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챙김의 시
류시화 엮음 / 수오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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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내면에는 저마다의 ‘시’가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마음챙김이 필요한 지금, 당신에게로 향하는 앤솔러지! 

 

 

 

   『마음챙김의 시』의 마지막 장에서 류시화 시인은 ‘한 편의 시가 한 사람에게서 다른 사람에게로 건네지는 것은 인간 고유의 아름다운 행위’라고 말한다. 문학에 있어서, 그 중에서도 시는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함께 읽음으로써 더 아름다워지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때문에 나는 첫 장부터 시를 소리 내어 읊기 시작한다. 아이가 관심을 가지며 다가와 오늘은 무엇을 읽느냐고 묻기에 시, 라고 이야기해주고 그에 대해서 설명해주는 대신 골웨이 키넬의 시 <기다려라>를 들려준다.

 

 

 

우리의 모든 사랑을 실처럼 다시 잇는 음악을

거기 있으면서 들어 보라.

지금이 무엇보다도 너의 온 존재에서 울려 나오는

피리 소리를 들을 유일한 순간이니.

슬픔으로 연습하고, 완전히 탈진할 때까지

자신을 연주하는 음악을.

골웨이 키넬의 시 <기다려라> 중에서 / 23p

 

 

 

   아이로서는 뚜렷한 맥락을 알 수 없는 글에 이내 모호한 표정을 지어보이지만, 나는 그저 시 한 편 읽고 나눌 수 있는 이 시간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 든다. 햇살이 나른하게 거실 안으로 들어오는 주말 아침, 소란스러운 TV 소리를 잠재우고 목구멍 아래에서 밀려올라오는 소리와 호흡에 집중하며 우리가 잠시나마 시의 언어를 통해 친밀감을 나눌 수 있었던 것, 그것만으로도 의미 있는 일이다. 시인은 또 이렇게 말한다. ‘시를 읽는 것은 자기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이고, 세상을 경이롭게 여기는 것이며, 여러 색의 감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는 마음챙김의 소중한 도구’라고 말이다. 그 어느 때보다도 불안하고, 많은 것들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는 지금, 시가 걸어오는 말에 기대어보기 참 좋은 날이다.

 

 

 

 

 

 

시를 읽는 것은 현실 너머를 보는 것이다

 

 

   『마음챙김의 시』는 파블로 네루다, 레이먼드 카버, T.S. 엘리엇, 페르난도 페소아와 같은 유명 시인에서부터 터키의 종교 지도자, 멕시코의 복화술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주목 받는 차세대 시인 등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쓴 마음챙김의 시들을 엮은 시집이다. 이를 엮은 류시화 시인은 마음이 힘들고, 삶에 불안을 느끼거나 삶의 진실과 마주하고 싶을 때면 시를 읽었다고 한다. 때문에 당신이 누구이든 어디에 있든 한 편의 시를 읽는 것은 ‘속도에 대한 세상의 숭배에 저항하는 것’이며, 숱한 마음놓침의 시간들을 마음챙김의 삶으로 회복하는 일이라고 말한다. 저 유명한 파블로 네루다가 ‘봄이 벚나무에게 하는 것을 나는 너에게 하고 싶어,’라고 썼듯이, 여기 이 시들로 하여금 당신을 온전히 당신의 삶에 꽃피어나게 하고 싶다고 넌지시 건넨다.

 

 

 

 

 

 

 

나는 탑승구 주위에 앉아 있는

기다림에 지친 사람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살고 싶은 세상이

바로 이런 세상이라고. 함께하는 세상.

일단 혼란스러운 울음이 멎은 후에는

그 탑승구에 있는 사람들 중에

옆의 다른 사람에 대해 불안해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들 모두 쿠키를 받아먹었다.

나는 다른 모든 여자들까지 안아 주고 싶었다.

 

이런 일은 아직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모든 것을 다 잃지는 않았다.

나오미 쉬하브 나이의 시 <탑승구 A4> 중에서 / 68p

 

 

 

지구가 한 가족이 아닌 척하지 말라.

우리가 같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적 없는 척하지 말라.

우리가 서로의 숨결에 의지해 익은 적 없는 척하지 말라.

우리가 서로 용서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닌 척하지 말라.

알프레드 K. 라모트의 시 <조상혈통 찾기 유전자 검사> 중에서 / 126p

 

 

 

  코로나19로 인해 무기력과 우울증을 호소하는 반면, 오랫동안 스트레스가 쌓여 급기야 분노를 표출하는 이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를 테면 마스크 착용 요구에 화가 나서 지하철에서 승객들에게 폭행을 가한 50대 남자의 난투극은 어렵고 힘든 시기를 공동체의 힘으로 극복해 나가고자 하는 믿음에 위협을 가한 사건이어서 보다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때문에 ‘우리’라는 선의를 믿는 나오미 쉬하브 나이의 시 <탑승구 A4>와 우리 모두는 같은 나뭇가지에서 매달려 서로의 숨결에 의해 익은 거시적인 존재들이라고 말하는 알프레드 K. 라모트의 <조상혈통 찾기 유전자 검사>와 같은 시들에 차오르던 불안을 가라앉혀본다. 나를 기꺼이 안아줄 이가 반드시 곁에 있을 거라고, 아직은 모든 것을 다 잃지 않았다고, 그렇게 ‘우리’라는 연결의 힘을 다시금 믿어본다.

 

 

 

아이에게 말한 적 있는가,

내일로 미루자고.

그토록 바쁜 움직임 속에

아이의 슬픈 얼굴은 보지 못했는가.

 

어딘가에 이르기 위해 그토록 서둘러 달려갈 때

그곳으로 가는 즐거움의 절반을 놓치는 것이다.

걱정과 조바심으로 보낸 하루는

포장도 뜯지 않은 채 버려지는 선물과 같다.

데이비드 L. 웨더포드의 시 <더 느리게 춤추라> 중에서 / 113p

 

 

나는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

넘어지거나 불에 델까

두려워하며 살지는 않으리라.

나는 나의 날들을 살기로 선택할 것이다.

내 삶이 나를 더 많이 열게 하고,

스스로 덜 두려워하고

더 다가가기 쉽게 할 것이다.

도나 마르코바의 시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 중에서 / 79p

 

 

 

   몇 달 전부터 매일 한 시간에서 두 시간씩 오전에는 운동을 하고, 가능하면 일주일이나 이 주에 한 번씩은 산에 오르겠다는 목표를 실천하고 있다. 시작은 출산 후에 불어난 살을 빼는 게 목적이기는 했지만, 언제부턴가 성취감이 주는 희열과 어떤 목적의식이 있는 삶이 인생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나에게 찾아온 변화를 통해 실감하고 있다.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핑계로 나에게 소홀히 하지 말 것, 엄마이기 전에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잊지 말 것. 그렇게 다짐을 하다 보니 도나 마르코바의 시 <삶을 살지 않은 채로 죽지 않으리라>의 구절들이 유독 마음에 와 닿는다. 아울러 로저 키이스의 시 <호쿠사이가 말하기를>에서 ‘삶이 너를 통해 살게 하라’라는 말도 새겨 읽게 된다.

 

 

 

 

 

 

 

   평소 시를 자주 읽는 편도 아니고 또 시에 대해서 아는 것 하나 없지만 『마음챙김의 시』는 한 편, 한 편을 곱씹어 읽게 될 만큼 마음을 어루만져주었다. 시집을 읽다보면 저마다 다른 이유로 자신에게 ‘말을 걸어오는 시’가 꼭 있을 것이다. 그 시로 하여금 마음챙김의 시간을 가져보기를 추천 드린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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