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시 램의 선택
제인 로저스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작년 6월, 세상을(우리나라만 해당되는 얘기인가?) 떠들썩 하게 했던 바이러스 "메르스". 불과 7개월전인데 벌써 그 존재가 잊혀가는지 이름도 금방 생각이 안나네요. 이럴때 "인간은 참 간사하다"라는 표현을 쓰죠. 그건 그렇고 작년 6월은 정말 내가 살고 있는 이 도시가 공포의 도가니였습니다. 함부로 밖을 나돌아 다닐수도 없었을뿐더러 매일매일 메르스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사람들의 수가 증가하고 그에따라 2차, 3차 감염자들은 또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으며 매일 매스컴으로 나오는 공포의 수치들을 볼때마다 벌벌떨던 기억이 새삼 납니다. 바이러스는 매년 그 형질이 변형되어 조금씩 더 강하고 무서운 녀석들로 나타납니다. 오늘 읽은 책 <제시 램의 선택>에서도 바이러스가 등장하는데요. 이 녀석은 그 파장효과가 너무나 어마어마 합니다. 인류멸망이라는 대 재앙이 예고되는 바이러스인것입니다.



생화학 테러를 위해 만들어낸 바이러스가 변형을 일으킨건지 어쩐건지 임산부와 태아를 공격하여 사망에 이르게 만드는 "모체사망증후군" (MDS, MATERNAL DEATH SYNDROME)을 일으킨거죠. 임산부만이 이 바이러스에 감염이 되는데 일단 감염이 되면 임산부와 태아가 모두 죽게됩니다. 이러니 어느 누가 임신을 하려고 하겠습니까. 장기적으로 봤을때 이것은 분명 인류멸망인거죠. 이에 학자들의 연구가 이어지고 태아를 살리기위한 몇가지의 해결법이 제시가 되는데요. 그것은 바로 어린 소녀들에게 인공수정된 배아를 이식하는 방법입니다. 흔히들 얘기하는 "대리모"의 방법인데요. 냉동된 배아에 예방접종을 하고 그 배아를 소녀에게 이식한 후, 태아가 태어날때까지 모체를 뇌사상태에 빠뜨립니다. 아기가 태어나면 이 아기는 살아남지만 모체는 사망하게 되죠. 그리고 이렇게 태어난 아기는 MDS의 위험에서 벗어나게 된다는거죠. 와우!



이야기속의 화자인 제시는 16세의 어린 소녀입니다. 배아를 연구하는 아빠로 부터 그 소식을 들은 제시는 자신이 그 실험에 참여해야 겠다고 생각을 합니다. 큰뜻을 이루려면 반드시 누군가의 희생이 따라야합니다. 하지만 대의를 위해서 나 자신을 포기하기란 쉬운일이 아니지요. 그렇지만 16세의 어린 제시는 담담하게 자신의 뜻을 부모님께 밝힙니다. 자신의 희생으로 살려낸 아이가 자신의 부모님과 사는 모습을 상상하며...하지만 어떤 부모라도 마찬가지겠지만 제시의 부모 역시 그 뜻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네 딸은 원치 않는다. 내 딸을 원해." 라며 끝까지 제시의 뜻을 강하게 반대하는 부모님. 당연하지요. 내 딸이 죽고서 태어난 아이가 무슨소용이 있습니까. 책 속에는 그러한 과정에서 벌어지는 부모님과의 갈등, 친구들과의 갈등으로인한 제시의 내면이 잘 서술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으며 참 씁쓸한 부분도 많았는데요. 일테면 동물(양)의 자궁에 인간의 배아를 이식하려는 시도라던가 그런. 이런 디스토피아적인 SF소설들을 읽다보면 참 허무맹랑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너무나 급속하게 변화하는 현대의 과학으로 볼때 결코 소설속의 이야기라고만은 치부할 수 없는 부분이 있기도 합니다. 어쩌면 가까운 미래에 우리에게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니 섬뜩하기도 합니다.



나는 사랑하고, 사랑받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었다. 내가 이미 이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에 대한 향수의 감정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 깨달음은 너무도 차가웠다. 마치 북극에 낙하한 것처럼. 내가 혼자고 그것이 내 현실이라는 것 외의 다른 것은 모두 가식이었다. 그 외의 다른 모든 것은 내 삶을 그린 그림이었고 내 삶에 관한 이야기였다. (24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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