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일곱째를 낳았어요 샘터어린이문고 41
김여운 지음, 이수진 그림 / 샘터사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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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에는 출산율이 떨어져 걱정일만큼 아기를 많이 낳지 않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는 다섯 남매니

칠공주네니 하는 집들이 많았습니다. 희한하게 아들보다는 딸부자집들이 많았던 것은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더 오래전 우리 할머니들은 열 남매를 낳는 일이 보통이라고 했으니 그 많은 아이들을 어떻게 키웠는지

겨우 두 아이만 키우면서도 힘들다고 투덜거렸던 저는 살짝 부끄러워집니다.

 

신문사에 근무하던 아버지는 큰 실수를 하고 쫓겨나와 한탄강이 보이는 시골로 내려와 갓 결혼한 엄마와

여섯 아이를 낳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멀지 않은 겨울 어느 날 인쇄소를 겸한 집 안방에서는

엄마가 일곱번째 동생을 낳느라 비상이 걸렸습니다.

 

아버지의 할아버지는 딸만 아홉이었고 열번째 아들이 할아버지였답니다.

할아버지는 첫아기로 아들을 낳았는데 그 뒤로 내리 딸 여섯을 낳았다고 하니 아무래도 아버지 집안은

딸부자가 내림이었던 모양입니다.

 

 

삼대독자 아버지는 여태 딸 여섯을 낳고 이제 일곱번 째 아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엄마는 이번에는 아기가 노는 것도 다르고 태몽도 아들꿈이라고 틀림없이 아들일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심지어 동네 할머니들도 뒤태가 틀림없이 아들이라고 했거든요.

그러나 어쩝니까. 조상님들 제사를 지내야 할 아들이 아니고 또 딸을 낳고야 말았네요.

제 주변에 친구들도 하나같이 말합니다. '아들은 아무 소용없어 그저 딸이 최고야'

하지만 이미 딸이 여섯이나 되는 집에 아들은 너무나 간절합니다.

 

아들만 여섯을 낳은 집안에서는 간절히 딸을 기다리는데 이번에도 아들을 낳으면 바꾸는게 어떻냐고도

합니다. 아기를 낳지 못하는 아버지의 친구는 아기를 데려다 키우고 싶어 합니다.

아버지와 엄마는 고민이 깊어집니다.

 

딸을 많이 낳을 줄 미리 알고 동, 서, 남, 북, 가, 나, 다 미리 이름자를 정해놓은 순서대로 딸의 이름이

정해졌었습니다. 열 다섯 큰 딸 동희는 엄마와 함께 동생들을 돌보는 착한 딸입니다.

고집쟁이 둘째 서희는 책벌레이구요.

여자 동생이 생긴 저녁 서희는 아기가 남에 집에 갈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아직 얼굴도 보지 못한 동생이 남의 집에 보내진다면 동생의 운명이 바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옵니다.

 

지혜로운 동희와 서희는 크리스마스를 맞아 파티를 계획합니다.

설화에서 전해오는 바리데기 공주를 연극으로 꾸며 엄마와 아버지에게 보여드립니다.

버려진 바리데기가 아버지의 목숨을 구해준다는 이야기에는 일곱째를 향한 언니들의 마음이 담겨있습니다.

 

 

마당에 줄지어 서있는 아홉개의 눈사람은 아이들의 간절한 소망입니다.

'막내야 걱정마 너희 운명은 언니들이 지켜줄게'

마치 지구를 지키는 독수리 오형제처럼 인쇄소집의 여섯 딸들은 막내를 지키기 위해 기특한 파티를

연 셈입니다.

키울 때는 많은 것 같아도 커보니 다 흩어져 결국 부모님곁에는 어느 자식도 없었습니다.

작가의 마지막 말에 힘들게 일곱 딸을 키워내셨을 아버지와 다섯 째 딸은 이미 하늘나라에 갔다고

했습니다. 동생은 아마 하늘나라에서 아버지의 귀여움을 독차지하고 있을 겁니다.

제 아버지와 남동생, 막내 여동생도 하늘나라로 떠났습니다.

읽는 내내 정신없이 복닥거리며 자랐던 제 어린시절이 떠올랐습니다.

가난했지만 마음이 부자였던 것은 바로 풍성한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지금은 모두 외동이 아니면 둘이 전부인 아이들보다 이렇게 형제 많은 집들이 더 우애가 좋은 건

큰 아이가 막내를 키우고 서로가 보살펴주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동네마다 동생을 업고 나와 술래잡기를 하거나 멀찌감치 아이들의 노는 모습을 부럽게 쳐다보던 언니들을

이제는 볼 수 없습니다.

마음을 다잡고 점호를 하는 마지막 모습에 코끝이 시큰해집니다.

서로가 지켜주고 보듬어 주는게 가족이란 것을 다시 확인했던 아름다운 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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