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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정복기술 1
조승연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4년 7월
평점 :
절판
일반 한국인들의 평소 언어생활을 살펴보면, 사람들은 격식체와 비격식체는 물론 구어체와 문어체, 속어와 비어를 그야말로 환상적으로 구사하고 있다. 평소에 말 좀 한다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관용어구 및 속담을 적재적소에 삽입하여 감칠맛 나게 말해야 하고, 글 좀 쓴다는 소리를 들으려면 한자어의 적절한 사용이 필수적이다.
그러면, 영어를 환상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의 예를 살펴보자. 영어에도 격식체와 비격식체가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으므로 한 의미에 두 가지의 단어가 있다. 이것은 마치 우리말의 '(산을) 오르다' 와 '등반하다' 의 차이와 같다. 즉, 한국어에도 순우리말과 한자어 두 가지가 있듯이, 영어에도 순영어말(흔히 구동사라고도 함)과 외래어(대부분 라틴어를 가리킴) 두 가지가 있다. 구동사는 흔히 회화에서 주로 쓰이고, 외래어는 책이나 공문서 등의 문서 자료에 주로 쓰인다. 따라서 말을 잘하기 위해서는 구동사의 사용, 구어체의 어투, idiom(우리말의 관용구), slang(비어) 등을 자유자재로 사용해야 하고,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문어체의 숙달, 라틴어 및 외국어로부터 온 단어 및 어구의 사용 등이 필요하다(내용적 측면의 배경지식의 습득은 고려하지 않고 순수한 언어능력만을 고려하였다).
우리는 한국어를 잘하기 위하여 얼마나 많은 시간을 투자하였는가? 삶의 전부를 투자하지 않았는가? 일상생활에서부터 학교수업, 공부, 심지어 노는 것까지 한국어로 하였는데도 나는 아직도 한국어를 완벽하게 구사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그런데 하물며 영어를 그렇게 구사하는 것을 꿈꿀 수가 있겠는가?
저자는 말한다. "자기에게 필요한 분야의 영어를 목표로 잡고 그것을 파고드는 것이야말로 영어를 배우는 지름길이다." 라고...도대체 그것이 얼마만큼의 영어란 말인가? 기본동사, 기본단어(명사), 동사에서 파생된 구동사, 전문분야의 용어 등...대략 따져도 이정도의 분량이다. 그런데 전문분야에서의 용어는 날이 갈수록 급속히 증가하고, 그것만을 따라잡기도 상당히 벅차다. 결코 만만하지 않다. 그런데 책 제목에서부터 영어를 '정복' 하자고 하니 웬지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을 느낀다.
OED...이것은 정말 영어의 백과사전이다. 저자의 책을 읽고 난 후 학교 중앙도서관에 있는 자료열람실에서 OED 사전을 살펴보았다...나는 생각했다. "이것은 인간이 볼 책이 아니구나..." 이 책은 웬만한 지력으로는 읽어낼 수 없는 양과 내용을 담고 있다. 이것은 그야말로 백과사전이었다. 필요할 때마다 찾아서 열람해야 하는...
여기서 의문점이 생기는데, OED를 본다고 해서 생산적인 영어 능력이 생기느냐는 것이다. 저자는 독해에서부터 영어공부를 출발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OED를 참고하여 어려운 문장을 독해해 보는 것이 영어의 지름길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우리에게 더 시급한 것은 기본동사를 활용하는 능력이다. 우리는 현재 기초동사도 활용하지 못하고 쩔쩔매는데 영어로 된 문학책과 철학책이 눈에 들어오느냐는 말이다.
Thank you ( ) helping me. 괄호 안에 들어갈 전치사는?
이것은 비교적 쉬운 문제인데, 정답은 for 이다. 이것이 정답인 이유는 영미인들이 이렇게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pay attention (to), contribute (to), be familiar (with) 등 동사에 어울리는 전치사를 쓰는 것이 영어에서 매우 핵심적인 것인데, OED를 보고서는 이런 내용들을 공부할 수가 없다. 언어학자가 되지 않을 바에야 영어의 백과사전을 옆에 끼고 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저자는 언어에 대한 욕구가 넘쳐나서 그것을 보는 것이 즐겁겠지만, 우리에게는 이것이 더 중요하다.
그럼, 위와 같은 정보는 도대체 어느 사전에 나와 있는가? Macmillan English Dictionary, Collins Cobuild English Dictionary 등의 ELT(English Language Teaching)사전을 보면 위와 같은 항목들이 자세히 나와있다. 이것을 필두로 하여, 영어에 대한 욕구가 생기면 Phrasal Verb, 즉 구동사 사전을 구비하여 보고, Idion(속어)사전도 보아야 한다.
그밖에 영어의 2박자 특성(헨리홍 목사는 영어가 3박자라고 하던데 과연 누가 옳은 것일까?), 단어 외우지 않고 우등생이 된 유학생(저자의 형) 등의 책에 수록된 거의 모든 이야기는 본질이 아닌 가십에 불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보고 많은 사람들(특히 청소년)이 감명을 받았을 터인데, 조승연의 말만 너무 믿지 말고 본인 나름대로의 공부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영어학습법이라고 하겠다. 국내 동시통역계의 1인자 최정화 교수가 이러한 학습서를 보고 뜻을 세웠겠는가? 아니면 고시 3관왕 고승덕 변호사가 공부방법 에세이를 보고 공부를 잘하게 되었던가? 모든 계획은 자신에게 있다. 자신을 철저히 신뢰하고 자신만의 비법을 터득하시라. 물론 비법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