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분 후의 삶
권기태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한다. 그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만은 영원히 살 것 같은 착각에 빠져있기도 하다.

하지만 예기치 않는 사고를 겪어 죽음을 마주한다면 그 공포는 어마어마 할 것이다

흔히 '자다가 죽는 복'이 최고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우주에 먼지 한 톨 보다도 못한 존재이지만

죽음만큼은 평화롭게 맞이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배를 탔다가 혹은 비행기를 탔다가 갑작스런 사고로 죽음을 마주하기도 하고 산에 올랐다가 혹은

폭우에 휩쓸려 죽음직전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고작 일 분의 시간이 죽음과 삶을 가르는 경계가 되기도 한다.

 

 

거친 파도에 휩쓸려 망망한 인도양에 떨어진 남자가 살 가망성은 거의 없어 보였다.

자신이 바다에 떨어진 사실을 알게 된다고 해도 어려서부터 바닷물이 안방같은 곳에 자란 사람이라고 해도

일곱시간을 버틴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살고자하는 간절한 그의 마음이 하늘에

닿았던 것일까. 난데없이 거북이라니...이런 이야기는 동화속에서나 나오는 이야기 아닌가.

하지만 몇 백미터의 바닷속으로 가라앉으려는 순간 그의 몸을 지탱해준 거북이가 나타났으니 분명 전생에

큰 복을 지었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자신을 구하기 위해 배가 돌아왔다 되돌아가는 뒷모습을 보며 절망감은 오죽했을까.

사람들은 죽음을 맞이하는 순간에 무슨 생각을 할까. 거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떠올리는 모양이다.

죽음의 경계를 넘었다가 돌아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이 살아왔던 시간들이 그 짧은 순간에

파노라마처럼 스친다고 한다. 먼 곳의 이야기일 것만 같은 죽음이 코 앞에 닥쳤을 때 나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갑작스런 폭우로 진흙속에 휩쓸린 남자는 자신의 발 밑에 단단한 나무조각을 딛고 진흙뻘을 헤쳐나온다.

아마 그 나무조각이 없었다면 틀림없이 저승사자를 만났을 것이다.

우리는 가끔 기적같은 삶이 있다는 것을 본다. 그렇게 기적을 만난 사람들의 공통점은 결코 희망을 놓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드시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하늘을 움직이고 운명을 다듬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다시 삶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삶이 감사하다고 말한다. 하긴 자신에게 온 행운이 어찌

감사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남은 시간들이 어찌 소중하지 않겠는가.

그저 남들과 다르지 않은 오늘 하루도 그들에게는 간절한 시간일 것이다.

'우리는 이들 속에 잠시 살다 가는 작은 미물. 그 동안 섬세한 이 자연의 거미줄을 흐트리지 말아야 한다.

우리가 선한 마음을 다하면 하늘과 바다는 온작 힘을 다해 우리를 도와준다.' -57p

 

파울로 코엘료는 '연금술사'에서 이렇게 말했다.

간절히 기도하면 우주의 기운이 나를 도와준다...고.

지금도 기억하는 서해페리호사건의 생존자는 몸속에서 생명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생각이 든 순간 강력한

삶의 의지가 도저히 깨기 어려울 것 같은 선실 유리창을 깨고 살아남았다.

 

죽음을 경험한 사람들은 한동안 악몽과 트라우마에 시달린다.

건강한 태권도 사범이었지만 감전사고로 팔을 잃은 남자는 왜 자신에게 이런 불행이 닥쳤나 끊임없이 생각했단다.

하지만 그 많은 사람들중에서 자신에게 전신주에 걸린 연을 떼어내달라고 부탁했던 소년의 마음이 되어 자신을

바라보고 나서야 평화를 얻었다. 뭐든 다 해낼 사람처럼 보였기때문에 나에게 기댄 것임을...그 아이는 나를 헤치러

온게 아니었음을...

 

우리는 불행의 원인이 남에게 있다고 미루고 싶어한다. 하지만 그 불행조차도 껴안는 순간 더 이상 불행은 힘을

쓰지 못한다. 사선을 넘을 뻔했던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지금 이 살아있음을 감사한다.

'일 분 후의 삶'에도 내가 살아있으리라는 보장은 없는 것이 인생이다. 언제든 마지막을 맞이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할 소중한 시간, 지금 이 순간이 감사한 이유이다.


RH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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