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의 뒷물결 - 시진핑의 7인방, 중국의 권력이동
고진갑.유광종 지음 / 책밭(늘품플러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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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고도 먼 나라는 늘 일본이었다. 학교에서도 그렇게 배웠고 어른들도 그렇게 말했었다. 언제부터인가 중국도 그런 것 같다. 이제는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초강대국이 되었고 주변국의 눈치를 보지 않고 역사문제를 거론할 수 있는 뻔뻔함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런 중국에 대해서 정말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사람들은 바로 한국 사람일 것이다. 그저 지저분하고 시간 약속 안 지키고 뭐든지 떼거지로 몰려다니는 등의 이미지만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올림픽도 열리고 이제는 수많은 관광객이 중국 여행을 가기도 하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모르는 것 투성이다.

경제력은 이미 최소한 미국과 어깨를 견주거나 미국을 뛰어넘는 규모이고 군사력 또한 엄청나다. 전 세계 어디를 가도 중국인이 없는 나라가 없고 항공우주산업 또한 비약적인 발전을 거뒀다.

한국 사람들 미국 무지하게 좋아한다. 영어도 무지하게 좋아한다. 그런데 중국은 좋아하지 않는다. 별로 관심도 없다. 많은 전문가들이 멀지 않는 시기에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이라 예견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미국 신화에 빠져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다. 미국에서는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 열풍처럼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데 시내에는 영어학원만 주구장창 생겨나고 있다.

중국에 대해서 모르는 것 투성이지만 가장 알려지지 않는 것은 바로 정치권력이다.

공산당 일당전제가 여전히 이어져 오고 있는 나라라는 것도 이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다. 개혁·개방 정책 이후 급속도로 자본주의화 되어 비약적인 성장을 거둔 것만 표면적으로 알고 있었을 뿐 13억 중국을 움직이고 사실상 다스리는 것은 여전히 중국공산당이었다.

 

 

“중국 정계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는 일은 정말 어렵다. 2012년 현재 8200만 명에 달하는 수많은 공산당원 가운데 30명 남짓한 공산당 정치국에 오르는 일, 아울러 다시 그 정점을 형성하는 7인 멤버의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 오르는 것은 타고난 운과 능력이 뒷받침해주지 않으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 한다.” (p.235)

 

후진타오 주석, 원자바오 총리. 사실 주석과 총리도 구분해 내지 못했다. 8200만 명에 달하는 공산당원이 뽑고 뽑은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이런 것도 전혀 알지 못했다. 사실 상 중국 공산당 권력 내부에서 사람을 심고 사람을 키우고 그 사람을 상무위원 자리에 앉히는 막후의 권력 다툼과 자리싸움이 얼마나 치열한 것인지도 알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장강의 뒷물결」은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전혀 알지 못하던 소재고 흥미로운 소재였기 때문이다.

이 책은 7명의 정치국 상무위원에 대한 짤막한 소개글이라 봐도 무방하다. 7명 중에서도 1인자인 시진핑부터 마지막 7번째 왕양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성장 배경과 정치적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그들의 권력 성분은 상하이방이나 공청단, 태자당 등으로 갈리게 마련이다.” (p.19)

 

일당전제 정치구조를 가지고 있는 중국은 여느 나라들처럼 정당정치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파벌 간 힘의 균형을 유지하고 적절한 자리분배와 나눠먹기로 13억 중국을 이끌어가고 있었다. 상하이를 중심으로 한 파벌인 상하이방과 고위 관직 출신이거나 원로의 자제인 공청단과 태자당, 이 세 파벌이 중국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이 부분이 꽤 흥미로웠다. 아무리 현대 정당구조의 정치형태가 한계가 많고 문제가 많다고 하더라도 그것대로 문제를 보완하고 발전하는 것이 민주주의 정착과 성숙에 가장 유용한 길이고 방법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13억 명 전체 인구 중에서 8200만 명, 그 중에서 300명, 그 중에서 30명, 그 중에서 7명이 전체를 좌지우지 한다니 놀랍기도 하고 이해되지 않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이 구조는 절대로 뒤집어 지거나 엎어지지 않는다는 데 있다. 18차 전인대(전국인민대표회의)에서 1인자로 내정된 시진핑은 이미 17차 전인대에서 7인의 상무위원에 뽑혔던 전력이 있었다. 공산당 일당전제 구조에서는 결국 어떤 줄을 타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 차의 전인대에서 주석과 총리, 7인의 상무위원으로 뽑힌 사람들은 다음 차 전인대에서 자신의 사람들을 내정하고 자리에 끼워 맞추는 것이다. 앞서 말한 상하이방, 공청단, 태자당 각 라인에서 몇 명의 지도위원을 배출하는가가 가장 중요한 관건인 것이다.

효율성으로 따지자면 이런 정치구조가 최고일 것 같았다. 큰 선거나 잡음 따위는 존재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권력구조가 얼마나 폐쇄적이고 이기적일 것인지는 쉽게 유추해 볼 수 있다.

각 파벌의 지도자들은 차기 공산당 지도자를 이미 내정해 트레이닝을 시키는 것이다. 지방 성의 부서기, 서기를 시키거나 시의 부서기 서기를 두루 시키며 자질을 테스트 하고 능력을 점검해 보는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7명의 상무위원 모두 그런 코스를 통과한 사람들이다. 물론, 다른 수많은 공산당 관리들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고속 승진을 한 것은 다르지만 말단 관리에서부터 한 성의 최고자리에까지 두루 경험과 자질을 쌓게 했다.

지진과 홍수, SARS와 같은 재난과 재해에 대한 판단과 대책, 맡고 있는 도시와 성 안에서 일어나는 온갖 비리와 불법에 대한 대책을 어떻게 마련하고 어떻게 그러한 시련을 극복하는지 수십 년 동안 지켜보는 것이다.

이런 부분은 오히려 다른 나라의 정치구조보다 진일보한 면이라 생각했다. 법조계에 있다가 정치권의 권유로 선거에 나와 덜컥 국회의원이 되거나 지역 유지 행세하다가 국회의원이 되어 입법기관이 되는 한국의 국회의원들보다는 훨씬 위기에 대한 대처나 집행력, 행정력 등은 뛰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많은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13억 중국을 지금까지 이끌어오고 이제는 미국과 나란히 힘을 겨루는 중국을 만들어 낸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중국 권력자들에게 그가 쥔 권력만큼의 재산은 늘 따라다니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 점은 일종의 관행으로 봐도 좋을 정도다. 누구도 제 권력의 두께 만큼에 해당하는 재력은 지니는 게 보통이다.” (p.230)

 

물론, 문제가 많다. 일당전제의 구조가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문제. 비리와 불법. 현재 중국이 가진 가장 시급한 문제인 지역 불균형과 빈부격차와 비교해도 모자라지 않을 비리와 불법. 한 번씩 중국발 뉴스를 보면 비리와 불법을 저지른 공무원을 사형하기도 하는 극한의 처벌을 가하기도 하는데 왜 여전히 비리와 불법이 해소되지 않는지 모르겠다.

중국에서 오랜 기간 특파원을 한 중국 전문가인 두 저자도 중국 권력자가 가지는 어느 정도의 비리와 불법은 눈감는 것이 중국 내 관행이라고 한다. 그런데 작은 것부터 눈을 감아주면 종국에는 아무리 큰 것이라도 눈을 감아줄 수밖에 없는데 외국 언론인들조차 저렇게 생각할 정도라면 실제 중국 정치권력 내부에서는 더 모호하고 성긴 기준을 자신들에게 적용하고 있을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어느 나라에나 정치인들은 환영받지 못하고 사랑받지 못한다. 나와 우리들의 요구를 대신해 잘 해줄 것이라 기대하고 뽑았는데 늘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물론이고 미국도 마찬가지 일 것이라 본다. 이제 중국이 단순히 크기와 양이 아니라 의식과 정치수준 또한 미국에 이르기 위해서는 정치권력 내부의 비리와 불법에 대한 기준이 더 높아지고 촘촘해 져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시진핑 그는 통합적 리더에 해당한다. 한 분야에서의 두드러진 특기가 돋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남과 기꺼이 어울려서 무엇인가 새로운 에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여백’의 힘을 지닌 인물로 보인다.” (p.5)

“요란한 업적보다는 그가 얼마나 청렴하게 생활하며 공정하게 일을 처리했는지에 관한 일화가 전해진다. 닝더에서는 당 서기로 있으면서 60만 위안의 거액 뇌물을 돌려줬다는 일화가 있고” (p.74)

 

무엇보다 앞으로 중국을 이끌어 갈 시진핑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한국에서도 그에 대한 책이 여러 권 출간되기도 했다. 다른 나라들 같이 매스컴에 충분히 노출된 후 선거를 통해 당선이 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다. 오랜 시간 장막에 가려져 있다가 갑자기 짠~~!! 하고 나타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책에서 저자들은 시진핑은 통합적 리더라고 역설한다. 소통에 능하고 추진력이 강하지만 배려할 줄 아는 지도자라고도 한다. 또한 비리와 불법에 민감해 청렴의 기준을 충족하는 지도자라고도 한다.

아직 본격적으로 시진핑 시대가 열린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런 분석과 평가가 단순히 예상에 머물 것인지, 들어맞는 예언이 될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올 3월 이후에야 조금씩 그 실체가 드러날 것이다.

 

이제는 더 알아야만 하는 중국의 구중궁궐 얘기를 조금이나마 들을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새로운 사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이제는 정말 더 알아야만 한다. 예전 중국의 모습만 생각해서 무시하고 돈벌이로만 생각하다가는 정말 큰 코 다칠 것 같다. 지난 5년 간 중국과의 관계가 엉망이었는데 새로 들어설 정부 또한 그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된 통 당하기 전에 준비하고 분석하고 알아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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