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13.12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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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느새 2013년 맺음달의 마지막호가 나왔습니다.

 

 

아직 거리에는 단풍든 잎사귀를 입은 나무들이 줄지어 서있고 하늘은 가을빚을 머금었는데 어느새 첫눈이

내렸다고 하니 겨울은 이미 깊숙히 들어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무주의 덕유산자락도 첫눈을 뒤집어 쓰고 가을을 접었네요.

 

 

한겨울이 시작되기도 전에 파고드는 찬바람은 몇 년째 계속된 불황에 겨울이 반갑지 않은 이웃들을 돌보는 '씨뿌리는 사람들'로

시린 가슴이 조금은 따뜻해져오는 것 같습니다.

OECD국가에서도 상위권에 든 대한민국이지만 아직은 겨울이면 싸늘한 외풍에 떨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부산의 예비사회적 기업 바이맘의 대표 김민욱씨는 어머니의 아이디어로 최소한의 에너지로 최대의 난방 효과를 내는

방한텐트 '마미룸'을 개발했다고 합니다. 자신이 20대를 기초생활지원 대상자로 살아서 그랬을까요.

유독 어려운 이웃들에게 필요한 방한텐트를 만들어 보급하게되었다니 자식을 향한 엄마의 품을 닮은 '바이맘'이 이번 겨울추위도

물리쳐줄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돈을 벌어야지요."라고 웃는 김 대표의 마음이 따뜻하게 전해옵니다.

 

 

누군가를 위해 선물을 준비해본 사람들은 알지요. 받는 마음도 기쁘지만 주는 마음이 더 기쁘다는 것을.

그동안 꾸준히 선물을 전해오신 많은 분들에게 감사하고 특별히 2013년 맺음달에 이렇게 많은 옷을 대방출해주신

서초구 반포동에서 옷가게를 운영하시는 엄미숙님의 산타선물입니다. 어서 어서 홈페이지에 가서 신청하시면 득템하실 것 같네요.

 

 

먹는 일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제가 늘 챙겨보는 '할머니의 부엌수업'은 신병덕 할머니의 토종닭 도라지 백숙입니다.

충북 증평군 율리에 사는 할머니표 닭백숙은 마을에서 키운 도라지를 넣고 닭기름을 꼼꼼하게 떼어낸 다음 만들어서 개운하다고

합니다. 기름소금에 찍은 닭백숙의 맛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침이 고입니다.

 

 

'그 시절 유행품'을 보면서 잠시 옛추억에 젖어봅니다. '다마고치'는 제 딸아이가 기억할 것 같습니다.

지금 다시 부활했다는 '삐삐'도 생각나고 '여학생'이나 '소년중앙'같은 잡지도 떠오르네요.

그 때 몇권 쯤 챙겨놨으면 지금쯤 괜찮은 골동품이 되어 있을텐데 말입니다.

 

 

누구에게나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이 있을겁니다. 2013년 맺음달의 특집은 바로 '돌아가고 싶은 순간들'이네요.

쉰일곱 살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기억하는 딸, 대장암으로 세상을 떠난 여동생과 함께 몇년 전

'대장항문외과'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들어가서 진료를 받았더라면 지금쯤 병을 치료하고 결혼해서 아이도 낳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 사랑하는 사람을 편하게 보내주지 못한 철없음에 대한 이야기도 보입니다.

누구나 과거에는 이렇게 철없었고 후회할만한 일들을 만들었지요. 저도 올해 먼저 세상을 떠난 막내동생을

좀 더 많이 사랑해주지 못한 일이 가슴을 후려칩니다. 다시 돌아간다면 따뜻하게 안아주며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은데..

 

 

이제 눈이 내리는 겨울이 오면 나도 시 한편 써보고 싶습니다. 자연은 늘 시를 잉태하고 있으니 가능하겠죠?

 

 

혹시 아니요? 2014년 샘터상에 작품 공모라도 하게될지...내년 2월 28일까지라니 다들 한번 도전해보세요.

저도 졸필이지만 마음을 다 잡고 한번 도전해보고 싶네요.

내년에는 또 어떤 희망을 가지고 독자들에게 다가올지 기대가 됩니다.

작지만 큰 '샘터'덕분에 올해도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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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일곱째를 낳았어요 샘터어린이문고 41
김여운 지음, 이수진 그림 / 샘터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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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출산율이 떨어져 걱정일만큼 아기를 많이 낳지 않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는 다섯 남매니

칠공주네니 하는 집들이 많았습니다. 희한하게 아들보다는 딸부자집들이 많았던 것은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더 오래전 우리 할머니들은 열 남매를 낳는 일이 보통이라고 했으니 그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는지

겨우 두 아이만 키우면서도 힘들다고 투덜거렸던 저는 살짝 부끄러워집니다.

 

신문사에 근무하던 아버지는 큰 실수를 하고 쫓겨나와 한탄강이 보이는 시골로 내려와 갓 결혼한 엄마와

여섯 아이를 낳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멀지 않은 겨울 어느 날 인쇄소를 겸한 집 안방에서는

엄마가 일곱번째 동생을 낳느라 비상이 걸렸습니다.

 

아버지의 할아버지는 딸만 아홉이었고 열번째 아들이 할아버지였답니다.

할아버지는 첫아기로 아들을 낳았는데 그 뒤로 내리 딸 여섯을 낳았다고 하니 아무래도 아버지 집안은

딸부자가 내림이었던 모양입니다.

 

 

삼대독자 아버지는 여태 딸 여섯을 낳고 이제 일곱번 째 아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엄마는 이번에는 아기가 노는 것도 다르고 태몽도 아들꿈이라고 틀림없이 아들일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심지어 동네 할머니들도 뒤태가 틀림없이 아들이라고 했거든요.

그러나 어쩝니까. 조상님들 제사를 지내야 할 아들이 아니고 또 딸을 낳고야 말았네요.

제 주변에 친구들도 하나같이 말합니다. '아들은 아무 소용없어 그저 딸이 최고야'

하지만 이미 딸이 여섯이나 되는 집에 아들은 너무나 간절합니다.

 

아들만 여섯을 낳은 집안에서는 간절히 딸을 기다리는데 이번에도 아들을 낳으면 바꾸는게 어떻냐고도

합니다. 아기를 낳지 못하는 아버지의 친구는 아기를 데려다 키우고 싶어 합니다.

아버지와 엄마는 고민이 깊어집니다.

 

딸을 많이 낳을 줄 미리 알고 동, 서, 남, 북, 가, 나, 다 미리 이름자를 정해놓은 순서대로 딸의 이름이

정해졌었습니다. 열 다섯 큰 딸 동희는 엄마와 함께 동생들을 돌보는 착한 딸입니다.

고집쟁이 둘째 서희는 책벌레이구요.

여자 동생이 생긴 저녁 서희는 아기가 남에 집에 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동생이 남의 집에 보내진다면 동생의 운명이 바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옵니다.

 

지혜로운 동희와 서희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파티를 계획합니다.

설화에서 전해오는 바리데기 공주를 연극으로 꾸며 엄마와 아버지에게 보여드립니다.

버려진 바리데기가 아버지의 목숨을 구해준다는 이야기에는 일곱째를 향한 언니들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마당에 줄지어 서있는 아홉개의 눈사람은 아이들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막내야 걱정마 너희 운명은 언니들이 지켜줄게'

마치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오형제처럼 인쇄소집의 여섯 딸들은 막내를 지키기 위해 기특한 파티를

연 셈입니다.

키울 때는 많은 것 같아도 커보니 다 흩어져 결국 부모님곁에는 어느 자식도 없었습니다.

작가의 마지막 말에 힘들게 일곱 딸을 키워내셨을 아버지와 다섯 째 딸은 이미 하늘나라에 갔다고

했습니다. 동생은 아마 하늘나라에서 아버지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을 겁니다.

제 아버지와 남동생, 막내 여동생도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읽는 내내 정신없이 복닥거리며 자랐던 제 어린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가난했지만 마음이 부자였던 것은 바로 풍성한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지금은 모두 외동이 아니면 둘이 전부인 아이들보다 이렇게 형제 많은 집들이 더 우애가 좋은 건

큰 아이가 막내를 키우고 서로가 보살펴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네마다 동생을 업고 나와 술래잡기를 하거나 멀찌감치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부럽게 쳐다보던 언니들을

이제는 볼 수 없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점호를 하는 마지막 모습에 코끝이 시큰해집니다.

서로가 지켜주고 보듬어 주는게 가족이란 것을 다시 확인했던 아름다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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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왜 이러는 걸까요? - 여자가 모르길 바라는 남자들의 비밀 왜 이러는 걸까요?
베아트리체 바그너 지음, 정유연 옮김 / 샘터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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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히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피터팬'처럼 철들지 못하는 족속 남자들!

정말 이 남자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엄마의 몸에 잉태된 태아는 어느 기간동안 성별이 정해지지 않은 채 성장한다고 한다.

말하자면 남자와 여자의 성징을 모두 가진 채 성장하다가 여러가지 영향으로 성별이 결정된다고 하니

어찌 보면 남자와 여자의 태생은 한 뿌리에서 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태어나 독립적인 삶을

살다보면 '화성 남자와 금성여자'라고 표현될만큼 도무지 그 간격의 골이 좁혀지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아마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도 이 주제에 관한 의문은 끝이 없었고 인류의 역사가

끝나지 않는 한 멈추지 않는 주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인류의 반은 남자이고 어차피 공존의 삶을 살아야 하는 관계이니 이왕이면 제대로 된 '남자 사용 설명서'가

있다면 그나마 삐걱 거리지 않고 어울려 살 수 있지 않을까.

우스개 소리로 '반품불가'의 꼬리표를 달고 비장하게 내치기 전에 한 번쯤 '남자'란 존재에 대해 연구해볼 수 있는

책이다.

 

오늘도 오줌냄새가 진동하는 화장실을 청소하며 제발 변기뚜껑을 열고 소변을 보거나 아예 앉아서 소변을 해결하라는

압박을 견디고 있는 남편! 더구나 일요일에 소파를 차지하고 앉아서 아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도 보지 못하게 하고 야구나 축구경기에

몰두하는 남자들! 잠시 시간이 나면 아이들과 산책이라도 나가주면 좋으련만 인터넷게임이라도 시작하면 그야말로 몰입삼매경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한다. 대부분의 인터넷중독자들이 남자들이라는 것을 보면 남자란  도대체 아무 생산성도 없는 일에 목숨을 거는

이상한 존재들이다.

 

 

'여자가 바라는 남자의 필수조건'을 보면 좀 너무한 욕심인가 싶지만 사실 이런 여자들의 요구는 그만큼 남자가 그동안

'남자'답지 못했다는 반증이 아닐까한다. 여전히 엄마에게 의존적인 남편, 엄마표 음식을 그리워하는 것은 둘째치고

엄마에게 사랑스런 아들로 영원한 '마마보이'가 되기로 한 남자들.

특히 대한민국이 아무리 IT의 강국이고 선진국에 진입했다해도 해결되지 않는 '고부간의 갈등'을 우리 현명한 여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적과의 동침'을 독려하는 작가의 또다른 작전은 절대 어머니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그래서 완벽한 승리를 장담할

최고의 무기 즉 '섹스'를 이용하라는 말에 웃음이 나오다가도 한숨이 비어져 나온다.

이렇게까지 전략적으로 살아야 하는거야? 그것도 시어머니를 상대로 잠자리까지 전략이 되어야하다니..씁쓸하다.

더구나 이 책의 저자는 독일인이다. 그러나 마치 우리나라의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처럼 전혀 낯설지가 않다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남자의 문제'는 비슷하다는 뜻일게다. 고부간의 문제까지 비슷하다니 놀랍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은 있다. 결혼이란 또다른 경영이다.

그저 사랑만으로 서로를 지탱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그리고 상대는 여전히 어른이 되지 못한 남자이다.

그렇다면 좀 더 성숙하고 배려있는 여자들이 봐주는 수 밖에 없다.

여자가 모르길 바라는 남자들의 비밀을 속속들이 파헤친 이 책으로 때로는 엄마처럼 때로는 여우처럼 남자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할 밖에.

주말 아침 TV앞에서 축구경기를 보는 남편을 보면서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싸움...포기하면서 드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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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미스터리
J.M. 에르 지음, 최정수 옮김 / 단숨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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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내 유년의 어두운 시간을 버티게 해주었던 셜록 홈스를 다시 만날 수 있어 반가웠다.

저자인 J. M. 에르는 분명 홈스를 추종하는 신자임이 틀림없다.

마치 한 편의 연극을 보는 것 같은 플릇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홈스가 숙적 모리아티와 대결을

벌인 라이헨바흐 폭포와 가까운 베이커 스트리트 호텔이다. 홈즈의 팬이라면 물론 홈즈가 살았던

주소를 기억하고 있으리라. 베이커가 221번지. 물론 베이커 스트리트 호텔은 아주 적당한 무대가 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프랑스의 명문대인 소르본 대학에 홈스학과가 생긴다는 설정이며 초대 정교수직을 노린

열 명의 사람들이 하나 하나 연쇄적으로 죽어간다는 설정은 기가 막히다.

자칫 추리소설에 흔히 도입되는 '밀실살인'기법을 이용한 이 연쇄살인을 해결하는 소설이라고

지레 짐작해서는 마지막에 뒤통수를 맞는 걸 각오해야 한다.

 

 

홈스의 열렬한 지지자들이며 악마의 모습을 감춘 개성파 인물들은 메모에 녹음까지 제각각 사건의 흔적을

남겨 놓는다. 과연 폭설로 갇힌 호텔에서 일어난 살인 사건의 전말은 어떠한가는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중요하지 않았음을 알게된다.

 

저자는 홈스를 위한 파티를 기획한 것이 틀림없다.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그동안 발표되었던 작품들을 추억하는 장면이나 심지어 작가인 아서 코난 도일이

실제인물인 홈스와 그의 친구 왓슨이 고용한 대리인이라는 주장도 아주 흥미롭다.

전혀 그럴리 없다는 증거가 나온다면 할 수 없지만 그 설정도 꽤 재미있다. 단지 왓슨이 동성애자였다는 가설은

말도 안된다고 주장하지만.

 

마치 조선시대 왕비간택을 위해 미션을 수행하는 여인들처럼 악의를 감춘 인물들은 자신의 정당성을 피력한다.

자신이 홈스의 증손자라거나 홈스의 가정부였던 허드슨부인이 실제는 홈스의 정부였으며 추리파트너였다는 등의...

하긴 홈스는 끝끝내 결혼을 하지 않았었고 사건중에 만난 여인과 살짝 로맨스무드가 조성되기도 했으니 어딘가에

자신의 자식을 하나쯤 숨겨두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상상은 늘 그렇지만 자유다.

 

갇힌 호텔에서의 나흘간의 미스터리를 쫓아가면서 기괴함보다는 유쾌함과 유머가 더 느껴지는 것은 왜일까.

분명 저자의 의도대로 홈스를 추억하는 파티이기 때문일 것이다. 파티가 우울해서는 절대 안되니까.

홈스를 다시 세상에 살아나게 하고 홈스를 추종하는 사람들에게 경의를 보내는 저자의 마음이 느껴진다.

 

홈스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그동안 많이 있었다.

커다란 무대에 그를 다시 불러내어 추억하게 하고 한바탕 축제로 승화시킨 저자의 발칙한 상상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혹 미스터리를 상상했던 이들에게 마지막 결말을 살짝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저자가 의도한 파티는 훌륭하게 막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많은 시간이 흐른 후대에도 잠자는 홈스를 불러내어 파티를 벌여줄 작가들은 분명 또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홈스는 불멸의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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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분 후의 삶
권기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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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만은 영원히 살 것 같은 착각에 빠져있기도 하다.

하지만 예기치 않는 사고를 겪어 죽음을 마주한다면 그 공포는 어마어마 할 것이다

흔히 '자다가 죽는 복'이 최고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주에 먼지 한 톨 보다도 못한 존재이지만

죽음만큼은 평화롭게 맞이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배를 탔다가 혹은 비행기를 탔다가 갑작스런 사고로 죽음을 마주하기도 하고 산에 올랐다가 혹은

폭우에 휩쓸려 죽음직전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고작 일 분의 시간이 죽음과 삶을 가르는 경계가 되기도 한다.

 

 

거친 파도에 휩쓸려 망망한 인도양에 떨어진 남자가 살 가망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자신이 바다에 떨어진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해도 어려서부터 바닷물이 안방같은 곳에 자란 사람이라고 해도

일곱시간을 버틴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살고자하는 간절한 그의 마음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난데없이 거북이라니...이런 이야기는 동화속에서나 나오는 이야기 아닌가.

하지만 몇 백미터의 바닷속으로 가라앉으려는 순간 그의 몸을 지탱해준 거북이가 나타났으니 분명 전생에

큰 복을 지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배가 돌아왔다 되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절망감은 오죽했을까.

사람들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무슨 생각을 할까. 거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모양이다.

죽음의 경계를 넘었다가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이 살아왔던 시간들이 그 짧은 순간에

파노라마처럼 스친다고 한다. 먼 곳의 이야기일 것만 같은 죽음이 코 앞에 닥쳤을 때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갑작스런 폭우로 진흙속에 휩쓸린 남자는 자신의 발 밑에 단단한 나무조각을 딛고 진흙뻘을 헤쳐나온다.

아마 그 나무조각이 없었다면 틀림없이 저승사자를 만났을 것이다.

우리는 가끔 기적같은 삶이 있다는 것을 본다. 그렇게 기적을 만난 사람들의 공통점은 결코 희망을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드시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하늘을 움직이고 운명을 다듬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다시 삶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삶이 감사하다고 말한다. 하긴 자신에게 온 행운이 어찌

감사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남은 시간들이 어찌 소중하지 않겠는가.

그저 남들과 다르지 않은 오늘 하루도 그들에게는 간절한 시간일 것이다.

'우리는 이들 속에 잠시 살다 가는 작은 미물. 그 동안 섬세한 이 자연의 거미줄을 흐트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선한 마음을 다하면 하늘과 바다는 온작 힘을 다해 우리를 도와준다.' -57p

 

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간절히 기도하면 우주의 기운이 나를 도와준다...고.

지금도 기억하는 서해페리호사건의 생존자는 몸속에서 생명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 순간 강력한

삶의 의지가 도저히 깨기 어려울 것 같은 선실 유리창을 깨고 살아남았다.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은 한동안 악몽과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건강한 태권도 사범이었지만 감전사고로 팔을 잃은 남자는 왜 자신에게 이런 불행이 닥쳤나 끊임없이 생각했단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중에서 자신에게 전신주에 걸린 연을 떼어내달라고 부탁했던 소년의 마음이 되어 자신을

바라보고 나서야 평화를 얻었다. 뭐든 다 해낼 사람처럼 보였기때문에 나에게 기댄 것임을...그 아이는 나를 헤치러

온게 아니었음을...

 

우리는 불행의 원인이 남에게 있다고 미루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불행조차도 껴안는 순간 더 이상 불행은 힘을

쓰지 못한다. 사선을 넘을 뻔했던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지금 이 살아있음을 감사한다.

'일 분 후의 삶'에도 내가 살아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 인생이다. 언제든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할 소중한 시간, 지금 이 순간이 감사한 이유이다.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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