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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꿈
정보라 지음 / 새파란상상(파란미디어)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죽은 사람을 볼 수 있다면 이 더운 여름날씨에도 더위는 조금도 느끼지 못할 것 같다.
산자는 산자들의 세상에만 존재하면 좋으련만 태경이와 그의 연인 성연은 산자와 죽은자의
경계선에 선 사람들이다.
태어날 때 이미 죽은 몸이었다가 다시 살아난 성연은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살아있는 어떤 것들과
함께 땅에 묻혀 그 살아있는 것의 수명을 빨아들인 후 다시 부활하여 살아가는 '죽은 자'이다.
다섯 살때부터 무슨이유에서 인지 죽은 자들을 보게된 태경은 고등학교 동창인 강문석의 장례식장에서
문석의 영혼을 만나게 되고 자신은 교통사고로 죽은 것이 아니라 타살이라는 문석의 주장에 의문을
품고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1/2012/08/11/11/hyunho0305_3274368560.jpg)
재벌의 내연녀였던 어머니의 사생아로 자란 문석은 명문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시에 합격하여 잘 나가는
로펌의 변호가가 된다. 하지만 그의 과거에는 숱한 여성 편력과 폭력이 숨어있었고 비열한 인간임을
알게된다. 수시로 나타나 태경이를 괴롭히는 문석의 영혼은 여전히 살아있을 때와 다름없이 비겁하고
오만하기만 하다. 과연 이런 녀석의 사건을 파헤쳐야 하는지 번민하면서도 태경은 조사를 멈출 수가 없다.
이런 모습을 지켜보는 성연은 태경이 더 이상 귀신들의 장난에 놀아나지 않도록 조언하고 도와주지만
강력한 귀신들의 힘에 점점 수명이 다해감을 느끼게 된다.
이 소설의 모티브가 된 '죽은 자를 보는 사람'들이 현실세계에도 있다고 믿는다.
퇴마사일 수도 있고 무당일 수도 있는 사람들이 실제한다고 믿은 나로서는 이런 운명을 가진 사람들의
삶이 때로는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한다.
'죽은 자'들은 때로 자신이 죽었음을 인지하지 못하거나 죽기 직전의 상태로 인간의 세계를 떠돈다고 한다.
고교시절부터 문석에게 조정당하고 상처를 받았던 태경이 문석의 영혼에게 그만 떠나라고 소리치는 장면은
원치 않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의 비감함이 아프게 다가온다.
![](http://book.interpark.com/blog/blogfiles/userblogfile/1/2012/08/11/11/hyunho0305_8127973122.jpg)
'항상 밝은 곳으로 다니고 덥더라도 찬바람을 쐬지 말 것. 몸을 따뜻하게 하고 자주 씻고 절대로 비맞지 말 것.'
아마도 귀신들은 어둠을 좋아하고 비오는 날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비맞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오싹한 일이긴 하지만.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 접했던 어떤 사건과 할머니의 죽음, 친구의 불행한 일들이 모티브가 되어 이 작품을
썼다는 작가는 전에도 다소 환상적이고 SF적인 작품들을 써왔던 것 같다.
누구나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일상에서 작품의 소재를 골라낸 작가의 역량이 기특하고 독특한 미스터리물의
작가로 기억할 수있을 것 같다.
사건자체의 스릴감보다는 '죽은 자'와 '산 자'의 경계선에 선 사람들의 심리에 더 중점을 둔 독특한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