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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왜 이러는 걸까요? - 여자가 모르길 바라는 남자들의 비밀 ㅣ 왜 이러는 걸까요?
베아트리체 바그너 지음, 정유연 옮김 / 샘터사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영원히 어른이 되기를 거부하는 '피터팬'처럼 철들지 못하는 족속 남자들!
정말 이 남자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엄마의 몸에 잉태된 태아는 어느 기간동안 성별이 정해지지 않은 채 성장한다고 한다.
말하자면 남자와 여자의 성징을 모두 가진 채 성장하다가 여러가지 영향으로 성별이 결정된다고 하니
어찌 보면 남자와 여자의 태생은 한 뿌리에서 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세상에 태어나 독립적인 삶을
살다보면 '화성 남자와 금성여자'라고 표현될만큼 도무지 그 간격의 골이 좁혀지지 않는다.
무엇이 문제일까? 아마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도 이 주제에 관한 의문은 끝이 없었고 인류의 역사가
끝나지 않는 한 멈추지 않는 주제가 될 것이다.
하지만 인류의 반은 남자이고 어차피 공존의 삶을 살아야 하는 관계이니 이왕이면 제대로 된 '남자 사용 설명서'가
있다면 그나마 삐걱 거리지 않고 어울려 살 수 있지 않을까.
우스개 소리로 '반품불가'의 꼬리표를 달고 비장하게 내치기 전에 한 번쯤 '남자'란 존재에 대해 연구해볼 수 있는
책이다.
오늘도 오줌냄새가 진동하는 화장실을 청소하며 제발 변기뚜껑을 열고 소변을 보거나 아예 앉아서 소변을 해결하라는
압박을 견디고 있는 남편! 더구나 일요일에 소파를 차지하고 앉아서 아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도 보지 못하게 하고 야구나 축구경기에
몰두하는 남자들! 잠시 시간이 나면 아이들과 산책이라도 나가주면 좋으련만 인터넷게임이라도 시작하면 그야말로 몰입삼매경에
빠져 헤어나오질 못한다. 대부분의 인터넷중독자들이 남자들이라는 것을 보면 남자란 도대체 아무 생산성도 없는 일에 목숨을 거는
이상한 존재들이다.
'여자가 바라는 남자의 필수조건'을 보면 좀 너무한 욕심인가 싶지만 사실 이런 여자들의 요구는 그만큼 남자가 그동안
'남자'답지 못했다는 반증이 아닐까한다. 여전히 엄마에게 의존적인 남편, 엄마표 음식을 그리워하는 것은 둘째치고
엄마에게 사랑스런 아들로 영원한 '마마보이'가 되기로 한 남자들.
특히 대한민국이 아무리 IT의 강국이고 선진국에 진입했다해도 해결되지 않는 '고부간의 갈등'을 우리 현명한 여자들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적과의 동침'을 독려하는 작가의 또다른 작전은 절대 어머니가 대신해 줄 수 없는, 그래서 완벽한 승리를 장담할
최고의 무기 즉 '섹스'를 이용하라는 말에 웃음이 나오다가도 한숨이 비어져 나온다.
이렇게까지 전략적으로 살아야 하는거야? 그것도 시어머니를 상대로 잠자리까지 전략이 되어야하다니..씁쓸하다.
더구나 이 책의 저자는 독일인이다. 그러나 마치 우리나라의 남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것처럼 전혀 낯설지가 않다는 것은
전세계적으로 '남자의 문제'는 비슷하다는 뜻일게다. 고부간의 문제까지 비슷하다니 놀랍지 않은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은 있다. 결혼이란 또다른 경영이다.
그저 사랑만으로 서로를 지탱하는 것은 분명 한계가 있다. 그리고 상대는 여전히 어른이 되지 못한 남자이다.
그렇다면 좀 더 성숙하고 배려있는 여자들이 봐주는 수 밖에 없다.
여자가 모르길 바라는 남자들의 비밀을 속속들이 파헤친 이 책으로 때로는 엄마처럼 때로는 여우처럼 남자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할 밖에.
주말 아침 TV앞에서 축구경기를 보는 남편을 보면서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싸움...포기하면서 드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