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돌파력 - 불안한 미래를 개척하는 확실한 힘
이노세 나오키 지음, 장은주 옮김 / 서울문화사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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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부제가 조금 바뀌어야 할 것 같다. 「불안한 미래를 개척하는 확실한 힘!」이 아니라 좀 더 범위를 좁혀서 「직장 내 불안한 미래를 개척하기 위한 처세술!」로 말이다.

사실 책을 받아보고는 두께에 적잖이 놀랐다. 적어도 250페이지 중반은 넘겠거니 했는데 150페이지 정도였다. 작년 6월에 출간된 스테판 에셀의 「분노하라」가 준 임팩트가 기억났다. 「분노하라」의 임팩트 정도는 아니었지만 하루하루 일상에 꽁꽁 묶여 있는 비즈니스맨에게는 어느 정도 위로와 격려는 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의 체감 실업경기가 한국의 그것보다는 나은 탓인지 아니면 출판사에서 홍보문구를 잘못 정한 탓인지 “비즈니스맨을 위한 응원가!”라고만 소개가 되어 있다.

비정규직이 수백만을 헤아리고 청년 실업자들이 넘쳐나는 마당에 “비즈니스맨을 위한”이라는 문구는 자칫 ‘이런~~ 이젠 책까지도 비즈니스맨만 읽어야 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사실 일본의 사정 또한 만만치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책임을 져주던 종신직장의 의미가 퇴색된 지 오래고, 장기 경기침체로 인한 고용불안과 사회안전망 붕괴, 지진·원전 등의 악화되는 환경에 대한 우려 등으로 굉장히 불안하고 염려스러운 상황으로 알고 있다. 문득 이 책이 일본에서 먼저 출간이 되었는지? 출간이 되었다면 얼마 정도의 사람들이 읽었는지 궁금하다.

 

 

저자인 이노세 나오키씨는 모두가 가는 길로 가지 않았다. 60이 넘은 나이니 그가 20대 시절이던 40년 전 일본의 경기는 최고의 호황이었다. 대학을 졸업하면 직장을 골라서 갈 수 있었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 승진하고 좋은 자동차를 타고 다니고 좋은 쇼핑센터에서 쇼핑하는 모습이 정형화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저자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글을 쓰고 싶었다는 것이다. 모두 비웃고 걱정스런 눈길을 보낼 때 저자는 철저하게 혼자만의 외로움을 견딘 채 자신의 꿈을 향해 매진했다.

결국 ‘요람에서 무덤까지’의 신화는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고 모두들 걱정하던 저자는 등단도 하고 여러 곳의 자문도 맡으며 이런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다.

 

사실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자기자랑이 좀 많은 편이다. “다들 안 된다고 했는데 결국 나는 이렇게 했다, 다들 못하는 어떤 것을 내 방법대로 했더니 해결됐다.”식의 자랑 정도다. 흔히 나이가 많으신 어르신들이 예전 젊었던 시절을 회상하시며 손자나 아들뻘되는 사람들에게 얘기해주는 정도 말이다. 그래서 귀엽게 넘어갈 만하다.

더군다나 모두가 뛰어드는 안정적인 직장을 뒤로 하고 30이 훨씬 넘기까지 생활고에 시달리며 자신의 희망을 놓지 않았다는 점은 본받을 만하기에 저자의 자랑은 귀엽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면서부터 [자기계발]이나 [처세술] 종류의 책은 읽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며 조금은 선입견을 버릴 수 있게 된 것 같다.

대단한 성공신화를 이루고 대박(공부, 사업 등으로)을 터뜨린 사람의 아주 성의 없고 무책임한 책 따위와는 분명히 다르다.

얇은 책이지만 직장 내에서 다른 경쟁 상대들 보다 조금 더 인정받고 성공하는 직장 생활을 하기 위한 실제적인 지침과 조언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일일이 소개하지는 못하지만 한 가지 인상 깊었던 부분이 있다.

 

 

“‘저 사람한테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라는 말을 들을 만한 특출한 무언가가 필요하다.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무기가 있어야 한다……. 의외로 자신의 약점 속에 힌트가 숨겨져 있다.” (p.45)

 

저자는 아침잠이 너무 많은 것이 약점이었다고 한다. 아무리 일찍 잠이 들려해도 잠이 잘 오지 않고, 아무리 일찍 일어나려 해도 일어날 수 없었다고 한다. 늘 이것이 자신의 약점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 난 후로는 이것이 자신의 가장 큰 강점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가장 조용하고 집중이 잘 되는 늦은 밤에 글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이다. 남들처럼 잠이 많이 오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신뢰할 만한 사람을 얻으려면 자신이 먼저 신뢰받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p.119)

 

그리고 또 하나, 신뢰할 만한 사람을 얻으려면 내가 먼저 신뢰받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 이것 또한 참 맞는 말이지만 동시에 참 어려운 말이다. 사람의 신뢰를 얻는 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신뢰라는 것은 결코 가볍지도 쉽지도 않은 가치이기 때문에 쉽게 부여할 수 없다.

요즘 내 고민 중 하나가 이것이었다.

 

‘인생을 함께 할 스승, 선배가 없다는 것’

 

주위에 많은 사람이 있고 휴대폰에도 연락처는 넘쳐나지만 내가 정말 힘이 들고 인생의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있을 때 진정한 조언 내지는 꾸지람, 칭찬, 격려 등을 해줄 수 있는 스승이나 선배가 없다. 정말 친한 친구가 두 명이 있다. 그런데 이 친구들에게서는 채울 수 없는 또 다른 결여가 있다. 몇 년 전까지는 두 분이 계셨다. 지금은 두 분 모두 고인이 되셔서 이 허전함이 더한 것 같다.

하지만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얻기 위해서는 내 자신이 누군가에게 신뢰받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저자의 지적도 일부분 맞는 말인 것 같다.

 

세상에는 공짜란 없으니까.

내가 얻었으면 하는 신뢰의 사람에게 거는 기대만큼 나도 그런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공평한 거니까.

그래도 누군가 갑자기 펑~하고 나타나서

“임마~! 기운 내. 어깨 펴고~!”

라고 말해줬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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