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위 인공섬, 시토피아 - 사람이 만드는 미래의 해양 도시 미래를 꿈꾸는 해양문고 20
권오순.안희도 지음 / 지성사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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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크고 작은 3350여 개의 섬, 2393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넓은 갯벌을 가지고 있다. 특히 국토 면적의 4.5배가 넘는 443제곱킬로미터의 영해(領海)를 가진 해양 국가이다.” (p.110)

 

한국에 3350여 개의 섬이 있는 지 몰랐다. 2393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 넓은 갯벌이 있는 지도 몰랐다. 그리고 국토 면적의 4.5배가 넘는 영해를 가진 해양 국가인 것은 더더욱 몰랐다. 어릴 때 삼면이 바다라는 것은 많이 들어 알고 있었지만 실제 수치를 확인하니 놀라웠다.

몽골 여행을 했을 때 현지인과 함께 호수에 간 적이 있었다. 내륙국가인 몽골인 들에게 호수는 바다였다. 굉장히 큰 호수여서 기상에 따라 파도도 치고는 하는 호수였다. 재작년 그 몽골인들이 한국에 와서 함께 동해안에 여행을 갔다. 진짜!! 바다를 보고 좋아하던 그들의 눈을 생생하게 기억한다.

 

 

이 책 「바다 위 인공섬, 시토피아」는 얇지만 재미있고 흥미로운 소재로 가득 찬 책이다. 바다와 유토피아의 합성어인 시토피아는 ‘해양개발’에 대한 함의를 담은 개념이다.

내가 태어난 곳도 바다에 위치한 지역이고 군 생활도 해안소초장을 해서인지 바다는 내게 낯설지 않다. 아니, 오히려 지겨울 때가 많다. 초등학교 교실 창문으로 보이는 것이 바다였고 중·고등학교 통학버스를 타고 매일 보는 것이 바다였다. 해안소초 순찰을 밤새 다니며 매일 달라지는 밤바다의 색깔과 냄새를 보고 맡았다.

그래서 바다보다는 계곡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번 여름에도 바다로 가자는 친구들의 요구를 한방에 뿌리치고 계곡으로 갔다.

 

하지만 내가 지겨워하는 바다가 미래 인류의 무한한 가치창출의 보고(寶庫)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이 책에서 발견할 수 있다. 저자들은 토모공학을 전공한 후 지금은 한국해양연구원에서 일하고 있는데, 이 책에 따르면 미래에 바다는 공항·항만·산업 폐기물 매립지·발전소·자원개발·해양도시 등으로 쓰일 수 있음을 주장한다.

이미 공항·항만·매립지·자원개발 분야는 일본이 선점한 분야이다. 인천공항도 바다위에 지어진 국제공항이다.

 

아직 해양도시 분야는 미개척지로 남아 있다고 한다.

물론, 중동의 일부 부국(富國)에서는 이미 해양도시를 건설했고 일부는 전 세계를 휩쓴 불황의 여파로 건설이 중단되어 있는 상태라고 한다.

 

                                                             (두바이에서 건설 중인 해양 도시 '팜 주메이라')

 

“2003년에 가장 먼저 공개된 팜 주메이라 섬은, 세계 부동산 시장에 공개된 지 3주 만에 분양이 완료되는 기록을 세웠다.” (p.71)

 

더 이상 육지에 국한된 사고는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중동의 해양도시에 입주하는 사람들은 그 값어치를 지불할 수 있을 만큼의 돈을 가지고 있는 부자들이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눈을 바다로 돌리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육지에서 처리하기 힘든 쓰레기나 폐기물을 바다에 매립하기 위해 인공섬을 만들기도 하는데, 이것은 리사이클링 아일랜드(Recycling Island)라고 한다.” (p.87)

 

 

 

 

 

쓰레기나 폐기물 매립장의 경우 더 이상 육지에서는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포화 생태라고 한다. 쓰레기 매립장은 ‘님비현상’을 일으키는 가장 분명한 시설이다. 이제 더 이상 무분별하게 만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책에서는 바다를 매립해 쓰레기와 폐기물 매립장을 만든 일본·덴마크·싱가포르의 예를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중국이나 미국 등 아직 개발되지 않은 육지를 가진 나라들은 먼 얘기겠지만 한국은 그렇지 않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기도 하지만 국토의 70%가 산이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인구밀도가 높은 일본은 이미 1960년대부터 해양개발에 대한 투자와 연구를 해오고 있다고 한다. 조금 늦은 듯 하지만 더 늦기 전에 한국도 서둘러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저자는 실제로 건설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두 가지 해양도시에 대한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에너지, 글로벌, 리사이클링 기능을 가진 무궁화 모양의 그린 아일랜드와

 

글로벌, 에코, 에너지, 네트워크 기능을 가진 태극기 모양의 그린 아일랜드 두 가지 형태이다.

 

 

그림만 보면 참 멋있고 글로벌 랜드마크로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하지만 책의 닫는 글에서 조심스럽지만 분명하게 직시하고 있는 것은

 

“일부러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바다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국가의 발전을 위해 바다를 훼손시킬 것인가? 아니면 바다 환경을 지키기 위하여 해양 개발을 멈추어야 하는 것인가?” (p.125)

하는 것이다.

 

바다를 개발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적시하지 않았지만 그 때가 도래한다면 너도나도 해양개발에 뛰어들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부동산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한국 사람들 아닌가. 통일이 되면 이산가족보다 더 빨리 북쪽으로 달려갈 사람이 부동산 업자들이라고 하지 않나. 바다 입장에서는 참 피곤한 일이 될 것 같다. 장기적은 플랜을 가지고 토목공학자의 얘기만 듣는 것이 아니라 환경학자들, 환경단체들의 얘기도 충분히 듣고 합의하고 절충해야 할 것이다.

어차피 만들어질 해양도시는 후손에게 물려주어 할 것

이기 때문이다.

 

‘일단 삽질하고 보자.’라는 정신은 아무짝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바다와 유토피아의 합성어인 ‘시토피아’가 인류와 후손에게 진정한 유토피아가 될지 부동산 업자들의 노른자위가 될지 아직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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