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남자의 거침없는 태국여행 - 두 남자의 수다액션 블록버스터 여행에세이
김강우.이정섭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2년 6월
평점 :
품절


여행은 참 좋은 것이다. 요즘에야 해외여행이 너무 흔해져 있지만 중학교 시절 미국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는 녀석의 엄청난 무용담은 당시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악명이 높던 수학 선생님(별명은 사탄의 인형)의 수업시간을 능가하는 집중력과 인기를 불러 일으켰다. 그 녀석의 평소 학교 생활이 잘난 척 많이 하고 있는 체 하는 녀석이었다면 ‘재수 없는 놈! 돈 많은 거 자랑하는 거야 뭐야!’라며 속으로 별의 별 욕을 했겠지만 그 녀석은 공부도 잘 하고 운동도 잘 하고 집도 잘 살고 친구들과도 사이좋게 지내는 지금 말로 ‘엄친아’의 표본이었었다.

그래서 그 녀석의 미국 여행 무용담은 쉬는 시간 마다, 점심 시간 내내, 저녁 시간 내내, 그리고 며칠 동안 반 전체에 회자되었었다.

 

처음 해외 여행을 했던 몽골에 대한 기억이 나에게도 생생하고 가장 인상 깊었었던 여행이었다. 고(故) 리영희 선생님의 책을 처음 읽고 받았던 충격에 버금가는 경험이었다. TV로만 보고 책으로만 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사는 사람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밥 먹고 함께 지내며 사람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다를 수 있는가를 알 수 있었다.

꼭 해외여행만 좋은 것은 물론 아니다. 국내 여행 중에서도 나는 전라도 여행을 잊지 못한다. 그 냄새와 느낌과 이미지가 또렷하다.

 

“여행은 비일상으로 떠나는 것이다.‘

 

한 팟캐스트 프로그램에 출연한 여행 프로그램 PD가 한 말이다.

일상에 젖고 찌들어 있는 심신을 비일상으로 치환하는 것. 이것이 여행이라는 것이다.

일상이 즐거우면 굳이 비일상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없겠지만 우리 같은 생활인들이야 대부분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 「두 남자의 거침없는 태국 여행」은 더 의미가 있다. 언뜻 그림이 즐거워 보이지는 않는 두 남자니까. 커플이거나 두 여자의 여행이라면 별로 이상할 것도, 어색할 것도 없는데 왜 유독 두 남자라면 손가락 발가락이 오그라들 준비를 하는 것인지 모를 일이다. 어쨌든 평소 가깝게 지내는 영화 감독 이정섭씨와 배우 김강우씨가 태국을 함께 여행한 경험을 책으로 담았다.

 

두 사람 다 유명한 사람들이라 여행을 하는 것이 완전한 비일상으로의 치환이었는지 궁금했고 또 하나, 정말 친한 사람들이 여행을 떠나거나 함께 산 결말이 그리 아름답지 못한 사례가 많아 책을 읽기 전 ‘두 남자가 거침없이 여행을 함께 떠났다가 시원하게 연을 끊지는 않았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랬다면 책이 나올리 만무하니 안심을 하고 책을 읽었다.

태국 하면 나는 [카오산 로드]가 가장 떠오른다. 가고 싶은 태국 여행지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말그대로 바다에 위치한 ‘휴양지’를 중심으로 여행한 두 사람의 여행기였다. 개인적으로는 휴양여행 보다는 몸으로 부딪히는 자유여행을 선호하는 터라 그 부분은 조금 아쉬웠지만 영화 감독이고 배우이다 보니 드라마틱하게 전개한 글의 구성은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중간 중간에 실제 여행자들에게는 천금과 같은 도움이 되는 [여행 TIP]이 수록되어 있는데 태국의 식당에서는 어떤 음식을 시켜야 하는지 좋은 호텔은 어디인지 등 구체적이고 상세한 부분을 친절하게 소개해 주고 있다.

 

완전히 다른 성격과 기질의 두 사람이 여행을 하면 으레 갈등이 생기거나 감정이 상하는 있기 마련인데 이 책에서는 그러한 구체적인 사례의 소개는 없다.

하지만 같은 사안이나 사건에 대해서 완전히 다른 두 사람의 생각을 담는 것으로 귀엽고 편안하게 편집이 되어 있다. ‘무슨 무슨 일에 대해서 우리는 의견이 달라 크게 다투었다.’ 이렇게 한 문장으로 끝내 버리면 얼마나 밋밋하고 딱딱한가.

 

 그런데 이 책에서는 마치 영화 「오! 수정」에서 남과 여의 생각이 180도 다른 것을 한 가지 사안에 등치해 화면으로 풀어낸 것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어 신선했다.

 

소소한 갈등이야 없지는 않았겠지만 여행은 그들을 더욱 친밀하고 진지하게 해줬던 것 같다. 책에 싣지는 않았지만 태국의 유명한 맥주 ‘창(chang)’을 마시며 이제껏 하지 못했던 두 사람의 인생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눴다고 하니 말이다.

 

 

그리고 영화 [아저씨]에서 ‘람로완’ 역할을 했던 태국 배우 ‘타나용’을 만나는 장면은 뜻밖의 반가움이었다. 영화 [아저씨]를 너무 재밌게 봤고 특히 ‘람로완’이라는 캐릭터가 너무 멋있어서 나중에 따로 찾아보고 검색해보기도 했기 때문이다. 영화에서의 차갑고 잔인한 모습과는 달리 김강우씨기 ‘형아’라고 책에서 표현할 정도로 두 사람을 따뜻하게 대해주고 한국에 대해서도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김강우는 영화뿐 아니라 삶의 동료가 되어 오래된 친구처럼 익숙해졌다. 함께 하기에 더 없이 좋은 여행친구이기도 해” (p.11)

 

책을 다 읽고 나니 책을 읽기 전 내가 걱정했던 것은 기우였음이 분명했다. 여행을 하거나 같이 살면서 사이가 틀어지는 관계도 있지만 더욱 끈끈하고 돈독해지는 경우도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어제부터 김강우씨가 멋진 형사로 나오는 TV드라마가 시작되었던데 반가웠다. 여전히 멋진 몸매를 유지하는 것도 대단해 보였다.

태국에 다녀와서인지 짙은 색 피부도 매력적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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