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바람 진구 시리즈 4
도진기 지음 / 시공사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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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도진기작가의 작품을 처음으로 읽어본 것이 <악마의 증명>이라는 단편집이었습니다. 여러장르의 단편을 담고 있었던 그 책을 보고 참 다재다능 하신 분이구나 싶었는데 역시나 이 작품도 저는 참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다들 단편보다는 장편이 좋다고 하여 무척 기대한 이번 작품 <모래바람>은 우리가 흔히 보아오던 로맨스 소설에서 볼 수 있는 소재와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속에 숨겨진 플롯과 추리적인 요소는 영미소설의 그것처럼 복잡하고 거미줄처럼 엉켜있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더 편하게 읽을 수 있었던것 같습니다.  



탐정 일을 하고 있는 진구에게 대형 벤처투자회사인 제이디에셋의 상준동 회장으로부터 사건의뢰를 받아 그곳으로 향하던 진구는 회사입구에서 초등학교때부터 단짝 친구였던 유연부를 맞닥뜨리게 됩니다. 이 회사에서 회장의 비서이자 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유연부. 상준동 회장은 진구에게 유팀장의 사생활을 조사해달라는 의뢰를 하고 진구는 거절을 합니다. 회장의 아들인 선기가 연부를 좋아하고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지라 회장은 둘의 관계를 떼어놓고 싶습니다.



한편, 진구의 여자친구인 해미는 연부와 진구의 관계를 의심스러워 하던차에 우연히 책 한권을 발견합니다. 10년전 쓰여진 이 책에는 진구와 연부의 과거가 담겨있었습니다. 진구와 연부의 아버지는 둘다 역사학 교수로 그 당시 서로 견제관계에 있었지만 같은 팀을 꾸려 사막으로 탐사를 떠나게 된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었던 그 책에는 무서운 음모가 숨겨져 있었지만 독자들은 책을 다 읽어갈 즈음에야 "아! 그래서 이렇게 된거구나.." 싶습니다. 아무튼 여자가 독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참 나도 여자지만 여자가 무섭네요.



이 책은 도진기작가의 "진구시리즈" 네번째 이야기라고 합니다. 책을 읽다보면 간간히 다른시리즈가 언급이 됩니다. 진구가 지난 사건이야기를 하며 언급이 되는 다른 작품들도 무척이나 궁금해졌습니다. 더구나 "진구시리즈"는 티비 드라마로도 제작이 된다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됩니다. 그나저나 주인공 이름이 진구 이다보니, 그리고 드라마로 제작이 된다는 띠지를 보고선 주인공 진구가 자꾸 배우 진구와 오버랩이 되었는데 왠지어울릴거란 생각도 드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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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꺼이 죽이다 데이브 거니 시리즈 3
존 버든 지음, 이진 옮김 / 비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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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언 5년만에 만나는 데이브거니 형사님입니다. 5년전 <악녀를 위한 밤>, 그리고 또 그로부터 1년전 <658, 우연히>라는 두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 책은 데이브거니 형사 시리즈 세번째 작품으로 <악녀를 위한 밤>의 신부들이 목이 댕강 잘리는 그 사건으로부터 6개월후의 시점을 다루고 있습니다. 너무 오래전 읽었던 책이라 잘 기억은 나진 않지만 그 사건으로 거니는 마음뿐만 아니라 신체적으로도 상당히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총을 세발이나 맞아 큰 수술후의 후유증을 미처 극복하지 못한 상황인듯 합니다. 또한 일과 가족을 사이에 두고 갈등하는 인간적인 면도 보여줬던 전작의 거니, 이 작품에서는 완전히 형사로서는 은퇴를 한 후의 모습으로 시작이됩니다. 표면적으로는 은퇴를 했지만 어떻게든 사건에 개입이 되지 않겠습니다. 우리의 멋진 거니 형사님이니까요!

 

 

10년전 자신을 "착한양치기"라 칭하며 메르세데스 벤츠 차량을 탄 운전자들만을 골라 가차없이 머리를 총으로 쏴버린 사건으로 뉴욕은 두려움에 휩싸였습니다. 6명을  사살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진 범인. 사건은 FBI로 넘어 갔지만 그들 역시 단서를 잡지 못했고 사건은 미제로 남아있습니다. 그런 와중에 킴이라는 여자아이는 그 사건을 겪은 유족들을 상대로 인터뷰를 하고 남겨진 유족들의 아픔과 고통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여  TV방송을 눈앞에 두고 있는데요, 킴의 엄마 부탁으로 거니는 이 프로그램에 자문역할을 맡게 됩니다. 킴이 유족들을 찾아가 인터뷰를 하는동안 거니는 그저 지켜보고 있으면 된다고 했지만 왠지 모르게 미제로 남아있는 착한양치기 사건에 미련을 버릴수가 없습니다. FBI도 찾지 못한 단서를 과연 거니는 찾아낼 수 있을까요. FBI로서는 미제로 끝맺음 해버린 사건을 은퇴형사인 거니가 관심을 가지자 상당한 거부감을 표합니다. 사건의 진실을 알아내고 싶은 거니와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결론을 뒤엎으려 한다고 느끼는 FBI간의 팽팽한 긴장감도 이야기의 한축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알력다툼.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선 이런것이 존재해서는 안되는데 말이죠. 소설이나 현실이나 이런것이 문제이긴 합니다. 참 안타깝기도 하고요.

 

 

거니가 사건에 개입이 된 후 인터뷰한 유가족이 살해되는 사건이 연달아 일어납니다. 은퇴를 했지만 이미 사건의 심장부로 파고들어가 버린 거니. 마음은 더 이상 이런 사건에 휩쓸리지 않고 가족이랑 편안하게 살고 싶지만 이미 거니의 몸은 사건, 사고를 기억하고 그것들을 거부할 수가 없나 봅니다. 끊임없이 사건에 대해 생각하고 분석하는 거니를 보며 그들에게 주어진 그 일은 바로 그 만이 할 수 있는 그들만의 천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돈은 모든 악의 근원이다. 부자를 죽이는 것으로 정의를 이룩할 수 있다. 내가 부유한 자를 죽일 것이다’ 착한양치기는 이런 선언문을 보냈습니다. 과연 범인은 로빈후드 같은 인물이었을까요. 정말 인간의 욕심은 어디까지 일지, 이런 이야기를 읽으면 참 가슴이 답답해지기도 합니다. 이런 이야기가 비단 소설속의 이야기만은 아니기 때문이지요. 소설보다 더 소설같은 현실들. 작가는 이런 사회적인 쟁점을 소설속에 살며시 녹여 놓았습니다. 그나저나 전작을 읽을 당시에도 존 버든 작가님이 상당히 연세가 많았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직도 건재하게 다음작품을 집필중이라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입니다. 다음 작품도 빨리 만나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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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증명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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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가님 책 다들 많이 읽던데 저는 이 책을 처음으로 도진기작가님을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판사출신이고 변호사 일을 겸하고 계시면서 이렇게 글도 잘 쓰시다니 참 다재다능하신 분이시네요. ​저는 워낙에 단편을 좋아하지 않아서 왠만하면 잘 안읽는 편인데 이 책은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책에는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각 이야기의 장르는 추리도 있고 스릴러도 있고 호러도 있고 판타지도 있습니다. 여러 장르가 골고루 배합이 되어있는 책이라 읽는 재미도 있지만 원치 않는 장르를 만날수도 있으니 그것은 독자님들의 몫. ㅎㅎ

저는 추리, 스릴러는 좋아하지만 호러나 공포물은 잘 못 읽는데요. 이 책속 8편의 단편중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공포물이 2편 있었습니다. <외딴집에서>라는 작품과 <죽음이 갈라놓을 때>라는 작품이었는데요. 저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전작은 호러물에 가깝고 후작은 공포물에 가까웠습니다. 특히 <죽음이 갈라놓을 때>라는 작품은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 으스스함을 느끼면서 아..이건 무서울것 같아,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지 않을수가 없더라구요. 나 원래 이런책 잘 못읽는데? 라는 생각과 동시에 어느새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외딴집에서>라는 작품은 작가가 하루만에 썼다고 합니다. 자신의 오컬트취향이 잘 드러난 작품임에는 틀림 없는데 이런 작품을 단 하루만에 쓰다니...놀랍습니다.

표제작인 <악마의 증명>은 그야말로 현직 변호사인 작가님이기에 쓸 수 있는 글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정도로 이건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법에 참 무지한 나인데 이럴수도 있구나 하는걸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뭔가 새로운걸 알아가면 신기하고 흥미로워서 계속 파고들게 되는데 <악마의 증명>이 바로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한 번 느낀건 법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있는건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또 하나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는 <선택>이라는 단편이었습니다. <악마의 증명>에 검사로 등장했던 호연정이라는 인물이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로 개업을 했는데요, 자동차가 절벽에서 굴러 떨어져 운전자인 엄마와 어린 딸이 숨진 교통사고를 둘러싼 보험금 소송사건을 맡게되어 자살인지 사고사인지를 밝혀내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운전자는 차에서 메스로 자신의 손목을 그었고 그외 모든 정황이 그 죽음은 사고사가 아닌 자살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어린딸이 동승하고 있는데 엄마가 자살을 할리가 없다는 생각으로 파고든 그 사건의 속사정은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8편의 단편중 7편이 이미 출판이 된 적이 있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 책은 4곳의 출판사에 흩어져 있던 7편과 미발표작 1편을 엮어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단 한편도 읽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들이라 대부분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책 말미에 실린 <작가의 말>에는 이 8편의 작품을 쓰게된 동기, 또는 배경이 하나하나 서술되어 있습니다. 독자들은 재미가 있거나 재미가 없거나 쉽게 읽고 넘길 이 이야기들이 작가 자신에게는 각각의 사연이 듬뿍 담겨있는 소중한 작품이었습니다. 또한, 그 글들을 읽고 나니 각각의 작품이 또 달리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도진기 작가님의 다른책들도 꼭 만나보고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옆에는 커다란 양동이가 놓여 있었다. 시선이 그 안으로 향했다.
아! 안에 놓인 ‘물건’을 보고 말았다.
그건 사람의 팔다리였다.

마치 모아놓은 장작처럼, 통 안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다.

네 개의 절단면에서 피가 배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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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 소녀
도나토 카리시 지음, 이승재 옮김 / 검은숲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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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묻은 옷을 입고 정신과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있는 한 남자. 이 남자는 바로 소설속의 주인공인 형사 포겔입니다. 한때 화려한 전력으로 이름을 알린 형사인데 어째서 피투성이 옷을 입고 의사앞에 앉아 있는 걸까요.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이 되었고 곧, 그와 관련된 사건이 일어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알프스 산골에 위치한 이 마을은 독실한 신앙을 가진 가구들이 모여있는 교구공동체 마을입니다. 이 마을에서 애나 루 라는 한 소녀가 실종이 되었지만 경찰들은 다소 폐쇄적인 마을 분위기를 견디지 못한 한 소녀의 가출일것이라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수사를 펼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형사 포겔은 단순한 가출이 아니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이 사건을 직접 맡게됩니다.

 

 

 

포겔은 꽤나 능력 있어 보이는 형사이지만 과거 한순간 잘못된 생각으로 증거조작을 하여 무고한 사람을 죄인으로 몰아부친 전력이 있었던터라 애나 루의 실종사건으로 다시 화려한 복귀를 꿈꾸고 있습니다. 무슨일이든 과한것은 모자람만 못하다고 했던가요. 역시나 이번 사건도 만만치 않음을 느끼게되죠. 이 사람은 분명히 용의자다 라고 생각을 했건만 검찰측에 그 뜻이 받아들여지지 않자 또다시 위험한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가 지목한 용의자이지만 마티니 본인의 입장에서 전개된 이야기를 읽으면 마티니는 전혀 위험하지 않은 인물입니다. 자존감도 없고 벌이도 시원찮은 한 남자일 뿐이죠. 하지만 용의자라고 결론지어 놓은 입장에서 전개된 이야기는 확실히 범인이 맞다고 느껴집니다. 진실을 위장한 아주 지능적인 범인으로 말이죠. 굳이 그가 범인이라고 말하지 않는다고해도 독자들은 그가 범인이라고 믿어버립니다. 이 대목에서 작가의 필력에 다시 한 번 감탄하게 됩니다.

 

 

 

한가지 간과할 수 없는것은 이 이야기는 그저 소설속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겁니다.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흔히 일어나고 있는 유괴사건들, 그리고 그 사건과 관련된 미디어의 보도 자료들. 뿐만아니라 유괴사건에 한정된 것이 아닌 모든 사건 사고에 대한 언론 보도 자료들을 보면 너무 앞서간다는 거죠. 앞서가다 못해 허위 사실을 보도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 보도자료를 접한 시청자들은 또 거기에 휩쓸려 진실을 보려하지 않고 어서 빨리 그 사건이 해결되기만 바라게 됩니다. 그런 시청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언론은 또 헛다리를 짚더라도 한발 더 앞서간 보도자료를 섣불리 내놓기도 하죠. 한마디로 언론은 사건을 사건 자체로 보기보다 뭔가 이익의 창출을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런 사실을 깨닫는 순간 이 사회가, 그리고 사람들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된 스토리로 엮은 범죄는 기록적인 수준으로 시청률을 끌어올리며 각종 스폰서와 광고를 몰아오는 법이다. 작은 마을에서 잔혹한 살인사건이나 미궁에 빠진 실종사건 같은 강력사건이 발생하면 미디어에 노출되는 기간 동안 그 지역을 찾는 외지인들의 수가 늘어나고, 이는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범죄사건 하나가 다른 모든 것들을 제치고 최고의 흥밋거리로 부각되는 이유를 논리정연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사람들은 규명할 수 없는 일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본문중)

어쩌면 좀 심심한 스토리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책을 읽다 보니 이건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인지라 쉽게 읽고 넘길수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살면서 참 많은 사건 사고를 겪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 사고들이 제대로 수사가 진행이 되었는지, 검거된 범인이 진범이 맞는지 우리는 그 진실을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하니 그렇다고 믿을 수 밖에...이 이야기의 깜짝 놀랄 반전만큼 우리의 현실에서도 언젠가 깜짝놀랄 반전이 어디선가 불쑥 나타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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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트로드 모중석 스릴러 클럽 42
로리 로이 지음, 하현길 옮김 / 비채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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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 딱 꼬집어 얘기할 순 없지만, 뭔가 상당히 나의 내면을 어지럽게 헤집어 놓은 느낌입니다. 우리가 흔히 봐 오던 스릴러의 흐름을 따르지 않는, 그렇지만 상당히 긴장이 되고 무언가 터질듯, 터질듯 하지만 터지지 않는 조마조마함이 느껴지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사건이 일어나면 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한 형사나 그 비슷한 인물들이 등장하기 마련이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인물들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저 등장인물들의 일상대로 무심하게 흘러갈 뿐입니다. 거기에 느껴지는 긴장감은 책을 읽는 독자의 몫일 뿐.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긴장감을 느낄 수 없는 독자의 몫이겠지요.



이 책을 처음 받고 책이 왔다고 포스팅을 했을때 한 이웃분이 상당히 기대되는 책이라고 했습니다. 워낙에 제가 알지 못하는 작가분들의 책과 희귀본들을 접하는 이웃분이라 "이 책이, 또는 이 작가가 뭔가 상당한 내공이 있는가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나름 기대감을 안고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도입 부분을 읽으면서 화끈하게 "그래! 이거야!" 라는 느낌은 없었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어떤사건이 터질듯 말듯한 그런 느낌을 감질맛 난다라는 표현을 쓰기엔 뭐하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좀 쉬었다 읽고 싶지만 뒷부분이 궁금해서 도저히 덮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이게 막 너무 흥미진진해서 책장이 훌훌 넘어가는 것도 아닌 그런...


큰누나의 죽음이후 25년동안 고향을 떠나 있었던 아서. 세아이를 둔 어엿한 가장이 되어 25년만에 고향인 벤트로드로 돌아오며 이야기는 시작이 됩니다. 고향으로 돌아오자 작은누나와 누나의 남편인 레이, 그리고 엄마가 반겨 주었지만 너무나 오랫동안 등져왔던 고향은 아서를 배타적으로 대하는것만 같습니다. 거기다 아서가 이사온 바로 그날 마을의 한 여자 아이가 실종이 되는데요. 큰누나의 죽음이 자신과도 연관이 없지 않다 생각하고 있었던 아서는 작은누나마저 남편인 레이에게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누나를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오기에 이릅니다. 마을사람들은 실종된 소녀가 레이의 짓이라 생각하고 아서조차 그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누나를 그집에서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 것이지요. 가족은 이미 가족이 아니고, 고향마을이건만 이곳은 아서의 가족에게 타인보다 더 멀게만 느껴집니다. 그리고 아서는 모든것이 다 불안하기만 합니다.

사라진 소녀와 25년전 죽었던 아서의 큰누나인 이브, 그리고 그 모든일과 관련이 있을것 같은 레이를 향한 마을사람들의 공포, 아서의 가족이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함으로 이야기는 시종일관 무겁게 진행이 됩니다. 아서의 막내딸인 에비는 고모인 이브의 유품에 집착을 하고 이브의 큰 드레스를 입고 학교에 간 에비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으며 이야기의 긴장감은 서서히 절정을 향해 치닫습니다. 그러다 술에 취해 루스를 데려가기 위해 온 레이와 그를 피하려는 아서의 가족, 그리고 아무도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총을 들고 숨어 있는 아서의 아들인 대니얼. 그들의 대치 상황은 그야말로 최고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모든 불안과 두려움엔 이유가 있는 법. 아서가 어째서 그렇게 루스를 지켜려 했는지, 그리고 레이는 어쩌다 모든 사람들에게 두려운 존재가 되었는지, 이 모든 의문이 풀어지는 소설의 후반부에서 그들은 더이상 두려움의 존재도 두려움의 대상도 아니었습니다.

이 작품은 작가의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이 작품으로 신인상은 물론 각계에서 능력을 인정받으며 무서운 신인으로 우뚝 섰는데요, 참 신기하게도 뭔가 강렬한 사건사고와 피튀기고 잔인한 스릴러를 즐기는 독자의 입장에선 그다지 선호하지 않을듯한 이야기이지만 저는 꽤나 괜찮았던 책이었습니다. 잔잔한 긴장감이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이런느낌도 괜찮구나 싶었습니다.

얇디얇은 흰색 커튼이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창밖에 누가 있어요.” 엄마 옆구리에 얼굴을 파묻은 에비가 작은 소리로 속삭였다. “아니.” 대니얼은 또다시 쾅 하는 소리가 들리기를 기다리며 커튼을 노려봤다. “밖에는 아무도 없어.” 하지만 대니얼도 자신이 없었다. 바람은 집으로 돌진해서 쾅 소리를 내지도, 옆쪽 마당을 비틀거리며 돌아다니지도 않는다. 대니얼은 심장이 큰 소리를 내며 뛰지 않았으면 싶었다. 귀에 자기 심장 소리만 들렸다. (본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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