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문학기행 - 현직 국어교사 짱아쌤과 함께 떠나는 중고생 필수 여행 코스
장은숙 지음 / 소란(케이앤피북스)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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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 소개된 문학들은 하나같이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들의 대표작들이다.

주로 근대이후의 작품들로 한국인의 정서가 듬뿍 담긴 토속적인 색채가 강한 작품들이다.

교과서에 실려 있을 때의 문학작품은 시험에 대비하여 외우고 기억해야 하는 공부로서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교과서를 빠져나와 이렇게 세상에 걸어 나왔을 때는 포동 포동 살아있는 날 것이 된다.

마치 딱딱하게 마른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여 말랑말랑한 제모습으로 돌아오는 것같은 느낌이다.

 

 

어려서부터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즐겼던 작가는 현직의 고등학교 국어교사이다.

공부로서의 문학이 아닌 작품으로서의 문학을 들여다보는 것이 역시 남다를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구나 작품이 잉태된 고향을 찾아 떠난 문학기행이라니 날 것의 작품이 날개를 단 셈이다.

글을 써본 사람들은 자신의 글이 다분히 자신이나 주변인들의 경험담, 혹은 살던 곳의 이야기가

녹아있을 수 밖에 없음을 알게된다.

때로는 주인공이나 등장인물속에 자신의 모습이 슬쩍 녹아 있기도 한다.

그러니 소설속에 배경이 되는 곳을 찾아 본다는 것은 작가가 그 글을 썼을 때의 그 느낌을 가장

많이 울궈낼 수 있는 수단이 되기도 할 것이다.

단순히 볼거리 먹을거리만 찾아 나섰던 여행길이었다면 이제 치열하게 그 시간, 그 곳을 살다간

인물들을 만나고 느껴보는 이런 여행도 괜찮치 않을까.

물론 그 느낌을 극대화시키려면 작품을 먼저 읽어봐야 하겠지만.

교사다운 기지로 이렇게 요점을 딱딱 짚어내어 안내해주는 책이 있다면 동반자로서의 역할은 충분할 것이다.

 



 

보성의 차밭에서 만나는 '서편제'나 안개 가득 도시를 채웠던 김승옥의 '무진기행'은 아주 오래전

읽었던 작품이라 아련했던 기억을 끄집어 내주기에 충분했다.

'무진기행'을 읽으면서 과연 '무진'은 어느 곳일까. '霧津'이란 곳은 말 그대로 안개가 가득한 곳일텐데.

바닷가에는 늘 해무가 오락가락한다. 김승옥이 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귀국한 후 머물렀던 순천의 순천만이

바로 '무진기행'의 무대가 되었다니 이제서야 어려서의 그 궁금증이 해소된 셈이다.

몇달 전 케이블 TV'에서 방영된 '갯마을'을 보면서 그 곳이 어딜지도 궁금했었다.

기차가 지나가고 멀리 대마도가 보이기도 한다는 마을이라면 작가의 말처럼 부산 기장의 일광해수욕장이

그 배경이 되겠다. 부산태생인 작가는 아마 '갯마을'을 읽으면서 바로 기장을 연상했을 것이다.

김유정의 '봄봄'의 무대인 춘천이며, '토지'와 '역마'의 배경이 되었던 화개장터와 하동의 모습들.

동양의 나폴리라 불리며 요즘 각광받는 '통영'을 가고 싶었다. 

드라마 촬영으로 유명해진 '동피랑'의 골목길을 걸으면 '토지'와 '김약국의 딸들'의 작가 박경리를

추억하게 될 것이다.

나 역시 작가만큼 문학을 사랑한다.

그리고 아주 어려서 읽었던 수많은 주옥같은 작품들이 차츰 잊혀지는 나이에 와 있다.

작가와 함께 타박 타박 걷는-작가는 기차나 버스같은 대중교통편을 더 추천하는 편이다.-

문학기행은 어린 문학소녀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과거의 나와 만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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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꿈
정보라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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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을 볼 수 있다면  이 더운 여름날씨에도 더위는 조금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산자는 산자들의 세상에만 존재하면 좋으련만 태경이와 그의 연인 성연은 산자와 죽은자의

경계선에 선 사람들이다.

태어날 때 이미 죽은 몸이었다가 다시 살아난 성연은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살아있는 어떤 것들과

함께 땅에 묻혀 그 살아있는 것의 수명을 빨아들인 후 다시 부활하여 살아가는 '죽은 자'이다.

다섯 살때부터 무슨이유에서 인지 죽은 자들을 보게된 태경은 고등학교 동창인 강문석의 장례식장에서

문석의 영혼을 만나게 되고 자신은 교통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문석의 주장에 의문을

품고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재벌의 내연녀였던 어머니의 사생아로 자란 문석은 명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시에 합격하여 잘 나가는

로펌의 변호가가 된다. 하지만 그의 과거에는 숱한 여성 편력과 폭력이 숨어있었고 비열한 인간임을

알게된다. 수시로 나타나 태경이를 괴롭히는 문석의 영혼은 여전히 살아있을 때와 다름없이 비겁하고

오만하기만 하다. 과연 이런 녀석의 사건을 파헤쳐야 하는지 번민하면서도 태경은 조사를 멈출 수가 없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성연은 태경이 더 이상 귀신들의 장난에 놀아나지 않도록 조언하고 도와주지만

강력한 귀신들의 힘에 점점 수명이 다해감을 느끼게 된다.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죽은 자를 보는 사람'들이 현실세계에도 있다고 믿는다.

퇴마사일 수도 있고 무당일 수도 있는 사람들이 실제한다고 믿은 나로서는 이런 운명을 가진 사람들의

삶이 때로는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죽은 자'들은 때로 자신이 죽었음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죽기 직전의 상태로 인간의 세계를 떠돈다고 한다.

고교시절부터 문석에게 조정당하고 상처를 받았던 태경이 문석의 영혼에게 그만 떠나라고 소리치는 장면은

원치 않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의 비감함이 아프게 다가온다.

 

 

'항상 밝은 곳으로 다니고 덥더라도 찬바람을 쐬지 말 것.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자주 씻고 절대로 비맞지 말 것.'

 

아마도 귀신들은 어둠을 좋아하고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비맞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오싹한 일이긴 하지만.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접했던 어떤 사건과 할머니의 죽음, 친구의 불행한 일들이 모티브가 되어 이 작품을

썼다는 작가는 전에도 다소 환상적이고 SF적인 작품들을 써왔던 것 같다.

누구나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일상에서 작품의 소재를 골라낸 작가의 역량이 기특하고 독특한 미스터리물의

작가로 기억할 수있을 것 같다.

사건자체의 스릴감보다는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선에 선 사람들의 심리에 더 중점을 둔 독특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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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꿈
정보라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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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사람을 볼 수 있다면 이 더운 여름날씨에도 더위는 조금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산자는 산자들의 세상에만 존재하면 좋으련만 태경이와 그의 연인 성연은 산자와 죽은자의 경계선에 선 사람들이다. 태어날 때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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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복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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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추리소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복선이 깔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도 좋지만
사건에 얽힌 인물들의 심리를 이렇게 섬세하게 그릴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8편의 작품은 단편이 주는 짧은 호흡에도 불구하고 반전의 묘미와 주인공들의 심리가
너무 잘 드러나 있어 한 편이 끝날 때마다 포만감이 느껴질 정도 였다.
'얼굴'에서는 과거의 살인사건에 얽힌 남자배우가 자신의 얼굴을 기억할지도 모르는
한 남자를 8년에 걸쳐 추적하는 범인의 초조함과 세상에 얼굴을 알리는 대배우가 되고 싶은
열망과 얼굴이 알려짐으로써 혹시 자신의 죄가 드러날까를 갈등하는 범인의 심리를  잘 그려낸
작품이다. 분명 잊혀진 기억이었지만 어느 순간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는 짧은 그림 한장같은
실루엣의 전개는 도무지 반전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독자의 허를 찌르는 묘미가 있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잠복'에서는 추리소설의 스릴이나 반전의 묘미보다는 죄를 지은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기전에 어떤 심리상태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사랑했던 여인과 마지막을 보낼 것임을 짐작한 형사 유키는 범인의 옛애인의
집앞에서 잠복을 하게 되고 늙은 남편과 애정없는 결혼생활을 하는 범인의 옛애인에게
동정을 느끼게 된다.
결국 옛애인 앞에 존재를 드러난 범인을 잡고 형사 유키는 여자에게 말한다.
"곧장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세요. 지금 가시면 남편의 귀가시간에 맞출 수 있습니다."
삶의 열정이라고는 느낄 수 없었던 여자의 얼굴에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랑의 열정과
환희의 느낌을 감지한 형사 유키의 모습에서  따뜻한 인간성을 지녔을 것 같은 작가의 얼굴이 겹쳐진다.
제목부터가 묘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지방 신문을 구독하는 여자'에서도 복잡미묘한
여자의 심리를 잘 그려내고 있다. 비겁한 방법으로 여자의 삶을 망가뜨린 한 남자에 대한
복수극을 그린 이 작품은 살인자를 추적하여 죄를 묻는다기 보다는 억울하게 희생된 여자의
입장을 변호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역시 작가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목소리'에서는 우리가 수없이 주고 받는 전화속의 목소리와 현실의 목소리가 어떻게 다르게
느껴지는지 다시한번 생각케 하거니와 추리소설에서 흔히 쓰이는 시간의 트릭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더운 요즘 같은 계절에 딱인 8편의 단편모음집 덕분에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는 멋진 추리소설이었다.
 
"나는 인간성이 드러나는 추리소설을 쓰고 싶었다."
41세의 늦은 나이로 데뷔하여 숨을 거둔 82세까지 천여편의 작품을 남긴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말처럼 그의 작품에서는 인간내면의 복잡한 심리가 잘 드러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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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우면 걸어라 - 혼자 떠나는 걷고 싶은 옛길
김영재 글.사진 / 책만드는집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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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너절한 현실로부터의 도피이기도 하지만 내면의 확장이요 푸른 돛을 달고

나의 한 가운데로 걸어가는 영혼의 항해입니다.'라고 어느 작가는 말했다.
어디를 떠나든 결국 만나게 되는 것은 내 자신이라는 것에 동감한다.
넓지 않은 조국, 나의 땅을 오롯이 제 발로 걸으면서 작가는 누구를 만났을까.
월간지 '현대시학'에 연재되었던 옛길답사기를 모아 이 책을 엮었다고 한다.
어느 독자의 말처럼 "그곳을 걷는 것은 등산이지 어디 옛길이냐!"는 항의를 받았을 만큼
우리의 옛길은 산길과 닿아있었다.
하기는 국토의 70%가 산인 나라에서 편평한 길이 몇 곳이나 되겠는가.
 

 
'길은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걷는 사람이 그 길을 걷고 싶어
걸었을 때 길과 사람이 하나가 되어 숨 쉬며 말을 섞으면 마음을 나누며 이어지는 것이다.' -205P
 
앞서간 누군가에 의해 길이 만들어지고 그 발자욱을 따라 수많은 사람들이 길을 걸었으리라.
그 길에서 우리는 과거의 누군가와 만나고 시간들을 만나고 서로 속삭이게 된다.
제주 올레길을 선두로 전국적인 걷기 열풍이 몰아쳐서 일까 이미 지워진 길을 복원시켜
과거의 이름을 붙여 살려낸 길들도 꽤 많아졌다.
문경새재의 흙길처럼 맨발로 토닥토닥 걸으며 땅의 지기를 받는 길이 많았으면 좋겠지만
이미 덮어버린 아스팔트며 시멘트에 말끔히 단장된 길이라도 어떠랴.
그 길에 숨어있는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길위의 보헤미안들이 있으니 숨었다고 잊혀지는 법은 아니다.
귀를 닫고 마음을 열어 느끼고 싶다가도 아는게 병이라 길위에 새겨진 사연까지 들여다 봐야 하니
예사 여행은 아니었겠다.
마의 태자가 망국의 한을 씹으며 넘었다는 하늘재, 어찌 그 높은 곳에 장이 열렸는지 신기하기만 한
지리산의 장터목, 일본군 장교를 살해하고 은거 입산 수도를 했다는 김 구 선생의 이야기는 처음 듣는
소리였다. 그가 심었다는 향나무는 마곡사의 절터에서 여전히 향을 뿜고 있다고 하니 인간사 백년의
시간이 나무 한그루 만도 못하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우르르 몰려가 왁짜하게 흥겨운 여행도 좋겠지만 이렇게 홀로 떠나는 여행은
더 많은 것들을 담아올 수 있어 좋겠다. 아니 더 많이 덜어낼 수 있어 좋겠다.
이미 잊혀진 옛길을 더듬어 세상 밖으로 끄집어낸 작가의 역량이 놀랍다.
그 길에 얽힌 과거의 시간들과 사람들, 그리고 사연들을 이렇게 깊히 들여다 보고
살려냈으니 옛길을 걸었던 사람들이 외롭지는 않을 것 같다.
누군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길 위에 사람들을 기억해준다는 것은 외롭지 않다는
뜻일테니까. 그래서 일까 '외로우면 걸어라'라는 제목을 단 것은.
아무리 외로운들 잊혀진 사람들만큼이야 외로울까. 그래서 여행은 항상 뭔가를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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