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막에 대해서 쉽고 자세하게 알려주는 책

성막의 세계 - 구약학자가 풀어낸
김경열 지음 / 두란노 / 2022년 7월

성막의 세계 

0. intro

구약의 출애굽기, 그 중에서도 성막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성막 관련 성경구절을 열심히 읽기도 하였고, 평택에 있는 세계성막복음센터에 가서 관람도 하였다. 그러나 막연한 이미지만 머릿속에 있을 뿐 구체적으로 뭔가 잡히는 부분이 없었다. 물론 성막의 평면도를 이해하고 성막 안에 담긴 영적인 의미를 해석하는 일은 할 수 있었지만, 성막에 대해 자세히 알고 있지 못하다 보니 출애굽기를 읽고 가르치는데 한계를 느꼈다. 그러던 중 이번 여름에 “성막의 세계”라는 책을 출간한다는 소식을 듣고 책이 나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린 끝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구매하게 되었다. 실제로 책을 읽어보니 역시 너무나 대단한 책이었다.

1. 저자 소개

이 책의 저자 김경열 박사님은 총신대 신대원 출신으로, 남아공에서 10년간 선교사역을 감당함과 동시에, 전공분야인 레위기 속죄제 연구에도 심혈을 기울여 남아공 프레토리아 대학교에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드라마 레위기”, “레위기의 신학과 해석”과 같은 전공분야의 책을 다수 집필하였으며, “창세기 주석” “WBC 사무엘상” “WBC 레위기” 등의 주석서들도 번역하였다. 구약, 특히 모세오경을 전문분야로 가지고 있는 분임을 알 수 있다.

2. 이 책의 특징

이 책은 “1장 성막의 전체 구도” 에서부터 “14장 제사장의 관복” 까지 14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출애굽기 본문에 등장하는 개념의 순서를 따라 하나하나 설명하려고 노력하였다. 이 책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크게 두 가지로 이야기할 수 있다.

1) 철저한 조사와 상세한 기록

방대한 자료조사와 오랜 연구 끝에 글을 작성한 흔적이 엿보인다. 최대한 성경의 기록을 따르되, 성경에 나와 있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합리적 추론을 통하여 빈틈을 메웠다. 번제단 아랫부분에 아마도 경사로가 놓여 있었다는 것이다. 번제단의 크기와 제사장이 제사 드리는 모습을 토대로 보았을 때, 제사장의 하체가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계단이 아닌 경사로가 있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추정한다. 또 하나는 향단 모서리에 두 고리를 장착하여 그곳에 채를 꿰어 이동하였다는 것이다. 고리의 숫자가 넷이 아닌 둘인 것에 착안하여, 고리 두 개로 운반할 수 있는 최적의 방법은 모서리에 꿰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이다.

2) 직접 그린 다양한 그림 수록

작가가 직접 성막과 기구를 직접 그린 그림을 실어줌으로써 성막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이 책은 김경열박사님이 조사한 자료를 가지고 송종도목사님이 작업한 그림을 주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직접 그린 그림이라 그런지 더 정감이 갔고, 그림 하나하나에 세세함이 살아있었다. 기존에 있는 이미지를 구매해서 책에 싣는 것이 훨씬 간편한 작업인데, 왜 직접 그리는 수고를 하였을까 생각해 보았다. 기존의 자료들이 박사님이 생각하는 바를 잘 전달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독자들에게 보다 더 정확하고 자세한 성막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보았다.

3. 배운 점

나를 포함하여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책 내용을 따라가고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것만 해도 벅찰 것이다. 예수님의 모습에 대해서 잘생긴 금발 백인이라는 고정관념이 있듯이(실제로는 비백인이며, 못생긴 목수였을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성막에 대해서도 오래 전 성경학자들이 그려놓은 이미지들을 당연한 사실인 양 받아들여 왔다. 하지만 그 내용 중에 상당 부분 오류가 있고, 그 오류를 교정해야 하는데, 이 책을 통하여 지식 교정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도 좋았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이런 것도 모르고 목사로서 성경공부 가르치고 설교했지?” 하는 부끄러운 고백을 할 수밖에 없다. 솔직히 말하면, 성막의 기구 하나하나에 크게 관심을 기울인 적이 없다. 대학교와 신대원의 구약 수업시간에는 이런 내용을 다룰 여력이 없다. 교수가 성경의 주제와 신학을 가르치는 것만 해도 시간이 벅차기 때문이다. 목회를 하면서 (모두 부족하지만)가장 부족함을 느낀 분야 가운데 하나가 성경이었다. 성경을 잘 아는 것이 목회에 큰 힘이 된다는 사실을 절감하며, 이제부터라도 다시 성경에 관심을 갖고 공부할 수 있도록 해주신 저자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4. 아쉬운 점

저자가 수년간의 연구 끝에 내놓은 역작이어서 책만 봐도 은혜를 받는다. 그러나 더 발전되었으면 좋겠는 생각을 하며 굳이 아쉬운 점을 써본다. 그 중의 하나는 생각보다 추론 부분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사실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다. 성경이 알려주지 않는 부분은 알려진 내용을 토대로 추측할 수밖에 없다. 저자가 기록한 내용은 대부분 이해가 잘 되고 잘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러나 몇몇 내용들(진설상)은 잘 이해가 안됐다. 독자로서의 이해도의 부족으로 여기고, 책을 더 열심히 읽어나가고자 한다.

또 하나의 아쉬운 점은, 이런 책을 쓰는 작가가 우리나라에 많지 않다는 점이다. 시중에 설교집이나 성도님들에게 소위 은혜(?)를 받게 하는 책은 많은데, 올바른 성경 지식을 알려주는 책은 많지 않은 것 같다. 김경열박사님 같은 분이 많이 나와서 성경을 자세히 풀어주는 사명을 감당해 주셨으면 좋겠다.

5. outro

이 책을 한 번 읽었다고 해서 책 내용을 모두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 책상 옆에 두고 꾸준히 읽어나가면서 출애굽기와 성막을 이해하는 귀한 자료로 삼고자 한다. 개인적으로 저자를 보고 책을 고르는 편인데, 김경열박사님 책은 앞으로 무조건 사고 보기로 했다. 저자께서 앞으로 구약연구를 잘 감당하셔서 이와 같은 좋은 책을 계속해서 출간해 주셨으면 하는 것이 독자로서의 작은 바람이다.

같은 내향인으로서 반가웠던 책...

내향적인 그리스도인을 위한 교회 사용 설명서 - 외향적 교회 문화에서 나다운 모습으로 존재하기
애덤 S. 맥휴 지음, 강신덕 옮김 / IVP / 2022년 7월

같은 내향인으로서 반가웠던 책...

0. intro

목사로서, 다년간의 부목사 사역을 통하여 교회 내에서 설교, 성도들과의 대화 및 소그룹인도와 같은 외향적인 기술들을 발전시켜 오며 직분을 감당하고 있지만, 한 명의 성도로서의 나의 모습은 전형적인 내향인이다. 어린시절, 새로 등록한 사람을 예배시간에 인사시키는 것이 싫어서 새가족 등록을 하지 않고 교회에 다녔다. 찬양할 때 흥겨워서 춤추는 법이 절대 없이 박수만 쳤다. 드러나는 역할보다 뒤에서 도와주고 지지해주는 사역을 좋아했다. 사람들 사이의 진지한 만남은 좋아하지만 웃고 떠드는 모임을 전쟁터에 끌려가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워하였다(심지어 이 책을 읽으면서도 누가 책 제목을 볼까봐 숨겨가면서 보고 있다). 이 책이 출간되기 전 SNS에서 광고를 하는 것을 보고 “이 책은 꼭 사야 한다.”고 다짐했고, 나오자마자 인터넷 서점 사이트에서 구매를 하였다.

1. 저자 소개

이 책의 저자 애덤 맥휴는 본인 스스로를 내향적인 사람으로 규정한다. ‘콰이어트(Quiet)’의 저자인 수전 케인의 홈페이지에 많은 글을 기고하고, 그 뒤에 ‘경청’이라는 책을 집필한 것을 볼 때, 이 사람의 연구의 주제나 활동영역이 내향성을 추구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책의 원제인 “Introverts in the Church”라는 제목에 비추어 봤을 때, 애덤이 내향적인 사람들이 교회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 내향인들에게 이야기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2. 내용

이 책의 본문은 ‘1. 외향적 교회’부터 ‘9. 교회 안의 내향적인 사람들’까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내용상 크게 세 단락으로 구분할 수 있다. 첫 번째 단락에서 애덤은 서구 사회의 외향성과 내향성에 관하여 고찰하고, 외향성이 주도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사회 가운데 내향성 역시 충분히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두 번째 단락에서 애덤은 내향적 영성이 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에 관하여 주로 사색, 관찰, 관상을 주로 하는 관상적 영성을 중심으로 설명하며, 내향인이 내향적 공동체에서 어떻게 관계를 맺어나가는지에 대해서 설명한다. 그리고 세 번째 단락에서는 외향적인 사람이 교회 내에서 지도자가 되기에 유리한 현실 속에서, 내향적인 사람도 지도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과연 내향성 본래의 모습으로 지도자의 역할을 감당할 수 있는지, 내향적인 사람들의 복음전도 방식은 어떠한지를 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로 깊이와 진정성을 추구하는 내향인들이 자리를 찾고 시대 가운데 자신의 모습으로 당당하게 서 나가기를 권면하는 것으로 책을 마무리하고 있다.

아무래도 현재 교회에서도 사역을 하고 있는지라, 교회 내 내향적인 리더의 역할과 전도에 관하여 집중적으로 읽게 되었다. 미국은 리더란 외향적이어야 한다는 편견이 가장 많이 자리 잡은 곳이며, 심지어 “오스왈드 샌더스는 사도 바울을 완전히 외향적 방식으로 기술한다(181쪽)”. 기타 많은 기독교 작가들도 이상적인 리더상으로 외향적인 사람을 꼽았으며, “97%의 학생들이 예수님의 MBTI 가장 앞글자가 'E(외향적)'일 것이라고 예상(34쪽)”했다. 이러한 문화 속에서 내향인들도 리더가 될 수 있는가?

애덤은 ‘Yes’라고 답한다. 애덤은 외향인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무너지고 있다는 (내향인들에게) ‘복된 소식’을 들려준다. 개인의 카리스마나 은사에 의한 리더십보다는 노력과 훈련, 팀워크에 의한 리더십이 조명을 받고 있다며, 내향인들을 격려한다. 또한 테레사 수녀, 마틴 루터 킹, 조나단 에드워즈의 예를 들며 신앙인들을 위로한다.

애덤은 내향적인 목회자들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가 외향적인 목회자들보다 적을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한다. 넓이보다 깊이를 추구하는 성격의 특성상, 많은 사람에게 조금씩의 영향력을 미치기보다 적은 사람에게 깊은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 더 수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역을 제공하는 것보다 사역을 수행하도록 구비하는 일이 더 적합하다는 사실도 언급한다(나는 사역을 제공하는 것을 사역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이해하였고, 구비하는 것을 ‘운영하는’ 것으로 이해하였다). 내향인들은 신중한 성격 때문에 새로운 일을 벌이는 것을 잘 하지 못하는 대신에, 만들어진 일을 운영하고 개선하고 돕는 일은 잘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복음 전도에 있어서, 애덤은 내향인에게 가장 적합한 전도방법은 일대일 맞춤식 전도이며, 영적 지도 스타일을 지니게 된다고 말한다. 내향적 구도자에게는 내향적 목회자가 필요하며, 설교에 있어서 외향적 설교자가 공동체를 위해서 설교한다면, 내향적 설교자는 한 사람을 향해서 설교하는 것처럼 들린다는 피드백을 제시하면서 독자들의 공감을 유도하고 있다.

3. 느낀 점

이 책을 읽으면서, 내향인으로서 세상을 살아갈 용기를 얻게 되었다. 특히 내향인으로서의 리더의 모습이 어떠해야 하는지, 전도는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을지에 관한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솔직히 얼마 전까지도 ‘나는 리더 타입이 아니다’라고 생각해 왔었다. 성경의 인물로 치면 ‘바나바’와 같은 사람이 내가 아닐까 생각하며, 바나바를 주제로 교회에서 설교도 했다. 세상이 원하는 바울과 베드로 같은 리더는 될 수 없고 되고 싶은 마음도 없지만, 내가 가진 특성을 발휘하여 나만의 방식으로 공동체와 구성원을 이끌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갖게 되었다. 성격과 기질의 영향으로 상담, 소그룹, 영성 등의 분야에 관심이 많았는데, 관심 없고 못하는 것을 보완하기 위하여 집중하기보다 관심있고 은사와 재능이 있는 분야에 집중해 보기로 하였다.

4. 아쉬운 점

저자는 이 책이 ‘콰이어트의 기독교 버전’으로 보일까봐 상당히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은데, 목회자요 사역자의 관점에서 무리하지 않고 잘 쓴 책인 것 같고, 글이 술술 잘 읽힐 정도로 번역도 잘 되었다. 다만 한국판 책 표지 디자인이 의미하는 바를 잘 알지 못하겠다. 원서의 디자인은 흰색 교회건물을 배치하면서 목가적이고 평온한 느낌을 주는데, 번역본 디자인은 너무나 심오하여 나같이 미적 감각이 탁월하지 않은 사람에게 낯섦을 안겨준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저자인 애덤 맥휴가 목회 사역을 그만둔 것 같다는 점이다. 책을 열심히 읽고 있다가 저자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아마존 사이트에서 저자 소개를 찾아보았다. 애덤은 두 달 뒤인 10월11일에 “Blood From a Stone: A Memoir of How Wine Brought Me Back from the Dead(IVP)”을 출간할 예정인데, 책 소개 문구의 앞부분에는 “이렇게 해서 Adam McHugh는 호스피스 군목이자 슬픔 상담가로서의 한 경력을 끝내고(ending of one career) 캘리포니아 산타 이네즈 밸리의 포도나무 사이에서 와인의 새로운 삶을 발견하는 전환을 시작합니다.(구글 번역기 사용)”라고 기록되어 있다. 책과 저자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착된 관계인데, 목회사역을 내려놓은 분에게 교회 리더십과 전도방법에 대해서 과연 인사이트를 얻어도 되는지 의문이 들었다. 저자에 대한 평가는 두달 뒤 출간되는 책을 읽어본 후에 최종적으로 내려야 할 것 같다.

5. outro 

어쨌든 이 책을 만나서 매우 반가웠고, 흥미로웠다. 외향성을 최고의 선으로 추구하는 시대 가운데 내향인으로서 꿋꿋하게 살아갈 것을 다짐해 보며,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내가 가진 특성과 장점으로 구성원을 아름답게 섬겨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품는다. 

강작가님 명성에 비하면 실망입니다.

강원국의 어른답게 말합니다 - 품격 있는 삶을 위한 최소한의 말공부
강원국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5월

저는 강원국 작가님 팬입니다. 강작가님 특유의 짧은 호흡으로 생동감 있게 쓰시는 글 스타일에 매료되어, '대통령의 글쓰기'를 비롯하여 모든 책을 구매하여 읽어왔습니다.(단문으로 짧게 써야지 하면서도 그게 잘 되지 않더라고요...) 

그런데 이 책은 솔직히 실망입니다. 방송에 출연하셔서 말씀하셨던 내용을 정리하여 낸 책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전 책에 비해서 내용이 알차지 못한 느낌이 듭니다.

구성에 있어서도 글쓰기에 적용될 법한 내용들이 많이 수록되어 있고, '말하기' 만의 내용들이 그다지 많이 들어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이 책에서 건진 내용은 단 하나입니다. "나는 사람을 만날때 농담, 칭찬, 질문거리를 준비한다."는 강작가님의 말씀인데요. 나머지 내용들은 글쓰기 책에서 다 봤던 내용이어서 신선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책을 출간하다 보면 작가 고유의 스타일도 생기고 본인의 레퍼토리(?)도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았는데, 강작가님은 부디 새로이 충전하셔서 더욱더 독자들의 마음을 시원케 하는 책을 내주셨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100자평] 90년생이 온다

90년생이 온다 -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기업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임홍택 지음 / 웨일북 / 2018년 11월

별 한개도 아깝습니다.
이렇게 자기 주장 없이 자료들만 쭉 나열해서 만든 이런 스타일의 책은 강준만 교수 이후 오랜만이네요.

아마존 선교사의 진실된 참회

가슴 찢는 회개 - 밀알로 죽기 원하는 아마존 선교사의 참회록
김철기 지음 / 두란노 / 2018년 6월

부교역자로 사역하면서 편안한 일상에 젖어 직업적 종교인으로 일하며 월급을 받는 일을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는 "이 교회 다음에는 더 큰 교회로 가서 경력을 쌓아야지."라는 생각도 종종(어쩌면 자주) 하였습니다. 그러면서도 책을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알라딘 사이트를 검색하던 중 '가슴 찢는 회개'라는 책을 발견하고 '이 책이다!' 싶어서 보관함에 저장해 두었습니다. 저의 안일한 모습들을 돌아보고 싶었고, 이러한 삶으로부터 돌이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살까 말까 고민하다가 지난주에 책을 구매하였습니다.(故 허운석 선교사님의 설교집인 "내가 왕바리새인입니다."도 함께 구매했습니다.)

책의 내용을 일일이 이야기하는 것은 미래의 독자들을 위해서 삼가도록 하고요. 이 책을 통하여 받은 가장 깊은 인상은 "선교사님이 진심으로 참회하고 있다"라는 사실입니다. 아무도 가려 하지 않는 아마존에서 귀한 사역을 이루어 냈으면서도, 매 순간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하면서 사역을 하였으면서도, 그것들이 모두 하나님보다 자기 이름을 높이려는 종교적 욕망에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김철기 선교사님은 고백합니다. 주님보다 사역을 우선시했고, 아내와 가족보다 교회 일을 우선시했다고 말합니다. 아내 故 허운석 선교사님의 소천으로 많은 것을 깨닫게 되었고, 이제 진정으로 주님과 연합한 삶을 살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책을 읽으면서 저 자신을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 확장을 위해서 일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하나님의 이름을 빌어 내 욕심을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후배사역자로서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 수 없었습니다. 선교사님에 대한 존경심과 비례하여 저 자신은 점점 낮아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몸은 한국에서, 도시에서 사역하지만 진심으로 참회하는 마음으로 사역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며, 독자 여러분의 일독을 권합니다. 

한 가지 아쉽다면 아쉬운 점은 선교사님의 귀한 사역이 단편적으로 그려지고 있다는 것인데, 기존에 기록되어 있는 선교일기를 별도의 편집을 별로 하지 않고 붙인 것 같다는 인상입니다. 예를 들어 아마존 부족들이 음식물에 독을 탄 이야기들은 매우 실감나며 현실적인 이야기인데, 그냥 그런 사건이 있었다고 하고만 넘어가니 감동이 되지 않았습니다. 모든 사건을 다 소개하기보다는 특정 일화들을 더 부각시켜서 서술하였으면 더 좋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합니다.

p.177 자아가 살아있고 목적을 이루기 위해 하는 회개는 주님을 속이는 종교 행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