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박힌 못 하나 - 곽금주 교수와 함께 푸는 내 안의 콤플렉스 이야기
곽금주 지음 / 쌤앤파커스 / 2014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어려서 유난히 멀미를 많이 했다. 엄마와 버스를 타고 갈 때면 엄마도 나도 둘 다 멀미에 시달려야 했다. 엄마는 '네가 날 닮아서 그렇다'라고 하며 안타깝게 나를 바라보곤 하셨다. 그러면서 우리는 귤이며 사탕이며 하는 것들을 준비해서 조금이라도 멀미를 덜 하려고 노력하였지만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어느 날 버스 기사 아저씨는 우리를 앞자리로 오라고 하고서는 멀리 차가 달리는 방향을 바라보라고 하셨다. 기사 아저씨의 말을 따라 멀리 차창 밖을 바라보며 가는 길은 울렁거림이 덜했다. 차가 지나가며 달라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멀미가 진정된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었다.

곽금주의 <마음에 박힌 못 하나>를 읽다 보니 어렸을 적 멀미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그렇지만 외면하고 싶고,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고 있는 콤플렉스가 멀리 신화나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이며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발생을 알게 되고 그 과정을 보게 되니 사실은 그렇게 아파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구나 하며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낀다. 시선을 멀리하면서 멀미를 느끼지 않는 것처럼 다른 이들에게도 나와 비슷한 예를 발견하면서 아픔이 덜어지는 것이다.

18가지 콤플렉스를 읽으며 '바로 나의 경우네' 혹은 '아~~ 그분이 이런 콤플렉스를 가졌구나'하는 이해의 순간이 찾아온다.

일 년에 한 번 만나서 하는 봉사활동이 있다. 그 모임에 '투덜이 스머프'처럼 모든 일에 툴툴거리며 짜증을 내고 불만을 표시하는 분이 계시다. 오죽하면 우리가 정말 '투덜이 스머프'라고 불렀을까? 그런 투덜이 성향을 케츠 드 브리 교수는 트롤 콤플렉스(Troll Conplex)라 이름 붙였다. 트롤 콤플렉스는 스칸디나비아 민속 신화에서 비롯되었는데 트롤은 동굴과 언덕에 사는 신화적 존재로 나쁜 짓을 일삼는 종족이다. 아무 이유도 없이 인간의 행동에 불만을 품고, 그저 인간을 괴롭히기 위해 논쟁을 벌이고 내기를 한다. 이야기 속의 트롤과 같이 이들은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괜히 사람들에게 시비를 걸어 불화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인다. 부정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를 띠며 늘 불평하는 사람이며 매사 '안 될 이유'만 생각하다 결국 고립을 자초하기도 한다.

이런 성향은 아동기 시절 부모와 아이 사이의 권력 분쟁에서 촉발되며 부모가 자녀를 지나치게 지배하거나 반대로 아이를 방치하는 경우, 또는 편애하는 경우 정면으로 맞서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반항하거나 겉으로 순종하다가 성인이 되었을 때 위계질서와 권력에 생래적인 반감을 가지고 적응하지 못한 채 냉소로 일관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물론 아동기의 경험뿐 아니라 회사에서 경험하는 고용을 위협하는 것들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불만이 불만으로 끝날지 아니면 생산적인 결과를 만들어 낼지는 본인의 태도에 달려있는 것이다.

그저 투덜이 스머프가 되어서 계속 다른 이에게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살게 될지, 생각하는 문제점을 고치며 성장하는 방향으로 나아갈지가 중요하다.

리가 만나는 많은 장애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가 될지 성장이 될지는 그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떤 자세로 대안을 만들어 가는지에 달려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많은 콤플렉스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 정도가 서로 조금은 다르겠지만. 그렇지만 그 콤플렉스를 이겨내고 사는 사람이 있고 그 상처를 끌어안고 아파하는 사람이 있다. 조금 멀리 보자. 문학 속에 다른 이의 삶 속에 우리의 콤플렉스들이 담겨 있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를 보니 내 콤플렉스는 가시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너무 아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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