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만지다 -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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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속에 삶이 있고 삶 속에 우주가 있다!

물리학자이자 시인의 시선으로 아득한 우주의 세계를 아름답게 어루만지는 물리학 에세이!

 

 

 

   태어나서 그렇게 많은 별을 본 건 처음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시절, 지도부원을 포함해 학생회 부원들과 함께 산으로 수련회를 갔다가 나는 눈앞에서 와르르, 쏟아질 것 같은 별들에 그만 그 자리에서 누워버렸다. 그렇게 나는 친구와 함께 돗자리 하나를 깔아놓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른 채 밤새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그건 너무나 동화 같은, 비현실적인 현실이었다. 이따금씩 나타나 이쪽 하늘에서 저쪽 하늘로 사라지는 별똥별들, 아낌없이 반짝여주었던 별빛들, 고요하지만 찬란했던 별무더기들. 나는 그날 하늘이, 아니 온 우주가 내게 말을 걸어온 것이라 믿는다. 그것도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우주를 만지다』를 읽고 있으면 가장 경이롭고 순수한 감동을 느꼈던 그 날 밤이 떠오른다. 저 별은 얼마나 먼 곳에 있는지, 아득한 옛날에 사람들이 밤길을 걸으며 의지했다던 별자리가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별자리와 같은 것인지 어느 것 하나 분명히 아는 게 없지만, 우주는 아득히 먼 허공이 아니라 내가 존재하는 곳이자 나를 둘러싼 이 세상 전체가 우주라는 것을 오롯이 느낄 수 있었던 바로 그 날 밤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책은 “우리가 우주 안에 있듯, 우리 안에 우주가 있다”던 맥스 테그마크의 말과 꼭 닮았다. 우리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운 원자 단위의 미시세계부터 그 끝을 가늠할 수 없는 우주 너머의 거시세계까지, ‘과학’이라는 영역 속에 가둬두느라 보지 못했던 것들을 물리학자이자 시인은 ‘어른 아이 다 같이 우주를 듣고 우주를 보고 우주를 만지고 우주와 춤을 추자’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부디 이 책을 이론으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으로 받아들일 것을 권한다. 책을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어느새 우주 속에 삶이 있고 삶 속에 우주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될 테니 말이다.

 

 

 

 

 

 

이 아름다운 우주에 태어나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를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이 세상 아무 것에다 작은 바늘 하나를 세우고 하늘에서 아주 작은 밀씨 하나를 뿌렸을 때, 그게 바늘에 꽂힐 확률…… 그 계산도 안 되는 확률로 만나는 게 인연이다” 우리의 인연은 바로 이 어마어마한 말도 안 되는 확률로 이루어진 관계이기에 그만큼 소중하다는 뜻이다. 『우주를 만지다』에서도 저 아득한 우주의 수많은 별들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밤하늘에 보이는 무수한 별들은 대부분 은하수 은하라고 하는 우리 은하에 속해 있는데, 이 은하는 지름이 약 10만 광년이나 되고 그 안에 별이 약 1,000억 개가 있다고 말이다. 우리가 별을 보는 것은 별에서 나온 빛이 우리 눈에 들어오기 때문인데, 어떤 별빛은 10년, 어떤 별빛은 1만 년, 어떤 것은 10만 년 전에 출발한 것이라고 한다. 10만 년 전의 별이라니, 10만 년 전이라면 인류에게는 구석기 시대로 우리는 그때 출발한 빛을 지금 보고 있는 셈이다. 어쩌면 이 별은 지금쯤이면 사라지고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정말 이 어마어마한 별들 중에서, 또 어마어마한 확률로 생명이 살 수 있는 별에서 태어나 그보다 더 어마어마한 확률로 내 옆의 인연을 만난 건 얼마나 대단한 일인가. 새삼 당신과 나, 우리의 만남이 세상 그 무엇보다 경이롭게 느껴진다.

 

 

 

10억 분의 3초, 0.003초, 이런 시간은 너무나 짧아서 그냥 현재로 우겨도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밤하늘의 별을 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리가 보는 밤하늘의 달은 지금의 달이 아니다. 1.3초 전의 달이다. 우리가 보는 태양은 8분 전의 태양이다. 태양계의 가장자리라고 하는 오르트 구름대는 1년 전의 모습,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 프록시마 센타우리는 4년 전의 모습, 북극성은 400년 전의 모습, 안드로메다 은하는 230만 년 전의 모습이다. / 28p

 

 

지구는 작은 점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생명이 존재하는 푸른 점이다. 아직도 우주의 어디에 다른 생명이 있는지 우리는 알지 못한다. 우주에 다른 생명이 있건 없건 지구의 생명은 소중하다. 진화론의 관점에서 보면, 비록 우주에 다른 생명이 무수히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지구의 생명은 그 생명과 매우 다른, 독특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지구의 생명은 이 우주에서 매우 독특하고 소중한 존재이다. / 51p

 

 

 

 

  과학자들은 흔히 원자 수준의 세계인 미시세계와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거시세계로 세상을 구분한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밀리, 마이크로, 나누, 피코, 펨토, 아토, 젭토, 욕토로 구분되는 저 작은 원자의 세계는 놀라울 정도다. 책에 따르면 거기세계와 미시세계를 구분하는 숫자를 ‘아보가드로수’라고 하는데, 아보가드로수는 물질 1몰에 들어 있는 원자의 수로 무려 600,000,000,000,000,000,000,000개의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즉, 원자가 이만큼 모여야 우리가 보고 느끼고 만질 수 있는 거시세계가 된다는 것이다. 그러고 보면 아보가드로수는 ‘너와 나를 우리로 만드는 마법의 수’라고 말하는 저자의 말은 세상을 좀 더 따스한 눈길로 바라보게 한다. ‘오늘 아프리카의 어느 마을에서 한 아이가 눈 오줌에 있던 물 분자가, 한 달 뒤 내가 마시는 한 컵의 물 속에 들어 있다’는 말처럼, 내 허파에 들어갔던 공기가 1초 후에 너의 허파 속으로 들어가고, 1분 후에 너의 핏속에 들어가고, 1시간 후에 너의 살 속에 들어가며 나의 피와 살이 너의 피와 살이 된다는 것. 우리가 모르고 있지만 모든 생명체는 이렇게 서로 연결되어 있다고 말하는 저 아보가드로수의 위대함을 잊지 않기를.

 

 

 

색도, 질감도, 온도도 없는 원자. 여러분은 그런 원자가 궁금하지 않은가? 만져보고 싶지 않은가? 과학자들은 이런 원자를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가고 있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들에게서 온다. 보이는 것은 허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이 실상이다. 보이지 않는 원자, 하지만 모든 보이는 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원자다. / 107p

 

 

뉴턴은 이러한 인력이 태양, 지구, 달 사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모든 천체들 사이는 물론, 돌멩이와 지구 사이에도 있고, 돌멩이와 돌멩이 사이에도 있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것이 중력을 ‘만유 인력’이라고 부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물질 사이의 인연은 가히 우주적이라고 할 수 있다. / 166p

 

생각해보자. 우리가 보는 우주의 배경복사는 138억 년 전의 전파다. 우리가 보는 우주의 가장자리는 지금의 가장자리가 아니라 138억 년 전의 가장자리다. 지금의 우주 가장자리는 우리가 알 수 없다. 우리가 보는 모든 것은 과거다.

참 이상하지 않은가? 우리가 우주의 ‘지금’을 보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 하지만 세상만사가 다 그런 것이다. 현재는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고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지는 모든 것이 과거의 것들이다. / 298p

 

 

 

 

 

 

   이렇듯 『우주를 만지다』는 물리학자이자 시인의 시선으로 아득한 우주의 세계를 아름답게 어루만지는 물리학 에세이다. 엔트로피, 빅뱅, 양자역학, 차원, 상대성 이론 등 물리학의 여러 이론들을 통해 나를 둘러싼 세계의 엄정한 질서를 이해하면서 광활한 우주의 신비로움이 전하는 경이로움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경험을 하게 한다. 그런 의미에서 물리학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습득하겠다는 마음으로 읽기보다는 감각적으로 이 책을 받아들일 것을 추천 드린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마음의 너비가 분명 이전보다 넓어진 것을 느끼게 될 테니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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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0
오라시오 키로가 지음, 엄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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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자연의 운명 앞에서 연약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졸렬한 희망이란!

섬뜩한 광기, 자기 파괴적인 사랑, 재앙이 되어버린 집, ‘죽음’이 ‘삶’처럼 떠돌며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공포를 경험케 하는 단편들!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에서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목 잘린 닭」은 마시니, 베르타 부부의 백치 아이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이들 부부에게는 네 명 아이들이 있었는데 이들 모두 백치라는 운명 앞에서 예외일 수 없었다. 아이들은 입을 헤벌리고 혀를 내민 채 초점 없는 멍한 시선으로 주변을 두리번거리거나, 이따금 그들이 노는 벽돌담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를 따라 흉내 내는 것을 제외하면 종일 무기력하고 멍한 어둠에 세계에 빠져 지내곤 했다. 물론 이 네 백치 아이도 한때는 부모의 인생에 커다란 기쁨이었던 적이 있었으나, 어느 새 부부는 짐승 같은 자식 넷을 구원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 사라지자 서로를 헐뜯고 탓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서로에게 고통스러운 나날이 계속되던 중, 다른 형제들과 달리 건강하고 사랑스러운 딸아이가 태어났다. 이미 백치 아이들에 대한 애정이 식은 지 오래인 부부는 하녀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딸 베르티타에게 온갖 사랑과 애착을 쏟아 부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무슨 이유에서인지 백치 아이들은 하루 종일 머물러 있던 벽돌담 앞에서 벌떡 일어났다. 마침 부엌에서는 하녀가 닭의 목을 자르고 피를 뽑아내고 있었다. 시뻘게…… 시뻘게…… 아이들은 닭의 목에서 시뻘건 피가 흘러나오는 광경을 넋을 놓고 바라보았고, 뒤늦게 이를 알아차린 하녀가 아이들을 부엌에서 내쫓았다. 점심을 먹은 후, 산책을 하러 나간 부부가 잠시 이웃집 여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베르티타는 형제들이 놀고 있는 붉은 담벼락으로 향했다. 처음에는 어린 여동생이 끈덕지게 담벼락을 오르는 광경을 백치의 아이들은 무심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어찌된 영문인지 초점 없이 멍하던 아이들의 시선에 활기가 살아났다. 마치 오랜만에 먹이를 찾은 짐승처럼 그들의 얼굴은 탐욕스럽게 실룩거렸고, 급기야 여덟 개의 눈동자가 동시에 베르티타를 향해 손을 뻗기 시작했다. 백치가 되어버린 아이들의 삶이 곧 공포였던 부부에게 닥친 비극은 그렇게 베르티타를 겨냥한다.

 

 

 

   이렇듯 「목 잘린 닭」은 순수한 광기, 죽음의 공포, 집요한 욕망, 인간의 어리석은 희망을 집약한 소설로, 짧지만 강렬한 충격과 섬뜩한 여운을 남긴다. 근대 단편소설의 거장이자 라틴아메리카 환상문학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오라시오 키로가의 대표작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는 열여덟 편에 이르는 작품을 수록한 단편소설집이지만, 수록작 「목 잘린 닭」처럼 어느 하나 빠짐없이 놀랍도록 인상적이다. 흥미롭게도 이들 작품은 모두 공통된 주제를 관통하고 있는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이다.

 

 

 

낭만적 사랑이라는 거짓에 대하여

 

 

 

   낭만적 사랑이라는 것은 환상이라는 관념 속에서만 오롯이 존재하는 것일까. 낭만적 사랑의 거짓된 허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몽상에 빠져있는 이들은 ‘사랑에 놀아난 바보’가 되고, 현실 감각을 지닌 교활한 속물들은 끊임없이 대상을 욕망하거나 서로를 좀먹으면서 불화할 뿐이다. 『사랑 광기 그리고 죽음의 이야기』 속에는 아름다운 외모를 내세워 신분상승을 꿈꾸거나(「사랑의 계절」, 「이졸데의 죽음」), 사치스럽고 속물적이며 도무지 만족할 줄 모르고 히스테리를 부리다 남편의 손에 비극을 맞이하는 여인(「엘 솔리타리오」)이 등장한다. 진실된 마음으로 서로를 위해 사랑을 쏟아 부었던 부부는 자신들이 낳은 아이들이 온전치 못하자 서로의 탓이라 몰아붙인다(「목 잘린 닭」). 순수한 사랑을 꿈꾸었던 연인들은 현실이라는 속물적 근성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져내리고 (「사랑의 계절」, 「이졸데의 죽음」), 착란 증세에 빠졌을 때에야 비로소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연인(「뇌막염 환자와 그녀를 따라다니는 그림자」)에게 사랑은 그저 환영에 가깝다.

 

 

 

환상이라는 지독한 광기, 그것이 아니면 도무지 버틸 수 없는 현실

 

 

 

   환상과 광기의 텍스트. 키로가의 단편 속 인물들은 어느 누구 하나 온전히 사유하지 못하고 환상이라는 지독한 광기 사이에서 떠돈다. 몽유병에 걸린 것처럼 배 안을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다 바닷속으로 몸을 던지는 선원들(「사람들을 자살하게 만드는 배」), 신혼의 단꿈이 사라지자 이내 환영을 보거나 착란 상태에 빠져 시름시름 앓다가 죽은 여인(「깃털 베개」), 마약에 빠진 묘지기와 죽은 지 8년째가 되어서도 여전히 마약을 갈구하는 해골의 대화를 담은 이야기(「내 손으로 만든 지옥」), 광견병에 걸린 개가 마을 전체를 공포로 몰아가는 기이한 광경(「광견병에 걸린 개)」)까지. 이들은 모두 현실과 화해되지 못한 채, 환상 혹은 지독한 광기에 물리거나 자신을 몰아가지 않으면 도무지 버틸 수 없는 비참한 현실의 말로를 보여준다. 죽은 뒤 땅에 묻혀 온전한 육신마저 사라진 순간에도 코카인 한 방울이라고 얻을 날만을 기다리며 살아왔다고 고백하는 저 해골을 본 이상, 우리는 죽어서도 완전히 자유로워질 수 없는 지난한 삶의 굴레에 절규할 수밖에 없다.

 

 

 

황량한 삶과 나란히 선 죽음이라는 공포

 

 

 

   결국 사랑과 광기는 현실과 분절되지 못한 채 죽음으로 나아간다. 코카인이라는 지옥에 빠져든 스스로에게 내릴 수 있는 단죄는 죽음뿐이며(「내 손으로 만든 지옥」), 베개 속에 기생해 살던 괴물에 의해 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흔적도 없이 피를 빨리고 만다(「깃털 베개」). 뱀에 물린 뒤 빠르게 흘러가는 강 위에서 표류하다 죽음을 맞이하고(「표류」), 강한 마취 성분이 있는 천연 꿀을 마셨다가 식인 개미떼에게 잡아먹히며(「천연 꿀」), 죽음의 사자를 발견했지만 끝내 농장 주인의 죽음을 막지 못하는 것을 보면(「일사병」) 죽음이라는 대자연의 질서 앞에서 인간은 그저 나약한 존재일 뿐임을 실감하게 한다. 이처럼 ‘죽음’이 ‘삶’처럼 짙게 깔려 있는 키로가 문학의 그로테스크한 광경은 매우 비현실적인 듯하지만 또한 무섭도록 익숙한 풍경이라 독자들의 모골을 송연하게 만든다.

 

 

 

   키로가가 이토록 사랑, 광기, 죽음이라는 주제에 천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대체 무엇일까. 해설에 따르면 키로가의 삶은 죽음이 그림자처럼 들러붙어 다녔던 것으로 보인다. 유년 시절에 가족이 보는 앞에서 아버지가 오발 사고로 죽고, 의붓아버지마저 엽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을 눈으로 목격했으며, 친구와 아내까지 잃는 비극적인 사건을 경험했다고 한다. 훗날 자신에게 닥친 죽음의 그림자를 발견하기 전까지, 이 기구하고 처참한 운명 앞에서 문학을 위로로 삼고 그 속에서 고유의 문학적 성취까지 이루어냈으니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다. 끈덕지게 달라붙던 죽음의 공포가 결국 글을 쓰게 만들었다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까. 글은 가장 가깝고 익숙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을, 나는 키로가의 문학을 통해 좀 더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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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살인마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0
최제훈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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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쇄 살인 속에 숨어든 모방 살인, 살의의 전이 그리고 악의의 진실!

차례차례 잘려나가는 손가락, 피의 퍼포먼스 속에 숨어든 비틀린 윤리!

 

 

  사람이 둘 이상만 모이면 어김없이 손가락, 연쇄살인, 사이코패스 같은 단어가 흘러나온다. ‘단지 살인마’는 연일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차지한다. 언론은 ‘단독’ ‘속보’를 앞세워 단지 살인마에 의해 벌어진 것으로 추측되는 네 건의 살인사건을 시시콜콜 파헤치고, 경찰은 전방위적인 수사를 펼치지만 쓸 만한 단서를 포착하지 못한다. 범행 장소는 목포-대구-서울-원주, 범행 대상은 청년-여고생-노파-중년 남성. 그야말로 동서남북,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이 비정형적인 범행 행각에 대중은 서슬한 공포를 느낀다. 누구든 표적이 될 수 있으므로. 흉기-무차별 폭행-둔기-익사, 별개의 사건으로 보아도 무방한 네 건의 살인을 하나로 꿰는 표식은 차례차례 잘려나가는 손가락뿐이다.

 

 

 

살의로 일그러진 인간의 어두운 욕망을 그린 블랙 코미디

 

 

 

   시작은 가벼운 호기심이었다. 단서 하나 남기지 않고 네 건의 살인을 저지르는 주도면밀한 악마에게도 어떤 패턴이 있지 않을까 하고 말이다. 숫자와 차트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자기 절제와 매매 타이밍, 숨겨진 패턴을 투시하는 혜안을 지녔다고 자부하던 전업 투자자 장영민은 프라모델 대신 탐정놀이로 가볍게 시간을 때우는 것도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사건에 접근하기 시작했다가 마침내 특별한 패턴 한 가지를 포착해내고야 만다. 시나이산에서 하나님이 모세를 통해 이스라엘 백성에게 내린 열 가지 계율, 그는 희생자들이 정확히 십계명의 순서에 따라 살해되고 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또 다시 다섯 번째 희생자가 나온다. 사인은 질식사, 영어 학원 강사로 일하는 30대 남자 황성찬은 천안으로 들어가는 국도변 풀숲에 쓰러져 있었고 다섯 손가락이 모두 잘린 모습이었다고 한다. 조사 결과 황성찬은 어릴 적부터 소문난 사고뭉치에 빠듯한 형편에도 미국 유학을 가겠노라 떼를 썼다가 이내 마약 사건에 연루돼 부모를 곤경에 빠뜨린 일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십계명의 다섯 번째 계율 역시 ‘부모를 공경하라’였다.

 

 

 

약간의 현대적 변용을 허용한다면, 희생자들은 정확히 십계명의 순서에 따라 살해되고 있었다.

1. 나 이외에 다른 신들을 섬기지 말라-보스를 바꾼 조직원

2. 우상을 만들지 말라-아이돌 그룹의 사생팬

3.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부르지 말라-“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친 노파

4. 안식일을 거룩히 지키라-주말로 없이 일을 시킨 공장 사장 / 28p

 

 

 

 

 

 

   장영민의 추측대로라면 이제 여섯 번째 계명 ‘살인을 하지 말라’에 따른 희생자가 나타날 차례다. 문득 고교 시절, 자신을 찹쌀모찌라고 불렀던 양승범을 떠올린다. 학교 폭력과 집단 따돌림, 모두가 외면하고 있는 가운데 버젓이 자행되었던 성폭력까지. 덕분에 사회불안장애자가 되어버린 자신의 비참한 현실 앞에서 그는 거듭 되뇐다. ‘살인을 하지 말라, 살인을 하지 말라, 살인을…… 꼭 심장을 멈추게 해야만 살인은 아니다. 열일곱 살 소년의 인격을 무참히 짓밟는 것도 살인이다. 지금 내 머릿속에 박힌 생각이 그 증거’라고 말이다. 장영민은 사이버 흥신소에 의뢰해 양승범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다. 그리고 운명의 날, 여섯 번째 계명은 마침내 실행된다. 스스로 단지 살인마를 가장한 장영민에 의해 양승민의 손가락이 잘려나간다.

 

 

 

“사람 기억 중에서 말이야, 제일 질긴 게 쪽팔린 기억이더라.”

“응?”

“이건 시간이 흘러도 당최 사라지거나 희미해지지가 않아. 다른 기억들은 적당히 퇴색되고 나한테 유리하게 왜곡되기도 하던데, 얘는 안 그래. 오히려 갈수록 과장되고 비비 꼬이면서 어떻게든 나를 괴롭히려고 안달이지.” / 64p

 

 

사후 세계 같은 건 없다고 생각했다. 숨이 끊어지는 순간 누전차단기 떨어지듯 암흑 속에 묻히고 끝나는 거라고. 하지만 갓 생겨난 주검을 마주하고 있자니 뭐라도 있기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저게 내가 아등바등 살아온 세상이구나, 하고 돌아볼 수 있는 초월적인 무언가가. / 71p

 

 

 

 

  소설을 읽고 있으면 불현듯 이런 의심이 든다. 단지 살인마를 가장했던 장영민처럼, 어쩌면 수많은 모방범들이 악명 높은 연쇄살인사건의 이름을 빌려 버젓이 살인을 하고 우리 주변에 숨어들어있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때문에 단지 살인마가 손가락을 하나씩 자르는 행위를 ‘현대문명에 대한 완강한 거부를 상징’하는 동시에 ‘인간성 상실에 대한 경고를 점층법적 절단 의식에 담은 것’이라고 분석하는 저 의미심장하고 진지한 해석 따위는 이내 우스워지고 만다. 그렇게 손가락을 하나씩 자르는 행위가 한낱 퍼포먼스로 전락하는 사이, 독자들은 ‘살인자’는 누구도 아닌, 나를 비롯해 어느 누구도 될 수 있다는 평범성에 전율하게 된다. 다시 말해, 살의와 악의는 어느 소수의 광신자나 반사회성 인격 장애자에게서만 보이는 특이 행동이 아니라 우리 사회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품고 있는 감정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에 섬뜩해지고 마는 것이다.

 

 

 

다른 가능성도 생각해볼 수 있었다. 이번 사건 역시 모방 범죄일지 모른다는. 이전 다섯 건의 사건들 또한 단독범의 소행이 아닐지 모른다는. 이 만만찮은 가능성을 애써 무시한 이유는, 만일 범인이 서로 알지 못하는 다수라면 십계명에 따른 전개가 신비의 영역으로 넘어가버리기 때문이었다. 그쪽까지 헤아릴 여력은 없었다. 일곱 번째 계명이 어사무사했지만 일부러 찾아보지 않았다. 난 그만 손 털었으니 알아서들 하라지. / 87p

 

 

“우린 선택을 한 거예요. 평생을 괴로움 속에서 사느니 목숨 걸고 고통의 원인을 제거하기로. 그렇죠?”

손동식은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잘한 짓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었잖아요. 우리야말로 피해자고, 궁지에 몰린 생쥐처럼, 그러니까 말하자면…… 전쟁. 그래요, 작은 전쟁을 치른 거죠.” / 138p

 

 

 

   영화 <살인의 추억>을 통해 우리에게 잘 알려진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지난 해 세상에 드러났다. 아이러니하게도 진범 이춘재는 이미 자신의 처제를 성폭행 및 살해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부산교도소에 수감 중이었다. 그런데 이춘재의 정체가 밝혀지기 전, 이미 연쇄살인범 유영철은 “범인은 다른 사건으로 오래 전부터 수감돼 있거나 죽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살인행각을 멈추지 못할 것”이라 주장한 바가 있다. 경찰이 이춘재의 심리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성범죄와 살인을 계속하면서도 죄책감 등의 감정 변화를 느끼지 못하게 되자 감정 상태에 따라 살해하면서 연쇄살인으로 이어지고, 수법도 점차 가학적인 형태로 진화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소설 속 장영민에게서도 유사한 형태로 드러난다.

 

 

 

   단지 살인마에 의한 희생자인지 모를, 일곱 번째 희생자가 또 다시 나타나고 그러는 동안에 장영민은 ‘잠시 성찰할 틈도 없이 계속되는 자기복제’ 속에서 점점 범죄에 무감각해지고 스스로도 ‘한없이 가벼워져 휘발되는’ 듯한 ‘윤리적인 소멸’을 느낀다. 잠시 무감각해져 있었던 투자 타이밍에 대한 감각도 돌아오고, 여행지에서 버킷리스트를 즐길 계획까지 세우는 등 점차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분리되는 과정으로 이행하기 시작한다. 어느 날, 우편함에 꽂힌 편지에서 ‘단지 살인마, 전화 요망. 010-XXXX-XXXX’이란 메시지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이제 장영민은 자의에 의해 선택한 살인을 타의에 의해 멈출 수 없는 복잡한 시험대에 오른다. 그는 살인을 멈출 수 있을까. 이미 가속도가 붙어버린 그의 범죄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을까.

 

 

 

 

 

 

   소설 『단지 살인마』는 차례차례 잘려나가는 손가락, 피의 퍼포먼스 속에 숨어든 개인과 사회 전체의 비틀린 윤리를 냉정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한 평범한 소시민이 연쇄살인의 형식을 빌려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과정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범죄가 작동하는 방식과 모든 사람들이 어떤 식으로든 살인과 관련되어 있는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울러 손가락을 자르는 연쇄살인범의 살인 패턴, 완전범죄를 꿈꾸는 모방 살인, 또 다른 살인자와의 공모에 이르기까지, 추리소설의 특성과 철저히 살인자의 시선에서 그의 심리를 따라가는 전개 방식은 마지막까지 몰입도를 높인다. 이 책을 읽고자 하는 예비 독자분들이라면 망설임 없이 질주하는 작가의 역량을 유감없이 즐기면서 그 속에 들어있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함께 숙고해보시기를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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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 브레인 - 인생을 바꾸는 최강의 두뇌 디톡스
데이비드 펄머터.오스틴 펄머터.크리스틴 로버그 지음, 김성훈 옮김 / 지식너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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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뇌가 나의 삶을 반영한다면 변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더 나은 선택,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신개념 두뇌 디톡스!

 

 

 

   아침에 눈을 뜨면 스마트폰부터 확인을 하는 게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몇 시인지, 밤사이 메시지가 몇 개 들어와 있는지, SNS에 새로운 게시물이 얼마나 업데이트 되어 있는지 일단 확인한다. 아이의 등원 준비를 서두르면서 동시에 뉴스 어플로 그 날의 새로운 뉴스를 체크하고, 쇼핑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물건들을 재차 살펴본 후 구매 결제를 한다. 이 후에는 운동 어플이나 유튜브 동영상으로 홈트를 시작하고, 라디오나 음악 어플을 틀어놓은 채 집안일을 한다. 밥을 먹는 동안에는 보고 싶었던 영상을 보거나, SNS에 게시물을 등록하기도 한다. 이렇게 아침에 일어나서 잠들기 직전까지 내가 하는 행동 중에 가장 반복적이고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것이 스마트폰과 관련된 행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굳이 수치화해서 따져보지 않아도 대부분의 현대인에게 있어 스마트폰이 일상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부정할 수 없다. 이른바 ‘포노 사피엔스’라 불리는 지금의 우리는, 이전 시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첨단 기술의 무한한 혜택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그 기술에 너무 많이 노출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때때로 두려워지기도 한다. 목적 없이 인터넷을 서핑하고 온라인 스토어와 SNS를 훑어보다 보면 갑자기 훌쩍 지나버린 시간에 허무해질 때가 있다.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느냐 마느냐로 씨름해야 하는 것도 육아에 있어 큰 걱정거리 중 하나다. 나도 모르게 노출된 광고에 현혹되어 꼭 필요하지 않은 물건조차 당장에 사야할 것 같은 충동을 느끼고, SNS 게시물의 ‘좋아요’가 내 삶의 척도가 되어가는 듯한 착각마저 들 때가 있다. 이렇듯 스마트폰을 대표로 하는 현대 기술의 편리함과 즉각적 만족이 주는 행복함에 삶의 통제권을 잃어버린 지 오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깨닫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어찌할 방법을 모른다. 이에 대해 『클린 브레인』은 다행히도 문제가 무엇이든 우리에게는 그 문제를 해결할 강력한 도구가 있다고 말한다. 때문에 우리 모두는 건강과 행복을 위해 더 나은 결정을 내리도록 도와주는 이 책의 제안에 반드시 귀를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명료한 사고, 깊은 관계, 지속적 행복을 위한 10일간의 두뇌 해독

 

 

 

   『클린 브레인』은 ‘브레인 워시’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 뇌의 건강과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위협들을 제거하여 더 나은 뇌를 구축하고 더 나은 판단 능력을 키워 결국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게 하고자 하는 책이다. 다시 말해 나쁜 식습관, 부족한 수면, 과도한 디지털 기기의 사용, 만성 스트레스 등이 우리의 뇌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설명하고, 식생활, 수면 위생, 자연과의 만남, 운동 습관, 의식적 소비, 마음 챙김 수련, 대인 관계 개선 등으로 대표되는 브레인 워시를 통한 진정한 웰빙을 목적으로 한다.

 

 

 

 

 

 

   1부 ‘현대사회가 뇌에 미치는 영향’에서는 즉각적 만족을 원하는 뇌의 원시적인 욕망을 사로잡으려는 현대 기술과, 거의 저항이 불가능할 정도의 중독을 이끌어내는 상업적 이해관계 때문에 우리의 뇌가 점점 더 타인에 의해 통제되는 현실을 지적한다. 책에서는 이러한 상태, 즉 지속 가능한 행복으로부터 분리된 상태를 ‘단절 증후군’이라 부른다. 단절 증후군은 생각 없이 하는 행동, 외로움, 만성 염증, 즉각적 만족, 자기애, 빈약한 인간관계, 만성 스트레스, 충동성이라는 여덟 가지의 큰 특징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를 뇌의 회로 수준에서 보여주고 그 통제력을 되찾아 더 충만하고, 행복하고, 능동적인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아보려 한다.

 

 

 

자기애는 단절 증후군의 한 증상이다. 3장에서 우리는 만성 스트레스와 코르티솔이 앞이마겉질과 편도체의 분리에 미치는 영향과 그것이 우리를 더욱 충동적이고 감정적으로 반응하게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자기애가 있는 사람의 스트레스 반응 시스템은 부정적인 감정에 특히나 민감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 연구에서는 자기애 척도에서 높은 점수를 시록한 사람이 점수가 낮은 사람에 비해 부정적 감정에 반응해서 나오는 코르티솔 수치가 유의미하게 높았다. / 111p

 

 

“우리의 인간관계, 그리고 그 인간관계 속에서 얼마나 행복한지가 우리의 건강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의 연구는 사람을 평생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것은 돈이나 명성이 아니라 친밀한 인간관계임을 보여 준다. 이런 유대는 행복과 장수에 있어서 사회계층, 아이큐, 심지어는 물려받은 유전적 영향력보다도 뛰어난 예측 변수다. 이런 유대는 우리를 인생의 불만으로부터 지켜주고, 정신적·육체적 쇠퇴를 늦출 수 있게 도와준다. / 114p

 

 

 

 

 

  2부 ‘오염에서 벗어나기’에서는 자연에서 느끼는 경외감과 치유력,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좋은 지방을 섭취하는 식습관, 질 좋은 수면, 항우울제 역할을 하는 운동, 명상으로 대표되는 마음 챙김 수련법 등과 같이 두뇌 디톡스에 필요한 도구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그 중에서도 음식의 선택이 사고 능력까지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은 퍽 놀라운 일이다. 허리둘레가 늘어날수록 뇌의 중독 회로도 더 강하게 활성화되는데, 이는 우리 몸의 지방세포들이 함께 공모하여 우리를 중독 상태에 붙잡아 두기 때문에 우리의 뇌 역시 식생활과 관련해서 이로운 판단을 내리기가 힘들어지기 때문이라고 한다. 먹을 것이 그 어느 때보다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정작 영양가는 없는 칼로리만 높은 음식들에 우리 아이들까지 너무 많이 노출된 것은 아닌지 반성해보게 된다.

 

 

 

자연은 여러 가지 혜택을 주지만 그중에서도 스트레스를 낮추고, 염증을 가라앉히고, 공감 행동을 늘린다. 본질적으로 더 건강하고, 집중력도 향상되고, 장기적 만족도 높아지도록 뇌의 회로를 다시 짜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연은 정신없이 바쁘고 스트레스 가득한 현대 생활에 근본적 해독 기능을 제공해서 우리를 스크린 너머에 실재하는 경이로운 세상과 다시 이어 준다. 이것이 자연이 단절 증후군을 물리치는 방식이다. / 125p

 

 

한 연구에 따르면 수면이 부족한 사람은 “수면 손실 이후에 신경의 변화가 일어나 체중 증가를 촉진하는 고칼로리 음식에 대한 식욕이 증가했고, 그 정도는 실험 참가자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수면 손실의 수준과 비례했다.” 사람이 느끼는 수면 부족의 양과 정비례해서 체중 증가를 촉진하는 식품의 섭취량이 늘어났다는 의미다. 2011년에 《미국 임상 영양학 저널》은 수면 부족의 결과로 하루에 300칼로리의 과잉 섭취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 칼로리가 모두 살로 가는 것이다. / 183p

 

 

 

 

 

  우리의 뇌와 몸을 리셋하기 위한 짜임새 있는 실천을 위해 마지막 3부 ‘브레인 워시’에서는 앞서 설명한 전략들을 한데 모아 10일 프로그램과 요리 레시피를 소개한다. 먼저 뇌를 끝없이 산만하게 만드는 디지털 기술의 영향으로부터 차단하고 새로운 균형을 찾기 위해 T.I.M.E 테스트에 따른 디지털 디톡스를 실행할 것, 하루에 3분에서 5분 정도 공감을 실천하며, 일주일에 30분 정도 시간을 내어 자연과 만날 것을 추천한다. 또 브레인 워시에서 권하는 식생활을 따르고 성공적인 수면을 위해 잠들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방법을 제시한다. 끝으로 하루에 30분 운동하기, 하루에 12분 명상하기, 하루에 10분 정도 다른 사람과 만나기 등 가능한 실천하기 쉬운 방법들로 매일 이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들을 습관화해 볼 것을 독려한다.

 

 

생물학적으로는 운동이 앞이마겉질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켜 더 많은 영양을 보내고, 앞이마겉질이 더 강하게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앞이마겉질과의 연결도 더 왕성해진다. 이것은 가장 좋은 의미의 신경가소성이다. 메시지는 아주 명확하다. 뛰어난 인지능력을 원한다면 운동은 필수다! / 203p

 

당신이 가끔 시간 날 때가 아니라, 일부러 시간을 내어 고요한 시간을 만들기로 선택하는 순간 진정한 개인적 성장을 위한 공간이 열린다. 당신은 자신의 삶이 타인의 지배를 받게 할지, 자신의 통제 아래 둘지 결정해야 한다. 마음 챙김과 명상은 외부의 영향력을 거부하고 당신이 자신의 정신적 과정을 스스로 책임지게 한다. 수많은 사람이 이 수련을 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자신의 뇌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을 주기 때문이다. / 213p

 

 

 

 

 

 

   14대 달라이 라마는 “우리가 가꿔 온 뇌는 우리가 살아온 삶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말했다. 『클린 브레인』은 우리가 하고 있는 사소한 습관이나 행동들이 모두 우리 뇌의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다른 사람이 나의 뇌 회로를 새로 짜서 나의 운명을 대신 결정하게 놓아둘 것인가, 내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신경 가소성의 힘으로 뇌를 새로 구축할 것인가, 책에서 던지는 질문들이 날카롭게 다가온다. 이 책으로 하여금 편리함에 타협하느라 놓치고 있었던 것들을 되돌아보고, 뇌와 몸의 건강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기를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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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 수오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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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저마다의 ‘시’가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마음챙김이 필요한 지금, 당신에게로 향하는 앤솔러지! 

 

 

 

   『마음챙김의 시』의 마지막 장에서 류시화 시인은 ‘한 편의 시가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건네지는 것은 인간 고유의 아름다운 행위’라고 말한다. 문학에 있어서, 그 중에서도 시는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함께 읽음으로써 더 아름다워지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때문에 나는 첫 장부터 시를 소리 내어 읊기 시작한다. 아이가 관심을 가지며 다가와 오늘은 무엇을 읽느냐고 묻기에 시, 라고 이야기해주고 그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대신 골웨이 키넬의 시 <기다려라>를 들려준다.

 

 

 

우리의 모든 사랑을 실처럼 다시 잇는 음악을

거기 있으면서 들어 보라.

지금이 무엇보다도 너의 온 존재에서 울려 나오는

피리 소리를 들을 유일한 순간이니.

슬픔으로 연습하고, 완전히 탈진할 때까지

자신을 연주하는 음악을.

골웨이 키넬의 시 <기다려라> 중에서 / 23p

 

 

 

   아이로서는 뚜렷한 맥락을 알 수 없는 글에 이내 모호한 표정을 지어보이지만, 나는 그저 시 한 편 읽고 나눌 수 있는 이 시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햇살이 나른하게 거실 안으로 들어오는 주말 아침, 소란스러운 TV 소리를 잠재우고 목구멍 아래에서 밀려올라오는 소리와 호흡에 집중하며 우리가 잠시나마 시의 언어를 통해 친밀감을 나눌 수 있었던 것,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 시인은 또 이렇게 말한다. ‘시를 읽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고, 세상을 경이롭게 여기는 것이며, 여러 색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는 마음챙김의 소중한 도구’라고 말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하고, 많은 것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는 지금, 시가 걸어오는 말에 기대어보기 참 좋은 날이다.

 

 

 

 

 

 

시를 읽는 것은 현실 너머를 보는 것이다

 

 

   『마음챙김의 시』는 파블로 네루다, 레이먼드 카버, T.S. 엘리엇, 페르난도 페소아와 같은 유명 시인에서부터 터키의 종교 지도자, 멕시코의 복화술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주목 받는 차세대 시인 등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쓴 마음챙김의 시들을 엮은 시집이다. 이를 엮은 류시화 시인은 마음이 힘들고, 삶에 불안을 느끼거나 삶의 진실과 마주하고 싶을 때면 시를 읽었다고 한다. 때문에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에 있든 한 편의 시를 읽는 것은 ‘속도에 대한 세상의 숭배에 저항하는 것’이며, 숱한 마음놓침의 시간들을 마음챙김의 삶으로 회복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저 유명한 파블로 네루다가 ‘봄이 벚나무에게 하는 것을 나는 너에게 하고 싶어,’라고 썼듯이, 여기 이 시들로 하여금 당신을 온전히 당신의 삶에 꽃피어나게 하고 싶다고 넌지시 건넨다.

 

 

 

 

 

 

 

나는 탑승구 주위에 앉아 있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이

바로 이런 세상이라고. 함께하는 세상.

일단 혼란스러운 울음이 멎은 후에는

그 탑승구에 있는 사람들 중에

옆의 다른 사람에 대해 불안해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들 모두 쿠키를 받아먹었다.

나는 다른 모든 여자들까지 안아 주고 싶었다.

 

이런 일은 아직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잃지는 않았다.

나오미 쉬하브 나이의 시 <탑승구 A4> 중에서 / 68p

 

 

 

지구가 한 가족이 아닌 척하지 말라.

우리가 같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적 없는 척하지 말라.

우리가 서로의 숨결에 의지해 익은 적 없는 척하지 말라.

우리가 서로 용서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닌 척하지 말라.

알프레드 K. 라모트의 시 <조상혈통 찾기 유전자 검사> 중에서 / 126p

 

 

 

  코로나19로 인해 무기력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반면, 오랫동안 스트레스가 쌓여 급기야 분노를 표출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를 테면 마스크 착용 요구에 화가 나서 지하철에서 승객들에게 폭행을 가한 50대 남자의 난투극은 어렵고 힘든 시기를 공동체의 힘으로 극복해 나가고자 하는 믿음에 위협을 가한 사건이어서 보다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때문에 ‘우리’라는 선의를 믿는 나오미 쉬하브 나이의 시 <탑승구 A4>와 우리 모두는 같은 나뭇가지에서 매달려 서로의 숨결에 의해 익은 거시적인 존재들이라고 말하는 알프레드 K. 라모트의 <조상혈통 찾기 유전자 검사>와 같은 시들에 차오르던 불안을 가라앉혀본다. 나를 기꺼이 안아줄 이가 반드시 곁에 있을 거라고, 아직은 모든 것을 다 잃지 않았다고, 그렇게 ‘우리’라는 연결의 힘을 다시금 믿어본다.

 

 

 

아이에게 말한 적 있는가,

내일로 미루자고.

그토록 바쁜 움직임 속에

아이의 슬픈 얼굴은 보지 못했는가.

 

어딘가에 이르기 위해 그토록 서둘러 달려갈 때

그곳으로 가는 즐거움의 절반을 놓치는 것이다.

걱정과 조바심으로 보낸 하루는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버려지는 선물과 같다.

데이비드 L. 웨더포드의 시 <더 느리게 춤추라> 중에서 / 113p

 

 

나는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

넘어지거나 불에 델까

두려워하며 살지는 않으리라.

나는 나의 날들을 살기로 선택할 것이다.

내 삶이 나를 더 많이 열게 하고,

스스로 덜 두려워하고

더 다가가기 쉽게 할 것이다.

도나 마르코바의 시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 중에서 / 79p

 

 

 

   몇 달 전부터 매일 한 시간에서 두 시간씩 오전에는 운동을 하고, 가능하면 일주일이나 이 주에 한 번씩은 산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실천하고 있다. 시작은 출산 후에 불어난 살을 빼는 게 목적이기는 했지만, 언제부턴가 성취감이 주는 희열과 어떤 목적의식이 있는 삶이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나에게 찾아온 변화를 통해 실감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핑계로 나에게 소홀히 하지 말 것, 엄마이기 전에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잊지 말 것. 그렇게 다짐을 하다 보니 도나 마르코바의 시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의 구절들이 유독 마음에 와 닿는다. 아울러 로저 키이스의 시 <호쿠사이가 말하기를>에서 ‘삶이 너를 통해 살게 하라’라는 말도 새겨 읽게 된다.

 

 

 

 

 

 

 

   평소 시를 자주 읽는 편도 아니고 또 시에 대해서 아는 것 하나 없지만 『마음챙김의 시』는 한 편, 한 편을 곱씹어 읽게 될 만큼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시집을 읽다보면 저마다 다른 이유로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시’가 꼭 있을 것이다. 그 시로 하여금 마음챙김의 시간을 가져보기를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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