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연 버티고 시리즈
퍼트리샤 하이스미스 지음, 홍성영 옮김 / 오픈하우스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와...뭘까요. 이 기분. 참으로 색다른 기분이었습니다. 같은 여자로서, 엄마로서, 그리고 한 남자의 아내로서 이 책을 읽으면서 안쓰러움과 안타까움과 분노...같은 많은 감정이 오락가락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몇일전 어느 이웃분의 리뷰에서 본 내용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비밀이어야 할 일이 더이상 비밀이 아니게 되는 순간 그 일은 시궁창에 빠진듯이 추잡한 일이 되고 만다"라는. 오늘 읽은 <심연>에서 똑같은 느낌을 받아 잠시 빌려왔습니다. 물론, 책 속에서 일어난 이러한 일들이 절대 비밀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부러 이렇게 떠벌릴일도 아닌데...싶은 생각이 들더라구요. 책을 읽으면서 처음엔 여주인공인 멜리사에게 분노하고 기가막힌 여자라고 혼자 광분하다가 그 다음엔 그 남편인 빅터에게 이남자 바보아닌가 싶기도 하다가 사건이 터지고 나선, 헉! 하고 놀랬다가 이래도 되나 싶었다가 난 이남자 이해한다 싶다가, 멜리사가 원래 그런 여자가 아닌데 빅터때문에 그렇게 됐나? 싶다가... 뭔가 막 정체성을 잃고 오락가락 하고 있는 나를 발견.@@




저는 하이스미스 작가의 책을 처음으로 접하는데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계신 작가분이더라구요. 심리스릴러의 대가라는 찬사답게 인간의 심리를 어쩜 이렇게 표현을 잘 하셨는지, 깜짝 놀랐습니다. 삼십대 중반의 빅터는 작지만 탄탄한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멋지고 예쁜 아내와 6살 딸아이와 함께 뉴욕의 외곽에 살고 있는 평범한 가장이죠. 그 가족에게 한가지 흠이 있다면, 이라고 해야 할까요 아님, 그에게 한가지 흠이 있다면, 이라고 해야 할까요. 암튼 내가 봤을땐 가족에게도, 그에게도 한가지씩 흠이 있는것 같습니다. 그 흠이 있는 가족이 바로 아내인데, 멈추지 않는 바람끼를 가진 여자입니다. 그런데 남편인 빅터는 그런 아내에게 한없이 관대하다는 겁니다. 책을 읽으며, 집으로 계속 다른 남자를 끌고 들어오는 아내보다 그런 상황을 그저 묵묵하게 견디고 있는 빅터에게 더 화가났습니다. 이런 바보, 멍충이같으니라고! 하지만 좀 더 읽다보면 짠! 하고 나타나는 반전.




반전이 조금 약하다 느꼈던건 책 뒤표지의 한 줄 때문인것 같아요. 그 한 줄이 스릴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반전의 묘미를 반으로 깍아먹어버렸네요. 정말 눈치없는 내가, 작가가 뿌려놓은 덫에 백발백중 척척 걸려주는 내가 초반에 눈치를 챘으니 말이죠. 그 부분이 좀 아쉬웠습니다. 그렇지만 어차피 작가는 끝까지 독자를 속일 마음은 없었던것 같습니다. 첫번째 사건 이후부터는 빅터의 심리에 촛점이 맞춰진듯 하니까요. 깊은 물속을 들여다보는듯한 알 수 없는 빅터의 심리와 그와 얽힌 주변사람들의 심리가 묘하게 맞물리며 한순간도 책장을 허투루 넘길수가 없었습니다.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과연, 빅터의 행위는 정당한가, 아닌가 하는 선과 악의 한계가 묘하다는것도 생각해볼 일입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속은 모른다라는 속담도 있지만 이렇게 선과 악이 공존하는 복잡미묘한 인간의 내면을 참으로 담담하게 그려내다 서서히 숨통을 조이는 듯한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습니다.  하이스미스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찬찬히 읽어봐야 겠네요.




빅터는 잠시 상상에 빠졌다. 그가 차고 반대편에 있는 자기 방으로 가고 말콤이 멜린다의 방으로 갔을 때 치밀하게 살인 계획을 세우고서, 뉴욕으로 가서 내리닫이 창을 열고 말콤의 집에 침입해서 그를 때려죽이는 상상. (신문 보도에 따르면, 말콤이 범인을 순순히 집 안으로 들인 것으로 보아 면식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컸다.) 빅터는 실제 범인처럼 지문을 전혀 남기지 않고 조용하게 범행 현장을 나와 곧장 리틀 웨슬리로 돌아와서, 혹시 누군가 물어볼 경우에 대비해 말콤이 살해되던 당시 그랜드 센트럴에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만들 상상을 했다. 물론 그 영화는 언젠가 보면 될 것이다. (본문중)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