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랑크톤도 궁금해하는 바다상식 - 해양학자 김웅서의 바다 이야기, 2017년 제 16회 대한민국 독서토론*논술대회 (전국독서새물결모임) 지정도서
김웅서 지음 / 지성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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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입학 후 첫 MT를 포항으로 갔다. 바다를 보고 일출을 보는 것에 큰 의미를 둔 사람들이 신기했다. 대학 입학 전까지 포항에서 줄곧 살았던 내게, 바다와 일출은 그냥 일상이었다. 고등학교 통학버스 차창 너머로 매일 아침 보는 것이 동해바다의 일출이었으니까. 초등학교는 해수욕장 바로 옆에 있었다. 하교 후 백사장에서 뒹굴고 조개 줍는 것이 일과였다. 그리고 수도 없이 많이 들었던 질문.

, 그럼 너 회 엄청 많이 먹었겠다. 삼시 세끼로 회만 먹기도 했냐?”

, 바다가 고향이니까 수영은 엄청 잘하겠다. 잠수도 잘하고.”

아니, 비록 고향은 바다가 있는 지역이지만 부모님이 충청도 분이라 회를 거의 먹지 않았다. 여름 휴가는 늘 충청도 계곡으로 갔다. 수영은 아예 못한다.

라고 대답하고는 했다.

 

바다에 대해 알고 있는 그들의 상식은 사실 나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바다에 접한 지역에서 나고 자랐지만, 바다에 대해 모르는 것이 더 많았다. 이 책 플랑크톤도 궁금해하는 바다 상식을 읽고 난 후, 나는 깨달았다. ‘나는 바다에 대해 모르는 게 더 많구나.’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97.2%는 바닷물이고, 2.1%는 극지방의 얼음이며, 0.6퍼센트는 지하수이다.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지표수는 0.01%에 불과하다.” (p.183)

 

너무 당연해서 한 번도 자세히 생각해보지 않았다. 물은 우리에게 너무 흔하고 당연하니까. 물 부족 국가로 분류된 것을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은데, 아직은 먼 이야기로 여겼다. “바다는 지구 표면의 약70%를 차지하며,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생물이 살 수 있는 면적은 육지보다 약 2.3배 넓다. (p.71)” 라는 사실을 텍스트로 읽으니 눈에 확 들어왔다. 모르면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데, 체감되는 위험이나 결핍이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지구온난화로 극지방의 얼음이 녹아버리면 현재의 해류 형태가 바뀌게 된다. 그러면 따뜻하던 지역이 추워질 수도 있고 폭설이 내릴 수도 있다.” (p.103)

10여 년 전만 해도 공기청정기가 흔하지 않았다. 이제는 필수품이 되었다. 몇 년 전부터는 사막에 폭설이 내리고 40도 이상의 불볕더위로 수많은 사람이 죽고 시베리아 모기로 인해 순록이 떼죽음을 당하는 등, 이상기후와 환경파괴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바다의 해류가 바뀌는 하나의 이유로 전 지구적인 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는 책의 경고가 무섭다. 인간이 발을 딛고 사는 땅보다 훨씬 넓고 큰 바다를 더 알아야 하고 공부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책에서 소개하는 바다에 대한 상식이 멀게만 느껴진다.

 

중국이 심해유인잠수정 자오룽호를 만들기 전까지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깊이 바다를 탐사할 수 있는 심해유인잠수정 신카이6500을 보유한 나라였다.” (p.236)

 

중국의 유인잠수정이 7000미터 잠수에 성공하면서, 기존 일본의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한다. 중국과 일본의 심해잠수 기술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도 한다. 인류에게 남아 있는 화석연료는 분명한 한계가 있고 해양탐사를 일찍부터 시작한 국가들에 의해 수심 4000-6000미터의 심해저에서 주로 발견되는 망가니즈단괴와 같은 자원이 발견되었다. 기존의 화석연료를 대체하고도 남을 노다지로 책에서는 표현된다. 망가니즈단괴를 비롯한 다른 자원들 모두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었다. 다행히 우리나라도 북동 태평양에 대한민국 면적의 4분의 3에 해당하는 75000제곱킬로미터의 광구를 확보했다.”라고 한다.

심해자원의 확보뿐만 아니라 우리는 지정학적으로도 바다를 연구하고 공부하고 탐험해야 할 뚜렷한 이유가 있다. 강대국들 사이에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채 있기 때문이다. 군사적·지리적·경제적·산업적 측면 모두에서 바다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다른 해양선진국보다 출발은 늦었지만,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 책에서도 언급된바, 세계 5대 갯벌로 인정되는 남해와 서해의 갯벌이 가진 가치를 최대한 살릴 방안도 연구되어야 한다. 저자의 주장처럼 단지 개발의 가치로만 갯벌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생태환경을 보호하면서 미래자원을 확보하고 더불어 관광자원으로의 활용을 가능케 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책을 읽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한 달에 한두 번 본가인 포항으로 간다. 늘 봐왔던 동해 바다가 조금은 다르게 보일 것 같다. 백사장에서의 모래 놀이를 유독 좋아하는 어린 딸아이에게도 해줄 수 있는 말이 더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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