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빈 설교 꽉찬 설교 정용섭의 설교비평 1
정용섭 지음 / 대한기독교서회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정목사의 설교 비평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설교가 성서에 근간하고 있는가.
둘째, 설교에 기복신앙적 요소가 얼마나 들어가 있는가.

정목사는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설교시간에 성서를 강론하지 않고 성서에 관하여 강론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성서 기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무궁무진하였을텐데도 그렇게 함축적으로 표현하였다는 것은 성서 안에 아직도 캐야 할 진주들이 많이 산재해 있다는 뜻인데, 기존의 목회자들이 새로운 보물을 발견하려고 하지는 않고 그동안의 신앙경험을 통하여-성서의 도구화를 통하여-목사들이 자기의 하고싶은 말을 하는 행위가 정목사가 보기에는 바람직해 보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높은 수준의 인문학적 지식과 역사비평적 관점을 통한 성서 이해를 하고 있는 정목사는 대형 교회의 목회자들이 자신과 같은 이성적 방법으로 성경을 읽어내지 않는 것에 대한 답답함을 표출하고 있습니다.

그런 후 정목사는 목사들이 성경 이야기를 할 지식과 능력이 없기 때문에 설교가 자연스럽게 기복신앙적 요소와 연결된다고 말합니다. 예를 들면, 요셉이 십수년 간의 인내를 통해 성공했듯이, 오늘날의 성도들도 믿음을 가지고 인내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식의 설교가 한국 교회의 교단에 만연해 있다고 정목사는 진단하고 있습니다.

정목사의 책 상, 하권을 읽으면서 좋았던 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성경을 이성적, 합리적으로 접근하려고 했다는 점.
둘째, 기존의 대형교회의 말하기 어려웠던 비판점들을 정확하게 짚어냈다는 것.

앞서도 말했듯이, 성서는 매우 함축적인 언어이기 때문에 한 절 한 절의 무게가 매우 무겁습니다. 바로 그 이유로 인하여 어느 한 구절도 가볍게 해석할 수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한국의 목회자들이 설교를 너무 쉽게 여기고 말씀 그 자체를 위한 설교를 하기보다는 목회를 위한 설교를 하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성서에 쓰여진 시대의 상황과 오늘날의 시대의 다름을 인정하고 새로운 각도로 성서를 해석하기를 촉구한다는 점에서 정목사의 비평은 가치가 있습니다.

또한 성서의 권위를 빌어서 본인의 권력을 확장하고 세를 키우는 일부 대형교회 목사들의 행위를 꼬집고 성서로 돌아올 것을 촉구하는 것을 보면 정목사 마음 안에 한국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다는 것을 드러내 줍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첫째, 비평의 기준이 지극히 개인적이었다는 것.
둘째, 사상적으로 편향된 시각.

정목사의 설교비평 패턴을 보면 "의례적인 칭찬-정목사 본인에게 은혜가 되지 않음-칭찬보다 몇 배는 긴 분량의 비판" 으로 도식화할 수 있습니다. 대형교회 목회자들이 목회를 잘하였다는 것을 인정하긴 하지만 그들이 설교하는 것을 들어보면 자신은 설교에서 전혀 은혜를 받을 수 없었다고 말합니다. 그런 후 본인의 기준에서 잘못되었다고 생각하는 점들을 하나하나씩 짚어나가기 시작합니다. 은혜가 되지 않았다는 말이 본격적인 설교비평을 들어가기 위한 추임새인지 아니면 정말로 은혜가 되지 않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설교비평의 이유로는 궁색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형교회 목회자들의 보수적인 색채를 경고한 나머지 북한에 대한 상당한 옹호를 하고 있습니다. 물론 북한 사람들을 한 형제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은 매우 좋은 현상이며,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통일을 염두에 두었을 때 반드시 필요한 시각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정목사는 옹호를 뛰어넘어 지나치게 북한 편을 드는 것이 아닌가 하고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북한의 주민들을 불쌍하다고 말한 설교에 대한 반론으로 "북한 주민들은 생각보다 불쌍하지 않으며, 나름대로 잘 살고 있다."는 말을 했는데, 누가 봐도 기아와 자연재해로 인하여 힘들게 살고 있는 북한사람들을 멀쩡하다고 한 것은 대형교회 목사들이 북한 주민들의 약함을 근거로 북한의 정권을 비판하는 것에 대한 반감으로 인한 반작용으로 해석됩니다. 즉, 북한 주민들이 살만 하다고 함으로써 김정일 정권이 그럭저럭 정치를 하고 있다는 생각을 나타내기 위함일 것입니다. 한국의 교계가 우편향되어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성서 본문의 왜곡된 해석에 대한 비평 이상으로 대형교회 목사들의 생각까지도 비판을 하는 것은 정목사의 영역을 벗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서해석의 잘못된 점만을 비판의 대상으로 삼았으면 좋았을 것을 범위를 너무 크게 가져간 나머지 본인의 사상적 편향성을 드러내고 만 것입니다.

정목사의 설교비평을 인터넷으로 매우 탐독하여왔습니다. 처음에는 장문의 글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신선하게 여겨져 긴 글임을 전혀 느끼지 못한 채 글을 읽는데 바빴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필터로 거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점잖은 말로 비평을 하지만 속뜻을 알고 보면 설교자에 대한 인신공격조로 들어가는 구절도 있었고, 비평할 것 이상으로 비평한 흔적도 많이 보입니다. 비평 초창기에 쓴 글들은 무명의 시기였기 때문에 펜대를 움직이는 자유의 정도가 많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설교비평 하나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점한 입장에서, 보는 눈이 늘어났고 그의 글 한줄에 의한 영향이 이전보다 훨씬 커졌다는 것을 정목사가 자각한다면, 인신공격조의 비평, 혹은 과도한 비평을 자제하고, 정목사의 주 관심사인 인문학적 성서 해석에 바탕을 둔 건전한 설교 비평에 매진하였으면 하는 것이 그의 글을 즐겨 읽는 독자로서의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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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경씨 2007-11-28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