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구글에서 일할 만큼 똑똑한가? - 세계 최고기업 인재들이 일하고 생각하는 법
윌리엄 파운드스톤 지음, 유지연 옮김 / 타임비즈 / 2012년 4월
평점 :
품절


집에 있는 컴퓨터를 사용할 때 인터넷 브라우저를 2개 사용한다. 하나는 구입 때부터 설치되어 있던 인터넷 익스플로러, 또 하나는 구글크롬이다. 늘 사용하던 익스플로러에 익숙했었지만 반복되는 오류와 이유를 알 수 없는 디버깅에 지쳐 구글크롬을 설치했다. 간단한 설치만큼 가볍고 빠르고 정확하고 안전하다. 지금까지는. 습관이란 참 무섭고도 질겨서 아직도 컴퓨터를 켜고 제일 먼저 인터넷 익스플로러로 마우스가 향하지만 이내 구글을 클릭한다.

몇 년 전 구글어스를 노트북에 설치하고 얼마나 신기하던지 몇 시간을 구글어스와 놀았었던 기억도 있다.

그래서 적어도 내게 구글은 좋은 이미지였다.

 

이 책 「당신은 구글에서 일할 만큼 똑똑한가?」를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뭐, 이 책을 읽고 ‘구글에 대해 악감정이 생겼어. 구글 별로야. 구글 들어가기 싫어!!’ 이런 것은 절대로 아니다. 지금이라도 나를 구글에서 채용해준다면 내 영혼이라도 팔아버릴 각오가 되어 있다. 크흐흐흐

 

다만 ‘세계 최고기업 인재들이 일하고 생각하는 법’이라는 부제를 달아놓은 책에서 나는 절망과 탄식과 자학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책에서 소개되어 있듯이 구글에 입사해 ‘구글플렉스(Googleplex)’에서 생활한다면 입사를 위한 면접에서 겪었던 참담함은 금세 잊혀질 것이다. 각종 편의시설과 최고급 카페테리아, 실내 암벽등반장, 수영장, 온갖 운동도구, 말도 못할 복지제도 등

어렵게 뽑은 만큼 대우는 확실하게 해준다.

 

그래도 적어도 나 같은 사람, 중2때 수학을 포기하여 지금은 인수분해도 가물가물한……. 아직도 수학정석 책을 보면 심장이 벌렁거리고 식은땀이 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구글의 채용면접은 지옥이다.

또 고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포기해 버린 물리가 지속적으로 응용된다.

구글과 애플은 쳐다보지도 못할 그림의 떡이다. 적어도 내게는.

 

 

 

“지적 유연성(mental flexibility)은 물론, 기업가로서의 잠재력까지 평가해보려는 시도다. 구글은 언제나 이런 능력을 중요하게 꼽아왔다.” (p.19)

“아직까지 해명되지 않는 의문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다양해진 이런 면접 형식들이 과연 더 나은 직원을 찾아내는 데 효과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p.76)

 

 

이 책은

세계 유수의 대학과 일류 기업의 채용 면접 시 행해지는 수많은 질문들을 소개하고 있다. 실제 많은 기업의 인사담당자들로부터 직접 인터뷰한 내용들이다. 10개의 챕터에 걸쳐 많은 질문과 퀴즈, 물음이 있다.

 

정말 나는 단 한 치의 과장과 거짓말을 하지 않고 단 하나도 제대로 풀지 못했다.

너무너무 어렵고 짜증났다. ‘도대체 이 따위를 왜 물어보지?’ 라는 자조를 반복 또 반복했다

 

.

“당신의 머리 무게를 어떤 방법으로 재겠습니까?”

“이 질문은 말도 안 되게 어려우며 완벽하게 만족스러운 답도 없다. 이 질문은 주로 면접을 보는 지원자를 궁지에 몰아넣고, 불가능한 요구와 거의 확실한 실패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기 위한 것이다. 지원자가 얼마나 용감하게 문제와 씨름하느냐를 가지고 근성을 판단할 뿐이다.” (p.192∼193)

 

 

머리 무게를 재는 퀴즈를 내는 진짜 이유는 면접자의 근성을 보려고 한다는 것이다. 창의력 또한 인내력에서 발원하는 것으로 여긴다는 소개가 있었지만 사실 나는 이해할 수 없었다. 도대체 애당초 답도 없는 이상한 문제를 왜 내느냔 말이다.!!

 

 

“구글보다 더 쿨한 곳이 있다면 바로 애플(Apple)이다. 그러나 애플에 입사하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은 만만치 않다.”

“애플에 들어가기 위해서라면 거세라도 할 태세인 사람들이 차고도 넘치더군요.” (p.59)

 

 

답은 높은 실업률이다. 물론, 이것은 전적으로 내 마음대로 내린 결론이다.

 

아이비리그를 졸업한 수재들이 넘쳐나고 그 중에서도 마지막까지 사악한 면접 절차를 견뎌낸 궁극의 인내력을 견지한 지원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골라 뽑을 수 있는 그들이 완전한 힘의 우위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만약 중2때 수학을 포기하지 않고, 고1때 물리를 포기하지만 않았다면 ‘한 번 미친척하고 도전해봐??’ 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 책에 나와 있는 온갖 사악하고 폭력적인(?) 퀴즈와 질문을 풀 시간이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시간이 아깝다.

 

나는 내 인문학·사회학적 소양을 기르는데 온갖 정성과 시간의 노력을 쏟을 것이기 때문이다. 구글과 애플은 너무너무 좋은 곳이지만 지금 내가 수학정석을 펴서 인수분해를 다시 공부할 수는 없고 물리의 공식들을 외울 수 없다. 시간 낭비니까.

 

 

사다 놓은 인문·사회 분야 책 읽을 시간도 빠듯해서 그런 귀한 기회는 저 멀리 아이비리그 수재들에게 선심으로 양보하는 바이다. 히힛

그리고 거세따위는 더더욱 NO!!!

 

“서류작업 정도 시키는 데 아이비리그 졸업장이 왜 필요한 걸까요? 자크 데리다를 읽던 사라이 이젠 유급휴가가 필요한 직원에게 신청서류나 갖다 주는 신세가 된 거죠.” (p.89)

 

그럴 리도 없겠지만 구글이 채용 면접 형태를 완전히 바꿔서 인문·사회학적 소양을 가장 중요시 여겨서, 그럴 리가 없겠지만 내가 입사한다 해도 전직 구글 직원이었다는 저 사람정도의 일을 한다면 나는 멋지게 퇴사할 것이다. 하긴 뭐, 구글에서 나를 뽑아줄 리도 없겠지만 말이다.ㅋㅋㅋ

 

구글에서 일할 만큼(구글이 원하는 분야에서) 똑똑한 사람들은 지금도 계속 지원을 하고 말도 안 되는 채용 면접을 치룰 것이다. 하긴, 구글 정도 되는 회사에서 단순한 시험 성적이나 자격증 몇 개 가지고 사람을 채용할 수는 없지 않나? 간지나는 회사인 만큼 채용도 간지나게(?) 해야지.

 

그 쪽에서 일할 사람들은 계속 일 잘 해주시고, 나는 다른 쪽에서 열심히 또 달려야지.

당장 이번 달 안에 읽어야 할 책이 쌓여 있다. 벌써 여름이 코앞에까지 다가와 힘을 빼놓지만 멈출 수 없다.

 

나는 구글에서 일할 만큼 그들이 원하는 분야에서는 똑똑하지 않으니까.

보던 책이나 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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