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는 진인의 땅이었다 - 우리 고대사의 잃어버린 고리를 찾아서
정형진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48년 6월 제헌국회에서 표결에 의해 탄생한 '대한민국'이라는 국호에는 삼한을 의식한 것이었다. 삼한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마한, 진한, 변한'을 말한다. 왜 우리는 고구려, 백제, 신라, 혹은 고려, 조선이라는 이름을 뒤로하고 삼한을 정통으로 삼은 것일까?

 

저자인 정형진은 이 삼한 정통론이 초기의 내용과는 다르게 많은 역사학자들이 한반도 안 일부 지역으로 삼한을 한정 지어 버렸고, 그것이 중국의 동북공정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더구나 통일을 앞두고 북한의 고구려 정통론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논리로 신라 정통론을 뒷받침할 수 있는 진인에 대해서 연구했다. 

 

작가는 여러 역사적 사료와 고고학적 자료를 들어 진인의 모습을 찾고자 한다. 

삼한사는 고정된 지역의 역사가 아니며 이주사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우선 한민족의 기원 신화인 단군신화에 등장하는 환웅을 중원에서 앙소 문화를 일군 주인공인 공공족의 일원이라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이 공공족과 동북지역의 주도세력인 후기홍산문화인인 맥족이 결합하여 단군신화가 탄생했다는 것이다. 이들 단군왕검계 주민이 요동과 서북한 지역으로 이주하여 고인돌 문화를 창조했다고 주장한다. 이들이 바로 진인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했던 동이족은 한민족의 주류세력이 더 이상 될 수 없는 것이다. 이 주장에서 해결되는 또 하나의 문제는 고조선의 유적이라고 하지만 실제 고조선의 영역과 다르게 분포하는 고인돌 문화에 대한 의문이 풀리는 것이다.

 

평양과 구월산 지역에서 활동하던 진인은 중부 이남 지역으로 밀려나 진국이라는 소국 연맹체를 결성한다. 진국은 한나라의 위만조선 공격으로 혼란에 빠지고 이들의 주력은 경주지역으로 들어온다. 그들 중 사로국의 중심으로 부상한 세력이 박혁거세 집단이다. 

 

저자는 우리 민족이 형성 초기에 개방성을 지닌 민족으로 다양한 종족과 어울려 살면서 중국 동북지역의 정치 문화를 주도했지만 우리 역사가 반도의 역사로 전락한 뒤부터는 다소 배타적 자기중심적 집단으로 변했다고 말한다.


고대사를 연구하는 데는 사료의 부족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게다가 그나마 있는 사료조차도 위서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어 많은 사학자들이 고대사를 복원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고 있다. 그렇지만 중국의 동북공정을 보면서 우리나라 사학계도 좀 더 상상력을 발휘해서 다양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홍산문화유적이 발견되면서 우리의 고대사를 다시 써야 할 필요가 대두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노력이 눈에 띄지 않는 안타까움 속에서 정진님의 이러한 노력은 가치가 있다고 생각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무엇이 행동하게 하는가 - 마음을 움직이는 경제학
유리 그니지 & 존 리스트 지음, 안기순 옮김 / 김영사 / 2014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합리적 소비를 한다고 하는데 가끔 지름신은 왜 강림하시는 걸까? 같은 물건을 샀는데도 왜 나는 더 비싼 가격을 지불하고 사고 있는 걸까? 지금까지 내가 알았던 경제학에 따르면 인간은 합리적이고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가격도 결정된다고 하는데 그렇지 않은 이 수많은 경우들은 왜 생기는 걸까?

기존의 주류 경제학자들은 각 경제주체가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하려는 경향성을 보이기 때문에 일정한 규칙이 성립하고 이러한 경제 활동의 규칙을 찾고 이를 바탕으로 미래의 경제를 예측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글로벌 금융위기 때 위기를 예측하지 못했고, 사후설명에만 뛰어난 능력을 보였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경제학의 흐름과는 달리 심리학과 사회학, 생리학적 견지에서 인간의 행동이 온전히 합리적이지 않다는 데서 출발하는 행동경제학이 있다. 행동경제학은 비록 비주류 경제학으로 출발하였지만 꾸준히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행동경제학자인 유리 그니지와 존 리스트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요소는 무엇이고 왜 그런지를 오랜 기간 탐구했다. 그들은 실험실 안에서 인간은 연구자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도록 고무되기 때문에 연구실을 나와 "진짜 세계 속으로" 들어가 관찰하고 실험을 했다. 그래서 발견한 주요 사항은 인간의 동기를 파헤쳐보면 딱히 이기심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자기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이 뿌리 깊이 박혀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이들은 올바른 인센티브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사람들을 일하게 만드는 진정한 요소를 찾아내려는 실험을 한다. 이 책의 목차를 살펴보는 일은 이 두 명의 경제학자가 어떤 실험을 했는지, 그리고 그들이 관심을 가진 주제는 무엇이었는지를 보여준다.

​1. 어떻게 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타인을 행동하게 만들까?
2. 여성의 급여가 남성보다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3. 성별 격차를 좁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4. 학생들이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일까?
5. 가난한 아이들이 부유한 아이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6. 사람들이 차별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7. 현대의 차별을 끝내는 방법을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8. 사회가 개인을 보호해 줄 수 있을까?
9. 어떻게 하면 기부금을 늘릴 수 있을까?
10. 사람들이 기부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11. 오늘날의 기업들이 멸종 위기에 빠진 이유는 무엇일까?

흔히 여성은 남성보다 경쟁을 좋아하지 않아서 고위직에 오를 기회가 적다고 말한다. 게다가 여성은 남성에 비해서 적은 임금을 받고 있다. 정말로 여성은 경쟁을 피하는 것을 타고난 것일까? 이 두 학자가 밝혀낸 실험 결과에 따르면 꼭 그렇지는 않았다.
문화가 적절하다면 여성은 남성만큼이나, 많은 경우에는 남성보다 더 경쟁을 좋아하는 성향을 띤다고 한다. 남성이 여성보다 선천적으로 경쟁적이라는 진화론만이 경쟁심 정도를 결정하는 요소는 아니었다. 문화적 인센티브만 적절하게 주어진다면 여성은 남성보다 강한 경쟁심을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선택권을 쥐는 상황에서 카시족 여성은 자신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시장에서는 남성과 다르게 인센티브를 결정했다. 정찰가격을 설정하여 경쟁심과 공격성이 적은 환경을 만들고, 스스로 설정한 사회적 인센티브에 반응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미래사회에서는 오히려 여성이 더욱 긍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학생들에 대한 실험 또한 눈여겨볼 만하다. 시험 성적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센티브를 미리 주고 성과를 이루지 못 했을 때 뺐는, 혹은 나중에 주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학생들은 즉각적 보상에 반응하고, 나중에 보상하겠다고 말하기보다는 보상을 미리 주었다가 빼앗아간다고 위협하는 방법이 학생들에게도 교사에게도 더욱 강력하게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물론 일부 학생, 특히 고등학생은 변화시키기가 비교적 힘들었다고 한다.



적어도 다른 사람보다 비싸지 않게 물건을 구입하는 방법은 바로 "나는 오늘 세 군데를 들러 가격을 물어보고 왔습니다."이다. 쇼핑할 때 받는 경제적 차별을 줄이려면 그에 대항할 수 있도록 현재 가격에 대한 충분한 숙지와 제품 정보로 무장해야 한다.
특히 주목할 만한 내용은 요즘 기업들의 소비자에 대한 정보의 수집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정보는 기업에 수집되고 있으며 그 정보에 따라 우리는 알게 모르게 손해를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기업이 소비자에 관한 정보를 모아 사용하여 소비자에게 손해를 입힌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업이 수집한 정보에 소비자가 접근하도록 법률로 허용하는 것이다. 정보를 입수한 소비자는 어떤 정보가 자신에게 불리하게 이용되는지 알 수 있고 자기 필요에 좀 더 적합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찾을 수 있다는 조언은 앞으로 소비자운동으로 이루어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 전체를 꿰뚫는 주제는 한마디로 '사람들이 가치를 두는 대상을 찾으면, 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고 변화를 유도하는 유용한 정책을 고안해낼 수 있다'라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 - 이별과 상실의 고통에서 벗어나 다시 살아가는 법
안 앙설렝 슈창베르제 & 에블린 비손 죄프루아 지음, 허봉금 옮김 / 민음인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년 가을이었다. 그날은 가을빛이 마을 가까이로 들어와 집에서 바라다 보이는 나무의 잎사귀들도 모두 붉은빛을 내던 그런 날이었다. 그리고 내 생일이었다. 아침에 울리는 전화벨의 느낌은 왠지 목덜미가 서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날이면 대부분은 생일 축하 전화이기 때문에 빙긋이 웃으면서 받으러 달려갈 텐데 기분이 묘한 게 받고 싶지 않았다. 암으로 투병 중이던 친구가 그날 아침 저세상으로 갔다고 친구의 남편이 전하는 소식을 들어야 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가끔 만나지만 한결같이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친구였는데 너무 젊은 나이에 아직 어린아이들과 남편을 남겨두고 어떻게 눈을 감았을까 생각하면 눈물만 흘렀다. 아무 일도 하지 못하고 할 수도 없이 그렇게 며칠의 시간을 보냈다. 아침부터 잠들 때까지 문득문득 친구 생각에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나도 친구의 아이들도 그리고 친구의 남편도 우선은 먹고살아야 하는 문제가 당장 앞에 있었다. 엄마를 잃은 아이들과 함게 있어주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고, 친구가 떠나버린 후 남은 친구의 남편은 조금은 서먹해져 버렸다. 

 



​그렇게 나는 친구를 어딘가에 묻어버렸다. 그렇지만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는 걸 내 머리가 아니라 몸이 말하고 있었다. 몸살이 나고 감기가 걸리고 그리고 친구가 꿈에 계속 나왔다. 꿈속에서 친구와 같이 누워서 수다도 떨고 위로도 하고 또 눈물도 흘렸다. 지금은 6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가끔 납골당에도 가고 친구의 아들과 카톡도 주고받고 있다. 그리고 <차마 울지 못한 당신을 위하여>를 읽는다.

예전 우리나라는 3년 상을 치렀었다. 가까운 이를 잃은 후 3년 동안 애도의 기간을 갖고서 충분히 슬퍼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얼른 잊고서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잘하는 일이라고들 한다. 

사회는 우리가 애도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자. 사회는 고통 속에서도 우리가 꿋꿋하게 견뎌 나가기를, 불평을 늘어놓지 않고 빨리 예전처럼 돌아가서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기를 요구한다.

우리 사회는 젊음과 아름다움, 재산과 성공에만 눈을 돌리고 병과 늙음,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금기로 여긴다. 

사람들이 언급조차 회피하는 이 분야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꾸도록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가 원하는 그런 균형 잡힌 생활이 세심하게 배려해 주고 자주 돌보아 주어야만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다시 일어날 줄 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다. 애도를 마치고 내적인 평화와 평정을 되찾는 것, 이제는 잊어버린 그것을 다시 찾자는 것이다.

우리는 아마 이번 세월호 사건 또한 빨리 묻어버리고 잊어버리려 할지도 모른다. 세월호 이야기를 하는 것에 피곤함을 느끼는 사람들도 점점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충분히 슬퍼하고 애도하고 그리고 차분히 들여다보고 서로 세심하게 배려해줄 때 우리의 상처는 치유되고 그것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는 다른 사람의 사랑의 비밀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니 알 수 있을까?
박범신의 <소소한 풍경>에서도 작가이자 화자인 '나'가 알 수 있는 만큼이나 될까?
<소소한 풍경>의 화자인 '나' 또한 상상력으로 채워나간 부분이 많지 않았을까?
결국 우리는 나의 경험에 비추어 다른이의 사랑의 모습을 추측하는데 크게 더 나아가지 못한다.
비록 풍부하고 놀라운 상상력의 보고인 소설을 많이 읽었음에도 '그것은 소설 속 이야기니까 가능한 것이지,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겠어?'에 그치고 만다.
그렇게 우리는 소소한 풍경 속에 갇혀버린 한 인간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소설 속 세명의 주인공 ㄱ,ㄴ,ㄷ 은 외부의 시선이 차단된 그들만의 공간에서 사랑의 하모니를 이룬다.
화자의 제자인 ㄱ은 어렸을 적 오빠와 부모를 잃고 작가를 지망하다가 한 남자를 만나 결혼을 했지만 실패하고 혼자 살고 있는 여자다. 그녀가 혼자 살게 된 집에 들어와 살게 되는 남자 ㄴ은 어려서 형과 아버지를 5.18 광주에서 잃고 자신은 특별한 거처없이 떠돌아 다니는 사람이다. 그리고 아버지는 국경을 넘다 죽고, 자신을 겁탈한 남자와 살면서 그 남자의 딸을 교묘하게 죽이고 자신의 딸을 그 남자의 딸로 위장시켜 한국으로 들어오게 한 후 딸에게 돈을 받고 있는 어머니를 둔 탈북자가 ㄷ이다.
이들 모두는 외부(바깥사회, 국가 등)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이다. 이들이 주변과 단절된 소소라는 한 도시의 외딴 집에서 서로 엉켜 덩어지를 지어 사는 이야기는 외부와의 차단에서 오는 위로가 보인다.
더이상 상처를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겠다는 안도와 외부의 시선이 차단된 에덴 동산같은 자유로움이 함께 하는 소소의 한 집에서 그들은 외부에서 보면 그저 별일 없는 풍경처럼 존재할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그 공간 속에서 벌어진 인간존재의 불가해함에 시멘트의 데스마스크를 통해 그들의 실체는 민감한 소설가의 눈에 띄고 마는 것이다.
소설가이며 화자인 '나'는 제자인 ㄱ을 통해 단절된 세상의 내부의 비밀스런 사랑을, 인간 존재의 불가해한 모습을 보게 된다. 이들의 사랑을 이해할 수 있겠냐고 작가는 묻지 않는다. 그저 우리가 알고 있다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다양한 모습, 다양한 감정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비록 소설속에서만 존재하는 모습일지라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만과 편견 열린책들 세계문학 143
제인 오스틴 지음, 원유경 옮김 / 열린책들 / 201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을 다시 읽었다. 몇 년 전 우연히 읽게 된 후 나는 고전에 대한 나의 편견이 무참히 박살 나는 경험을 했다. 그때까지 나에게 고전은 하품 나는 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고, 고전은 시험에 나오는 문제이기 때문에 다이제스트로 간략하게 줄거리만 알고 작품의 주제와 의미 등만 외우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만과 편견>을 읽고서 고전이 우선 재미있기도 하구나, 나와 내 주변의 인물에 대해 돌아보는 계기를 만들어 주는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었다.

 

이번에 다시 읽은 <오만과 편견>은 재미 이상의 감동을 준다. 줄거리야 영화로도 그리고 입시를 위해 우리가 읽은 많은 텍스트로도 널리 알려졌기에 이번에 읽을 때는 인물과 플롯에 더욱 관심이 갔다. 학창시절 그렇게 읽어대던 하이틴 로맨스의 플롯과 너무나도 닮아있는 이 책은 아마 시간상으로 하이틴 로맨스가 이 이야기를 따라 썼다는 추측을 할 수 있겠다. 유난히 사람을 헷갈리게 하는 남녀 간의 로맨스의 기류(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고 처음에는 오해와 갈등만 있던 두 남녀가 오해를 풀어가면서 사랑의 감정을 발견하는)와 지위와 돈을 떠난 사랑의 발견 등이 그것이다. 


주인공 엘리자베스가 다시의 편지를 다시 읽으면서 편지에 담긴 의미를 곱씹어 생각해 보는 것처럼, 그래서 자신이 알고 있던 내용이 달라지고 다시 해석해 나가는 것처럼 <오만과 편견>을 다시 읽는 것은 나에게 그렇게 보지 못 했던 책의 의미와 문장의 아름다움, 그리고 인물에 대한 놀라운 통찰력과 해석을 만날 수 있었다.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사회의 고정관념에 맞서 승리하는 유쾌하고 활기 넘치는 여성이며 영민하고 계급이나 신분에 크게 연연해하지 않는 그 당시의 여성상에 비해 진보적인 캐릭터이다. 그에 반해 언니인 제인은 늘 주면 사람들을 배려하고 너그럽게 감싸는 인물이다. 그리고 나머지 자매들과 엄마는 자신들의 관심사에만 골몰한 채 타인에 대한 동정심이 없다. 이런 인물들에 대한 제인 오스틴이 들려주는 엘리자베스의 분석은 우리가 종종 친구나 동료, 주변 사람들을 은연중에 평가하며 그들의 태도, 동기, 감정 등을 파악하려는 모습과 닮아있다. 그러면서 우리는 다양한 인물들에 대한 식견을 얻을 수도 있다. 


결혼이라는 것이 지상 최고의 과제가 되어버린 어느 시절에 우리가 겪어야 하는 잘못된 판단과 오해와 갈등을 우리는 책을 통해서 미리 경험해 보기도 하고 또 지나간 일을 추억하기도 한다. 

 

한 권의 책이 두고두고 오래 읽혔다는 사실은 명작이라는 방증이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가 발견되지 않으면 몇 세대에 걸쳐, 여러 시대를 아우르며 읽혔을 리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다시 읽을 때는 전과 다른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번에 내가 꼽는 최고의 문장은 엘리자베스에게 청혼을 했던 콜린스씨가 거절을 당하고 엘리자베스의 친구인 샬럿과 결혼을 하기로 한 일을 두고 언니인 제인과 나누는 대화 중에 있었다.

 

콜린스 씨는 잘난 체하고 허세나 부리고 편협하고 어리석은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라는 건 언니도 나만큼이나 잘 알고 있잖아. 게다가 제대로 생각이 있는 여성이라면 그와 결혼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으면서. 언니는 그러는 여성을 옹호해서는 안 돼. 아무리 샬럿 루커스라도 말이야. 한 사람 때문에 원칙과 고결함의 의미를 바꿔서는 안 되는 거야. 이기심을 신중함으로, 위험에 대한 불감증을 행복의 확보로 받아들이지 말고, 날 설득하려고도 하지 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