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눈알사냥꾼
제바스티안 피체크 지음, 염정용.장수미 옮김 / 단숨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역사는 기록할 것이다. 우리 시대의 가장 큰 비극은 악한 사람들의 비난과 공격이 아니라 선한 사람들의 지독한 침묵이었음을. - 마틴 루서 킹 Jr.
이 책의 뒷부분에 나오는 말이다.
나는 이 문장에 의문이 생긴다. 역사가 선한 사람들의 침묵을 기록한 적이 있던가?
그것은 그들의 마음속 양심에만 기록되어 있을 것이다.
그런 우리들의 양심을 울리는 무서운 책 한 권을 읽었다.
제바스티안 피체크의 <눈알사냥꾼>. 이 책의 그의 먼저 책인 <눈알수집가>에 뒤이은 책이라고 하지만 나는 그 책을 읽지 못 했다. 그렇지만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작가 또한 그것을 염두에 두고 책을 전개하고 있으니.
눈알 수집가에서 경찰청 출입 기자인 알렉사더 초르바흐는 유괴된 아이들을 구했지만 용의자인 프랑크 라만은 새로운 희생자로 다름 아닌 초르바흐의 아들 율리안을 골랐다. 그는 초르바흐의 부인 니키를 살해한 후 율리안을 납치했다.
이야기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처럼 자신의 과거 경험에서 비롯된 트라우마에 갇힌 정신병자가 같은 방법으로 희생자에게 아픔을 주고 잔혹하게 살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이코패스로 보이는 이 살인마를 뒤쫓는 초르바흐와 앞을 볼 수 없는 알리나의 활약은 힘겹게만 보인다. 희망이 거의 보이지 않는 추적이다. 여기에서부터 독자는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사뭇 다른 전개를 보게 된다.
기존의 추리소설이 위기의 순간을 간발의 차로 잘도 벗어나서 범인을 쫓아가는 구도라면 이 작품은 위기의 순간에 주인공들은 어김없이 위기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기껏 벗어난 듯하지만 또 다른 문제에 부딪쳐 갈피를 잡지 못한다. 그렇게 숱한 희생을 치르며 잡게 된 범인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살인자는 언젠가는 붙들려 법정에 세워지지요. 그러나 그전에 도움을 제공하지 않은 죄인들, 그 무수히 많은 공범들은 어떻게 되나요?"주커가 물었다.
"나는 사이코패스가 아닙니다, 초르바흐 씨. 나는 악한이 아니에요. 단지 정의를 세우자는 겁니다. 가해자들에게 자신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보여주자는 것뿐이에요."
"그들의 눈꺼풀을 잘라내고 그들을 강간하는 것으로 말인가?"
"그들의 눈을 뜨게 해주고, 남들이 자신 때문에 겪어야만 했던 고통을 정확히 돌려받도록 하는 거죠."
모든 살인자에게는 너무나도 합리적인 동기가 있다. 소설 속 범인은 침묵으로 죄를 방관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처단하고 있다.
우리가 겪는 현실에서 아름다운 장면은 없다. 결국은 잔혹한 살인 끝에 죽은 참혹한 시체와 절망만이 나귕굴 뿐이다. 그런 것처럼 이 소설 또한 할리우드의 법칙을 따르지 않는다. 범인으로 오해했던 프랑크는 죽고, 구하고자 하던 니콜라는 눈을 잃었고, 약간의 감정이 싹트던 알리나와는 만나지 못하고 있고, 목숨 걸고 구해낸 아들 율리안과는 말도 섞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악은 살아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