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이 되고 싶은 토끼
마루야마 나오 지음, 고향옥 옮김 / 스푼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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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 구매해서 읽었는데 6살 아이, 2살 아기 모두 좋아하네요^^~ 귀염 뽀짝 삐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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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 - 몸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새로운 과학적 방법
윌리엄 리 지음, 신동숙 옮김, 김남규 감수 / 흐름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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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음으로써 건강해지는 건강 음식 대백과사전!

우리 몸의 건강 방어 체계를 도와주는 좋은 식생활 습관 실천서!

 

 

   건강 및 각종 교양 TV프로그램을 보고 있으면 몸에 좋다는 음식을 소개하는 내용이 빠뜨리지 않고 등장한다. 계절별 제철 음식을 비롯해서 크릴오일이나 노니주스 등 때마다 이슈가 되는 건강식품은 방송사를 불문하고 유행처럼 소개된다. 더욱이 코로나19로 인해 확진자가 급증했을 때는 여기저기서 면역력과 호흡기에 좋다는 음식을 소개하느라 그 많던 방송들이 모두 건강 프로그램이 되어버린 듯했다. 이렇다보니 유독 우리 사회는 건강의 중심을 음식에 너무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들 때가 있다. 평소 감기에 걸리거나 염증으로 통증을 느낄 때면 ‘~ 에 좋은 음식’을 가장 먼저 검색해보면서도, 한편으로는 건강에 좋다는 음식이 이렇게 많은데 정말로 그 음식들이 우리를 건강하게 하는 걸까? 그렇다면 음식이 건강을 증진시키는 데 얼마나 기여하는 걸까? 궁금해지는 것이었다.

 

 

 

 

 

 

건강을 지키는 타고난 능력_ 5가지 건강 방어 체계

 

 

   『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은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의사이자, ‘암을 굶기는 식사가 가능한가’라는 제목으로 화제가 된 강연가 윌리엄 리의 건강 의학서다. 그는 우리 몸의 다섯 가지 방어 체계가 심장 질환, 대사 질환, 퇴행성 질환, 암 등의 질병을 물리치는 데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제시하며, 이러한 방어 능력을 활성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음식이라는 답을 내놓는다. 어떤 음식을 먹어야 건강 방어 체계에 도움이 되는지를 알면, 식단을 활용해서 건강을 유지하고 질병을 이기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혈관신생, 재생, 마이크로바이옴, DNA 보호, 면역이라는 다섯 가지 건강 방어체계가 있어서 건강을 지키고 삶의 일상적인 위험 요인 속에서도 끄떡없이 버틸 수 있다고 한다. 병에 걸려 몸이 안 좋아졌다가 금세 치유되는 것도 이런 방어체계 덕분이라는 것이다. 즉, 이 방어체계가 우리 몸을 어떻게 요새처럼 완벽히 방어하는지를 알면 그 치유 능력을 활용해서 건강한 삶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다.  

 

 

   혈관신생은 우리 몸 안에 모든 세포와 조직을 운반하는 혈관이 형성되는 과정을 가리킨다. 혈관신생 체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한, 혈관은 적시 적소에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게, 딱 필요한 만큼만 만들어진다. 혈관신생은 이런 식으로 순환계의 완벽한 균형을 찾아서 우리 몸을 ‘항상성’이라 불리는 상태로 유지시킴으로써 건강을 지킨다. 저자는 세계 각지에서 진행되는 연구를 통해 우리가 익히 알고 즐겨 먹는 몇몇 음식들로 혈관신생 방어체계의 양쪽 측면을 모두 강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다시 말해, 혈관신생 방어체계에 이로운 식품을 챙겨 먹으면 과도하게 생성된 혈관을 제거해서 비정상적인 혈관이 생성되면서 발생하는 암, 자궁내막증, 시력 손상, 관절염, 알츠하이머병, 비만 같은 병을 물리칠 수 있다. 이를 위해 책에는 혈관신생 방어체계에 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음식들을 소개하는데, 콩, 녹차, 커피, 토마토, 적포도주, 맥주, 경화 치즈 같은 식품들을 대표로 꼽을 수 있다.

 

 

 

종양이 혈관신생 방어체계를 장악해서 자기 자신의 순환계를 증식할 경우, 무해했던 암세포가 순식간에 치명적인 암으로 발전할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암 조직에 영양을 공급하는 것과 동일한 혈관이 통로 역할을 해서 악성 세포가 혈류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가장 위험한 상황인 암세포의 전이가 나타난다. 실제로 암환자들이 최초에 발생한 종양으로 목숨음 잃는 경우는 드물다. 그런 종양은 수술로 보통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된 사망 원인은 산탄을 퍼붓듯 사정없이 몸을 공격하는 암세포의 전이다. / 44p

 

 

  줄기세포들은 죽거나 낡아서 못쓰게 된 세포들을 고치고, 바꾸고, 재생한다. 정보를 수집하고, 정찰하고, 신체 기관을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임무를 수행함으로써 우리 몸에 상처나 병이 생길 때마다 줄기세포들이 행동에 돌입해 병을 치료하거나 치유에 도움이 되는 조직들을 새로 만든다. 이런 작용이 바로 몸의 방어체계 중 하나인 재생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줄기세포도 우리가 먹는 음식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를 테면 다크초콜릿, 홍차, 강황, 자색 감자, 호두 등이 우리 몸의 재생 능력에 영향을 주는 이로운 식품들이라 할 수 있다.

 

 

 

 

 

 

   세 번째 방어 체계인 마이크로바이옴은 우리의 건강을 위해서 서로를 용인하고 협력하는 공동체 구성원들의 절묘한 균형에 좌우되는 생태계로, 저자는 입을 통해 뱃속으로 들어가는 모든 것은 인체 세포에 영양을 공급하고 그 다음에는 장 마이크로바이옴의 먹이가 된다고 한다. 우리 몸속의 박테리아들은 인체가 소화할 수 없는 식품 성분을 분해할 수 있으며, 그 과정에서 건강을 보호하는 이로운 생리활성물질이 생성된다는 것이다. 마이크로바이옴에 영향을 주는 대표 식품은 김치, 치즈, 요구르트, 발효빵,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 등이 있는데, 이는 우리들뿐만 아니라 우리의 자손에게까지 도움이 된다는 측면에서 꼭 유념하기를 바란다.

 

 

 

실험쥐들을 번식시키고, 각 세대 구성원들을 고지방 저섬유소 서구식 식단에 노출시키면서 지켜본 결과, 마이크로바이옴 상흔이 세대가 거듭될수록 점점 더 커졌다. 실험쥐들의 후손으로 한 세대씩 내려갈 때마다 건강한 인간에게서 얻어온 박테리아들이 쥐의 마이크로 바이옴에서 갈수록 많이 사라졌다. 4대손(맨 처음 실험쥐의 증손자)까지 내려왔을 무렵에는 최초 세대였던 건강한 쥐의 마이크로바이옴에는 있었지만 후손의 마이크로바이옴에서는 종적을 72퍼센트나 됐다. 몸에 나쁜 고지방 저섬유소 식단을 동일하게 유지한 후손들이 건강에 유익한 장 미생물을 영구적으로 제거해 버린 것이다. 그런 유익한 미생물들은 멸종했으며, 나중에 채식 위주의 건강한 식단으로 돌아와도 재생되지 않는다. / 94p

 

 

  DNA 역시 태양의 복사열, 가정의 화학물질, 스트레스, 수면 부족, 식단 불균형 등으로 인한 손상으로부터 몸을 지켜주는 뛰어난 복구 체계가 갖춰져 있다. 우리가 먹는 식품들 중에서는 베리 주스, 키워, 해산물, 콩, 커피, 견과와 씨앗 등이 이에 도움을 준다. 마지막 방어체계인 면역 체계는 몸을 정교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면역 체계는 특히 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래서 장을 잘 조절하면 각종 암을 비롯하여 당뇨병, 비만, 염증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거나 퇴치할 수 있다. 이를 위한 식품들로는 버섯, 블랙베리, 호두, 고추, 석류 등이 대표적이다.

 

 

 

연구 결과 8시간 동안 잠을 잤을 경우 지방을 태워서 비만을 예방하는 유전자가 활성화된 반면, 잠을 못잔 날에는 그런 유전자들의 활동이 저지됐다. 또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숙면을 취하지 못하거나 수면 시간이 너무 짧을 경우 비만이 발생할 위험이 45퍼센트 증가했다. 수면의 후성적 효과는 대단히 크다. 단 하룻밤을 새우는 것만으로도 많게는 269가지 유전자에 후성적으로 악영향을 끼쳐서 종양을 억제하는 유전자를 비롯한 유전자들이 단백질 생성 작용을 못하게 만들 수 있다. 그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다. 암을 차단하는 유전자를 억제하면, 종양이 생길 위험이 높아지게 되니 말이다. / 121p

 

 

면역 체계는 분명 건강방어체계의 중요한 기둥이다. 면역 체계는 독창적인 패턴 인지 시스템을 통해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생충으로부터 몸을 지켜내도록 만들어졌다. 면역 세포들은 위협 요소들을 색출해서 파괴하지만, 정상적인 세포는 건드리지 않는다. 몸이 건강하고 특별한 이상이 없을 때는 면역 체계가 소방대원과 마찬가지로 대기 상태에 있으면서 경보음이 울리면 즉각 행동에 나설 준비를 한다. 몸은 면역 반응을 언제 켜고 꺼야 하는가를 자동적으로 안다. 부족하지도, 과학지도 않게, 모든 힘이 균형 잡혀 있으면서도 항상 주의를 기울이며 경계 상태를 유지한다. / 130p

 

 

 

 

 

 

 먹어서 건강해지는 실천요령_ 5×5×5 플랜

 

 

   종합해보자면 저자는 건강한 사람들의 병을 예방하는 수단 중에 안전성을 따지면 음식만한 것이 없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음식들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좋을 리 없다. 건강의 문제에 있어서는 균형, 즉 균형 잡힌 건강 방어체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먹어서 건강해지는 실천요령으로 ‘5×5×5 플랜’을 제안한다. 5×5×5 플랜이란, 5가지 건강방어체계를 뒷받침하기 위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품 중에 각자 좋아하는 것을 식사나 간식으로 최소 5가지씩 매일 최대 5번씩 섭취하는 전략이다. 이 전략은 특정 음식을 배제하고 제한하고 박탈하기보다는 사람들이 각자 제일 좋아하는 음식, 즉 개인적인 선호도를 토대로 한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상황에 맞게 마음대로 응용해서 적용하면 되기 때문에 전혀 어렵지 않다는 점도 그러하다. 이를 위해 책에서는 주방에 반드시 갖춰 놓아야 할 도구와 재료, 건강에 좋은 음식을 만드는 기본 요령과 레시피, 식단 짜는 법 등에 이르기까지 먹어서 건강해지는 각종 다양한 실천법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으니 참고하기를 바란다.

 

 

 

무엇을, 어떻게 먹는지 여부에 따라 골수, 피부, 심장 등의 기관에서 대기 중인 줄기세포들의 활동이 촉발될 수도 있다. 몸을 재생시키는 식품을 먹으면 몸의 기본 구성요소부터 튼튼해지고, 장기들이 꾸준히 재건되어 최선의 상태로 유지된다. 줄기세포를 활성화하는 식품은 나이가 들면서 피치 못하게 나타나는 장기 손상에 대응하고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준다. / 200p

 

 

일주일에 며칠씩 아침이나 점심을 거르는 것이다. 워낙 바쁘고 정신없이 지내는 사람들은 평소에 가끔씩 끼니를 건너뛸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면 총 섭취량이 15퍼센트까지 줄어든다. 하지만 끼니를 굶더라도 하루에 먹어야 할 5가지 식품은 거르면 안 된다. 그날 먹는 식사나 간식 중 한 차례에 5가지 식품을 잘 배분해 넣으면 어렵지 않게 실행할 수 있다. 하지만 금식과 관련해서, 건강한 사람들이 극단적인 단식이나 케톤 식이요법을 할 때의 장기적인 효과가 아직 정확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을 참고해두어야 한다. / 382p

 

 

 

 

  이렇듯 『먹어서 병을 이기는 법』은 우리 몸의 건강을 지키게 하는 자연 방어체계를 이해하고 이를 이롭게 하는 음식을 매우 체계적이고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건강 음식 대백과사전 같은 책이다. 더욱이 부록으로 해당 음식들이 깔끔하고 보기 쉽게 요약되어 있으니 평소 가까이 두고 활용해보기에 좋다. 두 아이를 출산한 뒤에 어깨와 겨드랑이 통증을 비롯하여 비만과 소화불량, 피부트러블까지 겪으면서 건강하게 살 빼는 방법을 고심 중에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 어떻게 하면 건강과 체중감량을 동시에 챙길 수 있을지를 배울 수 있었다. 특히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부모나 고위험질환 및 각종 생활 질환을 겪고 있는 가족이 있다면 이 책을 두고두고 참고해 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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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떡볶이로부터 - 떡볶이 소설집
김동식 외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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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볶이라는 소재로 완성된 10편의 제각기 다른 맛을 지닌 떡볶이 소설 맛집!

누군가는 추억하고, 누군가는 복수를 꿈꾸며, 누군가는 청춘의 상처를 들춰보는 떡볶이 인생!

 

 

  저마다 다른 성격과 취향의 작가들이 모여 한 권의 떡볶이 소설집이 탄생했다. 유쾌한 추억과 기묘한 상상력을 비롯해서 씁쓸한 청춘의 비애와 애환 그리고 먹방 판타지에 이르기까지, 『당신의 떡볶이로부터』 속에는 말 그대로 떡볶이에 얽힌 10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소설집의 포문을 여는 김동식의 <컵떡볶이의 비밀>에서는 왜 늘 내 컵에만 떡볶이 개수가 하나 모자란 것인가, 이에 울컥해하는 소년이 등장한다. 다른 애들은 다 일곱 개를 주면서 왜 나에게만 떡볶이를 여섯 개 줬지? 용기를 내어 아줌마에게 항의를 해볼까, 나도 모르게 아줌마에게 뭔가 잘못한 게 있는 걸까, 듣자하니 아주머니 딸이 우리 반이라던데. 이때부터 소년은 어떻게 하면 떡볶이 하나를 더 사수할 수 있을 것인지, 보기만 해도 웃음이 피식 새어나오는 귀여운 계략을 하나씩 펼쳐나가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레 우리의 유년시절을 회상하게 된다. 떡보다 어묵과 양배추가 더 많이 들어가 있는 컵을 보면 왠지 모르게 억울한 느낌이 들었던 기억도 나고 말이다.

 

 

 

   이처럼 <컵떡볶이의 비밀>이 어린 시절의 유쾌한 향수를 자극한다면, <쫄깃쫄깃 탱탱의 모험>, <떡볶이 초끈이론>과 같이 전지적 떡볶이 시점이라는 재미있는 상상력 안에서 떡볶이의 생애를 통해 인간의 비애를 동시에 들여다보는 작품도 눈에 띤다. 반면, 이십 대의 마지막 끝자락에 선 청춘의 애환을 담은 <숭 구리 당당>과 60대 여성이 뒤늦게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고국으로 돌아와 떡볶이 맛집 여행을 하는 <둘이 먹다 하나가 죽어도 모를 떡볶이> 같이 떡볶이 한 그릇으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작품들도 수록되어 있다.

 

 

 

형체 2가 말했다.

“아직도 살아 있군. 곧 알게 될 거다. 먹히거나 버려지거나 그 뒤로는 그저 우리처럼.”

형체 3이 말했다.

“숨어서 썩어가는 거지. 죽을 때까지, 병신들.”

소름끼치는 목소리들이었다. 어떻게 된 걸까. 저들은 대체 뭘까. 봐도 아직 뭐가 뭔지 모르겠다. / <쫄깃쫄깃 탱탱의 모험> 중에서 85p

 

 

나는 진심으로 믿는다. 사실은 인간이 아니라 파장이 생명이 아닐까. 생물과 무생물이 있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이 생명의 흐름 속 어느 한 수준인 것이 아닐까. 우리는 차이를 생각하느라 공통점을 쉽게 잊는다. 다르다는 것에 집착하느라 우리가 사실은 얼마나 엇비슷한 존재인지를 망각한다. 우주의 모든 것이 생명이라는 가설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인간에게 인간만큼 가까운 별은 없다. / <떡볶이 초끈이론> 작가의 말 중에서 190p

 

 

그래서 매주 은서네 ‘튄떡’을 찾았다. 은서에게 잘해줬으면 잘해준 스스로가 대견해서 한 떡, 부담스러워서 피했으면 미안해서 또 한 떡! 떡을 잘근잘근 꼭꼭 씹을 때마다 답답한 문제가 조금씩 해결되면 좋으련만 그렇지는 않았다. 습관처럼 ‘튄떡’에 갔고, 가면 은서가 있었고, 떡볶이를 먹으면 배가 불렀다. 다들 이러고 사는 걸까. 어제처럼 오늘을, 오늘처럼 내일을, 그저 떡볶이 한 그릇으로 무사히 하루를 넘기는 것. 과연 이게 내가 바랐던 삶일까. <송 구리 당당> 중에서 302p

 

 

 

 

 

 

   무엇보다 사회 곳곳에서 느껴지는 분노와 각종 모순들을 담아낸 작품들이 인상적이다. 날개떡볶이 사장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살해당한 한수정 대리를 통해 여전히 우리 사회가 가해자에게 관대하고 정작 피해자에게는 냉혹한 현실을 고스란히 담아낸 <어느 떡볶이 청년의 순정에 대하여>가 대표적이다. 대학원 박사과정생이자 학과 조교인 K를 통해 개인이 아닌 타인을 중심으로 한 삶을 살아가고, 혹은 타인에게 그 공간의 욕망을 중심으로 살아갈 것을 강요당하는 <당신과 김말이를 중심으로>와 같은 작품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성 착취 동영상에 노출되거나 먹방 판타지에 빠진 위태로운 청춘들을 그려낸 <유라 TV> 역시 맵싸한 뒷맛을 남긴다.

 

 

 

“우리 한 대리 시집가는 날엔 그럼 국수 대신 떡볶이 먹는 건가? 히야, 그것도 괜찮네. 이봐, 철규 씨. 한 대리 빨리 좀 데려가. 얼마 안있으면 서른이라고. 그전에 쇼부 쳐야지.”

“한 대리님 대박. 그 돈 다 언제 써요?”

“내가 날개떡볶이 팔아준 게 얼만데 철규 사장님은 맨날 한 대리님만 찾더라.”

지점 사람들이 말을 보탰지만 그 누구도 나를 놀리려고 한 말은 아니었어요. 그저… 인사말 같은 거죠. 안 그래요? 다들 그렇게 사회 생활하는 거잖아요? / <어느 떡볶이 청년의 순정에 대하여> 중에서 34p

 

 

K는 자리에서 일어서는 G의 뒷모습을 모면서, 결국 그 역시 매운맛과 순한맛을, 그러니까 자신의 삶의 메뉴를 선택하며 살아온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자신을 바라보며 “아니 세상에 이게 무슨 일이야.” 하고 어쩌지 못하는 L도, 모두 진정하라고 한 손을 들고 있는 F 도, 자리에 앉아 웅성대고 있는 모두가 그랬을 것이다. 누군가는 김말이튀김이나 오징어튀김 정도를 간신히 끼워 넣을 수 있는 삶까지 간신히 올라섰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역시 이미 맵기의 정도가 정해진 떡볶이 국물에 그것을 뒤섞어 내어놓으며, ‘그냥 먹어, 이게 지도교수가 정한 이곳의 메뉴야.’ 하는 심정이 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 <당신과 김말이를 중심으로> 중에서 73p

 

 

유지가 오피스텔을 구하기 전만 해도 먹방 촬영은 일주일에 세 번 정도 이뤄졌지만 집을 나간 그 주부터는 다섯 개씩 올라왔다. 미리 찍어둔 걸까. 어떻게 저렇게 자주 영상을 올리는 걸까. 게다가 저 쩝쩝거리는 소리. 효과음을 삽입한 것처럼 크게 들리는 소리가 유난히 신경에 거슬렸다. 내가 과민한 걸까. 그 소리는 마치 포르노에서 흘러나오는 소리 같았다. / <유라 TV> 중에서 121p

 

 

 

 

 

 

   한편, 묘한 맛을 느끼게 해주는 퓨전 떡볶이처럼 기이한 상상력이 발휘된 작품도 있다. ‘우리가 늘 쉽게 접하는 떡볶이를 어느 날 갑자기 먹지 못하게 된다면?’이란 설정 아래 좀비가 난무하는 대재난의 시대에서 떡볶이가 구원과 희망이 되는 광경을 그려낸 <좀비와 떡볶이>는 재미있으면서 섬뜩하다. 미래 사람인 서복이 과거 진나라 황제 시절로 즉석 떡볶이를 가져갔다가 화근을 낳고, 그것을 통해 인간의 끊임없는 욕망을 그려낸 <서모라의 밤> 역시 그러하다. 작가의 말에서 “엄마가 없는 조선 시대나 더 옛날로 돌아가서 마음껏 불량식품을 먹고 싶다”는 생각에서 이 소설이 쓰였다는 말을 읽고 보니, 문득 이 작가의 다른 작품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그러고 보니 이 책, 떡볶이 소설집은 또 어떻게 탄생하게 된 것인지 그 배경까지 사뭇 궁금하다.

 

 

미친 새끼라는 얘기를 들으며 돌아서는데 알 수 없는 통쾌함을 느꼈다. 매일 반복되는 생활과 위험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었다. 노인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예전 시대를 자꾸만 얘기했고, 어른들은 좀비들과 싸우면서 정착촌을 유지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이제 곧 어른이 될 우리들이 저런 모습으로 살아가야 한다는데 공포감을 느꼈다. 떡볶이에 대한 집착은 어쩌면 다가올 미래에 대한 공포감을 잊어버리고자 했던 발버둥일지도 몰랐다. / <좀비와 떡볶이> 중에서 142p

 

 

“아니다. 그건 인간의 욕심 때문이었다. 남들보다 더 잘살고, 더 맛있는 걸 먹겠다는 욕심 말이다.”

“그게 대재난과 무슨 상관인데요?”

“인간의 욕심이 전쟁과 기상이변을 일으켰고, 그것이 결국 대재난으로 이어진 거야. 그런 일을 다시 겪지 않으려면 욕심을 철저하게 버리도록 만들어야 한다.”

“말도 안 돼요.”

“그 말도 안 되는 세상을 우리가 살고 있지 않니? 지금.” / <좀비와 떡볶이> 중에서 157p

 

 

 

 

 

 

당신의 떡볶이는 어떤 맛인가요? 

 

 

   누구에게나 떡볶이에 대한 사소한 추억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학교 앞 분식점에서 말랑말랑한 밀떡과 함께 꼭 같이 먹었던 주황색 슬러시(없으면 섭섭해), 웬일로 떡볶이를 사주겠다는 친구를 따라 두어 명의 여자 친구들이 함께 따라나섰는데 알고 보니 나를 포함해 그 두어 명의 여자 친구들에게 모두 호감을 품고 있던 남자 아이가 그 친구에게 돈을 쥐어주고 떡볶이 사주라고 했다던 황당한 이야기(어린 마음에 그렇게 하면 멋있는 줄 알았나봐), 부끄러워지는 마음을 끌어안고 들어갔다 이내 세상 떠나가라 깔깔거리며 먹었던 남학교 앞 떡볶이 맛집(거긴 정말 맛집이었을까?), 야간자율학습 쉬는 시간을 틈타 담벼락 사이로 배달시켜 먹었던 후추향 가득한 떡볶이의 맵싸함까지(이때 먹은 떡볶이가 내 인생 떡볶이). 달달한 맛, 매콤한 맛, 퓨전 떡볶이의 기묘한 맛에 이르기까지 어디 하나 똑같은 데가 없는 떡볶이 맛처럼 그 속에는 저마다 다른 추억과 향수가 녹아들어 있다. 떡볶이라는 소재 하나만으로도 소설이 완성될 수 있었던 건, 그런 의미일 것이다. 때로는 달콤하며 말랑말랑하고, 때로는 혀가 얼얼하고 속이 따가운, 우리네 인생은 어쩌면 그 어디쯤에 존재하는 것이 아닐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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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단한 마음 기르는 법
우에지마 히로시 지음, 서수지 옮김 / 뜨인돌어린이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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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해도 괜찮아, 힘들어도 다시 일어설 수 있어!

기죽지 않고 단단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책!

 

 

   “엄마, 이건 잘 못하겠어. 다른 거 할래.”

   아이와 놀이터에서 놀던 중에 있었던 일입니다. 평소처럼 계단을 이용해 미끄럼틀 위로 올라가지 않고 팔의 힘을 이용해 올라가야 하는 기구를 이용해보고 싶었던 아이는 몇 번 시도도 채 해보기 전에 냉큼 내려와 버렸습니다. 아이가 충분히 해낼 수 있을 만한 것이어서 저는 더 도전해보기를 권해보았지만, 아이는 자신이 잘 할 수 없다고 판단한 다음부터는 더 이상 시도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내심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지레 포기하기보다 안 되더라도 몇 번이고 더 해보려는 의지를 가졌으면 하는 게 부모의 마음이잖아요. 그렇다고 아이에게 해보라고 자꾸 채근하면 잔소리만 될 것 같아 말을 아끼게 되더라고요. 더욱이 이럴 때는 뭐라 말을 해주면 좋을지 저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사실, 실패하면 혹시 놀림을 당할까봐, 잘 하지 못하면 핀잔을 들을까봐 눈치 보느라 익숙하지 않은 것에 도전하지 않는 건 저도 마찬가지였거든요. 때문에 저처럼 아이가 벌써부터 실수를 두려워하게 된 건 아닌지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또래 사내아이들에 비해 마음이 여린 편이어서 말보다는 눈물부터 먼저 비추는 것도 걱정이었고요.

 

 

 

   이때부터 저는 어떻게 하면 아이의 마음을 단단하게 기를 수 있을까, 제가 해줄 수 있는 것들이 있다면 무엇일까 많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실수해도 괜찮아’,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사소한 실수에 연연하기보다 도전에 의미를 갖는 법’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그림책을 찾아 아이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았어요. 또 뭔가 새로운 것을 할 때마다 한 단계, 한 단계 늘려가며 성취하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려 하고 있고요. 하지만 또 다른 좋은 방법이 없을지 마땅히 이렇다 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던 그때, 읽어보면 좋을 법한 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바로 이 책, 『단단한 마음 기르는 법』이었어요.

 

 

 

 

 

 

건강하고 유연한 우리 아이의 마음 기르기 훈련

 

 

   회복탄력성이라는 말이 있지요. 금속판이 구부러졌다가 원래대로 돌아오는 힘을 가리키는 탄력성을 우리가 지닌 마음을 회복하는 능력에 비유해 부르는 말입니다. 『단단한 마음 기르는 법』의 저자 우에지마 히로시는 회복 탄력성이란 누구나 가지고 있는 능력으로, 연마할수록 더 강해진다고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에서는 바른 생활 습관, 자존감, 자신감, 배려심, 인내심, 유연한 사고, 스트레스 극복, 의사소통, 긍정적인 사고 등 우리 아이들의 회복 탄력성을 높이기 위한 훈련을 다양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먼저 단단한 마음을 기르는 첫걸음으로 기초 편에서는 우리 아이가 스스로 나의 마음을 살펴보는 법들을 소개합니다. 이를 테면 몸과 마음의 건강 점수를 올리는 방법, 밝은 마음을 갖는 방법, 이룰 수 있는 목표를 세우거나 노력한 일을 칭찬받음으로써 자신감을 키우는 방법, 낙관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방법들을 일러주어요. 그러면서 힘든 일이나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이전보다 성장했던 경험이 있는지 써보고, 나의 몸과 마음이 건강한지 혹은 나의 자신감은 어느 정도인지 ‘마음을 재는 자’에 직접 표시하면서 점수를 매겨 보기도 하면서, 사소해보지만 일상 속에서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들을 저절로 익혀봅니다.

 

 

 

○ 부모님, 선생님 보세요

아이를 칭찬하는 대신, 호되게 야단치고 힘든 경험을 하게 한다고 해서 회복 탄력성이 길러지지는 않아요. 오히려 안심할 수 있는 환경에서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배우고 성장할 때 회복 탄력성을 기를 수 있어요. / 15p

 

무기력감이 심해지면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인데도 해 보기 전에 뒷걸음부터 치게 돼요. 반대로, 도전해서 성공한 경험이 여러 번 반복되면 ‘나는 뭐든지 잘할 수 있어.’라는 마음이 생겨요. 이런 마음을 ‘자신감’이라고 부르죠. 자신감이 있으면 어려운 일도 노력하여 해낼 수 있다고 여기게 돼요.

다른 사람보다 더 잘하는 일에는 누구나 자신감이 생겨요. 하지만 다른 사람과 비교해 생긴 자신감은 나보다 그 일을 잘하는 누군가가 나타나면 금방 사라져요. 내가 노력하여 무언가를 이룬 경험만이 흔들리지 않는 자신감이 되어 주어요. / 24p

 

 

○ 부모님, 선생님 보세요

아이의 성장에는 책상 앞에 앉아서 하는 공부뿐 아니라 오감을 활용한 경험이 필요해요. 이런 경험은 특히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돼요. 아이가 학교에서의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하고, 가정에서도 직접 몸으로 경험하는 기회를 늘릴 수 있도록 격려해 주세요. / 29p

 

 

○ 부모님, 선생님 보세요

근거 없이 ‘나는 괜찮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대책 없는 낙관성은 멀리해야 해요. 또 낙관뿐 아니라 비관과 불안도 중요한 마음의 작용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세요. / 31p

 

 

 

 

 

 

   실천 편에서는 회복 탄력성을 키우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연습해봅니다. 종이 한가운데 자기 얼굴을 그리고 친구들 혹은 가족 앞에서 자기소개를 해봄으로써 서로에게 대해 알아 가고 서로의 이야기를 듣는 경험을 해보는 것입니다. 여러 안 좋은 상황이 닥쳤을 때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는 조언을 직접 써봄으로써 변화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법도 배우고, 감정 카드 놀이를 통해 내 마음을 살피고 표현하는 법을 익혀보기도 해요. 이 중 6살인 저희 아이가 해보기에 가장 쉬운 것으로, 우리 몸이 하는 역할을 적어보면서 감사하는 시간을 가져보기로 했어요. 아이가 자신의 몸을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 되었습니다.

 

 

 

 

 

 

   『단단한 마음 기르는 법』은 회복 탄력성을 기르는 법에 대해 이론적인 설명만을 나열하는 책이 아니에요. 자신이 직접 글로 써보거나 친구나 학부모, 교사와 함께 놀이 형식으로 공유해봄으로써 다양한 실천법을 체득할 수 있게 한다는 장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런 저런 상황에 대해 아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미리 훈련을 해보는 이러한 방식은 아이의 유연한 사고를 기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이렇게 한 장, 한 장, 읽고 쓰고, 놀이하다보면 우리 아이의 마음이 단단한 마음을 가진 아이로 한 뼘 더 성장해있지 않을까요. 참고로 별책 부록에 중요한 활동을 모은 활동지도 따로 있으니 자녀가 둘인 분들도 이 책 한 권으로 함께 활용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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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이 생기는 기분
이수희 글.그림 / 민음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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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을 펼치는 순간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그림 에세이!

마냥 사랑스러울 수는 없지만 그래서 더 애틋한 나의 형제 그리고 자매에게!

 

 

  내게는 세 살 터울의 남동생이 있다. 우리는 사실 여느 형제들처럼 크게 다퉈본 적이 없이 대체로 살갑게 지낸 편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남동생은 일찍부터 학교와 지역을 대표하는 운동선수로 자라서 대부분의 시간을 전지훈련이나 지역 대회 일정을 보내느라 집에서 함께 시간을 보낸 적이 드물었던 까닭이다. 심지어 군대를 다녀오고 외지에서 생활하면서 우리는 유년기를 제외하고는 이렇다 할 추억을 공유할 틈도 없이 성장하게 되었다. 나는 비록 우리가 많은 시간을 함께 나누지 못했지만 서로를 할퀴는 감정싸움 없이 무난한 관계를 이루어온 것이 참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나만의 착각이었나 보다. 최근 몇 년 사이 부모님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동생이 그간 은근히 외로웠던 감정을 털어놓았던 것이다. 차라리 열렬하게 다투고, 진하게 화해하며 우리 사이에 많은 것들이 존재했더라면 어땠을까. 어쩌면 지금보다는 덜 미안하지는 않았을까. 때문에 나는 『동생이 생기는 기분』을 읽으면서 유독 동생에게, 가족 모두에게 했던 후회의 순간들을 더 많이 떠올렸던 것 같다. 되돌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지금부터라도 살가워지자고 하기에는 더더욱 머쓱한 그런 감정을 내내 곱씹으며.

 

 

 

 

 

 

동생은, 언니는, 가족은, 도대체 뭘까

 

 

 

   제7회 카카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수상작인 『동생이 생기는 기분』은 열 살 터울인 자매가 함께 성장하는 과정을 4컷 만화와 에세이로 담아낸 책이다. 작가는 동생이 태어나기를 기다리던 가슴 뭉클한 순간부터 다툼과 화해 혹은 애정과 애증의 순간을 오가며 한 명의 개인으로 독립해가는 과정을 담백하게 그려나간다. 그러면서 동시에 가족을 떠난 엄마를,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해 미안해했던 아버지를, 서로를 할퀴느라 상처내고만 동생을 떠올리며 쓴 짧은 에세이는 마음을 울컥하게 만든다. 덕분에 독자들은 형제나 자매 혹은 가족에게서 느꼈을 여러 감정들을 그녀의 글과 그림을 통해 겹쳐봄으로써 공감과 위안을 얻게 된다.

 

 

 

 

 

 

 

   작가는 오랫동안 외동으로 자라다 엄마의 임신 소식을 듣고 “수희가 외로웠을 텐데 잘 됐다.”는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고 한다. 왜 애를 안 낳느냐, 아이가 불쌍하지 않느냐, 외동으로 버릇없게 자랄 텐데, 아들은 하나 있어야지. 아이를 하나 낳은 것이 마치 잘못이기라도 한 것처럼 나무라듯 한 마디씩 하는 어른들의 말에 엄마가 멋쩍게 웃어 보이며 묵묵히 상처를 삼켰을 그간의 시간이 마음에 쓰인다. 어째서 다들 한 마디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나 역시 첫째 아이를 낳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둘째는 언제 가질 거냐, 요즘 세상에 아들 다 소용없다, 딸이 있어야 엄마가 안 외롭지 같은 말은 예사로 들었다. 뱃속에 둘째 아이가 생기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첫째 아이 앞에서 동생이 태어나면 너는 찬밥 되겠다는 말까지 서슴없이 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것도 생전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 말이다. 그러니 제발 예의 좀 부탁드린다. 동생이 생기는 순간이 오로지 축복이 될 수 있게, 설레는 마음만 간직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형제가 생기는 일은 마이너스에서 플러스가 되는 일이 아니다. 0에서 1이 되는 일도 아니다. 1과 1이 만나 서로 곱하고 나누는 일이다. 우리는 각자 1로 존재하면서 함께 아웅다웅 살아갈 것이다. 모든 관계가 그러하듯이, 가끔은 더하고 빼면서.

동생을 갖게 된 아이를 만난다면 “외로웠을 텐데 잘 됐다.”는 인사는 치워 두자. 대신 진심 어린 축하의 한마디 건네어 주기를. 그렇다면 그 아이는 외로웠을 과거의 아이가 아닌, 가족을 맞이하며 설레는 미래의 아이로서 웃음 지을 수 있을 것이다. / 26p

 

 

나는 엄마가 밉다. 여전히 밉고 앞으로도 미울 것이다. 그래도 때때로 커피포트를 되찾기 위해 돌아온 그날의 엄마를 생각한다. 그것이 무슨 의미였는지 시간이 흘러 깨닫게 된 것에 안도한다. 미운 사람도 한편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날이 온다. 어쩌면 가족이란 서로의 가여움을 눈치 채며 살아가는 사이일지도 모른다. / 42p

 

 

 

 

 

 

 

 

  첫 돌을 지난 동생이 자신이 하는 행동을 따라 하는 일이 늘어나자, 첫째 아이는 자신의 일인 듯 기뻐한다. 박수까지 쳐가며 이것 해봐, 저것 해봐 하고 이런 저런 행동을 시켜보며 깔깔 웃어댄다. 작가인 그녀도 동생이 처음 목을 가눴던 순간을 추억한다. 애기의 목 가누기라는 단어에서 달큰한 우유 냄새를 떠올린다. 그 작은 몸속에 존재하는 모든 근육을 가동하여 짧은 인생 최대치의 힘을 발휘해 내는 순간을, 평생 잊을 수 없을 거라고. 나중에 말해 주기 위해서, 네가 내 배 위에서 그렇게 멋진 일을 해냈다고. 그러면서 지금도 동생은 목을 가누었을 때처럼 인생 최초의 무언가를 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과거의 나는 미처 몰랐지만, 이제 나는 안다. 이런 순간과 시간들이 쌓여서 우리 아이들을 자라게 하리라는 것을. 그 작고 커다란 모든 순간에 서로가 있었음을 기억하기를 바라면서.

 

 

 

만약 신림동에 가게 된다면 그때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이 생겼다. 너는 여전히 잘 울고 잘 웃는다고. 커서 네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리게 되지만 지금 너의 그림도 멋지다고. 넌 너만의 영화 취향과 책 취향이 생길 텐데 꽤 괜찮을 거라고. 앞으로 조금 착하기도, 조금 못되기도 한 사람들을 고루 만나게 될 테지만 너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사람일거라고. 내가 두서없이 이런 말을 늘어놓으면 신림동의 그 아이는 웃어 주겠지. 잘 웃는 아이니까. / 102p

 

 

문득 몇 년 전 아버지가 새 지갑을 사 주겠다며 나를 억지로 끌고 가신 일이 생각난다. 차라리 돈으로 달라는, 현금에 눈먼 자식의 애원도 묵살하고 카드 지갑과 장지갑, 이렇게 두 개나 사 주셨다. 지금 떠올려 보니 그날 아버지의 이상한 고집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사업이 어려워져 갓 성인이 된 딸에게 새 지갑을 선물하지 못했던 것이 이 아저씨의 마음에 걸려 있었던 게 아닐까. 그렇게 각자의 사정으로 허튼 돈을 쓰게 되는 게 아닐까. 이 글을 적으며 책상 위의 지갑을 멋쩍게 쳐다본다. 이건 아빠의 스티커였다. 아빠의 문방구 스티커 코너였다. / 148p

 

 

우리는 사이좋은 자매가 될 수 있었다. 그럴 수 있는 순간들이 함께 자라는 과정 곳곳에서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시간은 지났고 동생은 자랐다. 나의 사춘기가 끝났을 때 동생의 사춘기가 시작된 것처럼, 우리는 수학 시간 칠판에 그려진 평행선처럼 각자 끝없이 길게 자라고 있었다.

그래도 다시 그때처럼 전화벨이 울렸으면 좋겠다. 너의 이름을 확인한 나는 부드러운 표정을 지을 것이다. 오늘 학교는 어땠냐고, 무슨 일이 있었냐고, 언니는 오늘 이런 일이 있었다고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누고 싶다. / 202p

 

 

 

 

 

 

 

 

   문득 초등학생 시절, 동생이 교실 앞에 자주 찾아오던 게 생각난다. 같은 반 남학생들이 동생 특유의 머리 스타일을 보고 “황무스”라고 놀리곤 했는데, 나는 그게 싫어서 동생이 찾아오지 않길 바랐다. 때문에 눈이 한 가득 내렸던 날, 하필 운동장을 가로질러갔던 동생의 바지가 흠뻑 젖어서 내 교실까지 찾아와 눈을 슬쩍 보였을 때 따뜻한 말을 해주지 못했던 게 아직까지도 마음에 남아 있다. 왠지 오늘은, 너도 그 때를 기억하냐며 동생에게 전화를 걸고 싶다. 미안했다는 말은 차마 하지 못할 것 같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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