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68
도쿠나가 케이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6년 2월
평점 :
품절



학교를 막 졸업하고 파릇파릇한 사회인으로서 첫 발을 내디디던 시절.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 하나쯤은 있겠지만(있을까요? 있겠죠?)  저 또한 어리버리한 첫 직장에서 재미있는 추억이 더 많겠지만 좋지 않은 기억의 한편에 남아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모든 사람들로 부터 괴팍하다는 소리를 듣던 상사였는데 여직원들이 둘 이상만 모이면 그분 뒷담화에 여념이 없었죠. 지금 생각하면 당시 어린마음에나에게 조금 섭섭하게 대해서 그럴수도 있었겠지만. ㅋ 그건그렇고 이런 못된 상사들! 정말 머리숙이고 밥 먹고 있을때 뒤통수 꾹 누르고 싶고, 뜨거운 차 마실때 찻잔 한대 툭 치고 싶고, 뭐 그런 심리 있잖아요. 내가 못하지만 남이 대신 해주면 더 기분좋고!  책 내용중에 나쁜 상사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서 저도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오늘 읽은 <가타기리 주류점의 부업일지>는 직접적으로 그런일(상사 괴롭히는일)을 대신 해 주지는 않지만 그런 비슷한 일도 해준다는 요상한 상점입니다.  아버지의 가업을 물려받은 가타기리의 주류점은 소매점입니다. 근처 술집으로 술궤짝을 배달하기도 하지만 동네 할아버지가 오셔도 한,두병씩 술을 파는 그런. 거기다가 "곤란할때 믿고 찾는 참마음 배달"이라는 모토아래 무엇이든 배달해준다는 부업도 겸하고 있죠. 그것이 물건이 아닐지라도 말이죠. 늘 찌푸린 얼굴로 하얀셔츠에 검은 양복을 입고 배달을 하는 주인남자 가타기리. 상점의 모토는 그럴싸한데 왠지 주인남자의 인상은 험악합니다. 저런사람이 얼마나 친절하게 무엇이든 잘 배달해 줄까 싶었지만 의외로 참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네요.



 “문득, 호되게 미운 상사에게 ‘악의’를 배달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니까 조금 음침한 마음에서 비롯된 소설인 거죠(웃음).” 출판 기념 인터뷰에서 작가가 한 말이라고 하는데요,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가 책 속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저도 이 부분을 제일 재미있게 읽었거든요. 대리만족을 느낀달까요. ㅋ 암튼 책 속에는 여러가지 배달을 의뢰하는 사람들이 등장하는데요. 아이돌 여배우에게 케이크를 배달해달라는 극성팬부터 위에서 말한 나쁜상사에게 "악의"를 배달해달라는 회사원, 신혼여행 기념으로 산 항아리를 구입했던 도시의 바다에 버려달라는 이혼을 앞둔 남자, 스무살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를 맡긴 어린소녀까지. 어찌보면 참 허무맹랑하고 황당한 의뢰들이지만 그것들을 통해 작가는 여러 인간의 군상을 보여줌과 동시에 사람사는 냄새가 물씬 풍겨옵니다.



도쿠나가 케이 작가는 1년여전 데뷔작인 <이중생활 소녀와 생활밀착형 스파이의 은밀한 업무일지>라는 책도 참 재미있게 읽었었는데 이번 작품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유쾌함과 가슴 따뜻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으면서  내용이 무겁지 않아 책장도 잘 넘어가구요. 이야기 중간중간 나오는 주인공 가타기리의 과거 이야기는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가슴아픈 이야기지만 7년후의 자신에게 편지를 보낸 소녀의 등장으로 아픈 과거를 가진 두 사람이 서로 상처를 공유하고 보듬어 안아주는 장면이 참 훈훈했습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되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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