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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머클라비어
야스미나 레자 지음, 김남주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7월
평점 :
‘대학살의 신‘의 대사들과 비슷한 어감의 에세이.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9번 B플랫장조 op.106. ‘함머 클라비어‘라는 이름을 가진 곡을 서로 다른 사람에게 배우며 은근한 경쟁을 즐기던 아버지와의 기억, 늙음, 파트너 편집장의 투병과 그 기억들, 그런 상실 되어가는 시간들의 이야기.
나이들어 공감되는.
‘‘‘얼굴로 말하자면......그냥 데스마스크구나.‘‘
내가 아버지에게 말한다. ‘‘사실 아빠,지금은 그렇게 나빠 보이지 않는데요.‘‘
‘‘그런 말이 어디 있니......!‘‘
아버지가 웃는다. 아버지는 웃음을 멈추지 않고, 이윽고 나도 따라 웃는다. 나는 욕조 가장자리에 걸터 앉아서, 아버지는 다시 잠옷을 입으면서, 아버지는 진짜로 우스워서, 나는 우스워서가 아니라 웃고 있는 아버지 때문에, 아버지가 웃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그런 모습 앞에서 우리가 웃을 수 있다는 사실 때문에 웃는다.‘
‘그녀가 불합리 하고 완강하게 포르트상페레가 없다고 우긴 것은, 바로 그 불합리함과 완강함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말하자면 하나의 실존적인 시험이었다. 세상보다 나를 우선시해줘. 그녀의 말은 그런 뜻이었다. 그런데 그는 그 말에, 아니, 난
포르트상페레를 더 사랑해.라고 대답한 것이다. 나에게 맞서 세상을 옳다고 하지 마. 그녀가 사정했다.그런데 그는, 아니, 난 딱하기 짝이 없는 당신의 비이성보다는 아스팔트와 표지판을 택하겠어.라고 대답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