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경남 옮김 / 모비딕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여느 추리소설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다. 복선이 깔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도 좋지만
사건에 얽힌 인물들의 심리를 이렇게 섬세하게 그릴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
 

 
8편의 작품은 단편이 주는 짧은 호흡에도 불구하고 반전의 묘미와 주인공들의 심리가
너무 잘 드러나 있어 한 편이 끝날 때마다 포만감이 느껴질 정도 였다.
'얼굴'에서는 과거의 살인사건에 얽힌 남자배우가 자신의 얼굴을 기억할지도 모르는
한 남자를 8년에 걸쳐 추적하는 범인의 초조함과 세상에 얼굴을 알리는 대배우가 되고 싶은
열망과 얼굴이 알려짐으로써 혹시 자신의 죄가 드러날까를 갈등하는 범인의 심리를  잘 그려낸
작품이다. 분명 잊혀진 기억이었지만 어느 순간 번개처럼 뇌리를 스치는 짧은 그림 한장같은
실루엣의 전개는 도무지 반전이라고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독자의 허를 찌르는 묘미가 있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잠복'에서는 추리소설의 스릴이나 반전의 묘미보다는 죄를 지은
인간이 죽음을 맞이하기전에 어떤 심리상태가 되는지를 보여준다.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사랑했던 여인과 마지막을 보낼 것임을 짐작한 형사 유키는 범인의 옛애인의
집앞에서 잠복을 하게 되고 늙은 남편과 애정없는 결혼생활을 하는 범인의 옛애인에게
동정을 느끼게 된다.
결국 옛애인 앞에 존재를 드러난 범인을 잡고 형사 유키는 여자에게 말한다.
"곧장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세요. 지금 가시면 남편의 귀가시간에 맞출 수 있습니다."
삶의 열정이라고는 느낄 수 없었던 여자의 얼굴에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랑의 열정과
환희의 느낌을 감지한 형사 유키의 모습에서  따뜻한 인간성을 지녔을 것 같은 작가의 얼굴이 겹쳐진다.
제목부터가 묘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지방 신문을 구독하는 여자'에서도 복잡미묘한
여자의 심리를 잘 그려내고 있다. 비겁한 방법으로 여자의 삶을 망가뜨린 한 남자에 대한
복수극을 그린 이 작품은 살인자를 추적하여 죄를 묻는다기 보다는 억울하게 희생된 여자의
입장을 변호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역시 작가의 따뜻함이 느껴진다.
'목소리'에서는 우리가 수없이 주고 받는 전화속의 목소리와 현실의 목소리가 어떻게 다르게
느껴지는지 다시한번 생각케 하거니와 추리소설에서 흔히 쓰이는 시간의 트릭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더운 요즘 같은 계절에 딱인 8편의 단편모음집 덕분에 잠시나마 더위를 잊을 수 있는 멋진 추리소설이었다.
 
"나는 인간성이 드러나는 추리소설을 쓰고 싶었다."
41세의 늦은 나이로 데뷔하여 숨을 거둔 82세까지 천여편의 작품을 남긴 작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말처럼 그의 작품에서는 인간내면의 복잡한 심리가 잘 드러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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