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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베르트 시선 - 지만지고전천줄 218
즈비그니에프 헤르베르트 지음, 정병권 외 옮김 / 지만지고전천줄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즈비그니에프 헤르베르트. 그의 직업을 소개한 문장을 보니 시인이자, 희곡작가, 에세이스트인 폴란드의 대표적인 문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를 몰랐다. 나의 비좁은 시야가 책 한 권으로 한 뼘 아니 그 이상으로 시야가 넓어졌다. 그는 폴란드 시인이다. 해설에서 헤르베르트가 살았던 폴란드의 역사를 되짚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한 시인으로 한 나라의 역사의 일부분을 알게 된다는 것은 시를 위한 이해이자 더 넓은 시야를 갖게 해주었다.
시라는 함축의 미를 사용하는 문학을 읽으면서 내가 그 함축을 제대로 풀었는지 자신이 없다. 내가 헤르베르트의 시를 읽으며 느낀 것에는 답이 없다. 그저 그의 시만이 있을 뿐이다.
시를 담은 책을 읽고 어떻게 말을 시작해야 될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꼭 하고 싶은 말이 하나 있다. 그것은 헤르베르트의 시에서 나는 특이하다고 생각되는 시들을 보았기 때문이다. 헤르베르트의 시 중에는 코기토라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시들이 있다. 아무 것도 없는 것에서 시를 쓰여지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시 속에 주인공이 있으니 시에 더 집중이 잘 되게 되고 흥미롭기도 하다. 판 코기토가 등장하는 시부터 읽기를 시작했으니 판 코기토의 힘은 단순한 글자가 아닌 이 책과 헤르베르트에 흥미를 갖고 기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는 나름대로 큰 역할을 가진 것 같다.
판 코기토를 찾아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나는 판 코기토를 찾던 손길을 멈추고 판 코기토가 등장하지 않는 시를 읽기도 한다. 멈추는 그 손길이 그 순간 고맙다. 아주 단순해 보이는 예를 들면 돌멩이나 정류장 같은 소재로도 그는 자신만의 언어를 충분히 사용하여 단순해 보이던 소재가 더 이상 그런 존재에서 탈락하여 의미 있는 존재로 탈바꿈 한다.
소재의 단순함을 보고 친근함에 찾아가면 그의 언어는 심오하다. 정류장이란 제목의 시에는 처형장의 담쟁이덩굴이 등장한다. 그래서 작가에 대한 해설을 볼 때 어렵다는 평가에 나 또한 공감하게 된다. 하지만 어려울수록 한순간에 스쳐가는 시가 아니라 기억에 오래도록 박힌다. 친근해 보이는 문장에서 나오는 시 제목과의 어울리지 않는 만남일수록 나는 헤르베르트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져 갔다.
헤르베르트 그의 시를 곱씹을수록 사랑스러운 이유는 뭘까? 헤르베르트의 시는 오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그의 시가 모두 이 책에 등장하지는 않지만 휴식이라고 갖는 시간에 이 책이 그 시간과 함께 하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