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 질문들 - 생명의 탄생부터 우주의 끝까지
모리 다쓰야 지음, 전화윤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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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생물학, 인류학, 물리학, 뇌과학을 넘나드는 다양하고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

인간은 어디에서 왔고 왜 죽는가에 대한 불명확한 해답에 다가가기 위한 대담집!

 

 

 

   나는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또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이에 대한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나와 남편의 얼굴을 반반씩 쏙 빼닮아 태어난 아기를 바라보았을 때, 늘 서글서글한 웃음을 지어주셨던 할머니가 더 이상 나를 알아보지 못할 정도가 되어 죽음을 앞두게 되었을 때, 오롯했던 육신이 한줌의 재가 되어버리는 광경을 보며 가슴이 사무쳤을 때 나는 그러한 질문들을 마주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것들은 나 한 사람을 비롯하여 누군가의 삶으로 증명하기에는 너무나 철학적이고 거대한 명제여서 제자리를 맴돌다가 이내 생각을 멈추게 한다.

 

 

 

   언젠가 철학과 수업에서도 이를 주제로 하여 토론을 벌인 적이 있었지만 어느 누구하나 명징한 해답을 내놓지 못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최첨단 과학을 연구하는 이과적 언어와 사고를 가져오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답을 발견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발견까지는 아니더라도, 이 영원한 명제에 숨은 진실 한 자락을 엿보게 될 수도 있다. 바로 이러한 동기에서 비롯되어 <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 질문들>의 저자 모리 다쓰야는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과학계 지성과의 대담을 연재하기 시작하였음을 밝힌다.

 

 

 

   자칭 100% 문과형 인간임을 고백하며 대담이 제대로 이루어질지도 자신이 없다고 하면서도, 이 역시 명확한 해답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는 전혀 기대하지 않으면서도 치열하게 고민하고 거기에 이르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저자의 시도가 무척 흥미롭다. 제목의 그것처럼 정말이지 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 질문들의 연속이자, 나 역시 철저한 문과형 인간으로 과연 이 책을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우려가 앞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과 우주의 본질에 대한 과학자들의 다양한 생각을 엿볼 수 있는 기회이자 삶과 죽음에 대한 성찰까지도 가능케 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써 이 책은 또 다른 생각의 지평을 열어준 계기가 되었다.

 

 

 

우리는 경계가 없는 ‘세계의 일부’다

 

 

   ‘인간은 왜 죽는가’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총 11장에 걸쳐 거대한 질문과 마주한다. 생물학자, 인류학자, 진화생태학자, 물리학자, 뇌과학자 등에 이르기까지 일본 과학계 최고 지성들과의 대담을 통해 ‘인간은 어디서 왔는가’, ‘진화란 무엇인가’, ‘살아 있다는 것은 무엇인가’, ‘누가 죽음을 결정하는가’, ‘우주에는 생명이 있는가’, ‘우주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가’, ‘나는 누구인가’, ‘뇌는 왜 이런 질문을 하는가’, ‘과학은 무엇을 믿는가’, ‘우리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와 같은 주제를 이끌어낸다. 이들은 하나같이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대명제 앞에서 고개를 갸웃거린다. 너무나 복잡하고 때로는 엉뚱하리만치 장황한 질문 앞에서 그들도 ‘모르겠습니다’하고 난색을 표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자신의 입장에서 혹은 현재까지 밝혀진 다양한 이론을 바탕으로 최대한 의미 있는 답변들을 해나간다.

 

 

 

“역설적이지만 생물에게는 그것이 살아남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생명은 스스로를 튼튼하고 견고하게 만드는 작업을 멈출 수 없었죠. 그러나 아무리 튼튼하게 만든다 해도, 결국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에 따라 질서가 파괴됩니다. 이를테면 조명 기구는 망가지기 전에 알아서 전구를 교환해야 합니다. 그렇게 일부를 늘 빛나게 하는 방법으로 어떻게든 살아남아 생명을 얻은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죽고 다시 만들어진다고도 할 수 있어요.” / 57p

 

 

 

 

 

 

   책에서는 다윈주의, 후성유전학, 양자론, 엔트로피, 텔로미어, 용불용설, 성선택설 등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었거나 혹은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과학 이론들을 통해 각각의 주제들에 접근하려 한다. 생명은 연쇄적이어서 삶과 죽음은 대립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 인류는 암컷의 선택 즉, 성 선택이라는 이점과 직립보행을 통해 함께 진화했다는 점, 우리는 그 시대의 환경에서 계속 선택받아왔다는 점, 지구의 생물은 산소호흡이 가능해졌기 때문에 비로소 이만큼 진화할 수 있었다는 점과 그럼에도 죽음의 기원이 산소호흡이라는 설까지 과학을 잘 알지 못하는 나까지 빠져들게 할 만큼 매우 다양하고도 재미있는 과학 이야기가 펼쳐진다.

 

 

 

“인간의 뇌는 무게가 체중의 약 2퍼센트밖에 안 되지만, 하루에 소비하는 칼로리는 전체의 20퍼센트에 달합니다. 즉 에너지(비용)가 아주 많이 들죠. 연비가 나쁜 기관입니다. 그래서 식생활에 여유가 있는 동물이 아니면 신경계는 진화하지 않습니다. 즉 조건이 웬만큼 좋지 않으면 뇌는 진화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에게는 어떻게 뇌를 진화시킬 만큼의 여유가 생겼을까요? 이 문제에 대해 우리는 역시 공동 번식 사회였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129p

 

 

“절대 죽을 수 없다는 사정 속에서 발생하죠. 박테리아만 봐도 한가로운 듯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바쁘게 살아가고 있어요. 외부로부터 다양한 물질을 끊임없이 받아들이고 바쁘게 위험을 감지해서 대처하려면 에너지가 엄청나게 들어요. 왜 그렇게 바쁘냐 하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세포 자체가 무너지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방대한 양의 에너지를 사용하면서 자신의 몸을 유지시키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 시스템을 존속시키는 것 자체가 살아가는 원동력인 겁니다.” / 171p

 

 

 

   소립자에서부터 무한한 우주, 생명의 탄생과 인류의 진화까지 이 거대한 주제를 오가며 드는 생각은 우리 인류가 얼마나 각별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한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 믿음이 얼마나 왜곡된 것이고, 불명확한 것인지를 반성하게 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지금까지는 생물들이 함께 살면서 다른 생태적 지위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세대를 거치면서 유전적 진화에 성공해왔던 것과 달리 어떤 생태적 지위를 지향할 것인지, 시행착오를 반복하고 적응하는 장기적 과정이 없는 이 거침없는 환경의 변화가 미래의 인류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것인지 우려하는 목소리에 모두가 집중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그렇죠. 뭔가를 보거나 느끼는 건 대상에 대한 일종의 섭동입니다. 즉 특정한 무엇의 동적 프로세스죠. 조금 더 적나라하게 말하면 인식한다는 것은 왜곡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인간은 망막으로 빛을 받아들이거나 고막으로 공기의 진동을 포착해 그걸 뇌로 해석합니다. 그러니 있는 그대로 보일 리가 없습니다. 삼차원의 세계가 망막에 비친 시점에서 이차원으로 왜곡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우리는 기본적으로 눈앞에 있는 이 커피 잔의 ‘실물’을 볼 수 없습니다. 이것과 마찬가지죠. 보도한다는 행위도 사실을 왜곡하는 것과 같은 뜻입니다. 자신이 이해할 수 있도록, 경우에 따라서는 무의식의 선호에 따라 왜곡하는 셈이죠.” / 335p

 

 

“인간은 기본적으로 모두 사이좋게 지내자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런데 과거와는 다른 차원에 들어와버렸으니 앞으로 어떻게 될지 예측할 수가 없죠. 진화론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혹은 우리는 무엇인가)’라는 명제에 관해, 전통사회의 상호부조 안에서 인간의 마음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진화적 환경과 현대 환경의 엇갈림이 발생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미래에 무엇이 인간에게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인가 하는 것이 인간행동진화론에서는 중요한 주제입니다.” / 125p

 

 

 

 

 

 

   <이상하고 거대한 뜻밖의 질문들>을 읽다보면 사실 과학은 ‘어떻게’는 설명할 수 있어도 ‘왜’라는 질문에는 본질적으로 답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결국 처음부터 저자의 질문들은 여전히 알 수 없고, 또 알 수 있을 리가 없는 것들이었다. 하지만 이 책은 그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말한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정답이 아니다. 거기에 이르는 과정이다. 치열하게 고민할 것, 모순과 번민에서 눈을 돌리지 않을 것.’의 중요성을 넌지시 던진 저자의 이러한 시도들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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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짧은 소설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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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감각에 대한 탁월한 묘사, 우리네 삶에 녹아든 다양한 인생의 가치들!

세월은 흘렀지만 박완서 문학의 깊은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짧은 이야기들!

 

 

   2011년 1월 22일에 고 박완서님이 타계하신 후 어느 덧 8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970년에 등단한 이래 수많은 장편소설과 소설집으로 가장 일상적인 것에서 삶의 가치를 재현해내고 어루만짐으로써 사랑과 낭만을 잃지 않으셨던 분이시기에 우리는 여전히 그 이름을 기억하고 추억한다. 비록 시간은 흐르고 흘렀으나 문학적 정취라는 것이 참으로 묘한 것이어서, 이토록 낭만이 귀한 시대가 되고 보니 더 그리워진다. 어쩌면 오늘날이야말로 딸에게 ‘너의 삶의 주인은 너’라고 끊임없이 일깨워주셨다던 박완서님의 어머니 같은 손길과 넉넉한 마음이 더 필요하고 간절해져서가 아닐는지.

 

 

 

이토록 낭만이 귀한 시대에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고 박완서 작가가 등단 이후 회사 사보를 통해 연재하던 48편의 콩트들을 모아 엮은 소설집이다. 1981년에 출판된 뒤 이번에 새로이 개정되어 재출간된 작품집으로, 박완서 작가의 8주기를 추모하기 위해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 29인이 모여 박완서 작가의 콩트를 오마주한 작품 <멜랑콜리 해피엔딩>과 함께 나란히 선보이고 있어 주목을 끈다.

 

 

 

   특히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1970년대 우리 이웃들의 삶과 애환을 때로는 날카롭게, 때로는 유머러스하게 포착해낸 작가 특유의 문학적 정취가 진득하게 녹아든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1970년대 하면 나의 부모님이 한창 졸업 및 사회로의 진출 혹은 결혼을 생각할 시기로 짐작된다. 1984년생인 나에게도 그리 먼 시기가 아닌 까닭에, 편리한 가전제품과 아늑한 가구들로 꾸며진 아파트에서 자라났지만 부모님이 살았던 시골을 정서적 고향으로 삼으며 이를 오가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뜻밖에도 이미 박완서 작가는 자신의 소설 속에서 1970년대를 ‘낭만이 귀한 시대’라고 말한다. 낭만의 실종을 부르짖는 오늘날을 미리 내어다보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는 진즉에 삶의 곳곳에서 헛헛하고 씁쓸한 삶의 애환과 비애의 자국들을 느끼고 있었나보다. 4편에 걸쳐서 쓴「마른 꽃잎의 추억」에서는 한때 자신을 쫓아다니던 총각들과의 추억과 낭만을 찾는답시고 나섰다가 지난한 현실만 들추고만 중년 여인의 공허한 모습을, 아직은 사람이 발붙이고 살 아무런 여건도 마련되어 있지 않지만 장차 어마어마하게 발전할 영동 땅을 미리 내어다보고 평생 알뜰살뜰하게 모아놓은 돈을 들고 사러 나섰다가 번번이 퇴짜를 맞더니 어느 덧 감히 꿈도 꿔보지 못할 만큼 아득하게 높아진 땅값에 뒤돌아서는 문규의 뒷모습에서 쌉싸래한 인생의 쓴맛을 본다.「땅집에서 살아요」에서는 자신이 세상에서 없어진다 해도 좁쌀알이 없어진 빈자리와 별로 다를 게 없을 거라고 푸념하는 한 가장의 애환을, 「열쇠 가장」에서는 맞은편 앞 동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남자가 담배를 피워 문 채 가스불에 찬밥을 볶고 있는 광경을 통해 점점 더 고독해지는 가장의 무게를 엿본다.

 

 

 

나는 공허했다. 고생고생해서 내 집을 장만하고 나니까 살림 재미는 이제부터라는 설렘은 고사하고 몸과 마음이 껍데기만 남은 것처럼 공허했다. 남부러울 게 없는 모모한 부인들이 거액 노름판을 벌이는 것도 혹시 이런 공허감 때문이 아니었을까? 미움보다는 이해가 앞서는 스스로의 마음이 소스라치면서도 좀처럼 그 공허감을 극복할 수는 없었다. / 「마른 꽃잎의 추억 2」 중에서 50p

 

 

도시로 나와서 성공한 축에 끼는 경수가 이 도시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고작 그 정도였다. 그러나 13층에서 내려다본 도시는 달랐다. 그가 임의로 조종할 수 있을 것처럼 앙증맞고 인공적인 진열장 속이었다. 그는 13층에서 도시를 내려다볼 대마다 13층의 높이를 그의 키처럼 착각했다. 그는 키가 아파트 13층만 한 거인이 되어 도시를 깔볼 수가 있었다. / 「땅집에서 살아요」 중에서 140p

 

 

“그래. 조국 분단의 설움을 가장 혹독하게 맛본 노화백은 말년에 저런 방법으로 화해의 꿈을 꾼 거야. 꿈을 꾸는 것조차 용기에 속했던 그 끔찍한 분단의 벽도 지금 현실적으로 허물어지고 있는 마당에 우리 사이에 그 알량한 학력의 벽, 빈부의 벽을 마냥 고집하기냐? 이 바보야.” / 「어떤 화해」 중에서 243p

 

 

 

 

 

 

   한편 여자란 마음대로 골라잡을 수 있는 상품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어머니의 생각에 길들여지고 있던 한 남자, 그럼에도 남자와 여자와의 아름답고 진실한 만남에는 간판처럼 주렁주렁 겉으로 내걸린 조건 말고 서로의 영혼 깊숙한 곳에서 불을 붙이고 끌어당기는 어떤 신비한 힘이 작용하리라는 것을 믿는 구석도 있는 또 다른 남자의「그 때 그 사람」, 「어떤 청혼」을 통해 당대의 결혼관을 엿볼 수 있다. 성적이 우세한 건 오히려 여학생 쪽인데 남학생들은 졸업 전에 취직이 된 마당에 여학생들은 아직 한 명도 취직이 되지 않은 현실에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교수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서 이런 저런 조건 좋은 남자들을 소개시켜 달라며 이른바 ‘취집’을 꿈꾸는 여학생들의 모습에서 기막힌 아이러니를 발견하게 되는 「키 큰 신랑」역시 인상적이다. 특히나 이 땅의 여성들이 품고 있는 삶의 여러 애환들을 치밀하게 다룬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끊어진 목걸이」등의 작품들은 오늘날까지도 시사 하는 바가 많아 의미 있게 읽힌다.

 

 

 

‘시집이나 가지’ 하는 마지막 돌파구를 찾는 일에서나마 낙오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다소곳이 여자다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일제히 한복을 떨쳐입은 속셈은 이렇게 치사하고 착잡했던 것이다.

당초의 속셈이야 어떤 것이었든 간에 스스로가 아름답게 보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남자들의 찬사에 귀를 기울이는 일은 행복한 일이었다. / 「키 큰 신랑」 중에서 35p

 

 

후남이는 거듭한 고배로 의식은 더욱 명료해져 눈 아래 거대한 도시, 그 갈피 갈피에 여자 길들이기의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가 공룡처럼 징그럽게 도사리고 있음까지를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칼아, 되살아나렴.” 그녀는 주문처럼 이 소리를 외며 거듭거듭 고배를 들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음모 3」 중에서 100p

 

 

혜령은 구두쇠 올케가 처음으로 공개하고 아낌없이 선택권을 준 보석함을 보면서 노처녀 하나 시집보내야겠다는 이 집안의 갈망이 얼마나 절실한 것인지를 보는 것 같았다. 자신을 그 비싼 것들을 얹어주어서라도 하루빨리 치우고 싶을 만큼 값어치가 하락한 물건처럼 의식해야 한다는 건 쓸쓸하고도 고통스러운 노릇이었다. / 「끊어진 목걸이」 중에서 328p 

 

 

 

 

 

 

   ‘70년대에 썼다는 걸 누구나 알아주기 바란 것은, 바늘구멍으로 내다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멀리, 적어도 이삼십년은 앞을 내다보았다고’고 고백하며 ‘내가 보기에도 신기할 정도로 그 때는 약간은 겁을 먹고 짚어낸 변화의 조짐이 지금 현실화된 것을 느낀다’던 작가의 말처럼 2019년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은 감수성을 호출해낸다. 한창 페미니즘이 대두되어 우리 사회 속 여성의 목소리를 드높이고 있는 요즘, ‘여자란 여자로 길러지는 걸까? 아니면 여자로 태어나는 걸까?’를 고민했던 당시의 흔적들을 우리는 여전히 당면하고 있으며, 담 하나의 소박한 정으로 쌓았던 이웃 간의 담소가 내 위신으로 쌓아올린 아파트 층수의 높이에 막혀 소외되는 광경을 심심치 않게 겪고 있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48편의 짧은 이야기가 위로가 되고 깊은 여운을 주는 것은 여전히 사랑을 꿈꾸고 낭만을 잃지 않기를 바라며 결국 우리 모두 누군가의 ‘아름다운 이웃’이 되기를 바라는 희망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믿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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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와 당신들 베어타운 3부작 2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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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욕망, 인간의 본질을 유려하게 다룬 경이로운 작품!

프레드릭 배크만의 작품 중 단연 압도적으로 추천되어야 할 소설! 

 

 

 

   스틱과 빙판, 한 개의 퍽과 두 개의 골문, 이기고 싶은 욕망, 싸우고 싶은 욕망, 너희와 우리가 모든 걸 걸고 벌이는 대전. 이 단순해 보이는 스포츠가 한 도시의 존폐를 가르고, 누군가에게는 정치의 무대가 되며, 누군가의 삶을 산산조각 낼 수도 있을 만큼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마을, 그곳은 바로 ‘베어타운’이다.

 

 

 

   <오베라는 남자>,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브릿마리 여기 있다>의 연이은 흥행으로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의 반열에 오른 프레드릭 배크만이 지난 해 출간한 <베어타운>의 두 번째 이야기 <우리와 당신들>로 돌아왔다. 앞선 전작들이 주로 재미있게 잘 쓰인 ‘스토리텔러’로서의 면모를 보여줬다면 스포츠가 정치가 되어버리고, 비틀린 우정과 상처로 얼룩진 10대들의 상흔들을 음울하지만 서정적이면서 우아한 문체로 그려낸 <베어타운>은 그를 거장의 반열에 올리기에 충분할 만한 작품성을 지닌 소설이라 평가했던 나로서는, 두 번째 이야기 <우리와 당신들>이 보여준 이 압도적인 몰입감과 가슴을 파고드는 유려한 문장들이 선사하는 경이로움에 다시 한 번 흠뻑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자기 안에 혼돈이 있는 자만이 춤추는 별을 탄생시킬 수 있다

 

 

이것은 그 이후의 이야기, 어느 해 여름에서 겨울까지의 이야기다. 베어타운과 그 옆 마을 헤드의 이야기, 두 하키팀 간의 경쟁이 돈과 권력과 생존을 둘러싼 광기 어린 다툼으로 번진 이야기다. 하키장과 그 주변에서 두근대는 모든 심장의 이야기, 인간과 스포츠와 그 둘이 어떤 식으로 번갈아가며 서로를 책임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의 이야기, 꿈을 꾸고 투쟁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우리 중 몇 명은 사랑에 빠질 테고 나머지는 짓밟힐 테고, 좋은 날도 있을 테고 아주 궂은 날도 있을 것이다. 이 마을은 환희를 느낄 테지만 또 한편으로는 불타오르기 시작할 것이다. 끔찍한 충돌이 벌어질 것이다. / 15p

 

 

 

   <베어타운>의 두 번째 이야기 <우리와 당신들>은 전작에서 벌어진 사건이 있고 몇 달 후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온 마을의 자부심이자 존폐를 판가름할 정도로 ‘하키에 살고, 하키에 죽는’ 마을 베어타운은 몇 달 전, 절체절명의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팀의 에이스인 케빈이 단장의 딸 마야를 성폭행하게 된 일을 계기로 쓸쓸한 운명을 맞이하고 만다. 베어타운 하키팀의 주요 선수들은 옆 마을 헤드의 하키팀으로 옮겨가면서 뿔뿔이 흩어지고, 마을 역시 일자리도 미래도 없이 곳곳에서 상처와 증오로 으르렁댈 뿐이다.

 

 

 

   케빈에게 성폭행을 당한 마야는 이젠 더 이상 성폭행을 당하는 꿈을 꾸지 않지만, 꿈속에서 매일 밤마다 그를 죽인다. 동생인 레오는 누나의 상처를 보호하지 못했다는 자책으로 밤마다 긁는 버릇이 생겼고, 언제든 복수를 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듯 불안한 모습이다. 또 얼마나 어떤 끔찍한 일이 아이에게 닥쳐올까 상상을 하며 오늘도 그것을 피해갈 수 있기만을 바라는 마야의 엄마, 청소년팀의 떠오르는 샛별이었지만 케빈과 마야의 일을 증언하는 바람에 모든 것을 잃고 방황하는 아맛 등 모두들 그 날의 사건으로 저마다 깊은 상흔을 지닌 채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아이들이 아무리 나이를 먹더라도 아이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고 싶은 부모는 없다. 부모가 모든 걸 다 해주어도 아이들이 절대 모르는 이유는 무조건적이라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단어인지 이해하지 못해서다. 부모의 사랑은 감당할 수 없고 무모하며 무책임하다. / 19p

 

 

그 바보들은 베어타운 아이스하키단이 없어진 이유가 케빈 때문이 아니라 ‘그 추문’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그들이 보기에 중요한 건 케빈이 누군가를 성폭행했다는 사실이 아니라 마야가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다. 그녀가 없었다면 그런 일도 없었을 것이다. 남자들의 세상에서는 여자들이 항상 말썽이다. / 50p

 

 

 

 

 

 

   마야의 아버지이자 베어타운 하키팀의 단장인 페테르는 온갖 협박과 냉대를 당하면서도 해체라는 위기로부터 팀을 구해내기 위해 지역구 의회의 정치인인 테오의 조건을 받아들이고 다시 팀을 재건하기 위해 나선다. 스포츠는 스포츠일 뿐이지만 관심 없던 사람도 거기서 얻을 게 생기면 스포츠는 경제가 되고 정치가 된다는 말이 있듯, 돈과 권력 그리고 이익이라는 유혹 앞에서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이 상처입지 않고 온전히 하키를 스포츠로만 대할 수 있을까. 소설은 스포츠가 경제가 되고 정치가 되는 순간 벌어지는 모순들을 날카롭게 파고들며 그 안에서 흔들리는 다양한 캐릭터와 강렬하고도 긴장감 넘치는 전개로 마지막까지 독자들의 숨을 조인다.

 

 

 

모든 것에는 한계점이 있기 마련이고, 다들 ‘기쁨은 나누면 배가 된다’고 하며 슬픔의 경우에는 그 반대라고 우긴다. 하지만 어쩌면 그게 아닐지 모른다. 발목에 납을 매달고 물에 빠진 두 사람이 손을 잡고 있으면 서로의 구세군이 되기는커녕 가라앉는 속도만 두 배로 빨라질 뿐이다. 서로의 상처 입은 가슴을 보듬는 부담감을 결국에는 감당할 수 없게 된다. / 94p

 

 

지뢰밭

그대들이 걷고 있는 여기는 지뢰밭.

모든 단어가 폭탄이지만 계속 걸어가야 해.

발밑에서 조그맣게 ‘딸깍’ 소리가 들리고

돌아가기에는 너무 늦어버릴 때까지.

피해자의 가장 나쁜 점은 내가 그대들을 피해자로 만들었다는 것.

이제 나는 아무리 원해도 그대들을 치료할 수 없어.

죽은 사람은 난데 묻힌 사람은 그대들인 느낌.

그가 깨부순 사람은 난데 꺾인 사람은 그대들인 느낌. / 138p

 

 

 

   ‘우리는 대부분 마음속으로는 모든 이야기가 단순하길 바란다. 현실도 그렇길 바라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회는 물이 아니라 얼음과 비슷하다. 어느 순간 갑자기 방향이 바뀌는 게 아니라 빙하처럼 조금씩 움직인다. 가끔 꿈쩍하지 않을 때도 있다.’는 소설 속 문장이 그러하듯 ‘제발 너희들이 온전히 링크장에 서 있기를 바라. 퍽 하나의 희열에 웃고 울 수 있는 그 단순함만 믿고 삶을 해피엔드로 이끌길 바라.’ 하고 응원하게 되는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분명 우리의 삶이 그러하지 않듯 그들의 삶들도 단순하게 흘러가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간절히 바라게 되는 것처럼.

 

 

 

“남들처럼 하키 하나만으로 팀에서 자기 입지를 다지도록 내버려 둬. 앞으로는 어딜 가든 차별을 받지 않겠니. 여기에서만큼은 그런 일이 없도록 해야지.”

페테르는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말문을 연다.

“코치님은 항상 ‘하키단 그 이상의 하키단’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잖아요. 우리가 지금 그런 조직이 되어야 하는 거 아닐까요?” / 412p

 

 

팀 스포츠를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뭘까? 단체의 일원이 되고 싶어서일까?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유가 단순하다. 또 하나의 가족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애초에 가족이 없었던 사람에게는 팀이 가족일 수 있다. / 472p

 

 

 

 

 

 

   이렇듯 <우리와 당신들>은 ‘거짓은 간단하고 진실은 어렵다’는 이 명제 앞에서 오늘도 숱하게 흔들리고 방황하는 등장인물들을 통해 삶의 다양한 구조와 현실적인 문제들을 통찰력 있게 드러낸다. 특히 가족 사이에 틈새가 벌어지기 시작하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움직였던 이 사랑스러운 캐릭터들을 통해 나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래서였나. 나는 그렇게 책을 읽는 내내 아이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싶고, 내 사람을 쓰다듬어주고 싶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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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불확실한 삶을 돌파하는 50가지 생각 도구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다산초당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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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확실한 미래에 경쟁력 있는 사회인이 되기 위한 철학적 사고법!

고지식하다는 편견에서 벗어나 오늘을 사는 지혜를 얻기 위한 교양 철학!

 

 

   우리는 왜 철학을 배워야만 하는가?

   흔히들 이 같은 명제 앞에서 비판적 사고를 키워주고, 현인들을 통해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는 그럴 듯한 대답을 하곤 하지만 고리타분한 옛 학문이라는 생각이 들거나 수많은 철학자들이 내어놓은 철학 이론 앞에서 금세 무너져버린다. 한창 인문학 열풍이 불었던 때에도 철학서 중 몇 권을 구입해 읽어보곤 했지만 모두가 철학의 중요성과 이론적인 설명만 강조할 뿐 구체적으로 우리의 삶에 어떻게 적용하고 활용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없어 여전히 아득하기만 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 야마구치 쇼 역시 평범한 사람이 ‘더욱 나은 삶’을 살고 '더 좋은 사회‘를 건설하는 데 길잡이가 되어야 할 철학을 어렵게만 여기고 소홀하게 다뤄지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다. 철학을 연구하는 학술가가 아니라 세계 1위 경영·인사 컨설팅 기업 콘페리헤이그룹의 시니어 파트너로서 철학적 사고를 현업에 활용하여 바로 써먹을 수 있도록 실용성을 강조하는 데 주목한 그였기에, 책에서는 기존의 철학서가 지닌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지금 우리 삶에서 벌어지는 문제와 해결책을 철학으로 돌파하는 법을 모색하고자 한다. 책은 일상의 고민에서 비즈니스 전략까지, 지금 당장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깊이 있게 통찰하고 해석하는 데 필요한 열쇠가 되는 철학적 사고법을 적극 활용하는 법에 대해 알아본다. 경제학, 문화인류학, 심리학, 언어학 등 폭넓은 분야를 다룰 뿐만 아니라 아이를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철학적 사고를 통해 기존의 통념을 버리고 좀 더 긴 안목으로 아이의 성장을 내다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어 매우 유용한 책이었다.

 

 

 

 

 

 

지적 전투력을 극대화하는 50가지 철학·사상

 

 

   ‘교양 없는 전문가야말로 우리의 문명을 가장 위협하는 존재다.’

   본격적인 내용에 들어가기에 앞서 야마구치 슈는 ‘괴테 탄생 200주년 기념제’의 발기인 가운데 한 사람이자, 당시 시카고 대학교 총장이었던 로버트 허친스의 다음과 말을 인용해 철학을 배우지 않고 사회적 지위만 얻으면 문명을 위협하는 존재, 한마디로 ‘위험한 존재’가 된다고 지적한다. 오늘날 수많은 기업이 놀라울 정도로 숱하게 위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시대 상황을 생각해 보면, 반세기 이전에 이미 철학의 중요성을 역설한 허친스 교수의 문제의식이 얼마나 통찰력 깊은 것이었는지 알 수 있다.

 

 

 

   결국 불확실한 시대에 불분명한 난제들을 현명하게 극복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철학적 사고법을 기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책에서는 기존의 철학서들이 철학사의 흐름을 기반으로 하여 철학자와 그 이론을 시대순으로 소개하던 고정관념을 과감하게 버리고 ‘사람’, ‘조직’, ‘사회’, ‘사고’에 근거하여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문제들을 고찰하고 이에 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한다.

 

 

 

   ‘사람’에 관한 핵심 콘셉트를 담은 1장에서는 프리드리히 니체의 ‘르상티망’을 통해 타인의 시기심을 통해 비즈니스의 기회를 엿보는 법, 흔히 당근이라고 불리는 ‘예고된 대가’가 인간의 창조적인 문제 해결 능력을 훼손시킨다는 실험을 통해 자유로운 도전을 허용하는 풍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현실을 자신의 일로 주체적으로 받아들여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자 하는 태도를 가리키는 ‘앙가주망’을 통해 자신의 인생을 예술 작품처럼 창조해 낼 수 있는 태도야 말로 자신의 가능성을 깨달을 수 있음을 설명하고, 악의가 없어도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음을 시사 하는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등을 통해 사람들이 하는 행동에는 어떤 심리 기저가 숨겨져 있는지를 살펴보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타고난 능력보다 경험을 통해 인간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의지를 심어주는 존 로크의 ‘타불라 라사’ 편은 자라나는 아이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라 더욱 인상 깊게 읽었다.

 

 

 

유아의 발달 과정에서 유아가 미지의 영역을 탐구하는 데는 심리적인 안전기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사람이 바로 영국의 심리학자 존 볼비다. 그는 유아가 보호자에게 보이는 친근감과 애정, 그리고 보호자에게서 떨어지지 않으려고 하는 감정을 ‘애착’이라고 명명했다. 그리고 애착 관계를 맺은 보호자가 아이의 심리적인 안전기지가 되고 이 안전기지가 있기에 아이는 미지의 세계를 마음껏 탐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중략)...사람이 창조성을 발휘하여 리스크를 무릅쓰고 나아가는 데는 당근도 채찍도 효과가 없다. 다만 자유로운 도전이 허용되는 풍토가 필요하다. / 69p

 

 

로크는 그가 주장한 경험론처럼 실제로 의사로서 많은 영유아를 접해 본 경험을 통해, 태어날 때 사람의 심성은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석판, 즉 타불라 라사와 같다고 생각했다...(중략)...지금이라면 당연하게 여겨지는 사고관이지만 로크가 살던 당시 사회에서는 획기적인 것이었다. 누구나 태어날 때 마음 상태가 백지라는 것은 인간에게 타고난 우열이 없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귀족과 왕족의 자손이든 장인이나 백성의 자식이든 타고난 우열은 없다. 개인의 소양은 모두 태어난 후에 어떠한 경험을 하느냐에 따라 결정되고, 이는 교육에 의해 인간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 83p

 

 

 

 

 

 

   ‘조직’에 관한 핵심 콘셉트를 다룬 2장에서는 존 스튜어트 밀의 ‘악마의 대변인’을 통해 끝까지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의 중요성을, 막스 베버의 ‘카리스마’라는 말을 통해 권위를 만드는 세 가지 요소를, 존 내시의 ‘내시 균형’을 이용한 하나의 재미있는 실험을 통해 협조와 배신의 심리에 대해 살펴본다. 이어 ‘사회’에 관한 핵심 콘셉트를 다룬 3장에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에밀 뒤르켐의 ‘아노미’, 멜빈 러너의 ‘공정한 세상 가설’ 등의 이론이 등장한다. 그 중 돌연변이가 발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임을 설명한 찰스 다윈의 ‘자연도태’ 이론을 통해 우리가 흔히 ‘에러’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배제시키려는 고정관념을 갖기 쉬운데, 여기서는 무언가 긍정적인 에러가 발생함으로써 시스템의 성과가 향상될 수 있음을 설파한 내용이 흥미롭다.

 

 

 

머튼은 『신약성서』의 「마태복음」에 나오는 “부유한 사람은 점점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은 점점 더 가난해진다”라는 문장을 차용해 이 메커니즘을 ‘마테 효과’라고 명명했다...(중략)...우리는 비용 대비 효과가 더 높은 아이에게 교육 투자를 몰아주는 경향이 있다. 초기의 성적 결과에 따라 잘하는 아이에게는 더 좋은 기회가 주어지고, 그 결과 한층 더 성적이 높아진다...(중략)...우리에게 인재를 키우기 위해서는 초기의 실적 차이를 그다지 의식하지 말고 조금 더 여유롭고 긴 안목으로 사람의 가능성과 성장을 내다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준다. / 172p

 

 

  ‘사고’에 관한 핵심 콘셉트를 담은 마지막 장에서는 이 책이 지향하고자 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소크라테스의 ‘무지의 지’를 통해 내 생각이 옳은 것이고 이미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을 경계하고, 무엇이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지만 뭔가 있을 것 같고 가망성이 없어 보이는 것에서 혁신이 시작된다는 점을 시사하는 ‘브리콜라주’를, 우리가 지나치게 ‘예측’에 의지하고 있지 않은지 의심해보고 미래를 예측하는 최선의 방법은 미래를 창조하는 것임을 일러주는 앨런 케이의 명언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중요한 사고인지를 강조한다.

 

 

 

상대와 더욱 깊이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깨달음을 얻고 창조적인 발견과 생성을 이끌어 내려면 ‘결국 OO이다’라는 식으로 축소해서 인식하거나 자신이 알고 있는 과거의 데이터와 조합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만약 “결국 OO이라는 뜻이죠?”라고 요약하고 싶어질 때는 그렇게 말하는 순간 새로운 깨달음과 발견의 기회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자.

쉽게 아는 것은 과거의 지각 틀을 그대로 늘려 가는 효과밖에 가져다줄 수 없다. 정말로 자신이 바뀌고 성장하려면 안이하게 ‘알았다’라고 생각하는 습성을 경계해야 한다. / 270p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를 철학의 시각으로 날카롭게 비판하고 분석한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는 ‘철학서가 다 그렇지’, ‘어려울 거야’ 라는 통념을 버리고 기존의 사고를 뒤엎는 혁신의 에너지를 얻는데 매우 유용한 책이다. 대학교 재학 시절, 교양 선택 과목으로 나름 철학을 배워보겠다고 과감하게 도전했다가 처절하게 패배하고만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봤을 때 이 책처럼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부분에 접근해보았더라면 지금쯤 철학을 좀 더 재미있고 가깝게 느끼지 않았을까 싶다. 이처럼 여러 직종의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나처럼 철학을 어렵게 느끼고 있었던 이들에게도 이 책이 좋은 철학 실용서가 되기를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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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 프린세스, 내일의 너는 더 빛날 거야 - 지금 그대로 사랑스러운 당신에게
디즈니 프린세스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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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빛나는 디즈니 프린세스 시리즈 속에서 발견한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

반드시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와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책!

 

 

 

   온갖 역경을 딛고 아름다운 사랑을 쟁취하는 디즈니 프린세스들의 이야기에 저 역시 마음이 설레었던 때가 있었네요. 그러고 보니 제 마음 속에 로맨스라는 판타지를 품게 해 준 이들이 바로 이들이었네요. 계모와 언니들로부터 구박을 당하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았던 신데렐라, 모두가 위험하다고 여겼던 야수의 따뜻한 마음을 어루만져준 벨, 사랑을 이루기 위해 위험한 거래마저도 용기 있게 응했던 에리얼까지. 이들 모두는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내면에 지니고 있던 긍정적인 힘을 믿고, 사랑스러움을 잃지 않았기에 진정한 사랑에 다가갈 수 있었지요.

 

 

 

   이렇듯 디즈니 프린세스 시리즈를 아우르는 중요한 메시지는 ‘사랑과 내면의 아름다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의 삶에서도 마찬가지겠지요. 비록 만화 속의 주인공들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아름다움이 반짝반짝 빛날 수 있었던 것은 늘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상냥하게 말하며, 어떤 상황에서든 당당했기 때문이 아닐는지요. 그러니 ‘나는 왜 빛나지 않을까?’라고 생각만 하지 말고 먼저 사랑과 빛이 가득 담긴 말과 행동을 해보라고 <디즈니 프린세스, 내일의 너는 더 빛날 거야>에서는 말합니다. 행복의 말이 행복을 불러오는 것처럼 말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우리의 외면과 내면 그리고 인생의 모습도 달라진다고 말이에요.

 

 

 

행복을 부르는 것은 행복이 담긴 말이고,

사랑을 부르는 것은 사랑의 말이에요

 

 

   <디즈니 프린세스, 내일의 너는 더 빛날 거야>는 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 디즈니 프린세스 속 등장인물들의 용기와 사랑의 메시지를 한 권에 담은 사랑스러운 책입니다. 일상에 지쳐서 잊고 살았던 내 마음을 위로해주는 글귀들, 완벽하지 않아서 더 사랑스러운 나를 격려해주는 응원의 글들, 우리가 사랑할 때 기억해야 할 것들, 행복을 부르는 사랑스러운 말들을 담아 깊은 울림을 전합니다. 긍정의 힘을 믿고 역경을 이겨낸 캐릭터들을 통해 이 땅의 많은 아이들과 어른들을 성장하게 해주었던 디즈니 특유의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책이지요.

 

 

 

 

 

 

   최근에 저를 보고 사람들이 얼굴이 많이 안 좋아 보인다는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둘째 아이를 뱃속에 품고 있는 임산부인 저로서는 좀 충격적이고 부끄러운 말이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경제적인 부담감, 육아에 대한 피로감, 부모로서의 역할에 대한 무거운 마음들이 겹쳐져 밤잠을 설치기도 했던 것이 이유였던 모양이에요. 그래서일까요. <디즈니 프린세스, 내일의 너는 더 빛날 거야>를 읽으며 ‘괜찮아, 너는 잘 하고 있어. 아직 오지 않은 일을 걱정하고 이야기하며 불안에 살을 붙이지 말아.’ 하는 응원의 힘을 얻게 되었네요.

 

 

 

   또 곁에서 함께 고민하고 어쩌면 저보다 더 큰 짐을 지고 있을 신랑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들이 참 많더라고요. 너무 막막해서 마땅한 대안이나 합의점이 보이지 않는 일이라도 일단 “괜찮아. 같이 해결하면 돼” 혹은 “괜찮아, 같이 생각해보자”라는 말로 시작해보라는 말이 마음에 와 닿습니다. 함께 슬픔에 빠져들지 말고 차분하게 지상에 발을 디딘 채, 자꾸만 깊은 곳으로 가라앉으려는 그의 마음을 붙들어주는 것도 제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응원일지도 모르겠고요.

 

 

 

사람의 운이란 늘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서

지금 힘들어도 지나고 보니 그때 그렇게 되어서

차라리 다행이라고 생각되는 일도 많습니다. / 37p

 

 

나를 괴롭히는 것은 처한 상황이나 타인의 악의가 아니라

자꾸만 나의 행복을 타인과 비교하는

‘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예요. / 57p

 

 

 

   <신데렐라> 속에서 무도회에 가지 못해 창고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고 있던 신데렐라에게 요정이 나타나 선물을 주며 하는 말이 있지요. “네가 희망을 잃었다면 나는 나타나지 않았을 거야. 희망이 있기에 내가 도와주러 온 것 아니겠니.” 라고요. 인생은 때로 끝이 보이지 않는 기나긴 경기와 같고, 하나의 관문을 성공적으로 통과하더라도 다음 관문에서 좌절할지도 모를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극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는 이 희망의 메시지가 어쩌면 우리를 살게 하는 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이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라는 생각이 더 커지는 요즘입니다. 하지만 <디즈니 프린세스, 내일의 너는 더 빛날 거야>를 읽으며 결국엔 모두 잘 될 거라고, 내 마음을 토닥여가며 조금 더 여유를 가져보기를 격려해보는 건 어떨까요. 차갑고 시린 마음으로 오늘을 버거워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이 좋은 선물이자 위로가 되었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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