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참견 : 운수 좋은 날 - 김양수의 카툰판타지
김양수 지음 / 예담 / 2012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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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책은 역시 슬램덩크가 최고였다. 동네 서점에서 슬램덩크가 나오기를 학수고대하며 기다렸었다. 슬램덩크 최신판 한 권 들고 학교에 가면 그날만큼은 인기 최고의 학생이 될 수 있었다.
슬램덩크를 읽고 나면 바로 농구공을 들고 농구코트로 뛰어나갔다.
'왼손은 거들 뿐'
이 명대사를 중얼거리며 수 십번 레이업슛을 시도했다.
그리고 종이 만화책은 별로 읽어보지 않았다. 슬램덩크가 나오기 전 드래곤볼 정도?

인터넷이 발전되어 웹툰이 나왔다. 별로 찾아보지 않았다.
몇 년 전 윤태호씨의 이끼를 읽었는 데 대박이었다. 물론, 영화는 엉망이었지만ㅡ.ㅡ
지금 한겨레에 연재되는 [내부자들] 또한 예술이다.

웹툰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작가는 강풀이다.
절찬리에 상영중인 [이웃사람]이 잘 되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웹 상에서는 어떤 작가도 범접할 수 없는 독보적 자리에 있지만 영화로 만들어지면 별다른 재미를 못 봤었다. 이번 영화 [이웃사람] 만큼은 더 많이 흥행했으면 좋겠다.
강풀의 작품 중 나는 [26년]이 가장 좋았다. 슬펐지만 좋았다.

이 책 [운수 좋은 날]은 네이버에 연재된 김양수씨의 만화를 엮어 만든 책이다.
김양수 작가의 베스트 작품만 모아 놓은 것이라 해도 무방할 것이다.
부제는 [김양수의 카툰판타지 생활의 참견]이다.
[운수 좋은 날]은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읽었던 수많은 근대 한국 문학 작품 중 가장 인상깊었고 충격적이었던 현진건 선생의 <운수 좋은 날>이 생각났다. 김첨지의 마지막 대사 "왜 먹지를 못하니...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은 최고였다. 하지만 이 책 [운수 좋은 날]과 <운수 좋은 날>은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부제 [생활의 참견]은 나의 영화에 대한 안목을 격상시켜준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을 떠올리게 했다. 김상경의 찌질하고 소심하지만 즉물적이고 본능적인 캐릭터가 너무 리얼해서 오금이 저렸었다. 하지만 이 책은 [생활의 발견]이 아니라 [참견]이었다.

김양수 작가는 어렵게 풀어내지 않아서 좋았다. 주변에 있는 지인들의 삶에서 일어난 소소한 일상. 그 일상 속에서 뜻하지 않게 일어났던 황당한 사건이나 폭소와 실소를 터뜨린 사건들을 카메라도 찍듯이 캡쳐해서 만화로 표현한다.
부담스럽지 않고 그렇다고 가볍지만도 않다.
만화를 표현하는 작가들의 가장 중요한 장점을 가졌다.



1. 모르면 모른다고 말해~~

 

대학교 때 친구들과 야구를 보러 갔다. 함께 간 친구들 중 여자 친구들도 있었다.
개그의 소재로 쓰이던 것을 실제로 경험하니 속이 이만저만 뒤집어 지지 않았다.
"1루에서 2루로 갑자기 왜 뛰어?", "타자가 공을 쳤는데 왜 안 뛰어?" 등

남자들 중에서도 스포츠에 별로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것을 군대에 가서 알았다.
전 소대원이 축구를 하면 정말 평생 단 한번도 축구를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 큰 축구공을 제대로 한 번 차보지도 못하며 끙끙대는 사람이 있다.
당연히 축구 전술도 생소한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물론, 야구의 룰보다야 훨씬 간단하지만 말이다.^^;;

분명 축구의 한 팀은 11명이 분명한데, 전술은 4-4-2, 3-4-3. 4-2-3-1 이렇다. 1명이 비는 것이다. 납량특집도 아니고 말이다. 놀라운 의문제기는 정당하다. 다만 무시당하고 멸시 천대 받을 뿐이다.ㅎㅎㅎㅎ
하지만 궁금한 채 축구경기 내내 찝찝해 있다가 몰래 지식인 형들에게 물어보는 것보다는 훨신 낫다. 친구들에게 즐거움도 주고 궁금증도 풀고 말이다.
모르는 것은 모른다고 말하는 게 낫다.ㅋㅋㅋ


2. 직장인계의 엄용수 (포복절도)

이혼의 아이콘인 개그맨 엄용수씨를 차용한 "직장인계의 엄용수"라는 대사가 빵~~ 터졌다. 정말 포복하고 절도했다. ㅋㅋㅋ 예능에 출연하는 엄용수씨는 자신의 불안정한(?) 결혼사를 가감없이 개그의 소재로 활용한다. 개인이야 얼마나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겠냐마는 시청자들은 너무 재미 있어했다.
천성이 너무 착한데다 거절을 할 줄 모르는 개그맨 엄용수씨! 이제는 웃음 더 안줘도 되니까 좋은 분 만나셨으면 좋겠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직장인계의 엄용수씨는 17살이나 어린 여친을 두고 있는 능력남이었다. 좀 더 '젊은 척'에 대한 연구를 했으면 좋았으련만. ㅎㅎㅎㅎㅎ



3. 생각하고 싶은 대로

 

 

무지 '개' 같아요. '개'. 도그. 푸하하하하하~~!!!!!!
복학 후 너무나도 상큼한 신입생의 마음을 얻기 위해 MT에서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했는데.
만취되어 '개'진상을 떨었던 모양이다. ㅎㅎㅎㅎㅎㅎ
무지 '개(dog)'를 '무지개(rainbow)'로 해석할 수 있는 저 창조성.
맞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원하는 대로 생각하기 마련이다.
그래야 잠시 동안이라도 행복하고 짜릿할 수 있으니 말이다.


 

직장에도 무지'개' 같은 분들이 꼭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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