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철학이 필요해 - 고민이 너무 많아서, 인생이 너무 팍팍해서
고바야시 쇼헤이 지음, 김복희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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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로부터 일상의 고민과 삶의 지혜를 얻는 시간!

그동안 읽었던 철학서가 복잡하고 어렵기만 했다면 이 책부터 읽어보세요!

 

 

 

   올해도 인문학 열풍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패션업계에서 의도적으로 소비자들의 소비를 자극시키기 위해 미니스커트를 유행시킨다는 ‘치마길이 이론’처럼, 삶이 팍팍하고 개인과 국가의 정서가 위축될수록 인문학의 관심 역시 증대된다는 어느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이는 지금 보다 더 즐겁고 행복한 삶을 살고 싶은 사람들의 고민과 욕구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을까.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현대 사회에 주로 논의되는 문제들을 통해 철학적 사고법을 기르고, 철학을 삶의 기술과도 같은 인생의 무기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교양철학서들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 역시 이와 같은 맥락으로 출간된 책 중에 하나다. 눈앞이 깜깜하고 절망적일 때, 심각한 고민에 직면했을 때, 우리보다 한발 앞서 고뇌했던 철학자들이 인생을 바쳐 남긴 저작들을 펼쳐봄으로써 인생의 위기를 든든하게 극복하고 완주할 수 있기를 응원하는 책이다.

 

 

25가지 고민에 대한 철학자의 훌륭한 인생 상담서!

 

 

   ‘먹고 사는 문제 때문에 늘 불안해요’, ‘제 외모가 너무 마음에 안 들어요’,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느라 제 일을 못 해요’, ‘꼴 보기 싫은 상사와의 관계가 불편해요’, ‘사랑하는 사람과 사소한 일로 자주 다퉈요’. 살다 보면 우리는 이처럼 크고 작은 고민에 수시로 직면한다.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직장 내에서, 타인과의 만남에서 항상 을의 입장이 되곤 하는 관계 사이에서, 사람을 만나고 물건을 사도 채워지지 않는 외로움과 공허함으로 인해 우리는 매 순간 흔들리고 휘청거린다. 문제는 누굴 붙잡고 속 시원하게 털어놓고 싶어도 그때뿐이고, 어떤 명확한 해답을 구할 데가 없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헤매다 이내 체념하기 일쑤라는 점이다. 이에 『그래서 철학이 필요해』는 아리스토텔레스부터 비트겐슈타인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사상가들의 철학을 통해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겪지만 쉽게 풀리지 않았던 고민들에 현실적인 조언과 지혜로운 해답을 찾아본다. 기존의 철학서들이 사상가들의 철학 이론을 쭉 나열하듯 설명하는 것과 달리 이 책은 ‘일’, ‘자존감’, ‘관계’, ‘연애와 결혼’, ‘인생’, ‘죽음’이라는 주제 앞에서 실제 사상가들이 어떻게 사유하고 스스로 극복해나가려 했는지에 보다 집중하고 있다. 덕분에 여러 철학서를 읽어왔음에도 여전히 철학이 어렵고 복잡하기만한 나에게는 그 어느 책보다 단순하면서 명쾌하게 잘 읽혔기에 단연 인상적이었다.

 

 

 

그러므로 결과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고 과정을 즐겨야 합니다. 요령 부리지 않고 지금 이 순간에 몰입해 끝까지 즐기는 사람의 행동은 뛰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두말할 것 없이 좋은 결과가 뒤따를 테지요. 바람직한 결과란 과정을 즐겁게 치르고 남은 거스름돈과 같은 것입니다. (중략)

진정으로 자신의 마음이 기우는 작업에 온 힘을 다하고 보람을 느끼며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는 사람. 세상은 이런 사람을 수수방관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의 아우라를 알아보는 이가 나타나 기꺼이 새로운 과제를 맡길 테니까요. / 아리스토텔레스 “‘지금’에 충실해야 ‘다음’이 있다” 편 중에서 24p

 

 

인간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도록 만드는 엔진은 돈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베버는 근면 성실을 추구하도록 만드는 동기를 돈이 아닌 다른 가치에서 발견했습니다. 그 엔진은 예정설과 같은 장대한 서사가 아닌, 바로 우리가 저마다 간직하고 있는 개인의 서사라는 것이죠. 지금껏 자신의 인생을 이끌어온 내밀한 서사 말입니다. / 막스 베버 “부의 추구와 성취는 ‘고명’에 충실한 결과이다” 편 중에서 46p

 

 

 

 

 

 

   믿었던 친구의 배신, 준비하지 못한 채 맞이한 이별, 돌이킬 수 없는 실패……. 과거의 아픈 기억은 잊을 만하면 되살아나 마음속을 헤집어놓고 지금 이 순간의 행복감도 엉망진창으로 만들어놓을 때가 있다. 나 역시 과거의 어느 시점을 떠올리면 유독 뼈아픈 기억만이 강렬하게 떠올라서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OO 했을 텐데’ 하는 후회가 자주 들곤 한다. 경우에 따라 ‘아예 하지 말 걸’ 하고 경험이나 도전 자체를 부정할 때도 있다. 애석하게도 한 해 한 해 나이가 들다보면 실패를 해서는 안 된다는 압박감과 두려움이 앞서서 뭔가를 시작하거나 새로운 일을 경험해보는 일에 더욱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한다. 현상 유지에 만족해하며 분수껏 사는 방식에 젖어드는 것이다.

 

 

 

   이러한 고민에 대해 저자는 프리드리히 니체를 소환한다. 그리고 그의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속의 말을 끌어온다. “삶은 원환이 되어 빙글빙글 돌아간다. 이는 행복하고 즐거운 경험도, 떠올리기 싫은 실패의 경험도 인연으로 한데 엮여 끝없이 돌고 돌기 때문이다.” 즉, 니체는 롤러코스터를 타듯 희망과 절망 사이를 거듭 오가는 가운데 인생을 사랑하고 기꺼이 즐길 수 있다고 말한다. 불행한 경험이 없으면 행복한 추억도 생겨나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 실연이나 실업, 사람에게 배신당한 경험, 손쓸 도리가 없었던 재해와 사고, 술김에 저지른 실수, 사업하다가 낭패를 본 경험까지. 그런 경험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동안은 무척이나 괴롭다. 젊은 혈기로 저지른 무모한 도전을 생각하면 부끄럽기만 하고 두고두고 자책하게 된다. 하지만 저자는 앞서 니체의 말처럼 쓰라린 경험들을 어떻게든 뛰어넘어 극복하게 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고 말한다. 나중에 돌아봤을 때 분명 그 경험 덕분에 내가 이만큼 분발할 수 있었다고 확신할 때가 올 테니 말이다. 그때그때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던 다행스러운 경험보다 과거의 쓰라린 기억이야말로 분발을 촉구하는 마중물로, 훨씬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줄 것이라 믿어보는 건 어떨까.

 

 

 

사물 자체란 몰두 중인 과업 그 자체나 작업이 도달하려는 바람직한 모습 내지는 이상적인 상태를 뜻합니다.

당사자가 머릿속에 떠올린 이미지, 그 이미지에 부합하게끔 자신의 과업을 일체화시키겠다는 생각이 견인차 역할을 하면서 사람은 자신의 일에 전념할 수 있는 것입니다.

도무지 갈피가 서지 않고 사람들에게 인정을 받을지 여부를 알 수 없는 일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능력이 허용하는 수준부터 시작해나갑니다. 자기 내면에 자리 잡은 ‘대타자=사물 자체’를 지향하며 몰두하는 것이죠.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멋지게 완성할 때, 대타자는 물론 현실 속 개인 소타자의 인정도 두말없이 뒤따라올 것입니다. / 자크 라캉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지 않는 법” 중에서 135p

 

 

스피노자의 철학은 이해와 수용의 철학입니다.

현대 사회의 스트레스 가득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스피노자의 철학은 대단히 유용한 가르침을 줍니다. 가히 현대판 성서라 부를 만합니다.

내일이면 어김없이 피하고 싶은 상사와 마주하겠지요. 또다시 제 얼굴을 깎아먹는 말을 태연하게 내뱉을 테고 일할 맛 뚝 떨어뜨리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던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우리는 능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의 말에 묻어나는 인격의 수준과 그가 지나온 삶의 노정이 결코 평탄하지 않았으리란 사실을 말입니다. 그럼으로써 당신의 영혼은 분명 평안을 되찾을 것입니다. / 베네딕투스 데 스피노자 “외부의 충격에 버텨내는 태연자약한 태도” 편 중에서 193p

 

 

 

 

 

 

   누구보다 편하고 가깝지만 외려 서운함과 불만이 쌓여 나빠지기 쉬운 사이가 바로 가족이 아닐까. 최근에 가족끼리 소원해진 문제가 있어 고민인 나로서는 ‘용서는 용서하는 자와 용서받는 자를 해방시킨다’는 글을 남긴 한나 아렌트의 조언이 그 어느 때보다 가까이 와 닿는다. 아렌트는 과거 부모님의 말씀에 상처를 받았다든지, 부모로서 보여서는 안 될 모습을 보였다든지, 믿었던 형제에게 뒤통수를 맞았다든지 이런 일들을 두고두고 마음에 담아두면 가족 관계가 과거의 상처에 발목잡힌 채 더 이상 호전되기 어렵다고 말한다. 행위는 인간의 고유한 행동인 동시에 필연적으로 오류를 범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그렇지만 아렌트는 이러한 행위에 자구책이 마련되어 있다고 말한다. 그 자구책이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용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라면 누구나 모욕적인 일을 당하면 자연히 복수심을 품게 되고 차마 용서할 수 없는 행위라는 것도 있기에 생각처럼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안다. 아렌트 역시 나치의 전체주의를 비판하며 아이히만을 두고 ‘용서받을 수 없는 사람이며 사형은 타당한 판결’이라고 하여 자신의 주장에 반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아렌트가 주장했던 용서가 홀로코스트라는 구제불가한 악질 행위 앞에서는 위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보고 우리는 그녀의 논리에도 빈틈이 존재했다는 것을, 논리와 현실 간의 괴리를 여실히 느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렌트는 우리에게 용서하라고 말한다. 용서를 결심하는 것부터가 이미 의미 있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처럼 저자는 복수와 반대로 용서는 상처 준 상대와의 단절을 깨고 상대가 처음에 저지른 실수와 그로 인해 생겨나는 보복의 사슬로부터 상대와 나를 해방시킨다고 강조한다. 무릇 용서란 인간이란 존재에 걸맞은 행동이라는 것을 한 번 더 생각하고 또 생각해본다면,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용서도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어째서 의견 차이를 보이는 걸까. 왜 자꾸만 서로 엇나가는 걸까. 상대의 의견에 담긴 가치관을 존중하되 마찰을 두려워말고 과감하게 부딪쳐봅니다. 나와 당신의 입장을 덜어내고 ‘우리’가 되어가는 와중에 의도치 않았던 지점에서 서로를 더욱 깊이 이해하게 될지 모릅니다. 서로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채 자기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했던 ‘나’는 마찰을 무릅쓴 끝에 진정한 ‘우리’가 되어 서로를 이해하는 단계에 올라서게 되는 것이죠. 이 과정을 헤겔은 ‘아우프헤벤(지양)’이라고 일컬으며 불화와 반복을 타개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 헤겔 “나와 당신의 입장을 덜어내고 ‘우리’가 되는 법” 편 중에서 221p

 

 

진지한 태도로 죽음을 각오할 때 비로소 근본에 충실한 시간이 시작되며 남은 인생을 새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이데거는 죽음이란 앞지를 수도 없고 뛰어넘을 수도 없는 궁극의 가능성이며, 죽음이 도래할 것을 자각하는 사람에게만 진정한 인생이 펼쳐진다고 말했습니다.

고통을 견뎌가며 수습해야 할 문제들이 답쌓여있는 상태도 마찬가지입니다. 고역스러운 상황처럼 보이겠지만 지금 당신은 진정으로 그리고 처음으로 자신의 삶이 시작되는 지점에 두 발을 딛고 선 것입니다. / 마르틴 하이데거 “시련이 삶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편 중에서 311p

 

 

 

 

 

 

   이 외에도 ‘우리의 행위가 외부의 기준이 아닌 우리의 인격에서 온전히 우러나올 때 우리는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한 앙리 베르그송을 통해 진정한 시간과 자유의 의미를 깨닫고, 외모 콤플렉스가 있는 이들에게는 ‘자기 본연의 모습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을 다하라’고 말한 장 폴 사르트르의 말을 유념하기를 바란다. 또 타인을 의식하고 인정받는 것에 집착하는 이들에게는 ‘인정받고자 하는 욕망은 나의 것이 아닌 타인의 욕망일 뿐’이라고 말한 자크 라캉의 말을 기억하길 바라며,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울 땐 비트겐슈타인의 삶이 증명하는 철학의 가치를 꼭 읽어보라고 말하고 싶다.

 

 

 

   이렇게 책을 읽다보면 흥미롭게도 우리가 하고 있는 대부분의 고민들은 현대인들뿐만 아니라 시대를 초월하여 수많은 사상가들도 수없이 마주하고 고민한 문제들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덕분에 나만의 문제라고 생각해왔던 수많은 고민들이 알고 보면 누구나 겪는 일이고, 또 극복해나갈 수 있는 점들이라는 것을 자연스레 느끼게 된다. 시간이 흘러 다시 돌이켜보면 모두 사소한 고민들에 지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리 사소한 것이든 중대한 것이든 사유하고 고민하고 깨닫는 이러한 과정을 통해서 우리가 성장한다는 것을 또한 알게 된다. 어쩌면 이 책은 수많은 사상가들의 이론이 아닌 이러한 깨달음에 가닿을 수 있도록 지도하는 훌륭한 안내서가 아닐까 싶다. 더 첨부하자면 책에는 철학자들의 생애와 비하인드 스토리, 알아두면 쓸데 있는 철학 스토리, 위대한 사상가들의 대표 저서 소개까지 수록되어 25인의 사상가들을 보다 깊이 이해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으니, 철학서에 입문하고 싶은 이들이 있다면 이 책부터 읽어보시길 권해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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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름을 사랑하는 기술 - 물과 공기가 빚어낸, 우리가 몰랐던 하늘 위 진짜 세상
아라키 켄타로 지음, 김정환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읽고 나면 구름을 바라보느라 하늘을 몇 번이고 올려다보게 된다!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구름에 관한 모든 것을 담은 구름 백과사전!

 

 

  매일 아침, 거실 창문을 열면 앞산과 하늘을 꼭 자세히 바라보곤 한다. 실은 감상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오늘은 미세먼지가 얼마나 많은지를 눈으로 확인하기 위함이다. 정말이지 맑은 하늘을 보는 게 이렇게 귀한 일이 될 줄은 몰랐다. 아이는 오늘도 이렇게 묻는다. “엄마, 오늘은 공기가 좋아?” 밖에서 동네 친구들과 뛰어노는 게 일상이었던 나의 유년시절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인데, 우리 아이에게는 매일 아침 미세먼지가 많은지 그래서 놀이터에 나가 놀 수 있는지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되어버리다니. 커다란 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벤치에 앉아 하늘을 올려다보며 저 구름은 무얼 닮았네, 저건 또 무엇을 닮았네 같은 이야기를 나눠본 지도 참 오래되었다 생각하니 늘상 그 자리에 있던 하늘이 새삼 선물처럼 느껴지는 요즘이다.  

 

 

하늘의 기분, 구름의 마음을 읽는다는 건

 

 

  참 보기 드문 책이다. 『구름을 사랑하는 기술』이라니. 어쩐지 책 제목도 뭔가 시적이다. 기상 전문가이자 스스로를 구름 연구자라고 소개하는 저자 아라키 켄타로는 ‘구름은 자기 몸으로 하늘의 기분(상태)를 알려준다’고 말한다. 즉, 구름을 사랑하는 기술이란 늘 구름을 사랑하고 구름과 친밀하게 지내면서 구름이 우리에게 알려주는 하늘의 기분을 짐작하는 기술이라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좀처럼 맑은 하늘을 바라보기 힘든 요즘엔 하늘의 기분도 썩 유쾌하지 않은 것 같다. 이에 저자는 하늘을 올려다보는 즐거움을 잊은 사람들에게 다시 그 즐거움을 떠올릴 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책을 통해 구름을 알고, 목소리를 듣고, 마음을 읽음으로써 그들과 대화하며 그러다 마침내 구름을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렇다면 구름이란 무엇일까? 구름은 ‘무수히 많은 작은 물방울이나 빙정(얼음 결정)의 집합체가 지구 대기 속에 눈에 보이는 형태로 떠 있는 것’을 가리킨다. 구름을 이루는 작은 물방울인 구름방울과 빙정을 통틀어서 구름 입자라고 부르는데, 저자는 구름이 떠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구름 입자가 초속 1cm 정도의 속도로 낙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속도를 능가하는 상승류가 대기 곳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알다시피 세상에 완전히 똑같이 생긴 사람이 없듯, 완전히 똑같이 생긴 구름도 없다. 저자는 구름의 생김새가 다양한 이유 역시 이들 구름 입자가 대기의 흐름을 타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또한 각각의 구름 입자는 너무 작아서 보이지 않는데도 우리가 구름을 인식할 수 있는 건, 수없이 많은 구름방울과 빙정이 모여 사람이 눈으로 볼 수 있는 태양광인 가시광선을 산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렇듯 책의 1장에서는 구름을 사랑하기 위한 기초 단계로 구름에 관한 기본적인 지식을 소개하는데, 읽다보면 하늘에 떠 있는 구름 하나하는 수많은 입자들이 모여서 다양한 원리와 현상으로 빚어낸 놀라운 예술 작품이라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빗방울이 커지면 낙하할 때 공기 저항을 받는다. 이에 따라 동그란 공 모양이었던 빗방울의 아랫부분이 평평해지면서 찐빵 같은 모양이 된다. 비를 모티프로 삼은 캐릭터들을 보면 머리 부분이 뾰족하게 묘사될 때가 많은데, 실제 공기 중에서 빗방울은 그런 모양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만약 빗방울을 찐빵 모양으로 그린 작품이 있다면 그건 그 작품을 만든 사람이 빗방울을 정말 사랑한다는 증거라고 볼 수 있다. 빗방울이 더욱 커져서 빗방울 모양을 구형으로 변환했을 때 반지름(등가 반지름)이 2.5~3mm 정도가 되면 분열되며, 그 밖에 다른 구름방울이나 빗방울과 충돌해서 분열되기도 한다.

이와 같이 작은 구름방울들이 힘을 합쳐 하나가 되어 성장한 빗방울은 수많은 만남과 이별을 경험하며 지상으로 내려온다. 마치 우리네 삶 같기도 하다. / 40p

 

 

눈 결정의 정벽은 그 결정이 성장하는 대기의 상태(기온·수증기의 양)에 따라 변화하며 결정의 일부가 계단 모양이 되는 해정 구조를 지니기도 한다. 그래서 지상에 떨어진 눈 결정의 모양을 해석하면 그 결정이 자란 구름이 어떤 기분이었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이유에서 1936년에 세계 최초로 인공 눈 결정을 만드는 데 성공한 물리학자이자 수필가인 나카야 우키치로 박사는 “눈은 하늘에서 보낸 편지다.”라는 말을 남겼다. / 44p

 

 

고기압이 저기압보다 무겁고 미는 힘이 강하기 때문에 둘 사이에 낀 공기에는 고기압이 저기압을 미는 만큼의 힘(기압 경도력)이 작용한다. 그래서 공기는 저기압을 향해 운동하게 되며, 고기압에서 불기 시작한 바람이 저기압을 향해 모여드는 흐름이 만들어진다. 앞으로 일기예보 방송을 볼 때 일기도에서 고기압과 저기압이 밀고 밀리는 모습을 봐라. 재미있을 것이다. / 59p

 

 

 

   2장에서는 구름의 이름이나 특징 등 구름 분류에 관해 해설한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본 적이 있는 구름들이 어떤 이름을 지녔는지 확인해보는 재미가 있는 부분이다. 이를 테면 마치 붓을 그은 듯 흔히 새털구름이라고 부르는 권운, 가을을 상징하는 권적운, 하늘을 뒤덮은 듯이 펼쳐지는 하얀 베일 형태의 구름인 권층운, 양떼구름 혹은 높쌘구름이라고도 불리는 고적운, 태양이 반투명 유리창 너머로 바라보는 것처럼 어렴풋하게 보이는 고층운, 회색 또는 어두운 색에 비나 눈을 내리게 하며 운저가 혼란한 난층운, 우리가 흔히 안개라고 부르는 층운, 뭉게구름이라고 불리며 소나기를 부르기도 하는 적운, 상층까지 발달해 산이나 거대한 탑을 연상시키는 적란운이 바로 그것이다. 책에는 각각의 특징을 자세히 설명함은 물론, 예시로 사진까지 하나하나 수록되어 있어 독자들의 빠른 이해를 돕는다. 이어 3장에서는 아름다운 구름과 하늘에 주목해, 여러 현상이 일어나는 원리를 설명하고 그 장면을 어떻게 하면 만날 수 있는지 방법을 소개한다. 여기서는 천사의 사다리라 불리는 틈새빛살과 일출 직전이나 일몰 직후 시간대에 볼 수 있는 지구 그림자와 비너스의 띠, 빛의 마술이 만들어낸 허상인 신기루, 무지개와 흰색 무지개, 오로라 등 하늘이 보여주는 마법 같은 선물에 여러 번 감탄하게 된다.

 

 

 

고층운은 온대 저기압이 접근할 때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구름의 두께가 상당한 까닭에 구름 입자도 다양하다. 고층운은 대개 구름 상부가 빙정이고, 중앙 부근에는 빙정이나 눈 결정과 과냉각 구름방울이 섞여 있으며, 구름 하부는 대부분 과냉각 구름방울 또는 구름방울로 구성되어 있다. 태양이나 달의 윤곽이 또렷하지 않게 보이는 이유는 구름 속에 구름 입자가 충분히 균일하게 섞여 있기 때문이다. / 105p

 

 

빛의 파장과 같거나 조금 큰 입자 또는 에어로졸에 부딪힐 경우, 가시광선에서는 파장과 상관없이 동일하게 산란하는 미 산란이 일어난다. 햇빛이 구름에 내리쬐면 미 산란이 일어나 다양한 색의 빛이 겹친 하얀빛이 우리 눈에 닿는다. 이것이 구름이 하얀 이유다. 그리고 상공에 구름이 있어 하층 구름에 닿는 햇빛이 약해지거나 구름 속에서 무수한 구름방울에 미 산란이 일어나 빛이 약해지면 어두운 색이 된다. 중하층의 적운상 구름이나 층상운의 운저가 어두운 이유는 이 때문이다. / 150p

 

 

 

 

 

   4장에서는 구름의 구조나 성격과 함께 날씨를 읽는 법에 관해 설명한다. 여기에서는 국지적으로 갑자기 발생해 큰 비나 용오름 같은 돌풍, 낙뢰, 우박 등 여러 가지 격심한 기상 현상을 일으킴으로써 재해의 요인이 되기도 하는 적란운의 원리를 살펴보고 위험을 경고하는 구름의 특징을 소개하는 부분이 인상적이다. 지난 해 유독 강력한 태풍이 한반도를 자주 덮친 만큼 이 대목은 특히나 관심 있게 읽을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더군다나 몇 해 전 포항에 지진이 일어났을 무렵, 한창 지진운에 대한 여러 유언비어들이 인터넷에 마구 떠돌았는데 저자에 따르면 지진운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니 정확하지 않은 정보들에 현혹되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다. 끝으로 5장에서는 구름을 더욱 깊이 사랑하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과 구름이 우리에게 주는 것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일상 속에서 구름을 사랑하고 즐길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은 아이와도 해봄직해서 활용해볼 생각이다. 특히 Worldview를 이용하면 전 세계의 구름을 살펴볼 수 있을뿐더러, 과거 어느 날의 하늘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도 조사해볼 수 있다 하니 검색해봐야겠다.

 

 

 

발달기의 적란운 속은 상승류가 지배적이며 성숙기에는 상승류와 하강류가 혼재하고, 소멸기에는 하강류가 지배한다. 적란운이 발달하는 모습을 위성 관측으로 보면 구름이 단숨에 올라가며 모루가 넓어지고 상승류가 강한 부분이 오버슈트 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적란운 하나의 수명은 약 1시간이며, 수십 밀리미터 정도의 지상 강우를 가져온다. 적란운은 역동적으로 생겼지만 자신이 만들어낸 하강류에 자멸하는 자학적인 구름이기도 한 것이다. 다만 구름에 싹튼 부정적인 감정(하강류)은 단순히 자신을 파멸시키는 데서 멈추지 않고 미래(새로운 구름의 발생)로 이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매우 인간미가 넘치는 구름이라고 할 수 있다. / 255p

 

 

강수량 혹은 우량은 내린 비가 흘러 내려가지 않고 그대로 고였을 경우의 물의 깊이를 나타내며, 단위로는 밀리미터를 사용한다. 즉, 시간당 100mm의 비는 1시간에 10cm 깊이의 물이 고이는 비다. 가로세로 1m 의 면적에 물이 10cm의 깊이로 고이면 그 무게는 100kg이 된다. 요컨대 시간당 100mm의 비가 내리는 것은 몸무게가 100kg인 몸집이 작은 씨름 선수가 1시간에 한 번씩 떨어지는 것과 같다는 말이다. / 278p

 

 

 

 

  이렇듯 『구름을 사랑하는 기술』은 구름을 즐기고 구름의 목소리를 들음으로써 하루하루 아름답고 경이로운 구름 라이프를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저자의 바람이 고스란히 담긴 과학책이다. 아무래도 평범한 과학 지식을 갖고 있을 뿐인 나에게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분명 있긴 했지만, 최대한 쉽게 설명하기 위해 귀여운 그림체와 풍부한 도록 그리고 저자가 직접 찍어 올린 영상까지 QR코드에 담겨 있어 여러모로 구름에 관한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던 점만큼은 단연 인상적이다. 평소 구름이나 하늘 위에서 벌어지는 자연현상에 관심이 많은 이들이라면 구름 백과사전으로도 손색이 없을 듯하니 꼭 읽어보시길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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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 - 나태주 시인의 시를 읽으며 청춘의 일기를 쓰다
나태주 시와그림, 김예원 글 / 시공사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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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의 모든 청춘들에게 띄우는 나태주 시인의 다정한 연애편지!

70대인 시인의 시와 20대 청춘의 에세이가 진솔한 대화를 나누듯 어우러진 따뜻한 책!

 

 

   나는 책에 있어서 지독한 편식가였다. 과제나 학과 수업의 보충 교재를 제외하고는 오로지 소설책만 읽었다. 그러다 약 3년 전부터 책 편식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양한 책들을 읽어보려 부단히 노력했고, 덕분에 이제는 잡식가에 가까울 정도로 책에 대한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그런 와중에도 유일하게 하나, 여전히 꺼려지는 것이 있었으니 바로 ‘시’다. 대학생 시절 시에 대한 두려움을 잊기 위해 일부러 시 창작 과목을 선택하는 용기도 내보았지만, “선생님께서 설명해주신 그림이 떠오르지 않아요” 하고 눈물어린 결례를 범하기도 했다. 나는 줄곧 시라는 것은, 오로지 시적 감수성을 타고난 사람들만이 쓸 수 있는 것이라 믿었고 또 시와 소설은 너무도 다른 것이어서 소설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시적 사고를 읽어낼 수 없다고 믿어왔다. 그건 내게 너무도 다른 세상이었다.

 

 

 

   그런 와중에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라는 책을 만났다. 나태주 시인하면 대중에게 친숙하고 그가 쓴 <풀꽃>이란 작품이 워낙 유명하다보니 처음에는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가도 이내 내가 잘 읽을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이 슬금슬금 피어올랐다. 여전히 시는 내게 어렵고 ‘가까이 하기엔 먼 당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느 시집과는 다른 책의 구성이 뜻밖에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녀는 일단 자신을 시인의 팬이라 자처했다. 마치 시인의 시와 대화를 나누기라도 하듯 그녀는 한 편 한 편을 읽을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자신만의 언어로 뭉근히 담아 썼다. 그렇게 70대인 노시인의 시와 20대인 청춘의 에세이가 나란히 놓여 세월을 넘어서서 서로에게 응답하듯 책이라는 한 공간 안에 머물러있었다. 시에 대한 해설이나 비평 같은 것이 아닌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보통의 20대들이 겪는 일상이 가만가만 쓰여 있었을 뿐이지만, 힘들 때 읽으면 위로가 되고 기쁠 때 읽으면 삶에 감사하게 되는 나태주 시인의 시로 인해 순간순간을 아름답게 받아들이고 아픔을 성숙하게 이겨낼 수 있었던 청춘의 참 따뜻하고도 특별한 만남이 거기에 있었다.

 

 

 

 

 

 

 

우리 앞에 펼쳐진 인생, 그 모든 오늘에서 당신은 꽃입니다

 

 

   『당신이 오늘은 꽃이에요』의 저자 김예원은 나태주 시인의 작품을 두고, ‘문학에 조예가 깊은 똑똑하고 박식한 사람들만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독자들도 즐길 수 있는 시. 그를 통해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시. 그게 나태주 시인님 작품의 매력이다’라고 소개한다. 그냥 평범하디 평범한 독자로서 문학에 바라는 점은 복잡하고 힘든 일상에서 벗어나 잠깐 ‘그냥 쉬고’ 싶을 때 함께 할 수 있는 진심이 담긴 글귀를 받는 것이며, 박식한 단어와 세련된 문학적 장치가 가득해서 시를 읽고 나서 시를 소화해냈다는 뿌듯함을 얻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힐링을 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시를 어렵게 어겼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던 게 아닐까. 시로부터 마음을 쉬고 위안을 받는 게 아니라 마치 수능 공부를 하듯 해석하는 데만 몰두하느라 진짜 시의 매력은 모르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90편에 이르는 나태주 시인의 시를 찬찬히 읽다보면 그 어떤 복잡한 수사나 기교도 없는 단조로운 언어지만 그래서 그 소박한 멋에, 세상을 아름답고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인의 시선에 어지러운 내 마음이 단정해지는 것 같다. 좋아하는 여학생에게 연애편지를 쓰는 심정으로 시를 쓰기 시작하셨다하니, 그에게 있어 시는 세상에 전하는 연애편지가 아니었을까. 누가 받아볼지 알 수 없으나, 이 편지가 어딘가에 가닿아 누군가에게는 사랑이 되고 위안이 되며 응원이 되었을 것이다. 스물 다섯의 김예원처럼 말이다.

 

 

 

아기를 재우려다

 

 

아기를 재우려고 엄마가 아기를 끼고 누우면

아기의 숨소리가 너무 고와서

아기의 숨결이 너무 향기로와서

엄마는 그만 아기보다 먼저 잠이 들고

아기는 잠든 엄마 곁에서

방글방글 웃고 있다.

엄마가 아기를 재우는 것인지

아기가 엄마를 재우는 것인지……. / 40p

 

 

 

   5살인 첫째 아이와 9개월인 둘째 아이를 재우려다 내가 먼저 까무룩 잠이 든 밤이다. 누가 누구를 재운 건지, 아이들은 어느 새 단잠에 푹 빠져 들어 있다. 하루 종일 웃고, 울고, 뛰어놀고, 기어 다니느라 하루의 힘을 모두 다 써버린 듯 코를 고는 소리도 나지막이 들려온다. 부모들은 아이가 잘 때 제일 예쁘다고들 하지 않던가. 새근새근 잠이든 아이들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으면 하루의 고단함이 쓰윽 밀려 내려간다. 오늘도 여지없이 아이들은 신나게 이불을 걷어차고, 엄마인 또 열심히 이불을 덮어주느라 뒤척이는 밤이 될 테지만 말이다.

 

 

 

 

 

 

 

아이는 자라는 것임을

 

 

‘기다려주고, 참아주고, 져주기’ 어렵지만 ‘낳아주고, 길러주고, 가르쳐주기’보다 그게 더 중요한 양육 태도다. 모든 부모는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는 욕심이 앞서지만 사실 참고 기다려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아이들에게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중략)...베토벤은 죽기 전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이런 말을 한다. “아이는 키우는 게 아니라 자라는 것임을 왜 몰랐을까.” 아이들은 어쩌면 가르쳐주고 이끌어주려는 부모보다 기다려주고 본인을 인정해주는 부모를 더 존경할지도 모르겠다. / 45p

 

 

 

   “안 돼”, “하지 마”, “그만”, “위험해!” 엄마의 시선에서 아이는 늘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기어코 하고 있다.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은 더 필사적으로 하는 게 아이의 본능인가보다. 오늘도 육아서를 들여다보면 아이의 자율성과 자존감을 위해 말리지 말고 기다려주고, 참아주라고 말한다.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어느 새 불쑥 “안 돼”, “하지 마”, “그만”, “위험해!”는 하나의 언어 세트처럼 동시에 쏟아져 나온다. 나태주 시인도 <부모 노릇>이라는 시에서 이렇게 써놓았다. ‘낳아주고 길러주고 가르쳐주고 그리고도 남는 일은 기다려주고 참아주고 져주기’라고. 저자 김예원 역시 ‘모든 부모는 자식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려는 욕심이 앞서지만 사실 참고 기다려주는 것이 장기적으로 보면 아이들에게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나는 아이가 자라는 동안에 얼마나 자주 기다려주지 못하고, 참아주지 못하고, 져주지 못해 아이와 얼굴을 붉히게 될까. 그러는 동안에 아이는 또 얼마나 큰 상처를 받게 될까. 잘 알면서도 마음처럼 되지 않는 그것. 기다려주고, 참아주고, 져주기. 거듭 새기고, 새겨야 할 그 말.

 

 

어머니 말씀의 본을 받아

 

 

(중략)

지금껏 우리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보다는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가에 목을 매고 살았다

기를 쓰고 무엇인가를 이루려고만 애썼다

명사형 대명사형으로만 살려고 했다

 

 

보다 많이 형용사와 동사형으로 살았어야 했다

남의 것을 부러워하기보다는 내 것을 더 많이

사랑하고 아끼고 소중히 여기며 살았어야 했다

내가 얼마나 귀한 사람인가를 처음부터 알았어야 했다

 

 

당신의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

애당초 그것은 당신 안에 있었고

당신의 집에 있었고 당신의 가족, 당신의 직장 속에 있었다

이제부터 당신은 그것을 찾기만 하면 되는 일이다. / 63p

 

 

 

   나태주 시인은 마당을 쓸고, 꽃 한 송이를 피어올리고, 마음속에 시 하나를 싹틔움으로써 지구 한 모퉁이가 조금씩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질 것을 믿는다. 그의 시를 읽고, 교생 실습을 하며 아이들과의 대화에 공감하고 부대끼면서 자신이 준 사랑에 지구 한 모퉁이가 더 아름답고 밝아졌길 바라는 저자처럼 나도 누군가를 위해 한 작은 행동이 지구의 가장 어두운 곳을 조금이나마 밝힐 수 있기를 희망해본다. 또 알고 보면 삶은 사랑을 주는 존재로 가득하다는 것을 느끼며 사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그걸 찾아내고 그들이 주는 사랑을 받을지 말지는 우리의 마음과 의지에 달렸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며 사는 사람이 되기를 바라본다.

 

 

그럼에도 우리는 살아간다

 

 

(중략)

이렇게 보면 우리가 하루하루를 무탈하게 살아내는 것처럼 당연하다고 치부되었던 일들도 참 대단한 것이고 칭찬받아 마땅한 일인 것 같다. 그리고 열심히 산다고 살았지만 후회되고 잘못했던 일들을 없었던 일로 만들 수는 없지만, 반성을 통해 자각하고, 부족하고 어렸던 생각을 고쳐서 내일부터는 더 나은 사람으로 살기 위해 노력하려는 마음을 가진다면 충분하다. 실수를 했다는 사실 그 자체보다는 실수를 인정하고 만회하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이다. 리허설도 없는 공연을 마무리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인데, 그 결과를 가지고 우리 자신을 다그치는 일은 너무 가혹하지 않을까. / 133p

 

 

 

말에서 시작되는 배려

 

 

(중략)

상대를 사랑한다면서 함부로 말을 던지고 사랑으로 그 상처를 감내하라고 강요하기 시작할 때부터 상대는 존중받지 못함을 느끼고 자연스레 그 관계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서로를 말로 상처 주지 않으려는 노력에서 성숙한 연애가 시작된다. / 192p

 

 

 

 

 

 

 

   70대와 20대라는 나이의 간극은 크지만 글을 읽다보면 시인의 농익은 지혜와 세상을 바라보는 너그러운 마음에 위로를 얻고, 내가 지나온 20대를 되돌아보며 사랑과 이별, 관계 앞에서 흔들리고 방황했던 순간들에 많이 공감했다. 덕분에 내 사람들의 안위와 이웃에 대한 각별함과 지나쳐온 모든 관계들에 감사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 모든 오늘에서 꽃을 발견할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기를, 아니 이미 그 자체로 우리 모두는 꽃보다 아름다운 존재임을 잊지 않으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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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치 가문이 꽃피운 르네상스
박영택 지음 / 스푼북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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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네상스 최고의 전문가가 들려주는 재미있는 르네상스 미술과 역사 이야기!

청소년에서부터 어른들까지 르네상스 미술을 접하기 위한 가장 쉬운 해설서!

 

   tvN에서 방영하는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란 프로그램을 특별히 즐겨보고 있다. 그 중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편 방송을 보면 유독 자주 등장하는 이름이 있는데, 바로 ‘메디치 가문’이다. 중세 유럽의 역사와 미술 관련 책을 읽다보면 메디치 가문의 흔적을 흔히 마주치게 되는데, 이 방송에 의하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역시 메디치 가문에 헌정하기 위해 쓰인 책이라고 소개한다. 대체 이들이 당대에 미친 영향력이 얼마나 컸기에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수많은 예술가와 과학자들이 메디치라는 이름을 빼놓고는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이고, 또 유례없이 다수의 위대한 작품들을 탄생시키게 된 것인지 의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메디치 가문이 꽃피운 르네상스』는 청소년에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르네상스의 역사와 미술을 한꺼번에 배울 수 있는 책으로, 르네상스 전문가가 집필한 교양서답게 전문적이면서도 이해하기 쉽게 쓰여 있어 앞선 의문을 해결하기 위한 좋은 해답이 되어주었다.

 

 

 

중세 미술에서 르네상스 미술로 넘어가기까지

 

 

   중세는 ‘종교의 시대’라고 부를 정도로 로마 가톨릭교회가 사회의 모든 면을 전적으로 지배했던 시기다. 그에 따라 로마 가톨릭교회는 미술에 장식적인 측면보다는 신앙심을 불러일으키고 종교적 규범을 교육한다는 목적을 부여했고, 당연히 당시 그림이나 조각은 모두 종교적 내용을 소재로 할 수밖에 없었다. 즉, 신의 말씀, 천상의 세계, 죽음 이후에 갈 수 없는 낙원에 대한 이야기 등이 주요 내용이었다. 이로 인해 교회에 속했던 중세 미술가들은 자신들의 재주를 신에게 바치는 일, 이른바 신앙을 위한 봉사로 여겼다.

 

 

 

   그러다 14세기에 들어 유럽을 휩쓴 흑사병(페스트)으로 인해 유럽인들은 엄청난 공포와 두려움에 휩싸였고, 지금까지 절대적으로 믿고 의지해왔던 신의 존재와 신의 은총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중세 사회를 지배했던 로마 가톨릭교회는 위기에 처하게 되고, 교회의 최고 권위자인 교황의 권력도 위협(아비뇽 유수, 교회의 대분열)을 받게 되었다. 당시 유럽은 교회의 분열 못지않게 정치적인 변화, 프랑스와 영국과의 백년전쟁, 십자군 전쟁 등으로 혼란이 극에 달한 상태였고, 그 사이에서 르네상스의 주역이라 할 수 있는 시민 계급이 성장하기 이르렀다. 이제 유럽은 종교의 시대에서 국가와 개인의 시대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중세 교회를 연 교황이자 크리스트교를 더욱 체계화한 교황으로 알려진 그레고리우스 1세(Gregorius Ⅰ, 재임 590~604)는 “글을 몰라 책을 못 읽는 사람은 성당의 벽면에 걸려 있는 그림을 읽도록 하시오.”라는 지시를 내렸어요. 미술이 좋은 교육 수단임을 인정한 것입니다. 무신자나 문맹자를 믿음의 세계로 끌어들이려 할 때 청각보다 시각적인 방법이 훨씬 더 효과적인 수단으로 이용되었던 거예요. 무엇보다도 중세 미술, 즉 크리스트교 미술의 기본적인 사명은 포교였기 때문에 조형적인 아름다움이나 미학적인 특성보다도 도상들과 성경의 내용이 절대시되었어요. 따라서 그러한 미술은 감성적인 즐거움이나 미적인 체험을 얻기 위해 구상된 것이 아니라 말과 문장, 설교와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었죠. / 17p

 

 

상업 중심의 시장 경제가 이루어지려면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화폐가 있어야 하고 그것이 서로 통용되는 영역, 그리고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여러 규범이 필요합니다. 그러한 필요에 따라 요구되었던 것이 바로 강력한 통치와 법체계를 갖는 국가와 관료 체제입니다. 서로의 거래를 보호하는 체제가 있어야 안전한 상업 행위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상인들은 절대적인 권력 체제를 선호하게 됩니다. 이는 교회가 삶의 중심이 되었던 중세 때와는 무척 다른 권력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경, 국가, 민족, 법체계 등으로 이루어진 근대 민족 국가의 필요성이 서서히 요구되면서 교회가 모든 부분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잡았던 중세 봉건 사회가 무너지고 새로운 자본주의 사회가 조금씩 자리 잡기 시작하였습니다. / 39p

 

 

 

 

 

  흔히 르네상스를 일컬어 ‘인간을 발견한 시대’라고 말하는데, 이는 신이 중심이 된 중세에서 인간 중심의 세계, 즉 모든 것을 신이 아니라 인간적으로 보는 방식이 지배하는 세계로 전환되었다는 뜻이다. 이 무렵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자부심을 찾기 위해서는 인간의 관심을 천상에서 지상으로, 내세에서 현세로 끌어 내릴 수 있는 어떤 가치관이 있어야 했다. 따라서 종교적인 가르침을 내세우는 삶 대신 자연과 인간에 중심을 둔 이른바 자연주의와 인문주의 사상이 새로운 가치로 탐구되었고, 이러한 탐구가 문화와 예술 분야에서 빛을 발하면서 등장한 것이 바로 르네상스 문화와 예술이었다. 그리고 이 물결의 조짐은 이탈리아의 피렌체에서 태동되기 시작했다.

 

 

 

피렌체에서 발전된 르네상스와 그 중심에 있었던 메디치 가문

 

 

   왜 하필 피렌체였을까? 14세기 이탈리아 북부에 위치한 도시 국가 피렌체는 국제 교역과 은행업의 중심지로, 사업 도시답게 매우 현실적이고 진취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상인들의 도시였다. 모직 공업과 방대한 무역 규모, 은행업 등으로 막대한 이윤 추구와 이자 소득으로 부를 축적하게 된 피렌체의 신흥 상인들은 그들의 부와 명예를 과시할 수 있는 장소로 수도원을 이용하고, 성당을 치장하는 데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고리대금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이라는 점을 이용해 일부를 교회에 반환하면 속죄한 것으로 여겨져 천국에 갈 수 있다고 한 로마 가톨릭교회의 목소리도 한몫했다. 그에 따라 당대 최고의 화가들을 동원해 가족 예배실 내부를 호화롭게 꾸미는 내부 장식 등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고리대금업자인 아버지가 구원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아들인 엔리코 스크로베니가 지은 예배당 내부에 그려진 벽화 <최후의 심판>이 대표적인 예다.

 

 

 

르네상스 시대의 예술가들은 위대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니는 것을 고귀한 명예로 삼고, 인간이 발전하여 영원한 존재가 되는 것을 원했습니다. 그로 인해 다분히 정적이고 수동적인 중세의 인간관에서 벗어나 적극적이며 창조적인 인간관으로 변하였지요. 즉, 르네상스는 ‘인간이 어떠한 존재가 될 것인가’ 하는 문제가 중세 시대처럼 신의 은총으로 결정되는 게 아니라 인간 스스로 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것은 인간의 주체성을 중시하는 창조적인 인간주의를 지향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 38p

 

 

중세 미술의 기본 방침이란 ‘화가는 마음속에 있는 이상적인 상에 따라서 제작한다.’라는 것이었어요. 이미 로마 가톨릭교회가 정한 이상적인 기준이 있다고 한 것이지요. 반면 르네상스 미술인들은 정해진 기준에 따라 그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눈으로 본 그대로를 그리겠다는 것입니다. 놀라운 사고의 전환이지요. 이것은 중세 미술의 기본을 완전히 거부하는 자세입니다. / 46p

 

 

 

 

 

  신흥 상인들 중에서도 가장 주목해야 할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메디치 가문이다. 메디치 가문은 성당을 건축하고 복원하는 데에 엄청난 재산을 기부하는 한편, 학자들을 통해 그리스·로마 시대의 학문을 복원하고 번역하는 사업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막대한 서적들을 수집해 도서관을 만들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예배당을 만들어 주었다. 아울러 당대 최고의 화가와 조각가, 건축가 들을 고용해 수많은 걸작들을 만들어 내게 했다. 이처럼 피렌체에서 메디치 가문의 융성은 학문과 예술을 장려하는 원동력이 되었고 문화의 중요성을 깨닫게 하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 메디치 가문의 여유 있는 경제력과 자유로운 학문 연구의 지원은 개인을 자각하고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모든 사실의 근원을 캐내고자 하는 과학적인 연구로도 이어졌다. 또한 인간성을 추구하는 시민운동은 현실주의, 합리주의, 자연주의의 발전을 가져왔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피렌체에서 점차 작은 군주 국가로 전파되었고, 이내 이탈리아 전역으로 확산되기까지 했다. 책을 통해 이러한 과정을 쭉 살펴보다보면 한 가문의 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그들이 서양 미술의 가장 화려하고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냈음을 알 수 있다. 어쩌면 이들 가문의 후원이 없었다면 도나텔로, 브루넬레스키, 라파엘로,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등과 같은 거장들의 작품도 탄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를 일이다.

 

 

 

코시모가 피렌체의 국사를 맡아본 기간 동안 피렌체는 유럽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가 되었고, 최고의 예술가들이 활동하는 도시가 되었습니다. 메디치 가문의 후원 아래 만들어진 예술 작품은 대부분 ‘화려함’보다는 ‘장엄함’을 바탕으로 합니다. 코시모는 수많은 예술가와 건축가를 보호하고, 큰 규모의 건설 사업을 시도했습니다. 피렌체를 상징하는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을 비롯하여 산 마르코 수도원, 산 로렌초 성당 등이 이때 새롭게 단장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예술가들 역시 코시모의 후원을 받으며 제각기 자유롭게 기량을 발휘할 기회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당대의 뛰어난 예술가들이 불멸의 명작을 남길 수 있었으며, 그들의 작품으로 인해 르네상스 예술의 위대함이 활짝 피어났습니다. / 93p

 

 

브루넬레스키의 대표작은 바로 산타 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의 돔이었습니다. 흔히 르네상스 초기 미술을 대표하는 인물로 건축은 브루넬레스키, 조각은 도나텔로, 이론은 레오네 바티스타 알베르티, 그림은 마사초를 꼽습니다. 르네상스 미술은 고대의 로마 미술에서 수치 비례, 균형, 조화의 통일성, 기념비적인 예술성, 경험적이고 실제적인 사실성, 재료 및 기술의 적절성을 발견하였습니다. 이는 르네상스 미술가들에게는 커다란 수확이었습니다. 신의 말씀을 형상화한다는 중세 미술의 비유적인 상징주의적 세계가 인간 자신이 본 세계, 즉 살아 숨쉬는 세계로 바뀐 것입니다. / 101p

 

 

르네상스 시대의 인문학자들은 ‘인간도 신처럼 될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하는 새로운 교리, 이른바 ‘헤르메스 주의’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합니다. 인간이 신처럼 되려고 노력하는 것은 결코 불가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이로써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구원관이 피렌체에서 탄생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교리에 심취한 인문학자들은 성직자의 역할을 대신 맡았고, 예술 작품의 주제도 이들이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고대 로마 제국의 문화와 이교도로 여겨지던 그리스의 신들이 예술 작품의 주제로 적극 선정되기도 합니다. 바야흐로 르네상스 예술 작품에 새로운 주제가 등장하는 전환점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 104p

 

 

 

 

 

 

   조반니는 세상을 떠나기 직전에 두 아들 코시모와 로렌초를 불러 놓고 “피렌체의 선하고 훌륭한 시민들을 존경하는 일에서 즐거움을 찾으면, 시민들은 우리 가문을 그들의 안내자로서 빛날 수 있도록 해 줄 것이다.”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이 유언은 이후 메디치 가문의 중요한 원칙이 되었고, 후대에까지 줄곧 이어졌다. 덕분에 메디치 가문의 정치권력이 몰락한 뒤에도 그들이 남긴 방대한 문화유산은 흩어지거나 약탈당하지 않고 피렌체에 온전히 보존될 수 있었다. <메디치 가문이 꽃피운 르네상스>의 저자는 바로 여기에서 오늘날 우리가 메디치 가문을 다시 살펴봐야하는 가장 큰 이유를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첫째는 정치적 집권의 저력이 문화에 있음을 입증하는 것이며, 둘째는 기업의 문화 후원을 가리키는 메세나의 중요성이 바로 그것이다. 공동체 사회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정치가나 자본가, 지식인 들이 어떤 가치와 이상을 가져야 하는지, 또 미술에 대한 관심과 후원이 사회 구성원들의 지적·정신적 가치를 얼마나 고양시키는지, 새로운 창의성과 상상력이 한 사회를 새로운 세계로 밀고 나가는 데에 얼마나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메디치 가문이 우리에게 전해 주는 교훈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겠다.

 

 

 

피렌체의 인문학자들은 피렌체에서 펼쳐질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과거 고대 로마 시대의 문학 작품과 신화에서 찾았습니다. 이와 같이 보티첼리는 메디치 가문의 적극적인 후원과 지시에 힘입어 고대 스리스의 정신과 르네상스의 정신이 유쾌하게 혼합된 그림을 그리는 한편, 인간의 아름다운 몸과 고귀한 정신, 자유로운 삶의 공기 등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메디치 가문이 추구했던 이상입니다. / 112p

 

 

코시모 1세는 막강한 권력을 통해 적극적인 예술 후원을 펼쳤습니다. 메디치 가문의 대표적인 미술 후원자 중에서 작품 주문을 가장 많이 한 사람이 바로 코시모 1세였습니다. 하지만 코시모 1세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미술 애호가이기보다는 미술을 통하여 자신의 정치적 이미지를 강화하고자 한 인물이었습니다. 코시모 1세는 자신의 집권 과정에 철학자나 신학자, 역사학자, 인문학자 등 피렌체의 지식인들을 적극 활용하였습니다. 통치 시에 도움이 되도록 학자들에게 주제를 선정해 주고 글을 쓰게 하는 등 군주에게 봉사하는 문화 정책을 일관하였으며, 미술 후원도 그러한 목적으로 했다고 합니다. 특히 미술은 보는 순간 의미가 즉각 전달되며 암시적인 주제를 통해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에 가장 효과적인 수단인 만큼 정치 선전 시 이용 가치가 있었던 것이지요. 이러한 정치적 의도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 작품은 바로 자신의 초상화와 초상 조각이었습니다. / 124p

 

 

 

 

 

  <메디치 가문이 꽃피운 르네상스>는 중세 미술이 교회 중심에서 르네상스라는 인간 중심의 문화로 태동·발전된 과정을 비롯하여 그 중심에 있던 메디치 가문을 통해 얼마나 다양한 예술가들이 자신의 재능을 꽃피울 수 있었는지를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이야기하듯 쓴 책이다. 덕분에 그간 다양한 미술사나 중세 유럽 역사에 관한 책을 읽었음에도 어렵게만 여겨졌던 르네상스 시대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아무래도 청소년들을 위해 쓰인 책이니만큼 중세 유럽과 르네상스 시대를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이들이라면 누구에게나 더없이 좋은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또 책 곳곳에 다빈치와 보티첼리, 도나텔로 등의 작품도 수록되어 있으니 그것을 감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게 읽힐 만한 책이라 꼭 읽어보시길 추천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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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셀프트래블 - 2020-2021 최신판 셀프 트래블 가이드북 Self Travel Guidebook
정꽃나래.정꽃보라 지음 / 상상출판 / 2019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하와이를 즐기는 가장 완벽한 방법!

낭만과 여유가 가득한 꿈의 섬, 하와이 여행에 관한 모든 것!

 

   하와이. 어쩌면 대부분의 많은 사람들이 마음속에 한번쯤은 꼭 품게 되는 꿈의 여행지로 이곳을 꼽지 않을까. 요즘은 하와이를 대체해 상대적으로 물가가 싼 동남아시아를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지만, 아무래도 휴양지하면 단연 하와이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사실이다. 얼마 전에 TV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서 남궁민이 하와이에서 촬영을 하다 쉬는 틈에 바다거북을 보기 위해 해변으로 찾아가는 장면이나 서핑을 하며 여유를 만끽하는 장면을 보여주었는데, 추운 겨울을 이불 속에서 전전하고 있는 나로서는 그저 화면만 보아도 마음이 설렐 지경이었다. 푸른 야자수를 배경으로 하와이 원주민들이 추는 멋진 훌라춤과 하와이안 뮤직을 감상하고, 환영과 축복 그리고 감사의 의미를 지닌 레이를 목에 두르고 신선한 로컬푸드를 만끽한 뒤 세계 3대 커피 중 하나로 꼽힌다는 코나 커피를 마시고 해변으로 걸어 나가는 이 기막힌 상상만으로도 어쩐지 행복한 기분이지 않은가.

 

 

 

 

 

 

알로하~ 하와이에서 꼭 해봐야 할 모든 것

 

 

   쌍둥이인 <하와이 셀프트래블>의 두 작가는 하와이의 매력을 꼽는다면 ‘사람’이라고 대답한다. 쨍한 날씨, 맑은 공기, 에메랄드빛 바다, 푸른 하늘, 웅장한 대자연의 매력에 ‘사람’이 더해져 하와이가 완성된다고 말이다. 그래서 그 어느 곳보다 “알로하”, “마할로”라는 인사에 담긴 그들의 진심 어린 따뜻한 마음과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기원한다.

 

 

 

   책은 하와이 여행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오아후를 비롯해 저마다의 개성을 갖춘 마우이, 빅아일랜드, 카우아이를 중심으로 필수 여행지들을 소개한다. 본문인 지역별 주요 스폿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하와이에 대한 기본 정보를 비롯하여 ‘가기 전 자주 묻는 질문 8가지’를 통해 하와이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서 출발한다. 하와의 경우 비자가 필요하지는 않으나 사전에 인터넷을 통해 전자여행허가제를 신청해 발급을 받아야 하는 것이 의무화되어 있다는 점, 한국보다 비싼 물가에 팁 문화가 있어 예산을 잘 고려해야 한다는 점 등을 참고하기를 바란다. 더욱이 하와이에서 지켜야 할 법률과 규칙이 한국보다 더 세세하게 규정되어 있어 책에 적힌 유의사항들은 반드시 숙지하고 가는 것이 좋겠다. 이 외에도 일 년 내내 즐길 수 있는 하와이 축제, 여행 전 알아둘 하와이 역사와 문화, 알아두면 쓸모 있는 하와이에 관한 다양한 지식을 비롯해 저자가 추천하는 일정별 코스, 하와이에서 만날 수 있는 핫 스폿과 먹거리 등을 하이라이트로 소개해놓고 있으니 하와이를 떠나기 전에 미리 살펴보고 가자.

 

 

 

횡단보도 건널 때 스마트폰 사용 금지_

하와이에서는 횡단보도를 건널 때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적발 시 $15~99의 벌금이 부과된다.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법에 어긋나기 때문에 주의할 것. 단, 긴급연락번호인 911을 사용할 때는 위법 대상에서 제외된다. 디지털카메라, 태블릿, 노트북 등 전자기기를 사용하면서 건너는 것도 같은 행위로 간주한다. / 36p

 

 

하와이 음식점 이용 매뉴얼_

패스트푸드점, 테이크아웃 전문점을 제외한 대부분의 음식점은 입장한 순간부터 직원이 안내할 때까지 대기해야 하며, 테이블마다 담당 서버가 있어 자리에 앉은 다음 메뉴가 정해지더라도 주문을 받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기본 상식이다. 큰 목소리로 손을 들어 직원을 부르는 것은 매너 위반. 서버가 필요한 것이 없는지 물어보기 전까지는 여유를 가지고 기다리자. 만약 서버가 오지 않으면 주변에 있는 직원에게 작은 목소리로 “Excuse me”라고 부른 다음 부탁하면 된다. / 148p

 

 

 

 

 

 

   하와이는 계절을 막론하고 한결같이 좋은 날씨와 경치를 자랑하고 있어 24시간이 모자랄 만큼 즐길 거리가 풍부하다고 한다. 저자가 꼽은 ‘하와이에서 꼭 해야 할 일 베스트 10’을 살펴보자면, 청량한 하와이 비치에서 물놀이 즐기기, 서핑이나 훌라 댄스, 우쿨렐레 같은 하와이 전통 문화 체험하기, 호놀룰루에서 쇼핑 삼매경에 빠지기, 지역적 특색과 독특한 문화가 더해진 핫플레이스 방문하기, 전 세계의 식문화가 만나 독특하면서도 재미난 맛을 선보이는 하와이 로컬 푸드 맛보기, 빅아일랜드 코나 지역에서 생산하는 코나 커피 음미하기, 하와이 왕국 시절의 문화와 풍습을 소개하는 역사 명소 둘러보기, 대자연이 선사하는 감동의 자연 만끽하기, 당일치기나 1박을 통해 오아후섬을 이웃하는 섬들 둘러보기, 와이키키 비치가 보이는 호텔에서 호캉스 누리기 등을 추천한다. 개인적으로 오아후의 쿠알로아 랜치에서 사륜구동차, 크루즈, 승마, 전동바이크와 같은 시를 넘치는 액티비티를 경험해보는 것도 특별한 추억이 될 듯하다.

 

 

 

 

 

 

오아후 OAHO_

‘하와이’ 하면 떠오르는 호놀룰루, 와이키키, 노스 쇼어, 진주만 등의 단어는 8개의 주요 섬 가운데 오아후섬에 있는 지역과 명소를 이르는 말이다. 즉, 하와이 여행이라는 것은 실은 오아후 여행을 말하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와이 여행의 핵심이자 하와이를 대표하는 오아후는 주도 호놀룰루가 위치한 하와이 제도에서 세 번째로 큰 섬이다. 1845년부터 하와이 왕국의 수도로 활약하며 역사적 발자취를 남겼고 그 유산이 지금도 고스란히 자리하고 있다. 관광, 정치, 경제, 문화의 중심으로 하와이 전체 인구 중 80%가 살고 있으며, 도시적인 분위기와 대자연의 풍경을 동시에 만끽할 수 있는 지역이다. 촘촘하게 늘어선 호텔과 상업시설 사이로 푸른빛 바다와 하늘이 가슴 뻥 뚫리듯 시원스럽게 펼쳐지고, 굴곡진 산맥 아래로 광활한 자연 풍광이 고혹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대조적인 모습을 즐길 수 있다. 전통문화 체험, 먹거리, 쇼핑 등 어느 하나 빠짐없이 만족감을 채워주는 최고의 관광지임이 틀림없다. / 224p

 

 

 

   무엇보다 <하와이 셀프트래블>을 읽으며 만족했던 것은 하와이의 독특한 문화와 그들이 규칙으로 삼고 있는 여행 매너들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리 관광객이라고는 하지만 그들의 문화를 존중하고 그것에 따르는 것이 기본 예의! 뿐만 아니라 관광객으로 혼잡한 음식점보다는 현지인이 즐겨 찾는 맛집이나 숨은 명소까지 알차게 구성해 소개하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하와이만을 소개하는 여행가이드북 치고는 좀 두껍다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써서 자유여행자들이 하와이를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고려한 책이라는 게 확연히 느껴진다.

 

 

 

 

 

 

   하와이 하면 역시 뭐니뭐니해도 와이키키 비치! 하와이 원주민어로 ‘분출하는 물’이라는 뜻으로, 맑고 깨끗한 물이 풍부하고 어린이나 노약자도 즐길 수 있을 정도로 안전해서 더 좋은 곳이다. 와이키키는 호놀룰루를 넘어 하와이를 대표하는 초승달 모양의 해변으로 서쪽 힐튼 하와이안 빌리지부터 동쪽 카피올라니 파크까지 약 3km의 비치를 일컫는다고 한다. 왕의 휴양지로 이용된 와이키키 비치는 사실 7개의 비치를 총칭하는 단어라고! 저자는 각 해변이 지닌 특징과 풍경이 달라 여유만 있다면 2, 3곳을 골라 방문하는 것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 바쁜 일정에 쫓기는 여행자라면 숙박하는 호텔 부근의 비치를 이용하거나 와이키키의 현관문 쿠히오 비치만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하와이를 떠올리자면 아름다운 비치와 푸른 자연만을 생각하기 쉽지만, 1790년에 분화한 이후 현재까지 휴화산으로 세계에서 가장 깊은 910m의 분화구를 보유하고 있는 마우이의 할레아칼라 국립공원에서 일출을 보고, 세계 각국의 천체 관측소가 모여 있는 빅아일랜드의 마우나 케아에서 별자리를 관측하는 경험도 특별할 것 같다. 이처럼 <하와이 셀프트래블>은 하와이의 주요 명소뿐만 아니라 숨은 명소, 하와이의 다양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곳들을 비교적 상세히 소개하고 있어 이곳을 여행하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꽤나 만족스러울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이 식당, 숙소, 주소, 가는 법, 요금 등 여행에 있어서 유용한 각종 팁까지 알차게 소개하고 있으니 꼭 참고하면 좋겠다. 책의 마지막에는 하와이에 관한 일반 정보, 출입국수속법, 하와이어, 영어 회화 등의 정보도 함께 제공하고 있으니 초보 여행자라고 두려워말고 차근차근 따라해본다면 누구나 만족스러운 여행이 될 수 있을 듯하다.

 

 

 

   사실 하와이는 그저 막연히 우리가 꿈꾸는 지상낙원의 황홀한 이미지만 있을 뿐 이렇다 할 뚜렷한 정보는 많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고 하와이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 있어서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지금 당장 떠나기에는 부담이 있지만, 언젠가 하와이로 떠난다면 그때도 꼭 셀프트래블을 이용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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