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정치적이다 - 경쾌하게 세상을 움직이는 힘 소셜 센서빌리티
박재희 지음 / 바다출판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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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는 ‘정치적’이라는 말이 너무 ‘정치적’으로 이용되는 곳이다. 인간의 삶에서 ‘정치적이지 않은 것’이 얼마나 될까? 어떤 일을 대하는 태도나 사람과의 관계를 맺어가는 것을 포함한 모든 인간의 활동이 ‘정치적’인 것은 아닐까?

 

그런데 우리 사회, 특히 국내의 미디어와 정치적 세력들은 ‘정치적’이라는 것을 핑계로 정략을 짜고 싸움판을 재편한다.

매일의 삶이 ‘정치적’인데 무슨 코미디들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 책 「그 여자 정치적이다」는 기업 내에서 그것도 외국계 회사에서 엄청난 성공을 거둔 여성 직장인의 이야기다.

 

“상황과 맥락을 감지하고 유연하게 변화하여 성공하는 능력이 바로 ‘스마트 파워’ 즉 ‘소셜 센서빌리티’이다.” (p.26)

 

저자는 책의 앞부분에 자신이 생각하는 ‘정치적’이라는 의미를 설명한다. 많은 사람이 쉽게 오해하는 ‘정치적’이라는 것의 의미와는 많이 다른 것이다. ‘소셜 센서빌리티’라는 개념은 처음 들어본 개념인데, 여러모로 동의가 되는 개념이다. 무한한 경쟁과 보이지 않는 창조적 전쟁이 하루 온 종일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회사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소셜 센서빌리티’가 필요하다고 얘기한다.

저자가 외국계 회사에서 중역으로 크게 성공한 직장인이라는 점과 저자가 여성이라는 점이 저자가 주장하는 ‘소셜 센서빌리티’이라는 개념을 더욱 설득력 있게 한다.

아무리 각박하고 차가운 경쟁의 세계이지만 ‘소셜 센서빌리티’가 가지는 스마트 파워는 분명히 필요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결국 조직을 구성하고 이끌어가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이것에서 나올 가능성이 많다. 무수하게 일어나는 상황에 대한 맥락을 파악하고 그것을 유연하게 대응하여 가장 적합한 것으로 변화하는 것은, 사실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적이라는 것은 상황과 맥락을 읽어 자기 위치를 결정할 때 다른 사람의 위치에서 보고 듣는 것이다.” (p.136)

 

또 하나 저자가 소개하는 ‘정치적’이라는 것의 의미는 지금 내가 처한 현실과 상황, 직급에서만 사안과 임무를 보려 하지 말고 다른 사람의 위치에서 보고 들으라는 것이다. 상황과 맥락을 읽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뉴스에서 자연재해나 사고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의 인터뷰의 대부분은 ‘내가 이런 일을 당할지 몰랐어요.’이다. 나에게 어떤 일이 닥치면 전체적인 상황과 맥락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다. 당장 내 피부에 닿는 피해에 시각이 갇히기 때문이다.

이때도 어김없이 스마트한 ‘소셜 센서빌리티’가 필요하다. 내가 포함된 팀과 부서에 닥친 위험과 어려움은 나를 포함한 나의 팀원과 부서원에게 공통으로 주어진 것이다. 여기에서는 무엇보다 맥락을 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런 사람이 팀과 부서의 리더라면 가장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나 자신이 그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지만 책의 곳곳에 소개된 저자의 실제 경험을 읽어보면 나라고 못할 일은 아니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성공하고 승진하게 되는 것은 또 당연하다.

사회생활 중 특히 직장생활에서 ‘정치적’인 능력을 갖췄다면 저자의 구체적인 제안에 귀를 기울여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칭찬은 은밀하게 당사자에게만 하지 말고 공공연하게 확성기를 대고 많은 사람이 듣도록 하는 것이 좋다.” (p.143)

 

나는 칭찬도 비난도 따로 불러 하는 편이 맞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자는 칭찬은 공공연하게 하고 비난은 따로 불러 하라고 한다. 가만히 읽어보니 맞는 말이다. 누군들 칭찬 듣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비난 받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아무도 없기 때문이다. 만약 공공연하게 많은 이들 앞에서 칭찬 받은 경험이 많은 사람이라면 따로 불러 듣는 비난에 크게 좌절하거나 마음이 상하지 않을 가능성이 클 것이다. 반대로 칭찬은 쥐뿔도 해주지 않으면서 많은 사람 앞에서 공공연하게 비난하고 서류 종이뭉치를 집어 던지면 그 사람은 오래 일하지 못한다.

책에서 내가 가장 인상 깊게 본 것은 내가 어떤 사람(거래처나 동료 직원 등)에게 도움을 주어서 상대방이 감사의 인사를 했을 때 내가 보이는 반응에 대한 것이었다.

 

“‘제가 도와 드릴 수 있어서 기쁩니다. 나중에 기억해 주십시오.’

‘좀 힘들었지만 보람이 있네요.’

 

‘제가 신세질 일도 있겠지요. 그때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p.159)

 

기가 막히다!! 간단한 말인데, 왜 나는 저렇게 말하지 못했나 모르겠다. ‘내가 이만큼이나 도와줬는데 고작 인사 한마디야!!’ 속으로 욕하는 것보다 훨씬 솔직하고 ‘정치적’이다. 내가 도와준 것보다 감사의 인사가 적거나 당연히 기대하던 보답을 받지 못하면 짜증나기 때문이다. 저자의 말처럼 차라리 솔직하게 얘기하고 더 나은 관계를 이어가는데 도움이 될 수 있는 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도 아직 해본 적이 없어서 낯설지만 기회가 된다면 꼭 저렇게 말해보고 싶다.

듣는 사람도 우물쭈물 속에도 없는 ‘아이고 뭘요~! 당연히 도와야 되는 건데요~!’ 입바른 소리 듣는 것보다는 훨씬 마음이 놓일 것 같다.

 

내게 도움을 준 사람에게 내가 감사의 인사를 했을 때, 상대가 저렇게 말해 준다면 나는 오히려 ‘이 사람 괜찮은 사람인데~’라는 생각을 할 것 같다.

최근에 읽은 자기계발서, 처세서 중 가장 좋았다. 많은 것을 요구하지 않고 많은 것을 자랑하지 않으니 오히려 설득 되는 부분이 많았다. 책 또한 ‘정치적’으로 잘 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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