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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사람들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216
제임스 조이스 지음, 이강훈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10월
평점 :
T.S. 엘리엇, 레이먼드 카버, 움베르트 에코, 나보코프, 헤밍웨이, 보르헤스 이런 쟁쟁한 작가들이 꼽는 작가들의 작가, 문학사의 거장이지만 톨스토이, 프루스트, 카프카처럼 노벨상을 받지 못한 작가, 그렇지만 그의 책을 읽어 본 독자들은 읽는 내내 계속 읽을 것인지를 갈등하고 있다는 평을 듣는 작가, 그래서 내가 아직 접해 보지 못한 제임스 조이스.
그의 소설의 입문서라고 평가되는 <더블린 사람들>은 소문만큼 지루해서 중간에 읽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하는 소설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어디서 많이 본듯한 캐릭터들, 사건들이 피식하고 웃게 했다.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인 더블린은 아일랜드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과 비슷했다. 갈색의 우중충하고 불안감이 흐르고 삶은 뜻대로 진행되지 않고 어긋나 버리고 혼란한 더블린은 내가 살고 있는 곳이었다.
조이스는 아일랜드 사람들이 반들반들하게 닦은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볼 기회를 주기 위해 <더블린 사람들>을 썼노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이 소설은 아일랜드 사람들뿐만 아니라 아마도 소설을 읽는 모든 사람들을 비추는 거울이 될 것이다.
"애러비"에 등장하는 좋아하는 친구 누나에게 잘 보이기 위해 돈을 타서 선물을 사러 가는 허세를 부리는 소년도 "짝패들"의 일도 잘 못하고 오로지 저녁에 술 마시려는 생각에 빠져 있으며 시곗줄을 전당포에 맡기고 술을 마시면서 허세를 부리는 패링턴도 우리 주변에 아니 우리 안에 있는 모습이다.
소설 속 이야기가 등장인물이 나의 이야기로 내 주변의 인물로 끝없이 투영되면서 책을 읽는 독자는 내면을 비추는 거울을 보고 있는 듯 느껴진다. 특히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음주와 폭력과 체면치레와 남성우월주의 속에 살고 있으며 그로 인해 주변 인물들을 괴롭히지만 딱히 탈출구는 보이지 않고 그저 무기력하게 살아가고 있다.
<더블린 사람들>의 등장인물들은 좌절하고 소리 지르고 고뇌하고 자책하지만 변화와 탈출을 기대하기 힘들다. 그렇게 마비 상태에 놓인 사람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삶의 대장정, 전 생애가 아니라 일상의 한순간을 포착해서 보여주는 삶의 진실은 책을 읽는 독자의 가슴을 파고든다.
이제 제임스 조이스의 더블린 삼부작의 시작을 읽었으니 나머지 두 권의 책 <젊은 예술가의 초상>과 <율리시스>를 읽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