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 비치
제니퍼 이건 지음, 최세희 옮김 / 문학동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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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는 다른 세계를 딸과 함께 하며 특별함을 공유하던 아버지는 집과 통장을 남기고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받아들일 수없는 상황 속에서 한 때 무용수였지만 지금은 모자를 만들며 장애가 있는 동생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엄마와 사는 애너는 밤에는 엄마의 바느질을 도우며 해군공창에서 부품칫수재는 일을 한다. 전장으로 떠난 이들처럼 시대가 부합되는 일을 갈망하던 그녀는 그 편견 많은 시대, 더 많은 편견을 견뎌내고 해군의 여성잠수부가 된다.
그 당시 아버지는 전쟁화물을 나르는 배의 3등 항해사가 되어 한 때 접어 두었던 가족을 떠올린다.

지금도 편안해 보이지 않는 잠수복의 초기 버전은 잠수복을 입는 과정만으로도 탈락자를 만들어냈다는데 첫 여성잠수부를 인터뷰해서 만들어냈다는 주인공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심해 공간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진다. 남자 동료들과 동등해지는 지위를 획득한 순간이기도 하다.
물에 대한 친밀감은 동생 라디아의 뒤틀린 몸이 따뜻한 목욕물 속에서 풀어지는 과정이나 애너가 라디아를 꼭 바다에 데려가고 싶었던 갈망과 이어지며 에너와 라디아가 아버지와 연결되는 근거가 된다.
잠수와 관련된 일련의 일들과 배의 구조가 수경을 통해 보는 듯 실감나게 그려지며 작가가 들인 공이 작품 전체에 배어난다. 어디에서 이 많은 자료를 얻었을까 궁금해는데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책 뒤에 자세히 기술되어 있다. 들인 공이 크긴 컸나보다. 그렇다면 작가의 다른 책이 읽고 싶어졌다.

작품 전체에서 일관성 있게 드러나는 그들의 삶의 자세는 ㅡ작가가가 글을 쓰는 자세까지도 ㅡ 아버지가 도박사 드비어에게 들은 경고에 드러난다.
‘‘절대 사기는 안 돼. 단 한 번이라도.‘‘ 은빛 속눈썹이 난 흐릿한 눈으로 에디를 보며 그가 경고했다. ‘‘사기는 어린 여자의 처녀성 같은 거야. 한 번 했건 백 번 했건 차이가 없다고. 타락한 건 마찬가지니까.‘‘

‘아버지의 세계에서 어머니와 리디아의 세계로 옮겨갈 때마다 에너는 하나의 생을 떨치고 더 깊은 생으로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다 아버지의 세계로 돌아가 그의 손을 잡고 도시를 헤쳐나갈 때면 어머니와 리디아를 떨쳐냈고 두 사람의 존재조차 까맣게 잊는 일도 자주 있었다. 두 세계를 오가는 사이 그녀는 갈수록 깊이 ㅡ 훨씬 더 깊이 ㅡ 내려갔고, 더는 내려갈 곳이 없어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다. 하지만 어떻게든 더 내려갈 여지가 언제나 있었다. 바닥에 닿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 ‘‘이해합니다.‘‘
‘‘그럴 리가.‘‘ 그가 상냥하게 말했다. ‘‘ 자넨 이해 못 해. 그래도 자네 자신을 위해 그 약속을 지키
길 바라네. 약속한다는 건 예외가 없다는 뜻이
야. 이해하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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