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그렇게 작아져간다 - 길고 느린 죽음의 여정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
이상운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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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어머니는 열 아들을 잘 키울 수 있지만 열 아들은 한 어머니를 잘 모시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언제까지나 내 곁에서 응석을 받아줄 것만 같은 부모님들이 우리곁을 떠나기 시작한지 10여년 정도가 된 것같다.

처음에는 아버지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더니 작년부터 어머니들의 부고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한다.

이상하게 아버지들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글쎄 가장으로서의 부담이 너무 심해서였을까?

지금도 지인들중 9순을 넘기고 있는 부친을 둔 경우는 거의 없는 것같다.

아흔 두 살의 연세로 세상을 떠난 작가의 아버지는 상당히 장수를 누린 셈이다. 보낸 가족의 입장에서보면 100수를 넘긴 들 아쉽지 않을리가 없겠지만 그만하면 평균수명이상을 살다 가신 것인데 문제는 얼마를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잘 살다가 가는 것이 아닐까.

 

 

어머니와 늦게까지 해로하시던 아버지는 여든 여덟 살이던 해에 병석에 들어 아흔 두 살의 연세로 세상을 떠났다.

병석에 들기전까지는 관절이 안좋아서 걷는 것이 조금 불편했지만 정신도 또렷했고 새벽에 먼저 일어나시면 밥도 직접 하실 정도로 건강하셨단다. 하지만 노인네들은 하루가 다르다고 하더니 갑작스런 고열로 시작된 병원행은 겨우 열이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휠체어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신세가 되고만다.

아무래도 연세가 많았던 것같다. 그즈음은 이미 죽음의 경계선을 살짝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오랫동안 자식곁에서 건강하게 살아주셨으니 그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한 일이다.

 

 

각기 바쁜 자식들을 대신하여 조금쯤 자유로운 작가라는 이유로 아버지의 병구원을 떠맡게된 것이 한편으론 행복한 일이 아니었을까. 잠도 제대로 잘 수 없고 섬망증세로 주변사람들을 괴롭히는 아버지를 돌본다는 일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마는 그래도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세세하게 지켜볼 수 있었다는 것은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도 싫어하고 깐깐했던 노인네가 오줌줄을 끼우고 기저귀를 차고 대변을 받아내는 현실이 얼마나 못견디게 싫었을까. 어느 누구도 자신이 나이들어 그런 모습으로 마지막길을 장식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한다.

'아버지는 자신의 사후 처리에 대해서도 아무런 구체적인 지침을 남기지 않았다. 이런 문제는 다루기 고약한 면이 있다.

나는 아버지가 건강할 때 스스로 우리들에게 어떤 지침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본문중에서

그렇다. 재작년 막내동생이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을 때 내가 간절하게 후회했던 것이 바로 이 것이었다.

병원에 걸어들어갈 때만 해도 불편한 고관절만 나으면 바로 퇴원할 줄 알았었다. 하지만 걷기가 많이 편해지고 퇴원을 눈앞에 둔 어느 날 갑작스런 고열에 정신이 혼미해진 동생은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항생제치료에도 열이 떨어지지 않는 중에 의식을 잃고 말았다. 중환자실에 들어갈 때만 해도 의식이 있었고 대화도 가능했다고 한다.

나에게 연락이 왔을 때는 이미 기관지에 관을 삽입한 후여서 대화는 불가능한 상태였다. 그나마 의식은 있어서 눈짓이나 고갯질으로 소통이 가능했다는데 겨우 며칠 후 의식을 놓고 말았다.

나는 연락을 받고 며칠 후 싸하는 예감에 휩싸여 급히 제부에게 전화를 걸어 하루 두번 있는 중환자실 면회가 되면 기관지에 꽃은 삽관을 떼어내고 동생의 이야기를 꼭 들어보라고 했다. 하지만 제부는 치료중인 관을 어떻게 떼어내느냐며 곧 좋아져서 나갈 사람 에게 마지막을 생각하라니..가뜩이나 아내의 병 때문에 정신이 없던 제부는 나에게 서운하다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글쎄 내가 독하고 인정이 없는 사람이어서 그랬을까. 동생은 병원에 입원하고 급격히 상태가 나빠지는 순간에도 자신이 죽을 것이라곤 절대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중환자실에서 기관지에 관을 꽂고 말이 끊어지면서 어쩌면 죽음을 예감했을지도 모른다.

잠시...정말 잠깐만이라도 관을 빼고 마지막 말을 나눌수 있었더라면 그 뒤 의식을 잃고 며칠 더 산 시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귀한 시간이 되었을텐데..

 

 

동생의 죽음 이후 나는 심각하게 내 사후의 문제, 혹은 의식을 잃고 내 의견을 말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긴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했다. 작년부터인가 평화로운 죽음을 맞는 방법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왔었다.

주변에도 의식없이 몇 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살다가 가족들에게 엄청난 고통만 남기고 떠난 경우를 봤기에 탄생은 선택이 아니었지만 죽음만큼은 선택할 수 있다면 존엄한 죽음을 택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전의향서'라는 제도가 있음을 알고 나는 뇌사상태에 빠지면 호흡장치를 달지 말아달라고, 그리고 심폐소생술도 하지 말아달라고 적고 아이들에게도 당부를 해두었다.

작가의 아버님도 여든이 넘어갈 무렵 정정하셨을 때 미리 이런 대비를 해두었다면 자식들의 고통이 조금쯤을 덜어지지 않았을까.

 

그래도 참 대단하다. 덩치도 크셨다는 아버님을 위해 기저귀를 갈아주고 관장을 하고 밤새 뜬눈으로 병상을 지킨 아들이 몇이나 있을까. 몇 번의 입원으로 나는 병원생활이 얼마나 힘들지 알고 있다. 가뜩이나 까칠하고 비유가 약한 나는 절대 이 아들처럼 병상을 지킬 자신이 없다. 작가가 남몰래 알아본 요양원을 진즉 선택하여 짐을 덜어내려고 했을 것이다.

8순이 넘은 노인의 고열만을 주목하느라 정작 발의 근육은 무방비 상태로 두어서 결국 걸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과 정신적인 치료역시 병행하지 못해 섬망증세로 환자와 보호자 모두 고통스럽게 방치한 의료 현실에 분노가 치민다.

도대체 우니라나는 언제나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설 수 있단 말인가.

나 역시 베이비붐세대로서 고작 10년 후면 노년의 시간에 진입한다. 그러나 나 역시 내 죽음에 아무 자신이 없다.

팔팔하게 살다가 삼일 동안만 앓고 죽자는 우스개소리는 절대 우스개소리가 아니다.

내 스스로 나를 통제하지 못하는 지경이 온다면 나는 아주 고통스런 마지막을 겪고 가족들을 고통속에 빠트린 줄도 모른 채 허망한 시간들을 보내다가 지긋지긋한 삶을 놓을 지도 모른다.

내가 낳고 키운 자식들은 절대 내 기저귀를 갈아주며 병상을 지키지 못할 것이다. 바라지도 않는다.

인간의 존엄성을 점점 상실해가는, 아버지로서의 성이 무너져가는 것을 아프게 지켜봐야 했던 4년여의 시간에 고개를 숙여 존경을 보낸다. 작가도 나도 인간의 존엄을 지닌 채 마지막을 맞을 수 있는 행운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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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세 번째 - 온정 가득한 사람들이 그려낸 감동 에세이 참 좋은 당신을 만났습니다 3
송정림 지음 / 나무생각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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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하더니 작가 송정림의 주변분들은 왜이리 따뜻한 사람들이 많은지.

착한 사람의 눈에만 보인다는 임금님의 옷처럼 나는 보이지 않는 사랑들이 작가의 눈에는 어찌 그리

넘치는가. 그녀의 따뜻한 사랑이야기를 보다가 문득 작가 송정림이 궁금해졌다.

고등학교 교사로 근무하다가 작가가 된 특이한 이력도 그렇거니와 그녀가 썼다는 작품들을 보니

그녀의 성향이 그대로 느껴진다. 무뚝뚝했지만 무한한 사랑을 주셨다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닮은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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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아들 재형은 학원갈 시간을 미루고 몸이 불편한 친구를 집까지 데려다 주기도 하고 자기반 학생 전원이 친하고

싶은 친구로 재형이를 써냈다고 할 정도이니 넘치는 사랑 오지랖도 유전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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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걸린 친정엄마가 아이를 출산한 딸을 먹이기 위해 미역국을 품에 안고 길을 헤맸다는 이야기에

목이 메인다. 엄마는 원래 그런 존재이다. 하지만 나는 아이를 위해 무엇을 해준 어미일까.

내 아이들은 사랑의 기억을 갖지 못하고 잔소리대왕으로 기억하는 것을 아닐까. 문득 부끄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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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캐릭터를 한 사람 한 사람 다 인정해주고 진심으로 사랑해 주신다는 선생님...내게도 그렇게 기억되는 선생님이 계셨다.

가난한 제자를 위해 헌 오버코트를 구해 건네주셨던 선생님. 아쉽게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선생님이 울컥 그리워진다.

책을 읽는 내내 내게 고였던 사랑의 흔적들이 떠올랐다.  때로는 잊혀졌고 가엾게도 내게는 고이지 못한 사랑이 그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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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가 된 할머니가 손녀에게 건네주는 때묻은 은가락지 한 쌍.

'아가, 나 죽어도 이 반지 보면서 할머니가 주셨다 생각해줄래?'

내게는 이런 기억을 물려줄 할머니가 없었다. 이북이 고향이신 부모님은 단신으로 월남한 탓에 피붙이들이 모두 이북에 남은 탓이다.

이 은반지를 받은 손녀는 평생 할머니의 사랑을 기억할 것이다. 혹시라도 길을 잃고 헤매는 일이 있을지라도 할머니의 사랑이

그녀를 구원할 것이고. 아. 가슴이 따뜻해진다.

입춘이 지났다지만 아직 창을 열면 시린 바람이 오소소 소름을 돋게 만드는 요즘, 봄이 이 책에 먼저 내려 앉았다.

 

집안을 덥히는 보일러는 잠그고 살면서 모은 돈을 기부한다는 올케와 언니의 이야기도 나를 부끄럽게 한다.

많이 있어서 나누는 것은 분명 아니건만..나는 나보다 어려운 이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살았던가.

 

올 입시에 실패한 아들때문에 마음이 어둡다. 대신 살아주지도 못하는 아들의 인생이지만 첫 실패의 아픔으로 괴로워하는 아들에게 긴편지를 쓰고 싶다. 그녀가 내게 그렇게 속삭였다. 말 보다 먼저 아들의 손을 잡아주라고. 그리고 사랑을 담아 편지를 쓰라고.

누구의 처방보다 훌륭한 그녀의 처방이 마음에 든다. 사랑을 받은 사람이 사랑을 줄 수 있나보다.

그녀가 받았던 사랑을 이렇게 되돌려주는 법을 아는 그녀가 존경스럽다.

참 좋은 당신을 만나 나도 행복했습니다...라고 말해주고 싶다. 작가들은 책을 내면 꼭 서평을 읽는다니..분명 내 마음이

그녀에게 닿을 것이다. 그리고..나도 누구에겐가 참 좋은 사람이기를...열심히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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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킬박사는 하이드씨 1
이충호 글.그림 / 예담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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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는(웹툰) 언제 봐도 나를 행복하게 한다. 어린시절 나를 책의 세계로 이끌어주었던 만화!

현실감이 없는 듯하면서도 묘하게 몰입이 되는 '지킬박사는 하이드씨'는 TV드라마로 방영되는

동일 제목으로 먼저 만났었다. 아주 오랜만에 TV에서 만나는 현빈때문에 오랜만에 설레임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 웹툰은 드라마와는 사뭇 다르다.

 

 

 

드라마에서는 테마파크'원더랜드'의 까칠한 상무 구서진과 그의 또다른 인격 로빈으로 전혀 다른 두 인격이 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으로 나오지만 웹툰에서는 잘나가는 작가 지길과 또다른 인격인 하이두로 나온다. 드라마에서 사랑받는 여자 장하나는 서커스단장으로 나오고 웹툰에서는 2인 출판사 '마녀도서관'의 편집자 한그루로 나온다. 드라마와 웹툰은 젼혀 다르게 보인다.

 

 

 

까칠한 인기작가 지길은 강연회에서 자신에게 황당한 질문을 던진 한그루를 뒤풀이 장소로 초대한다.

한그루는 동업자인 출판사 대표 오영자의 협박에 못이겨 지길과 출판계약을 따내기 위해 지길의 강연회 장소에 나타났던 것이다.

하지만 지길의 계략으로 뒤풀이 비용을 바가지쓰는 것은 물론 어찌된 일인지 다음날 지길의 집에서 자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왜 자신의 집에서 자고 있냐는 지길의 항의에 한그루는 자신도 모르게 그의 입술을 훔치고 만다. 이런~~ 여자가 먼저?

 

 

 

아무리 취했어도 그렇지...스스로도 황당해진 그루는 계약얘기는 꺼내보지도 못하고 '마녀출판사' 사무실로 빌려쓰고 있는 카페 달지기로 돌아온다.  웬일인지 카페주인인 할아버지와 영자는 보이지 않고 낯선 남자 하이두가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이건 또 뭔 시츄에이션이야?

그루는 처음 만난 그의 입술을 다시 훔치고 만다. 뭐야 그루는 성추행범 아니야?

 

 

 

그건 그렇고 지길과의 계약을 애타게 기다리던 영자는 한그루의 애정보다 계약서가 먼저인데..그루는 자신의 키스사건으로 계약은 물건너갔다고 막 고백하려는 순간...그녀의 가방에서는 지길과의 출판계약을 한 계약서가 나온다. 도대체 어찌된 일이지?

 

  

 

까칠한 지길이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을리는 없다. 분명 하이두의 장난으로 보이는데..

낮에는 지길의 모습으로 밤에는 하이두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두 인격은 서로 티켝태격 서로를 못잡아 먹어 난리이다.

 

 

 

 

망해가는 출판사를 살려야 하는 한그루는 오래전 오해로 왕따를 당했던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런 한그후의 상처를 눈치 챈 하이두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는데...

 

 

 

 

적극적으로 한그루에게 애정을 표현하고 그녀의 키다리아저씨가 되어주는 하이두!

망설이는 한그루에게 언제든 날아가도 좋다고...떠나는 마음을 붙잡지 않겠다고 말한다.

 

 

 

지길에게 원고를 받기위해 그의 곁을 사수하는 그루는 까칠남 지길에게도 따뜻한 하이두에게도 마음이 가는 것을 느낀다. 이른 바 양다리!

 

 

 

능력있는 편집장이면서도 비밀스런 상처를 숨기고 있는 한그루와 한 남자, 아니 두 남자의 팽팽한 연애는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망해가는 2인 출판사와 거대 출판사의 현실을 고발하는 장면도 충격적이다. 어디에나 이런 갑질은 존재하는 모양이다.

과연 지길은 '마녀도서관'을 살릴 베스트셀러를 쓸 것인가. 1편에서는 아직 지길과 하이두과 한 남자인 것이 밝혀지지 않는다.

진실을 알게되면 한그루는 누구를 선택하게 될까? 과연 두 남자의 인격은 다시 하나로 합쳐질 수 있을까?

2편과 3편이 너무 궁금해진다. 거대 출판사의 횡포에 대항하는 한그루가 너무 귀엽다. 그녀의 사랑이 해피엔딩이 되길 바라며 2편을 빨리 펼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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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컴, 삼바
델핀 쿨랭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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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색기라 불리는 프랑스의 국기는 자유, 평등, 박애를 상징하고 있다. 프랑스혁명당시 국민 총사령관 라파예트가 시민들에게 나누어준 모자의 표지 빚깔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프랑스를 떠올리면 평등과 박애라는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아주 오래전 프랑스에 갔을 때에는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살고 있는 것에 놀랐었다.

특히 아프리카쪽 인종들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었다. 사실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의 많은 나라들이 국가의 노화로 젊은 세대들이 적어지고 있고 그 틈새를 다양한 인종들이 메우고 있다고 한다.

누군가는 하기 싫은 일들을 해야하는데 그런 일들을 하기에는 이주노동자들이 딱이기 때문이다.

아프리카 말리에서 기나긴 여정 끝에 프랑스 파리에 도착한 순박한 청년 삼바 시세도.

말리는 오랫동안 프랑스의 지배를 받은 곳이다. 19세기 아프리카의 많은 식민지들이 독립을 하면서 말리도 프랑스령에서 벗어난 모양이다. 지금도 말리의 공용어는 프랑스어이다.

한 때는 프랑스령이기도 했으니 많은 자원들과 인력들이 프랑스를 위해 쓰여졌을 것이다.

프랑스와는 우호관계를 유지하다가 1986년 프랑스 정부가 말리 이민자를 불법체류자로 국외 추방시킨후 관계가 악화되었다고 한다. 뭐랄까...기껏 쓸만큼 쓰다가 내동댕이쳐진 꼴이 된 것이다.

이미 프랑스문화와 문명에 길들여졌던 말리 사람들은 당연히 프랑스를 동경했을 것이다.

책에는 말리의 현재 상황이 자세히 묘사되지는 않았지만 프랑스로 부터 독립후 오랜 군부의 독재로 피폐해지지않았을까. 조국이 건강하지 않으니 삼바같은 젊은이들이 나라를 등지고 탈출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몇 차례의 실패를 겪고 천신만고끝에 프랑스에 도착한 삼바는 오래전 프랑스에 정착한 외삼촌 라무나의 지하방을 찾는다.

프랑스에 온지 25년이 된 라무나는 식당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식당 여주인의 배려로 남은 음식을 집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삼바는 임시체류증을 얻어 10년이 넘게 일을 하게 된다. 프랑스는 체류 10년이 넘으면 정식체류증이 나오게 된다.

하지만 삼바는 10년동안 프랑스에 머물렀다는 증명을 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체포되고 벵센 유치소에 감금된다.

여권마저 빼앗긴 삼바는 불법체류자를 도와주는 시마드란 단체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는 앨리를 만나게 된다.

앨리스의 도움으로 강제추방의 위기에서는 벗어나지만 잠시 시간을 벌었을 뿐 결국 추방될 신세는 달라지지 않았다.

다시 불법체류자신세로 삼촌의 체류증을 가지고 일거리를 찾아 일을 하던 중 벵센 유치소에서 만난 조나스의 애인 그라스외즈를 찾아간다. 언젠가 유치소에서 나가면 그녀를 찾아내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하지만 삼바는 너무도 아름다운 그라스외즈를 사랑하게 된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조나스의 여자임에도 불구하고.

유치소에서 풀려나 정식 채류증을 받게된 조나스는 그라스외즈와 동거를 시작하고 삼바는 자신의 사랑을 접는다.

 

그 사이 삼바는 삼촌의 체류증으로 일했다는 사실이 발각되어 쫓기게 되고 일을 얻기 위해 공사장에 칩입해 다른 사람의 체류증을 훔치게된다. 이 장면에서 나는 신부의 은식기를 훔친 장 발장을 떠올렸다.

삼바가 죽음을 무릅쓰고 프랑스에 온 것은 사람답게 살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말리에 있는 엄마와 여동생들을 부양하기 위해서 돈을 벌어야 했다. 하지만 삼바는 프랑스에서 전혀 사람다운 삶을 살지 못한다.

정식 체류증이 없어 제대로 품삯도 받지 못하는 일들을 전전하고 그렇게 얻은 돈들은 방세와 가족들에게 부치는 돈으로 다 없어진다. 저축은 꿈도 꾸지 못한다. 그래도 삼바는 언젠가 정식 체류증이 나오면 당당한 프랑스인이 되리라 꿈꿨다.

하지만 그 꿈마저 사라져버리고 남은 것은 오로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잡일과 굳은 살이 박힌 손뿐이다.

 

작가는 현재 프랑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참한 이주노동자들, 불법체류자들의 삶을 고발한다.

사람답게 살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들어온 이민자들은 사실 전혀 사람다운 삶을 살지 못하고 프랑스의 맨 하층에서 겨우 버티고 살아간다. 개중에 많은 사람들은 추방되거나 추방될 공포에 시달리면서 더러운 골목길 뒤에서 서성거린다.

아무도 하지 않는 일들에 유용하게 이용하면서 프랑스는 시침을 딱 떼고 이용가치가 없는 체류자들을 추방하고 있다.

 

이런 일들은 프랑스의 일들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수많은 삼바들이 숨을 죽인채 살아가고 있다.

가난한 조국에서 살 수 없어서, 혹은 내전을 피해서, 꿈을 실현하기 위해 수많은 삼바들이 조국을 등지고 있는데 반갑게 그들을 맞아주는 국가는 거의 없다.

하긴 아프리카의 난민들을 거두어 먹이느라 재정이 고갈될 위기에 빠진 이탈리아의 현실도 무겁게 다가온다. 삼바처럼 프랑스에 10년 이상 체류한 이주자들은 구제해줘야하지 않을까.

 

 

파키스탄, 콩고, 터키, 방글라데시, 말리....참으로 안타까운 이주자들이 넘친다.

태어난 장소에 의해 운명이 결정된 사람들. 인간다운 삶을 선물받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저려온다.

비록 허리 한 가운데가 동강난 조국이지만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에 감사하게 된다.

그리고 우리와 피부색이 다른 수많은 사람들이 우리가 이미 하지 않게 된 일들을 하며 꿈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도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음을....

 

그라스외즈는 조나스에게 삼바와의 하룻밤을 얘기한 모양이다. 조나스는 의도적으로 삼바에게 술을 먹자고 한 후 문제를 일으켜 경찰에 체포되도록 일을 꾸민다. 자신의 여자를 사랑했던 삼바에게 복수를 하려던 조바스는 오히려 죽음에 이르고 절망에 빠졌던 삼바는 조바스의 죽음으로 새 삶을 선물받는다.

의외의 반전이 놀라왔다. 누군가의 불행이 행복이 될 수 있다니...선한 삼바에게 이런 반전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 삼바는 당당한 프랑스사람이 되어 사람다운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물론 '삼바'라는 이름으로 살지는 못하겠지만.

 

영화로도 제작된 '웰컴, 삼바'! 영화에는 어떻게 그려졌을지 궁금해진다. 진정한 인권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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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산보
플로랑 샤부에 지음, 최유정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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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를 이렇게 만나니 오히려 정겨운것 같다. 그동안 도쿄를 소개한 여행서들은 많았다.

골목골목 맛집에서부터 관광지, 심지어 여행팁까지 자세하게 나와있어 짧은 시간 도쿄를 둘러보는데

아무 문제 없는 여행서는 수두룩하다. 하지만 이 산보책...너무 앙증맞고 재미있다.

 

 

 

사진도 아니고 그림이 이토록 실감나고 따뜻한 느낌을 가질 수 있을지 몰랐다.

이 정도의 그림실력이라면 프로의 솜씨이다. 잠깐 언급한 보자르 미술학교 출신인가 싶다.

2006년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여 동안 머문 도쿄의 모습을 그림으로 되살려낸 그의 시각이 깊다.

그저 사진 몇장으로 찍어내는 풍경과는 비교가 되질 않는다. 비록 뭘 타고 움직여야 하고 맛집은 어디인지 여행의 팁은 적지만 오히려 마치 보물지도를 살피듯 숨겨놓은 그의 메시지를 찾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아~ 노안이 있는 사람이라면 돋보기는 필수이다. 아마 눈이 좋은 사람이라도 그의 메시지를 찾으려면 눈을 부릅떠야 할 것이다.

 

 

 

흐흐..내가 찾아낸 메시지는 자전거도둑으로 몰려 경찰서에서 고문(?)을 받았다는 흑역사였다.

일본인처럼 외국어를 못하는 사람들이 영어도 짧은 프랑스인을 어떻게 고문(?)했을지 짐작이 된다.

은근 친절한 듯 해도 외국인에 대한 심각한 차별과 무시는 여전한 모양이다. 흠..나는 여전히 일본인에 대해 감정이 많다.

 

 

 

모국인 프랑스가 그리웠다며 투덜거리는 프랑스 청년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귀엽다. 근데 이 청년 은근 뒤끝있다.

책 곳곳에 그 날의 기억을 악착같이 그려내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 책의 말미에는 '나를 붙잡았던 경찰 목록을 적기 시작함'이라고 불편한 감정을 드러낸다. 하긴 그런 기억은 쉽게 잊혀지지 않는다. 사실 그 사건도 오해로 불거진 것 같은데 말은 통하지 않지 영화처럼 범죄인 사진을 찍히면서 무척 곤란했을 것같다. 그럴 때 일본인의 상냥함은 어디로 갔던 것일까.

 

 

 

축제에서 술에 취해 춤을 추고 있는 노인의 모습은 해학적이고 정교하다. 입에 문 담배하며 쏟아지는 맥주까지..신고있는 게다의 발걸이 부분이 조금 미숙하게 느껴지지만 노인의 표정을 보라! 사실 서양인이 동양인의 얼굴을 그리는 것은 쉬운일이 아니다. 서양인에 비해 평면적인 구조로 되어있는 동양인의 얼굴을...저렇게 리얼하게 그려낼 수 있다니 대단한 미술가가 틀림없다.

 

 

 

 

푸하하 이 그림은 도쿄와는 상관없지만 나는 빵터지고 말았다. 리얼 그 자체였으니까.

 

 

 

 

아마 북한에서 이 그림을 본다면 프랑스 청년을 암살하기 위해 특수부대를 보낼지도 모를 일이다.

2006년 당시에는 김정일이 살아있었는데 아마 그가 보았다면 화를 내기보다 웃음이 먼저 터졌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잘 그린 작품 아닌가? 누가봐도 김정일이다.

 

 

 

우리나라도 외국인 등록증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얼핏 보면 우리나라배우 윤상현처럼 생긴 프랑스 청년 플로랑 샤부에는 하루에 900엔도 안쓰고 6개월을 버텼다고 자랑스러워했다. 흠..플로랑 우리나라에 오면 돈 좀 쓰셔야지.

물가 비싼 도쿄에서 잘 살아남았네요. 바퀴벌레에 무슨 도마뱀까지 득시글한 도쿄에서 말이죠. 그런데 정말 주먹밥에 넣어 먹었나요? 설마...

정말 멋진 산책이었다. 언젠가 서울 산보라는 책도 나오지 않을까? 언제든지 환영해요. 플로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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