공유하고 보듬어 안아주는 장면이 참 훈훈했습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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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시 램의 선택
제인 로저스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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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6월, 세상을(우리나라만 해당되는 얘기인가?) 떠들썩 하게 했던 바이러스 "메르스". 불과 7개월전인데 벌써 그 존재가 잊혀가는지 이름도 금방 생각이 안나네요. 이럴때 "인간은 참 간사하다"라는 표현을 쓰죠. 그건 그렇고 작년 6월은 정말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가 공포의 도가니였습니다. 함부로 밖을 나돌아 다닐수도 없었을뿐더러 매일매일 메르스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고 그에따라 2차, 3차 감염자들은 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으며 매일 매스컴으로 나오는 공포의 수치들을 볼때마다 벌벌떨던 기억이 새삼 납니다. 바이러스는 매년 그 형질이 변형되어 조금씩 더 강하고 무서운 녀석들로 나타납니다. 오늘 읽은 책 <제시 램의 선택>에서도 바이러스가 등장하는데요. 이 녀석은 그 파장효과가 너무나 어마어마 합니다. 인류멸망이라는 대 재앙이 예고되는 바이러스인것입니다.



생화학 테러를 위해 만들어낸 바이러스가 변형을 일으킨건지 어쩐건지 임산부와 태아를 공격하여 사망에 이르게 만드는 "모체사망증후군" (MDS, MATERNAL DEATH SYNDROME)을 일으킨거죠. 임산부만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는데 일단 감염이 되면 임산부와 태아가 모두 죽게됩니다. 이러니 어느 누가 임신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장기적으로 봤을때 이것은 분명 인류멸망인거죠. 이에 학자들의 연구가 이어지고 태아를 살리기위한 몇가지의 해결법이 제시가 되는데요. 그것은 바로 어린 소녀들에게 인공수정된 배아를 이식하는 방법입니다. 흔히들 얘기하는 "대리모"의 방법인데요. 냉동된 배아에 예방접종을 하고 그 배아를 소녀에게 이식한 후, 태아가 태어날때까지 모체를 뇌사상태에 빠뜨립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이 아기는 살아남지만 모체는 사망하게 되죠. 그리고 이렇게 태어난 아기는 MDS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된다는거죠. 와우!



이야기속의 화자인 제시는 16세의 어린 소녀입니다. 배아를 연구하는 아빠로 부터 그 소식을 들은 제시는 자신이 그 실험에 참여해야 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큰뜻을 이루려면 반드시 누군가의 희생이 따라야합니다. 하지만 대의를 위해서 나 자신을 포기하기란 쉬운일이 아니지요. 그렇지만 16세의 어린 제시는 담담하게 자신의 뜻을 부모님께 밝힙니다. 자신의 희생으로 살려낸 아이가 자신의 부모님과 사는 모습을 상상하며...하지만 어떤 부모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제시의 부모 역시 그 뜻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네 딸은 원치 않는다. 내 딸을 원해." 라며 끝까지 제시의 뜻을 강하게 반대하는 부모님. 당연하지요. 내 딸이 죽고서 태어난 아이가 무슨소용이 있습니까. 책 속에는 그러한 과정에서 벌어지는 부모님과의 갈등, 친구들과의 갈등으로인한 제시의 내면이 잘 서술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참 씁쓸한 부분도 많았는데요. 일테면 동물(양)의 자궁에 인간의 배아를 이식하려는 시도라던가 그런. 이런 디스토피아적인 SF소설들을 읽다보면 참 허무맹랑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너무나 급속하게 변화하는 현대의 과학으로 볼때 결코 소설속의 이야기라고만은 치부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에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니 섬뜩하기도 합니다.



나는 사랑하고, 사랑받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이미 이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향수의 감정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 깨달음은 너무도 차가웠다. 마치 북극에 낙하한 것처럼. 내가 혼자고 그것이 내 현실이라는 것 외의 다른 것은 모두 가식이었다. 그 외의 다른 모든 것은 내 삶을 그린 그림이었고 내 삶에 관한 이야기였다. (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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