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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의 증명
도진기 지음 / 비채 / 2017년 5월
평점 :
이 작가님 책 다들 많이 읽던데 저는 이 책을
처음으로 도진기작가님을 만나보게 되었습니다. 판사출신이고 변호사 일을 겸하고 계시면서 이렇게 글도 잘 쓰시다니 참 다재다능하신 분이시네요.
저는 워낙에 단편을 좋아하지 않아서 왠만하면 잘 안읽는 편인데 이 책은 그래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 책에는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각 이야기의 장르는 추리도 있고 스릴러도 있고 호러도 있고 판타지도 있습니다. 여러 장르가 골고루 배합이 되어있는 책이라 읽는 재미도 있지만 원치 않는 장르를
만날수도 있으니 그것은 독자님들의 몫. ㅎㅎ
저는 추리, 스릴러는 좋아하지만 호러나 공포물은 잘
못 읽는데요. 이 책속 8편의 단편중 섬뜩함을 느끼게 하는 공포물이 2편 있었습니다. <외딴집에서>라는 작품과 <죽음이 갈라놓을
때>라는 작품이었는데요. 저의 주관적인 생각으로 전작은 호러물에 가깝고 후작은 공포물에 가까웠습니다.
특히 <죽음이 갈라놓을 때>라는 작품은 읽으면 읽을수록 뭔가 으스스함을 느끼면서 아..이건 무서울것 같아, 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궁금해서 책장을 넘기지 않을수가 없더라구요. 나 원래 이런책 잘 못읽는데? 라는 생각과 동시에 어느새 마지막 책장을
넘기고 있는 나를 발견했습니다. <외딴집에서>라는 작품은 작가가 하루만에 썼다고 합니다. 자신의 오컬트취향이 잘 드러난 작품임에는 틀림
없는데 이런 작품을 단 하루만에 쓰다니...놀랍습니다.
표제작인 <악마의 증명>은 그야말로 현직
변호사인 작가님이기에 쓸 수 있는 글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정도로 이건 재미가 있고 없고를 떠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법에 참 무지한 나인데 이럴수도 있구나 하는걸 알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뭔가 새로운걸 알아가면
신기하고 흥미로워서 계속 파고들게 되는데 <악마의 증명>이 바로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이 이야기를 읽으며 다시 한 번 느낀건
법은 도대체 누구를 위해 있는건지 모르겠다는 겁니다.
또 하나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는
<선택>이라는 단편이었습니다. <악마의 증명>에 검사로 등장했던
호연정이라는 인물이 검사를 그만두고 변호사로 개업을 했는데요, 자동차가 절벽에서 굴러 떨어져 운전자인 엄마와 어린 딸이 숨진
교통사고를 둘러싼
보험금 소송사건을 맡게되어
자살인지 사고사인지를 밝혀내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입니다. 운전자는 차에서 메스로 자신의 손목을 그었고 그외 모든 정황이 그 죽음은 사고사가 아닌
자살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어린딸이 동승하고 있는데 엄마가 자살을 할리가 없다는 생각으로 파고든 그 사건의 속사정은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8편의 단편중 7편이 이미 출판이 된 적이 있는
이야기라고 합니다. 이 책은 4곳의 출판사에 흩어져 있던 7편과 미발표작 1편을
엮어 만들었습니다. 다행히(?) 저는 단 한편도 읽어본 적이 없는 이야기들이라 대부분 흥미진진하게 읽었습니다. 책 말미에 실린
<작가의 말>에는 이 8편의 작품을 쓰게된 동기, 또는 배경이 하나하나 서술되어 있습니다. 독자들은 재미가 있거나 재미가 없거나
쉽게 읽고 넘길 이 이야기들이
작가 자신에게는 각각의 사연이 듬뿍 담겨있는 소중한 작품이었습니다. 또한, 그 글들을 읽고 나니 각각의 작품이 또 달리 보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도진기 작가님의 다른책들도 꼭
만나보고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옆에는 커다란 양동이가 놓여 있었다. 시선이 그
안으로 향했다.
아!
안에 놓인 ‘물건’을 보고 말았다.
그건 사람의 팔다리였다.
마치 모아놓은 장작처럼, 통 안에 아무렇게나
던져져 있었다.
네 개의 절단면에서 피가
배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