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수리 오남매, 법률가를 만나다! - 법률가 편 열두 살 직업체험 시리즈
홍경의 지음, 송선범 그림 / 한겨레아이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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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 중 한 명의 장래희망을 물어본 적이 있다.

“저는 검사요”

당연히 자초지종을 물어보고 들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평소 내가 검사와 검찰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지론을 쏟아 부었다. 내 말을 어안이 벙벙해져 듣고 있던 학생이 물었다.

“검사가 나쁜 거예요?”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말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한국의 검사와 검찰 집단이 가진 무소불위의 권력에 대한 쉼 없는 비판을 해댔다.

그 학생은 거의 울상이 되어 집으로 돌아갔다.

 

마음이 편치 않아 다음에 만났을 때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설명해 주었다. 그래도 마음이 불편해 택배로 온 이 책을 뜯지도 않고 먼저 보라고 권했다. 이 책 「독수리 오남매, 법률가를 만나다!」는 초등학교 고학년이 보면 딱 좋은 정도의 수준이라 고등학생인 그 아이에게는 조금 쉬운 내용이었다고 했다. 그래도 중간 중간 삽입된 현직 변호사, 검사, 판사의 인터뷰가 가장 재미있었다고 했다.

 

나 또한 그랬다. 시골로 전학 간 의란이와 친구들이 겪는 불법 다운로드 문제와 학교 폭력, 마을의 환경오염 문제 등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소, 원고, 저작권법, 법률가, 위증죄 등 쉽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개념들에 대한 분명한 정의를 소개하고 있고 책 중간 중간에 삽입된 법학자, 변호사, 검사, 판사의 인터뷰가 인상 깊었다.

각자의 어린 시절 꿈과 검사나 변호사가 되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 어떤 자질이 필요하고 조언을 얘기한다.

 

“이송기”, “빅빵”, “언니시대” (p.41)

 

이송기 오빠의 노래를 불법으로 다운로드 받아 검찰에 소환되는 내용이 소개되는 데 저작권법을 설명하기 위해서인지 이송기, 빅빵, 언니시대라는 차용어가 귀엽다.

아무렇지도 않게 다운로드 하는 음원과 영상이 저작권법에 저촉되는 행위임을 분명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마을의 냇가에 폐수를 버려온 잉크공장 사장과의 단체소송은 결국 잉크공장 사장이 사과하고 직접 피해를 입은 오리 주인 할머니의 너그러운 용서와 소취하로 아름답게 마무리 되었지만 사실 이렇게 해결되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소송이나 고발, 고소나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평소 의란이의 짝 주성이를 괴롭히던 동네 중학생 형 대칠이에 대한 판결은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서울 도심에서 친구들과 함께 오토바이 등을 훔쳐 달아난 혐의로 피고석에 앉게 된 여학생과 서울가정법원 아무개 부장판사 사이에 일어났던 일이다.

언론에도 소개된 미담을 재구성한 것도 재미있었다.

 

“‘백 명의 범인보다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 없도록 해야 한다는 거야’ 죄를 지은 것으로 의

심되어 소송이 진행된다 해도 유죄로 확정되기 전까지는 무죄로 추정 돼.” (p.139)

 

책의 다른 모든 내용보다 위의 ‘무죄추정의 원칙’만이라도 제대로 아이들에게 가르쳐줄 수 있다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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