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세계사 - 지금의 세계지도와 역사를 결정한 59가지 전쟁 이야기
김성남 지음, 진선규 그림 / 뜨인돌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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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라는 그 넓은 범위 안에서 수백년 아니 수천년간 혹은 그 이상의 역사를 쌓아왔을 것을 생각하면 세계사는 생각만 해도 굉장한 범위를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 광활한 범위에서 전쟁이라는 특정한 주제를 쏙 골라와서 재미나게 꾸민 책이 바로 이 ‘전쟁세계사’이다.

책을 펼치면 먼저 독자를 반기는 건 아마 지도가 아닐까 싶다. 세계지도 위에 전투의 현장과 무기에 관한 지도까지 곁들여져 있다. 책을 더 읽게 되면 당연히 생각할 수 있는 전쟁의 역사를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전쟁의 역사 속에서 쓰인 무기와 졸병들과 전쟁하는 법까지도 볼 수가 있다. 당연한 말을 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자연스럽게 교과서나 다른 책에서 볼 수 없었던 전쟁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또 다른 주제들을 이야기하는 내용까지도 볼 수가 있다.

이 책의 매력을 하나 짚어보자면 위엄 있는 겉모습과 달리 안에는 재미있는 그림들을 볼 수가 있어 연령대를 초월한 인기 있는 책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들 것이다. 내용도 어렵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은 내용이 어렵지 않다고 해서 내용이 소홀하다는 뜻이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도와 그림들은 책을 읽다보면 곳곳에서 독자에게 글자 대신 눈으로 설명을 돕고 연표도 볼 수 있고 또 미처 본문에 끼지 못하고 홀로 쓰여진 이야기들도 볼 수 있다. 흥미로운 이야기들이다. 휴식과 함께 흥미를. 이게 작가의 목적이었다면 달성이다.

흥미롭기도 하다. 그리고 씁쓸하기도 하다. 사람을 죽이기 위해 사람들이 손수 만들는 전쟁의 도구 무기들. 미니에탄과 강선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리고 핵폭탄을 보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전쟁의 참상들은 뒷맛이 영 씁쓸한 이야기들이었다. 단지 그 이야기들에게만 국한되는 느낌이 아니어서 생각을 깊이 되는 책이기도 했다. 그리고 그런 전쟁에 흥미를 갖고 본다는 것이 앞뒤가 안 맞는 말처럼 느껴지기도 했지만 그 역사를 알아야 배울 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배우는 차원에서 그치지 말고 그 역사 속에서 인간을 읽어내는 것 그렇게 읽는다면 어떨까 싶다.

전쟁은 아직도 있다는 사실은 그런 뒷맛은 더욱 씁쓸하게 만들었다. 또 어떻게 역사를 결정할지 두렵기도 하다. ‘지금의 세계지도와 역사를 결정한 59가지 전쟁 이야기’. 전쟁이 결정한 역사. 알고 넘어가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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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 외우는 파랑새
방민지 지음 / 문학수첩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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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가 10대의 이야기를 쓴다는 것에 기대를 가지고 보았다. 주문을 외우는 예린이가 죽음 앞에서 떠올리는 기억들. 그 기억들은 가만히 글자로 보는 것이지만 충분히 아팠다. 그 아픔이 아픔을 부르고 죽음을 불렀다. 이 소설 역시 이혼과 재혼 그리고 부모의 사랑 같은 주제 또한 다루고 있다. 다수의 10대가 아닌 소수의 10대를 쓴 소설. 그게 이 소설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난 솔직히 10대의 이야기는 조금 더 단순하다고 생각하고 느끼니까 말이다. 내가 소설의 주인공이 된다면 그렇게 못하겠지만 적어도 내가 겪고 본 10대의 세상은 단순하다. 그 단순함 때문에 재미가 없다. 그리고 그 이유의 하나는 예린이가 갑갑함을 느끼고 잠을 자거나 딴짓을 하게 되는 학교의 그 딱딱한 것들이기도 하다. 학교의 10대는(적어도 내가 본) 예린이가 보여주는 만큼 극단적인 반응을 보이지는 않다. 하지만 그런 예린이의 그런 반응이 고민하게 만들고 이해하게 만드는 것 같아 좋았다. 측은해해서는 안된다.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른은 많이 살아왔다는 이유로 더 충고어린 말들을 하고 아이들은 또 그런 어른들의 말을 듣는 경향도 많이 있다. 하지만 이 소설을 소설이지 않다고 느껴보지 않은 적이 없다. 결코 느낌이 짧은 것들을 차있지 않다. 결말마저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고 아련한 여운을 준비해둔 그 실력은 결코 짧아보이지 않다. 요즘 인터넷소설들을 볼 수 있는데 적어도 내가 겨울에 빠져든 그 인터넷소설들은 무거웠다. 가볍지 않고 아직도 떠올리면 내가 보았던 그 문장들이 가슴에 다가와 떨렸던 느낌을 되살려놓는다. 사랑을 하는 그들의 장면 때문이 아니라 10대가 지어낸 문장에서다. 그들의 나이도 10대다. 10대라고 무시할 세상이 못되는 것이다.

예린이는 아프다. 그러나 예린이의 아픔을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 보이지 않는 아빠와 그리고 예린이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고 있다고 믿는 새 엄마. 친엄마는 이혼 후부터는 예린이의 삶에서 나쁜 역할 이후에 마땅한 역할을 맡지 못하고 물러나 있다. 예린이는 죽는 그 순간에 자신을 낳은 엄마의 아픔을 이해하고 원한다. 결국 예린이는 다시 만난다.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까 하고 문득 의문이 들었다. 예린이의 아픔을 몰랐고 또 예린이도 아픔을 이해하지 못했는지. 그러기 전에 우리가 주위를 둘러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자신을 위한 주문을 거는 사람이 있을지. 그 주문을 결말에서야 남을 위해 주문을 걸기 전에 바꾸어야 될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파랑새. 본 적 없는 새다. 파랑새는 예린이다. 살구 꽃잎으로 다가오던 결말 잊지 못할 것 같다. 아무리 쓸쓸하고 쓸쓸하게 끝나고 예린이의 마지막 인상도 좋지 못하게 끝났지만 그래도 정을 잊지 못한 것 같다. 예린이의 납치한 그 범인 중 하나. 끝내 처절했지만 살갗게 다가온 이야기. ‘주문을 외우는 파랑새’. 주문에 의지하던 예린이를 곱씹는다. 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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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영어회화 첫걸음 - 무조건 하면된다, 대한민국 아줌마의 영어회화에 말뚝박기 165
Gina Kim 지음 / 베이직북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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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강추하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로 처음부터 들었다. 왜냐하면 쉽게 가르쳐주고 또 실용성까지 갖추고 있으니 금상첨화라는 말을 쓰고 싶다.

큼지막한 글씨는 아줌마를 위한 일종의 배려로 보인다. 큰 글씨가 주는 효과는 배려가 다가 아니다. 큰 글씨는 눈을 거의 메울 듯해서(과장하자면) 넘기는 책장마다 이목을 집중시킨다. 큰 글씨 그래도 머리에 와 기억하게 되는데 어떻게 한 번 읽고 두 번을 기억 못 할까?

글씨 아래에는 영어를 읽을 때 나는 발음을 한글로 적어놓았다. 나도 솔직히 이런 영어회화 책을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씨디가 있다고는 하지만 씨디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별로 없고 엠피쓰리 파일로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게 실제로 안 그럴지라도 생각하면 꽤 복잡해 보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의 부족한 영어실력으로는 일부러 발음을 적어놓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 그런 수고를 덜어주는 영어 회화책이라는 것은 마치 이 책을 쓴 작가도 발음을 몰라 쩔쩔매는 경험을 겪었거나 아는 사람인 것 같다.

인사를 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는 아주 기본적인 영어회화에서 마치 미국과 같은 영어권 나라에 살고 있을 때 쓸 것 같은 영어회화도 있었고 여행을 위한 영어회화도 가르쳐 주고 있다.

아마 이 책은 단순한 배움뿐만이 아니라 자신감도 줄 것 같다. ‘무조건 하면 된다.’ 정말로 무조건 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영어회화. 아줌마를 위해서도 좋지만 영어에 대한 거부감이 많고 두려운 사람들에게 영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줄 책이지 않을까 싶다.

한 표현만 가르치지 않고 그에 딸리는 보충수업처럼 더 배울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예를 들면 유사한 표현 등을 파란색 글씨로 작게 써놓은 것처럼 자세한 것까지 같이 배울 수 있다. 영어회화뿐만 아니라 그 외의 영어 지식도 습득할 수 있는 다방면으로 유익한 책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모든 표현에 발음이 써있지 않다는 것이다. 이 점은 살짝 아쉽게 느껴지지만 부록은 이 책이 다루고 있는 영어에 대한 지식의 영역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장점이 많은 책을 당연히 후회하지 않는다. 정말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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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베르트 시선 - 지만지고전천줄 218
즈비그니에프 헤르베르트 지음, 정병권 외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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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비그니에프 헤르베르트. 그의 직업을 소개한 문장을 보니 시인이자, 희곡작가, 에세이스트인 폴란드의 대표적인 문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를 몰랐다. 나의 비좁은 시야가 책 한 권으로 한 뼘 아니 그 이상으로 시야가 넓어졌다. 그는 폴란드 시인이다. 해설에서 헤르베르트가 살았던 폴란드의 역사를 되짚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한 시인으로 한 나라의 역사의 일부분을 알게 된다는 것은 시를 위한 이해이자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해주었다.

시라는 함축의 미를 사용하는 문학을 읽으면서 내가 그 함축을 제대로 풀었는지 자신이 없다. 내가 헤르베르트의 시를 읽으며 느낀 것에는 답이 없다. 그저 그의 시만이 있을 뿐이다.

시를 담은 책을 읽고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그것은 헤르베르트의 시에서 나는 특이하다고 생각되는 시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헤르베르트의 시 중에는 코기토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시들이 있다.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시를 쓰여지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시 속에 주인공이 있으니 시에 더 집중이 잘 되게 되고 흥미롭기도 하다. 판 코기토가 등장하는 시부터 읽기를 시작했으니 판 코기토의 힘은 단순한 글자가 아닌 이 책과 헤르베르트에 흥미를 갖고 기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나름대로 큰 역할을 가진 것 같다.

판 코기토를 찾아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나는 판 코기토를 찾던 손길을 멈추고 판 코기토가 등장하지 않는 시를 읽기도 한다. 멈추는 그 손길이 그 순간 고맙다. 아주 단순해 보이는 예를 들면 돌멩이나 정류장 같은 소재로도 그는 자신만의 언어를 충분히 사용하여 단순해 보이던 소재가 더 이상 그런 존재에서 탈락하여 의미 있는 존재로 탈바꿈 한다.

소재의 단순함을 보고 친근함에 찾아가면 그의 언어는 심오하다. 정류장이란 제목의 시에는 처형장의 담쟁이덩굴이 등장한다. 그래서 작가에 대한 해설을 볼 때 어렵다는 평가에 나 또한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어려울수록 한순간에 스쳐가는 시가 아니라 기억에 오래도록 박힌다. 친근해 보이는 문장에서 나오는 시 제목과의 어울리지 않는 만남일수록 나는 헤르베르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갔다.

헤르베르트 그의 시를 곱씹을수록 사랑스러운 이유는 뭘까? 헤르베르트의 시는 오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의 시가 모두 이 책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휴식이라고 갖는 시간에 이 책이 그 시간과 함께 하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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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기욤 뮈소 지음, 김남주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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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욤 뮈소가 가지고 있는 되돌아가기가 역시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특히나 결말에서 느낀 그 사랑의 존재는 제목을 음미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되어주었다.
성공을 위해 스스로가 모든 것을 포기하고 새로운 사람으로 시작한 에단은 그는 중대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자신에게는 곧 결혼할 아내도 있었고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생일을 챙겨주기 위해 친구 지미와 약혼녀 마리사와 길을 걷던 에단의 머릿속은 생일날과 어울리지 않다. 길거리의 그 두 사람은 결코 공사장에서 일하는 자신을 바꿔줄 것 같지 않다는 불안한 미래에 대한 생각에 뉴욕으로 가득 차 있다.


에단은 도망친다. 뉴욕타임스가 자신의 사진을 실리게 할 것이라는 굳은 다짐과 함께 사라진다. 그는 분명히 용기 있는 행동을 했다. 말만 번지르르한 우리와는 다른 에단의 행동은 도망치듯 사라졌다는 하자가 있지만 그의 용기는 가상하다. 게다가 에단은 자신과 한 약속을 지킨다. 그런데도 에단은 불쌍하다. 겉만 번지르르한 인간이 되고 만다. 자신과의 약속을 행동으로써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 자신을 담는 것을 잊는다면 그 결과는 에단과 같을 거라는 생각을 든다.

에단, 그래서 그는 돌아간다. 그는 요트에서 낯선 여자와 부서진 자동차를 보며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 채 자신의 사무실 그 창문 밖으로 보이는 허공에 자신을 던지고 싶어한다. 그는 끝내고 싶다. 도박과 마약 그리고 밤거리의 여자에 빠진 자신을. 도망친 10년 후에 사귀었던 여자 셀린 필란디노의 결혼식에서 그녀를 잡지 못한다. 그는 자신이 입을 열었던 돌이킬 수 없는 지점을 넘었다. 그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총성이 에단을 향해 울릴 때 그는 돌아간다.

에단은 어쩌면 그 날은 세상에서 에단이 보낸 제일 멋진 날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끝에 그의 아이가 있다. 그의 뛰는 심장이 있다.

사랑의 결실이 있는 결말이다. 허전한 결말이 아닌 짜릿한 전율이 훝고 가는 결말.

성공을 생각하는 우리에게 생각 많은 어떤 것을 남겨줄 거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셀린을 내쳤던 에단은 결국 다시 사랑을 찾아 돌아왔다. 성공은 다른 것과 이를테면 사랑과 같은 성공을 보듬어줄 수 있는 것과 함께 공생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단지 성공만을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어떻게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서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운명은 정해진 것이다. 그 말을 이중적으로 활용한 기욤 뮈소만의 독특한 소설이다. 중간에 잊지 않고 흥미로움은 느낄 만한 것을 쥐어준다. 그것이 이 책을 놓을 수 없는 이유다. 또 권총을 쥔 그 사나이의 역할에 놀라움을 금치 못할 것이다. 그리고 제시와 같은 존재들. 이것이 이 책을 끝까지 놓을 수 없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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