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야 세컨드
김 경 미
친구를 만나든 나는 그들의 세컨드다,라고 생각하고자 한다
부모든 남편이든 친구든
봄 날 드라이브 나가자던 남자든 여자든
그러니까 나는 저들의 세컨드야, 다짐한다
아니, 강변의 모텔의 주차장 같은
숨겨놓은 우유빛 살결의
세컨드, 가 아니라 그냥 영어로 두번째,
첫 번째가 아닌, 순수하게 수학적인
세컨드, 그러니까 이번,이 아니라 늘 다음,인
언제나 나중,인 홍길동 같은 서자,인 변방,인
부적합,인 그러니까 결국 꼴찌
그러니까 세컨드의 법직을 아시는지
삶이 본처인 양 목 졸라도 결코 목숨 내놓지 말 것
일상더러 자고 가라고 애원하지 말 것
......................중 략.................
그러므로 자주 새끼손가락을 슬쩍슬쩍 올리며
조용히 웃곤 할 것 밀교 인 듯
나는야 세상의 이거야 이거
<사람풍경>/김형경/예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