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사이클링 - 나만의 방식으로 일의 가치를 높인 사람들과의 대화
드로우앤드류 지음 / 샌드박스스토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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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떨림을 주저 없이 따라가며 누구보다 뚜렷하게 자기만의 길을 개척한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들!

크리에이터가 되기를 희망하는 분들오늘도 이 일이 내게 맞는 일인가 고민하고 있는 분들새로운 도전 앞에서 주저하고 있는 분들에게 추천하는 책!

 

 

 

 

  65만 명에 이르는 구독자들을 보유한 유튜버이자 크리에이터인 드로우앤드류는 한때 스스로를 실패한 디자이너라 할 만큼 늘 고용 불안에 시달리던 직장인이었다 한다하지만 자신만의 브랜드를 완성하고 성공한 프리워커가 될 수 있었던 것은 회사에서 불리는 이 아닌 나를 먹여 살릴 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물론 안정적인 직장주변의 시선조급해지는 마음을 뒤로 하고 온전히 자신이 가진 가치를 활용해 새로운 을 만드는 일이란 쉽지 않다드로우앤드류가 만난 8팀의 인터뷰이들 역시 한때는 사회로부터 외면받기도 하고 예상치 못한 시련에 힘든 시기를 보냈다고 한다그러나 그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함으로써 일과 삶의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저자는 이들을 가리켜 업사이클러라 부르기로 하면서어려운 길을 먼저 걸어간 8팀의 업사이클러를 통해 성장하는 즐거움과 뜨거운 분투의 기록을 전하고자 한다.

 

 

 

결핍과 시련을 내 것으로 만드는 힘

 

 

  책 속에는 유연하지만 치열하게커리어의 새로운 문을 열어온 사람들의 내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대기업 12년 차 과장이자 베스트셀러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3부작의 저자인 송희구 작가미디어 그룹 디에디트의 공동 창업자인 에디터 H와 M, 서울대 공학 박사 과정을 중단하고 육아에 전념하며 네이버웹툰 닥터앤닥터 육아일기를 그린 이대양 작가일러스트레이터이자 제페토 아이템 크리에이터 겸 NFT 작가인 젬젬국내 1호 러닝전도사인 안정은무대에 서지 않지만 배우입니다의 저자이자 인스타툰 작가인 슌(윤수훈), 배우 겸 영화감독이자 자이언트 펭TV’의 작가 염문경시각 디자이너이자 카페 오브코하우스와인바 미도림 등을 운영하는 조조(조인혁)에 이르기까지, 8팀의 크리에이터들이 생각하는 의 의미와 성장 과정이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다.

 

 

 

송희구_ “어떤 것이라도 꾸준히 해보세요. 10년쯤 하다 보니 막다른 동굴처럼 느껴지던 인생에도 끝은 보이더라고요.”

디에디트(에디터 H, 에디터 M)_ “어차피 인생은 내 마음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고 엉망진창이기 때문에 인생의 한 부분만큼은 온전히 컨트롤하면서 작은 성취감을 쌓아가는 게 건강하게 사는 데 중요해요.”

이대양(닥터베르)_ “실패했다고 좌절하기보다는 실패로부터 뭘 배우고 앞으로 뭘 할 것인가빨리 전환하는 게 중요해요.”

젬젬_ “다양한 플랫폼들이 계속 등장할 때 머뭇거리지 말고 일단 시도해보세요어디서 내 가능성이 폭발할지 해보지 않으면 모르니까요.”

안정은_ “사실 달릴 때 숨이 턱 끝까지 차서 죽을 것 같지만죽진 않잖아요그걸 이겨낸 경험이 있는데다른 힘든 일 못할 게 뭐 있나 싶어요.”

_ “내가 다양한 시도를 해봤는데 답이 안 나온다면도망가면 돼요도망친 곳에서 또 새로운 꿈을 찾을 수 있어요.”

염문경_ “한 우물을 파려고 노력하던 시절에는 힘들고 절박하니까 세상을 보는 시야도 좁았어요지금은 사람에 대한 이해도 더 늘어난 것 같아요.”

조조_ “될지 안 될지 모르지만 일단 해보는 거죠하다보면 새로운 게 그려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 중에서도 대기업 12년 차 과장이자 베스트셀러 서울 자가에 대기업 다니는 김부장 이야기』 3부작의 저자인 송희구 작가의 인터뷰가 인상적이다그는 무려 12년 동안새벽 4시 반에 일어나 6시에 출근해 8시 반에 근무를 시작하기 전까지 두 시간 반을 독서와 글쓰기에 활용할 만큼 자기 루틴에 철저했던 이다그는 작게 시작할 수 있는 루틴을 통해 마인드셋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한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나의 가치를 높이는 일이다그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보다는 자꾸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에 휘말리고 실체도 불분명한 것들에 희망을 걸고 불안해하는 건 그저 투기일 뿐이라고 지적한다나를 견고히 해서 내 몸값을 높이면 자연스럽게 기회가 생기고 더 큰 소득이 따라온다는 그의 말은인생의 한방만을 노리거나 주변 상황에 휘둘리기 쉬운 우리들이 귀 기울여야 할 메시지일 듯하다.

 

 

 

제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세상을 바꿔온 사람들은 덕후들이었던 것 같아요어디 한 가지에 아주 빠져있는 사람들이요. (예전에는 다 잘하는 제너럴리스트가 인정받았다면이제 남들이 관심 갖지 않는 분야여도 나만 잘하면 성공하는 것 같아요내가 이런 걸 하고 있다거나 이런 분야도 있다는 걸 알리기도 쉬워진 시대잖아요그래서 이것저것 찔러보기보다 내가 좋아하는 것 하나를 계속 파고들면 좋을 것 같아요내가 무언가 몰두해 있으면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들도 관심을 갖는 것 같더라고요. “그게 뭐야?” 하면서 말이에요. / ‘송희구’ 작가의 인터뷰 중에서 37p

 

 

자신이 브랜드가 되면 그만큼 선택의 여지가 많아지는 것 같아요.

근데 회사 일이 내 인생의 전부인 양 몰두하고 남에게도 강요하다 보면 내 인생에는 회사밖에 안 남는 거죠결국은 내 가치를 올리는 것내가 누군지를 확고히 하는 것이 답이에요. / ‘송희구’ 작가의 인터뷰 중에서 53p

 

 

어떤 분한테 혼난 적도 있어요. “아니어떻게 그렇게 시장 분석도 안 하고 시작할 수가 있어?” 하고요. (웃음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무모하니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엄청난 기획력을 갖고 특별한 모델을 세워서 시작한 게 아니고그냥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순진한 생각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더 잘될 수 있지 않았나 싶고요. / ‘디에디트’ 에디터 H, 에디터 M의 인터뷰 중에서 63p

 

 

 



 

 

 

 

  반면 다양한 직업을 옮겨가면서도 그것을 실패라 생각하지 않고 또 다른 일의 추진력이 되도록 한 크리에이터들 또한 눈에 띤다개발자를 하면서 자신의 길이 아니라는 걸 알았고승무원을 하면서 서비스 마인드를 배웠고연극배우를 하면서 발음과 발성에 대해 공부했고마케터 생활을 하면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계획해 보는 연습을 했다던 안정은 크리에이터는 달리기와 자신의 경험을 접목시켜 러닝전도사라는 새로운 업을 만들어냈다메타버스와 NFT라는 새로운 시장의 가치를 들여다보고 도전한 젬젬 크리에이터 역시 마찬가지다.

 

 

 

  스스로를 프로도망러라고 소개하는 슌 크리에이터는 도망이라고 표현했지만 마음속 떨림을 주저 없이 따라가며 누구보다 뚜렷하게 자기만의 길을 개척했다돌아 돌아간 길처럼 보이지만 결국 자신만의 무대로 올라설 수 있는 지름길을 발견한 것이다어떤 자리에서 어떤 일을 하느냐에 연연하기보다 자신의 가치를 믿고 새로운 길을 열어가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그 어느 때보다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세상에서 우리는 무엇에 가치를 두고 살아가야 하는지를 숙고하게 한다.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안 좋은 일이 있을 때 발버둥이라도 치면 어떤 결과가 나왔어요이것도 몇 번 반복하다 보니까 느는 것 같아요만화에서도 말했지만 정말 어렸을 때 곤충 채집이라도 해봐야 잠자리 잡는 것조차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어요내 뜻대로 되는 게 아니고 연습이 필요하다는 걸 자연스럽게 깨닫는 거죠이건 되게 중요한 문제고요.

그러니까 예상치 못한 일 혹은 처음 접하는 일에 실패는 있을 수 있으니 그 실패로부터 뭘 배우고 앞으로 뭘 할 것인가빨리 전환하는 게 삶 전반에 더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

이대양 작가의 인터뷰 중에서 171p

 

 

무엇이든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누구나 도전할 수 있다는 것그게 메타버스와 웹3.0의 가장 큰 장점이니까요다양한 플랫폼들이 계속 등장하는 만큼 머뭇거리지 말고 일단 시도해보시면 좋겠어요어디서 나의 가능성이 폭발할지는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요. / 젬젬 크리에이터의 인터뷰 중에서 228p

 

 

저는 포기하지 않았어요도망은 쳤지만 포기한 건 아니에요저는 도망이라는 단어를 좋아해요많은 사람이 지금 이거 아니면 안 돼’ 하는 생각에 갇히곤 하는 것 같아요특히 진로나 미래를 엄청나게 준비하고 온 힘을 쏟을 사람일수록 더 그런 것 같고요사실 아니거든요지금 이 회사를 그만둔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모두 머리로는 알고 있어요하지만 두렵죠제 경험에 비추어보면저는 도망쳤을 때 오히려 더 멋진 걸 만났어요그래서 도망치는 걸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어요. / 슌 인스타툰 작가의 인터뷰 중에서 286p

 

 

 




 

 

 

 

  “어디서 나의 가능성이 폭발할지는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거잖아요.” 젬젬 크리에이터의 말처럼 다양한 플랫폼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는 지금기존의 을 답습하기보다 새로운 과 나의 가능성을 믿는 데서 또 다른 길이 열릴 거라는 크리에이터들의 모습은 내게 신선한 충격이었다여전히 나는 많은 핑계거리에 매몰된 채 세상의 흐름을 마주하기는커녕 마흔이 되어가도록 나의 가능성조차 온전히 믿어주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반면이들 8팀의 크리에이터들은 지금도 여전히 자신의 성장 가능성이 믿고 계속해서 도전하고 있다. “삶이 레몬을 준다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나를 비롯해 많은 청년들이 이 메시지에 귀를 기울여 보다 더 도전하고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기를 응원한다아울러 크리에이터가 되기를 희망하는 분들오늘도 이 일이 내게 맞는 일인지 고민하고 있는 분들새로운 도전 앞에서 주저하고 있는 분들이 용기를 얻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책을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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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피컬 나이트
조예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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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기괴하지만 한편으로는 코끝이 아릿해지고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사랑스러운 단편들!

 

 

 

모든 일에는 이유가 있잖아요.

괴담이라 불릴 만큼 말도 안 되는 일에도 사실은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 10p

 

 

 

  이따금 상상한다나를 둘러싼 어떤 괴담 같은 것이 있을지도 모르겠다고내 안에 어떤 악마 같은 것이 깃들어 좋은 것만 열심히 파먹고 파먹어서 남은 이 비루한 껍데기가 나인 건 아닐까달리고 달려 필사적으로 가 닿으려고 하면 또 다시 제자리로 와 있는 나는 끝없는 악몽의 굴레 속에 빠져버린 앨리스는 아닐까어쩌면 괴담이란 인간의 가장 연약한 틈을 비집고 들어와 가만가만 살점을 뜯어먹다 어느 새 커져 버린불안과 상처를 먹고 자라난 우리 안의 괴물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때문에 나는 밤이 되면 나온다는 학교 귀신 따위보다고통과 불안에 오늘도 철저히 유린되고 마는 나의 지난한 삶이 더 무섭다.

 

 

 

  그러고 보면 조예은의 트로피컬 나이트』 역시 괴담의 실체를 우리 내부에서 엿보았던 게 분명하다존재감이 없고늘 놀림을 당하다 못해 세상으로부터 사라지고 싶어 스스로 유령이 되어버린 아이(할로우 키즈), 잡아먹힐지언정 홀로 외로이 죽지 않겠노라 필사적으로 괴물 같은 그것을 끌어안는 옥주(고기와 석류), 내가 누구인지 도무지 알 수 없는 끔찍한 단절의 감각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하는 연주(릴리의 손), 끊임없이 우등생인 사촌언니와 비교당하며 엄마가 원하는 방향대로 이끌리듯 살아온 유리(새해엔 쿠스쿠스), 급성 먼지바람이라는 재해에 아니 사람 때문에 2년 째 집밖을 나서지 않는 수안(가장 작은 신)과 같은 인물들은 어쩌면 자신들의 삶이야말로 실체를 알 수 없는 괴담에 가깝다고 느꼈으리라.

 

 

 

은주는 일주일 내내 같은 옷 입는대요빨지도 않나봐더럽고 냄새나!”

그 순간제 몸에서 정말로 냄새가 나는 것 같은 착각이 일었습니다엄청난 악취였어요귀찮다는 이유로 같은 옷을 여러 벌 산 엄마도소리 지르는 짝꿍도이상한 시선으로 저를 바라보는 반 아이들도어딘가 안쓰러운 빛을 띤 담임선생님의 눈빛도 전부 끔찍했어요세상에서 사라지고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 할로우 키즈」 중에서 10p

 

 

재이의 부모님은 자주 늦었습니다. 9심지어는 자정에 가까운 시간까지 애를 맡겨놓고는 했어요주로 정장을 입은 어머님이가끔은 술 냄새를 풍기는 아버님이 오셨습니다재이는 얌전하게 기다리고만 있었죠칭얼거리지도 않았습니다기다리는 게 익숙한 애였어요그런데 제가 일하면서 느낀 건데요어른도 짜증 날 정도의 상황에서 애가 가만히 있는다는 건 그리 좋은 게 아니에요그 지루한 시간을 재이는 무슨 생각을 하며 견뎠을까요. / 할로우 키즈」 중에서 13p

 

 

세상에는 참 병든 사람들이 많고죽음의 순간 또한 다양했다장례식장도 마찬가지였다사흘 내내 식장이 미어터지도록 조문 오는 이가 있는가 하면 상주조차 제대로 자리를 지키지 않는 이도 있었다식조차 제대로 치르지 못하고 무연고자로 화장되는 이들 역시 적지 않았다옥주는 상처를 치료받으며 자신의 최후에 대해 생각했다곁에 아무도 없을 것이다그 누구도 모르게 고요히 가겠지. / 고기와 석류」 중에서 34p

 

 

 

  그 중에서도 외로움이란 감정을 가장 기괴한 공포의 형태로 그려낸 고기와 석류란 작품이 단연 인상적이다남편과 정육점을 운영하던 옥주의 마을은 옆 동네에 백화점이 생기면서 쇠퇴하기 시작한다남편이 먼저 암으로 죽고 장례식장에서 일하며 종종 자신은 홀로 남아 외롭게 죽을 것을 상상하던 옥주는 어느 날퇴근길에 우연히 쓰레기더미를 뒤지는 정체불명의 그것을 마주한다석류알처럼 붉은 눈을 한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아이 같은 모습의 그것을 옥주는 집으로 데려온다.

 

 

 

  옥주는 사람인지 괴물인지 모를 그것을 먹히고 입히며 자신의 곁에 둔다설령 그것에게 자신이 잡아먹힌다 할지라도 개의치 않는다아니기왕이면 석류가 아주 깨끗이 자신을 발라 먹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석류의 양분이 되어 이해 불가능한 죽음으로 남을지언정 외롭게 죽지는 않겠노라고그것만이 남은 삶의 마지막 목표이자지금을 지속하게 하는 힘이라 믿으면서이는 다단계 직원으로자신을 등쳐먹으리라는 빤한 속셈으로 찾아오는 미주를 차마 외면하지 못하는 수안(가장 작은 신역시 마찬가지다뿐만 아니라 작가 조예은은 다수의 작품을 통해서 홀로 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야말로 인간을 가장 고통스럽게 한다는 것을 매우 실감나게 보여준다.

 

 

 

옥주는 그것 앞으로 다가갔다문득 이 풍경이 아주 그립고 익숙한 것처럼 느껴졌다이 공간에도 그런 시절이 있었다늘 누군가 자신을 맞아주고라디오 음악 소리가 들리던생기 넘치던 시절이집에 돌아와 낯선 이와 눈을 마주치는 게 이리도 두렵지 않은 일이었다니죽어가는 눈을 보지 않는 게살아 있는 눈을 보는 게 이렇게 심장 뛰는 일이었다니그것이 비록 사람인지 괴물인지 모를 것이라 하더라도 말이다. / 고기와 석류」 중에서 37p

 

 

대부분 자신이 누구인지나이나 이름가족을 포함하여 살아온 흔적들을 모두 잊었다어차피 한번 틈을 넘어온 이상 살던 곳으로 다시 돌아갈 방법은 없었기에 잊는 게 더 낫다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모든 걸 온전히 기억하는데 돌아갈 수 없다면그것대로 견디기 힘든 비극이니까그런 이방인들을 구조하고 이후의 삶을 지원하는 게 릴리와 연주의 일이었다하지만 잊는 게 낫다는 건겪어보지 않은 이들이 함부로 내뱉으면 안 되는 말이라고 릴리는 생각했다그건 정말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 릴리의 손」 중에서 69p

 

 

처음부터 밖에 나가지 말아야지 한 것은 아니었다경보음이 울리는 날에는 밖에 나가지 말아야지했을 뿐인데 경보음이 매일 울렸다일주일에 네 번 울리던 것이 하루에 네 번씩 울렸다.

공기 정화 특수 방독면이 개발되어 미세먼지 수치가 높은 날에도 야외 활동을 할 수 있게는 되었지만수안은 여전히 밖에 나가지 않았다혼자 지내는 날이 길어질수록 마음속에 벽이 생겨났다아주 작은 먼지들이온몸의 구멍을 파고들어 무수한 거절의 기억을 심어놓은 듯했다먼지보다 사람이 두려워졌다. / 가장 작은 신」 중에서 156p

 

 

 




 

 

 

 

  ‘미주에게 수안이 수십수백 중의 1이라면 수안에게 미주는 그 자체로 꽉 찬 1이었다.’

  우리는 늘 지독한 고통과 불안으로 점철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변치 않고 반짝이는 내 안의 다정한 기억들이 있기에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내 안에서 꽉 차오르는 누군가가 있기에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게 된다이국의 땅에서 쿠스쿠스를 함께 먹자고 사진을 보내오는 언니가 있고(새해엔 쿠스쿠스), 실적의 압박에 시달리며 친구를 이용해야 하는 미주에겐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을 내미는 수안이 있다(가장 작은 신). 죽음이라는 운명으로부터 끊임없이 도피해야 하는 블루에게는 썸머와의 아름다운 기억이 있다(푸른 머리칼의 살인마). ‘이건 확신이야내 애정이내 목소리가 너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닿을 거라고 믿어.’ 릴리의 손에서 연주가 릴리에게 남긴 편지의 글귀처럼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방식으로든 닿을 거라는 믿음바로 그것이 그 어떤 확신조차 할 수 없는 절망적인 순간에도 우리를 지탱하게 하는 게 아닐까덕분에 트로피컬 나이트에 수록된 단편들은 대체로 기괴하지만 한편으로는 코끝이 아릿해지고 마음이 말랑말랑해지는 사랑스러운 작품이 된다.

 

 

 

어렸을 때는 그 사실이 엄청 힘들었는데 나이가 들고 생각해보니까그건 사실 당연한 거야어떻게 타인이 타인을 완전히 이해해텔레파시가 통하지 않는 이상.”

릴리는 연주를 돌아보며 덧붙였다.

그래도엄마가 말했었거든내가 있어서 다행이라고이해 못 하면 뭐 어때내가 있는 것만으로도 이해 같은 거 없어도 힘이 된다는데결국 지금 누구랑 있느냐가 중요한 거 아니겠어?” / 릴리의 손」 중에서 94p

 

 

도끼와 피와 질투와 후회와 괴로움에 잊고 살던 어떤 순간들이트리에 걸린 장식품처럼 반짝이며 존재하던 기억이맞아난 한 때 이런 기억들로 살았다나를 이루고 나를 움직이게 만들던 시간들이 있었지스스로를 되찾은 블루는 너무 오래 부르지 못해 입 안에 갇혀버린 이름을 비로소 떠올렸다블루는 마지막 남은 온 힘을 다해세월의 먼지를 털어낸 그 이름을 소리 내어 불러보았다.

오랜만이야썸머.” /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 중에서 307p

 

 

 



 

 

 

 

  『트로피컬 나이트는 한국 문단의 떠오르는 작가로 조예은이라는 이름 석 자를 기억할 만한 인상적인 작품집이다다만 촘촘한 구성과 좀 더 독보적인 형식의 단편들을 기대한 점에 있어서는 얼마간 아쉬움을 남긴다그럼에도 떨어지는 별똥별이 아니라 날아오르는 별똥별을 보는 듯한 감각을 독자들에게 선물해줄 줄 아는 작가라는 점에서 계속 주목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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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드 그린 토마토 민음사 모던 클래식 39
패니 플래그 지음, 김후자 옮김 / 민음사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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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덮고서도 내내 휘슬스톱 카페의 온기를 잊을 수가 없다!

편견과 차별배제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거침없이 나아간 여성들의 우정과 사랑!

 

 

 

  1985년 미국 남동부 앨라배마 주 버밍햄의 로즈 테라스 요양원에벌린 카우치는 남편과 함께 시어머니를 방문했다가 두 사람을 피해 건물 뒤편의 방문객 휴게실로 향한다평소 자신을 무시하는 남편과 그녀를 못마땅해 하는 시어머니로부터 달아나 편안하게 막내 사탕을 먹을 수 있는 데라곤 그곳뿐이었다최근 들어 잦은 우울감을 느끼던 그녀로서는 그나마 달콤한 간식이 유일한 위안거리였기 때문이다그런데 느닷없이 자신을 클레오 스레드굿 부인이라 소개하는 한 노부인이 나타나 스레드굿 가에 얽힌 옛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한다때는 1920년대버밍햄 인근의 작은 마을 휘슬스톱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이야기는 뜻밖에도 에벌린 카우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는다.

 

 

 

인종과 차별을 뛰어넘어선 연대와 사랑

 

 

  “수많은 일들이 있었고많은 아기들이 태어났고우리가 수없이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곳인데……정말이지 영화보다 더 흥미진진한 삶이었다오.”

스레드굿 가는 언제나 시끌벅적객식구가 끊이지 않았다읍내에 가게를 둔 아빠는 백인이든 흑인이든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든 혹은 무엇을 필요로 하든 안 돼.’라는 말 한 번 없이 자루에 담아서 때로는 외상으로도 가져가게 했다엄마는 낚시와 사냥을 좋아하고 언니의 결혼식에서 끝끝내 나비넥타이에 슈트를 입겠다는 막내 딸 이지의 성향을 너그럽게 인정해줄 줄 아는 이였다해서 네 살 때 폐병으로 어머니를 잃고 아버지마저 잃은 어린 클레오 스레드굿 부인까지 거두어 함께 살 만큼 자애로운 부부 덕에 마을 사람들은 그들 가족을 사랑했다.

 

 

 

  스레드굿 가에는 많은 아이들이 있었지만그 중에서도 특히 막내딸인 말괄량이 이지의 이야기는 에벌린을 매혹시킨다생기발랄하고 엉뚱한 구석이 많지만 늘 당당했던 이지는 오빠 버디가 기차 사고로 죽은 뒤 사랑을 거부하는 아이로 자란다그런데 이지가 열여섯 살쯤 되었을 무렵스물한 살가량의 아름답고 다정한 소녀 루스가 우연히 스레드굿 가를 찾아오면서 이지는 다시 사랑을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하지만 약혼자가 있는 루스로서는 이지의 마음을 외면할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루스가 다시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아가 결혼을 하자 이에 상심한 이지는 루스를 원망하지만루스의 남편이 폭력을 휘두르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그녀를 구해 온다이후 서로의 존재로 인해 안정을 되찾은 두 사람은 작은 카페를 열고루스의 아이를 키우며 새로운 가족들을 꾸려 나간다.

 

 

 



 

 

 

 

  “그처럼 작은 공간 하나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니 참 이상한 일이지요.” 훗날 마을의 소식을 전하는 닷 윔스는 이지와 루스의 카페를 두고 이렇게 회고한다그도 그럴 것이 휘슬스톱 카페는 온갖 떠돌이 부랑자들이 모여들고인종차별이 극심했던 시대에 흑인들도 음식을 사 먹을 수 있는 곳이었다스레드굿 부인 역시 에벌린에게 도대체 손님을 끌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의아할 정도였다고 말한다금전 등록기는커녕 돈은 그냥 시거 박스에 넣어두고 거스름돈도 각자 알아서 꺼내 가게 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풋토마토 튀김버터밀크 비스킷붉은 그레이비 소스를 곁들인 햄 구이폭찹과 그레이비 소스메기 튀김 같은 맛있는 음식들은 아낌없이 모두를 품어주었다때문에 휘슬스톱 카페는 사회적 약자나 소외받은 이들도 누구나 갈 수 있는 따뜻한 안식처 같은 곳이었고이곳에서 받은 사랑과 우정을 기억하는 이들은 언젠가 이지와 루스가 곤경에 처할 때마다 가족처럼 발벗고 나서서 도와준다여기에는 타인을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어떠한 차별이나 배제 없이 존재 그 자체를 온전히 받아들일 줄 알았던 이지 같은 인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지는 아무도 나에게 무엇은 해도 되고 무엇은 해선 안 된다는 소리는 하지 말라고 했죠클레오는 이지에게 홀로 KKK단에 대항하는 거라고 말하면서도 사람들이 이지에게 간섭하는 건 허용하지 않았어요이지가 마음이 고운 만큼이나 용감하기도 하다는 사실은 위기의 순간이 왔을 때 드러났답니다…….” / 74p

 

 

그렇지게다가 네가 늘 기억해 주었으면 하는 게 또 있다이 땅에는 굉장히 멋진 것들이 있단다그것들은 사람의 모습을 하고 돌아다니지그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어내 말 알겠니?” / 178p

 

 

 

  에벌린은 스레드굿 부인이 들려주는 이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점점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되새겨보게 된다그간 그녀는 행실이 좋지 못한 여자라는 말을 들을까 봐 순결을 지켰고노처녀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결혼을 했다불감증이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오르가슴을 연기했으며아이를 못 낳는 여자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고 아이들을 가졌다괴상하다거나 남성 혐오자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았고못된 년이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바가지를 긁지도 언성을 높이지도 않았다.

 

 

 

  시대의 변화하고 있었지만 적응하기 힘들었고과거의 완벽한 여성이란 기준과 개방적인 신여성들의 삶 사이에서 자신은 어디에 속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그렇게 회색빛 중환자 대기실을 연상시키는 자신을 삶을 내내 두려워하고 있었다하지만 스레드굿 부인을 만나러 가면서 에벌린은 세상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며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여성으로 거듭나기 시작한다그것은 단지 이지의 이야기뿐만이 아니라그녀의 장점을 알아봐주고 죽음을 앞두고서도 자신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줄 알았던 스레드굿 부인의 영향 덕분이기도 하다.

 

 

 

한 개 정도라면 괜찮겠죠예닐곱 개가 아니라면요정말로 뚱뚱해져서 아예 포기해 버릴 배짱이라도 있었으면 좋겠어요아니면 체중을 줄여서 정말로 날씬해질 만큼 의지력이 있던가요저는 그저…… 딱 그 중간에 끼어 있는 기분이에요저에겐 여성 해방 운동이 너무 늦게 왔어요……결혼을 꼭 해야 되는 건 아니라는 것을 알았을 때는 이미 두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더라고요부인께서는 결혼은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실 것 같네요제가 뭘 알았겠어요이젠 뭔가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어요……인생이 그냥 제 곁을 스치고 지나가 버린 것만 같아요.” / 95p

 

 

애벌린은 스레드굿 부인에게 이곳에서 외로움을 느낀 적이 없느냐고 물었다.

있어요가끔 느껴요가까운 사람들은 모두 떠나 버렸으니……가끔 교회 사람들이 보러 오긴 하지만 그저 안부 인사나 나누고 가 버리죠인생이란 게 다 그런 거니까만나고 작별하는 거죠가끔 클레오와 어린 아들의 사진을 보면서 지난 일들을 그려 본답니다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생각하면서.”

스레드굿 부인은 에벌린을 향해 웃어 보이며 말을 이었다.

그것이 지금 내가 살아가는 힘이에요에벌린내가 보낸 시절에 대한 꿈이죠.” / 294p

 

 

이전에는 에벌린이 무엇인가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믿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었다우선 그녀 자신부터가 그랬다스레드굿 부인이 그런 이야기를 자꾸 하자 에벌린은 점점 더 그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세상을 놀라게 만드는 마음속 토완다는 갈수록 유순해졌고에벌린은 어느새 분홍색 캐딜락 뒤에 서 있는 날씬다고 행복한 자신의 모습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바로 그 일요일에벌린은 마틴 루서 킹 기념 침례교회에 갔고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몇 달 만에 처음으로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죽이는 생각을 멈추었으며 자신이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 468p

 

 

 

  이처럼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여성들의 세대를 뛰어넘는 우정과 사랑을 담은 여성을 위한 희망 연대기편견과 차별배제로 가득한 세상 속에서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거침없이 나아간 이지의 모습은 2020년대를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도 긍정적인 메시지를 준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매우 특별하다작품 속에서 이지와 루스는 레즈비언으로 묘사되지만이들의 사랑은 서로가 서로를 구원하고 한 인간이 또 다른 인간을 얼마나 절대적으로 사랑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매우 인간적인 사랑의 형태를 그리고 있기에 이 연대가 보다 아름답게 느껴진다때문에 스레드굿 부인이 남긴 작은 상자와 그 속에 담긴 스레드굿 가의 추억을 들추어보던 에벌린이 흐느껴 우는 대목에서 나는 함께 눈물을 흘렸다고작 작은 상자 하나에 담기기에는 이 작은 여성들의 사랑과 온기가 말로 다 할 수 없을 만큼 커다래서 그만 참을 수 없이 눈물을 쏟고 만 것이다.

 

 

 


 

 

 

 

  소설을 읽으며 문득 정세랑 작가의 <시선으로부터,>가 생각이 났다억압과 부조리 그리고 차별과 폭력의 시대를 견디고 극복해온 20세기 신여성의 삶이 이 땅에 어떻게 뿌리를 내리고 또 어떻게 21세기 여성들에


게 길을 열어주었는지 심시선이라는 한 여성의 목소리와 가정사를 통해 보여준 이 작품과 프라이드 그린 토마토는 어쩐지 닮았다그만큼 유머와 미스터리감동인종과 차별을 뛰어넘어선 연대와 사랑이란 메시지가 조화롭게 어우러진 작품이라 내내 기억될 듯하다죽음을 앞두고 나는 내 곁에 있을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할까를 상상해본다후회로 가득한 과거 이야기가 아닌스레드굿 부인처럼 내 삶 속에서 그들을 움직이게 할 수 있는 희망을 전달할 수 있을까나의 여생은 아마도 그러한 바람을 실천할 수 있는 삶이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다짐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았으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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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가족 1 인싸가족 1
김기수.황정호 그림, 최재연 글, 서후 콘티, 인싸가족 원작 / 샌드박스스토리 키즈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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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유쾌발랄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읽히는 인싸가족의 이야기!

온 가족이 모두 함께 볼 수 있는 만화책을 찾는다면 이 책을 추천합니다!

 

 

 

인싸가족은 자신들을 인싸라고 생각하는 가족들의 유쾌한 일상을 시트콤으로 녹여낸 유튜브 코미디 채널이다가족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재미난 에피소드로 20만 명에 이르는 구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가족끼리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게임을 비롯해 아이들의 호기심을 끄는 흥미로운 실험까지 선보이고 있어아이를 비롯해 엄마인 나까지 관심 있게 보는 채널 중 하나다.

 

 

 

  그런 인싸가족이 만화책으로도 출간되었다니귀엽고 발랄한 만화 캐릭터로 탄생한 인싸가족은 여전히 재미있고유쾌하다무엇보다 가족의 일상을 소재로 한 이야기라 마치 우리 가족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공감력 또한 만점이다온 가족이 함께 읽을 수 있는 만화책을 찾으시는 분들에겐 인싸가족』 만한 책도 없을 듯!

 

 

 

온 가족이 함께 보면 재미와 즐거움이 두 배!

 

 

  『인싸가족에는 트로트 인싸 아빠 이봉필아이돌 인싸 엄마 나순정뷰티 인싸 딸 이봉자게임 인싸 아들 이봉두가 등장한다노래를 좋아하는 아빠와 아이돌을 좋아하는 엄마라니어쩐지 나와 남편을 보는 듯한 기분은 뭐지거기에다 옥신각신 시도 때도 없이 다투지만 사이좋을 때는 한없이 다정한 남매의 모습은 마치 우리 아이들을 보는 것 같다.

 

 

 




 

 

 

 

  1권에서는 게임 인싸인 봉두가 조금이라도 게임을 더 하기 위해 잔꾀를 부리는 에피소드부터 뷰티 인싸가 되기 위해 분투하는 봉자의 에피소드가 등장한다. ‘봉두를 이겨라!’ 편에서는 온 가족이 퀴즈왕 봉두를 이기기 위해 봉두가 내는 퀴즈를 맞히려고 달려든다그런데 은근 놀림 당하는 것 같으면서도 재미있는데가족끼리 함께 모여 수다 떨 시간도 부족한 요즘이런 퀴즈 대결로 한 자리에 모여 깔깔깔 웃을 수 있다면 이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을까?

 

 

 

  아무리 인싸라지만 시험 공부는 늘 어려운 법봉자와 봉두는 시험을 앞두고 티격태격서로 방해를 하느라 도무지 집중을 할 수 없는데하지만 어른패드를 가지고 싶다면 ‘100권의 책을 15일 동안 읽으라는 아빠의 미션 앞에선 모처럼 힘을 합치는데역시 남매는 뭉치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봉자와 봉두여기에 봉자가 숨겨둔 일기장을 몰래 훔쳐보는 아빠와 봉두의 의기투합까지좌충우돌유쾌발랄한 인싸가족의 이야기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재미있게 읽힌다.

 

 

 



 

 

 

 

  여기에 부록으로 수록되어 있는 우리 가족 관찰 보고서’, ‘봉두의 엉뚱한 퀴즈’, ‘봉자와 봉두의 남매 지식 대결’, ‘봉두의 난센스 퀴즈’, ‘인싸가족에게서 배우는 N행시 인싸되는 법도 만나볼 수 있다개인적으로는 아들과 우리 가족 관찰 보고서를 써보았는데평소 우리 가족의 모습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아이의 시각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이 외에도 온 가족이 함께 즐기며 놀 수 있는 인싸가족 사다리 보드게임과 재미로 보는 인싸가족 심리 테스트로 더 특별한 재미까지 얻을 수 있으니아이에게 권할 만한 흥미있는 만화책을 찾고 있는 부모라면 이 책을 선물해보시길 추천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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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과 배신의 시대 - 격동의 20세기, 한·중·일의 빛과 그림자 역사의 시그니처 1
정태헌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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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시대정신을 들여다보는 매우 지적이고 통찰력 있는 인문 교양서!

과거를 통해 오늘을 비추는 역사의 진정한 의미를 오롯이 전달한 책!

 

 

 

  20세기 초제국주의민족주의사회진화론 등 근대화라는 이름의 이데올로기가 동아시아전체를 뒤흔들었다약육강식우승열패적자생존의 개념으로 무장한 사회진화론이 인간과 사회를 움직이는 동력으로 군림하며제국주의 침략에 대한 저항이나 각국의 정체성을 무력화시켰다아편전쟁 이래 제국주의 침략은 동아시아가 약하기’ 때문에 당할 수밖에 없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해됐다이에 일본은 서양 제국주의 침략에 대항해 동아시아의 정신을 지키기 위한 전쟁이라는 의미에서 대동아전쟁이라는 거창한 이름을 내세우며 피점령국의 자원과 노동력을 수탈하기 시작했다이 무렵엘리트라 불리던 지식인들은 근대 이데올로기와 일본의 군국주의 정치 몰이라는 거대한 흐름 앞에서 그대로 수용하고 추종할 것인가혹은 거부하고 투쟁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때문에 그들 중 누군가는 평화와 독립을 외쳤고 또 누군가는 침략전쟁에 나서거나 조국을 버렸다.

 

 

 

  『혁명과 배신의 시대』 는 이 무렵에 활동한 ··일의 상징적인 인물 여섯 명을 통해 당대 지식인들은 저마다 어떠한 신념을 품었으며 20세기 동아시아가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를 되짚어본다제국주의사회진화론근대주의근대화론(), 평화 등의 키워드를 통해 근대화라는 탈을 쓴 침략 전쟁의 이데올로기는 동아시아 지식인들을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자세히 살펴본다중국인을 깨운 문학혁명가 루쉰오직 권력을 추종하며 친일파의 상징이 된 왕징웨이식민지 조선에서 희망을 엿본 조소앙내선일체를 부르짖은 친일파 이광수식민지 조선의 독립을 변호한 후세 다쓰지일본을 제국주의의 몽상에 빠뜨린 도조 히데키. 20세기의 빛과 그림자를 상징하는 이 여섯 명의 대조적인 삶을 쫒아가다 보면, 21세기의 시대정신은 어떠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를 생생하게 목도할 수 있다.

 

 

 

격동의 20세기혁명과 배신의 시대 속 빛과 그림자

 

 

  일본이 막 제국주의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었을 무렵중국의 지식인 루쉰과 왕징웨이 역시 사회진화론을 접하지 않을 수 없었다사회진화론은 강자가 약자를 이끌며 자행되는 약탈과 학살을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자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입했다하지만 두 사람의 삶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갔다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Q정전광인일기를 쓴 루쉰은 진화론의 약육강식우승열패적자생존 등을 수성’ 즉 짐승의 본성에 비유하며 침략론의 본질을 정확하게 간파했다따라서 남을 침략해야 만족감을 느끼는 부국강병론의 근대주의적 수성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약육강식에 종속된 수성보다 정신 계몽을 통한 개개인의 문명화와 개성 해방을 강조한 것이다반면왕징웨이는 일본의 침략 논리와 자신을 일치시키는 수준으로까지 나아갔다권력 장악이라는 목표가 가장 중요했던 그는 일본에 종속된 정권이라 할지라도 자신을 중심으로 한 국민당 세력이 새로 구성될 중앙정부의 주도권을 잡는 일을 최우선으로 여겼다.

 

 

 

가령 말일세쇠로 만든 방이 하나 있다고 하세창문이라곤 없고 절대 부술 수도 없어그 안엔 수많은 사람이 깊은 잠에 빠져 있어머지않아 숨이 막혀 죽겠지허나 혼수상태에서 죽는 것이니 죽음의 비애 같은 건 느끼지 못할 거야그런데 지금 자네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의식이 붙어 있는 몇몇이라도 깨운다고 하세그러면 이 불행한 몇몇에게 가망 없는 임종의 고통을 주는 게 되는데자넨 그들에게 미안하지 않겠나?”

그래도 기왕 몇몇이라도 깨어났다면 철방을 부술 희망이 절대 없다고 할 수야 없겠지.”

그렇다비록 내 나름의 확신은 있었지만희망을 말하는 데야 차마 그걸 말살할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결국 나도 글이란 걸 한번 써보겠노라 대답했다이 글이 최초의 소설 광인일기. / 34p

 

 

다니는 사람이 많다 보면 거기가 곧 길이 되는 것처럼 많은 사람들이 발자국을 남기면 그것이 곧 문화가 되고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다그가 찾는 희망은 여기에 있었다.

루쉰은 중국이 하루빨리 구습을 타파하고 근대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러나 근대화가 오로지 서구가 만들어낸 방법 그대로의 한 방향으로만 나아가야 한다고는 결코 생각하지 않았다이런 특징은 사회진화론의 본질을 파악한 그의 인식에서도 확인된다. ‘자득자결로 분투하는 깊은 고민의 과정은 중국의 현실에 절망하면서도자신이 발 딛고 있는 그곳에서 희망의 에너지를 찾는 배경이 됐을 것이다. / 45p

 

 

 

  어째서 조소앙’ 이 이름 석 자가 나에게 이리도 낯선 것일까. 1904년 일본에 파견된 황실 특파 유학생 50명 중 독립운동에 참여한 이는 단 4(조소앙최린최남선김지간)뿐이었는데그나마 끝까지 독립운동가로 계속 활동한 사람은 조소앙 그 뿐이었다고 한다또한 그는 1919년 김교헌김규식김동삼 등 39인의 명의로 대한독립선언서를 작성한 인물이기도 하다그는 우리 민중은 무산계급 독재도 자본주의 특권계급의 사이비적 민주주의 정치도 원하는 바가 아니요오직 대한민국의 헌법에 제정된 균등사회의 완전 실현만을 갈구할 뿐이다이것은 인류의 이상이 지향하는 정상적 요구이며 그 실현을 촉진함은 우리 민족에게 부여된 민족적 최대과업이라 했는데저자는 조소앙의 이러한 메시지야말로 21세기 한반도가 여전히 추구해야 할 과제임을 강조한다개인적 우월감 속에 제국주의적 근대주의에 갇혀 자기 민족과 역사를 비하했던 이광수그의 그늘이 여전히 남아 있는 우리 사회가 풀어야 할 과업 역시 마찬가지다.

 

 

 



 

 

 

 

군국주의와 전제정치를 없애버림으로써 민족 평등을 전 지구에 두루 펼치려는 것이니 이것이 바로 우리 독립의 첫 번째 의미인 것이다… 모든 동포들에 동등한 권리와 동등한 재산을 베풂으로써 남자와 여자 그리고 가난한 자와 부자가 고르게 살 수 있도록 하며 … 모두가 동등한 지식과 동등한 수명을 누리도록 하여 온 세상의 인류를 바로 잡고자 하는 것이니이것이 바로 우리가 나라를 세우면서 내세우는 깃발인 것이다. - 대한독립선언서(1919) / 151p

 

 

 

다윈의 진화론이 마땅히 성경을 배신할 것 … 힘이 옳음이다힘센 자만 살 권리가 있다힘센 자의 하는 일이 옳다!’ 나는 이러한 도덕관을 가지게 되었다.

그의 자서전에서 이광수가 수용한 진화론은 다윈의 것이 아니라독일의 에른스트 헤켈이 주장한 국가주의적 진화론이었다헤켈은 적자생존가장 우월한 자의 승리라는 전제 없이는 자연도태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 201p

 

 

자진해서 침략전쟁의 나팔수가 된 이광수는 민족의 해소가 내선일체라고 선언했다의무교육을 통한 교육의 차별 철폐창씨개명지원병제와 징병제 시행은 내선일체가 실현돼 가는 구체적인 과정이었다이광수는 이것이 조선 민족의 권리를 향상시키는 길이라는 착각을 홀로 확신했다. ‘내선일체와 동아신질서를 민족적 차별에서 벗어나는 탈출구로 설정함으로써 민족을 버린 자괴감이나 패배의식도 상쇄시킬 수 있었다. / 244p

 

 

 

 ‘미국과 영국 두 제국주의 국가에 맞서아시아 민중이 모여 함께 싸워 물질 만능의 서구적 근대를 극복하자!’ 정치군인이었던 도조 히데키는 태평양전쟁의 구호를 앞세워 조선과 대만중국 대륙 및 동남아시아 전체로 침략지를 확대해나갔다하지만 패전 후에는 대동아전쟁은 그들이 도발한 것이며 나는 국가의 생존과 국민의 자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당한 것일 뿐이라며 책임을 전가했다메이지유신 이래 진주만 공습에 이르는 동안 일본 사회는 늘 침략전쟁에 환호했고 늘 먼저 전쟁을 도발했지만이를 망각하는 무책임의 체계는 오늘날까지도 일본 사회에 그대로 배어 있다는 점에서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반면의열단원 아나키스트 박열이 무죄 석방되도록 나선 변호사 후세 다쓰지는 민족을 넘어 진정한 휴머니스트의 삶을 살다간 인물이다그는 일본 사회가 군국주의의 열풍에 갇혀 침략에 환호하던 시절그런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았다일본이 주창한 식민지 조선 개발이 조선민족을 위해 슬픈” 일이라고 비판하기까지 했다나라와 이념을 넘어 진정한 박애란 무엇인지 몸소 보여준 그야말로 지금 우리 사회가 계속해서 기억해야 할 시대정신이 아닐까 싶다.

 

 

인종주의는 본성이 사악한 무리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평범한 사람들로부터 발현된다이런 점 때문에 한나 아렌트가 아이히만의 평범함 속에서 악의 평범함을 지적한 것이다.

루쉰도 1928년 혁명문학 논쟁을 통해 민중은 무조건 혁명을 지지하는 단순한 존재가 아니라고 입이 아프도록 지적했다실제로 세계의 혁명 역사를 돌아보면 민중은 변화와 혁명의 주체이기도 했지만동시에 반동의 지지자이거나 방관자이기도 했다.

다문화사회가 된 오늘의 한국 사회 역시 배제의 정치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식민 지배의 경험을 안고 있는 국가로서후세가 말한 평화 국가로서의 한국이라는 이상적 내용을 얼마나 채우고 있는가? / 303p

 

 

 



 

 

 

 

 이처럼 혁명과 배신의 시대는 같은 시대 안에서 서로 다른 미래를 꿈꾼 여섯 명의 인물을 통해 20세기의 시대정신을 들여다보는 매우 지적이고 통찰력 있는 인문 교양서다. 20세기가 남겨놓은 시대유산과 과업들을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는 어떻게 극복하고 또 새로운 미래를 마주할 것인지 고민해보게 하는 책이다아울러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20세기 역사의 명과 암을 진득하게 들여다볼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기원전부터 현대까지 각 세기의 대표적 시대정신과 상징적인 인물들을 엄선한 시그니처’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 만큼앞으로 출간될 책들 역시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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